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84)
84화 밀레 남작 (2)
정면에 있는 마차로 달렸다.
가볍게 도약하며 마부를 뛰어넘고, 마차의 지붕에 올라탔다. 검에 마나를 담아 지붕을 반으로 갈랐다.
삭!
마차가 반으로 잘렸다.
내부가 훤히 드러나면서 안에 있는 기사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당황한 표정.
안에 있는 마그네스 조직원의 긴급 호출을 받고 온 건 아니고, 정말 물건을 받으러 온 모양이다.
철컥!
상황을 파악하고 검을 뽑으려는 기사들을 향해 뛰어내렸다. 돌풍베기로 기사 둘의 목을 베었다.
“컥!”
기사들을 처리하고 옆으로 뛰었다.
반으로 갈라진 마차가 부서지면서, 뒤에 있던 마차들도 중심을 잃는 모습이 보였다.
히이이잉!
마부들이 마차를 세웠다.
동시에 문을 열고 기사들이 내렸다.
“습격이다!”
“전부 검을 뽑아 주위를 경계해라!”
마차를 호위하듯 둘러싼 기사들.
그들을 향해 케르베로스가 달려들었다.
세리아의 손에서 뿌려진 단검이 기사 둘의 목을 뚫었다. 그들이 당황한 틈을 타 아델라의 검이 쇄도했다.
챙!
챙!
챙!
빠르게 움직이는 아델라로 인해 진형이 무너지고,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루크의 신성력이 빛을 발했다.
하얀빛으로 이루어진 주먹.
루크의 손에서 뻗어 나간 주먹이 남아 있던 기사들에게 향했다. 그때 담담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한 기사가 검을 뽑았다.
기사단장으로 보이는 자.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날카로운 기세.
기사단장이 검을 휘둘러 루크의 주먹을 베고, 아델라를 몰아붙였다.
“정신 차리고 약을 먹어라.”
기사단장의 명령에 살아남은 기사들이 하얀 가루를 입에 털어 넣었다.
빡빡머리 사내가 먹었던 각성제.
루크가 가진 신성력으로 정화하면 단숨에 제압할 수 있지만,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았다.
케르베로스의 저력이 어느 정도인지.
기사들이 약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로 강해지는지.
정확히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각성제다. 시간을 주면 점점 강해지니 빠르게 정리하는 게 좋을 거야.”
내 말을 들은 세리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루크! 왼쪽을 맡아. 내가 오른쪽을 맡을게.”
루크와 갈라지면서 세리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십 자루의 단검이 그녀의 손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각성한 녀석들도 쉽게 당해 주지 않았다.
검으로 세리아의 단검을 쳐 내며, 역으로 세리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매우 빠르고 정교했다.
사방에서 포위망을 형성해 세리아를 한곳으로 몰았다. 약에 취해 살기를 내뿜는 기사들을 보며, 세리아가 작게 웃었다.
그 순간 눈이 붉게 변했다.
‘가시 왕관.’
조용히 속삭이는 세리아의 주문과 함께 기사들의 그림자에서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송곳이 튀어나왔다.
퍼버벅!
기사들의 온몸을 꿰뚫은 가시.
목숨을 잃은 기사들이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렸다.
확실히 강하네.
세리아가 천천히 자세를 일으키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다 고개를 획 돌리며 루크가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자연스럽게 루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악한 이들에게 신의 철퇴를!”
루크의 손에서 하얀빛이 뿜어져 나와 거대한 망치를 만들어 냈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자.
콰아아아앙!
하얀빛이 폭발하며 기사들을 휩쓸었다.
루크가 쓰러진 기사들을 보며, 양손을 마주치고 조용히 기도문을 외웠다.
“창조신 베로니카의…….”
이쪽도 별문제가 없는 것 같고.
이제 남은 건 기사단장뿐이다.
아델라가 있는 쪽을 쳐다봤다.
어느샌가 기사단장도 약을 먹었는지, 각성제의 특징들이 나타나 있었다. 충혈된 눈부터 굵어진 핏줄까지.
챙!
챙!
기사단장이 아델라를 몰아붙였다.
“너흰 누구지?”
“우린 케르베로스…… 윽!”
“너희가 그놈들이구나.”
기사단장의 검이 하늘을 향했다.
푸른 마나가 검을 따라 강렬하게 회전하며 치솟았다.
우웅!
아델라 또한 검에 마나를 담아 기사단장을 향해 휘둘렀다.
두 개의 강렬한 힘이 부딪치고.
콰아아아앙!
바람이 일어나며 주변을 휩쓸었다.
바닥에 있던 흙들이 바람을 따라 사방에 퍼지면서 시야가 가려졌다.
잠시 후.
충격의 여파가 사라진 뒤.
시야가 돌아오면서 아델라가 눈에 들어왔다. 자세를 낮춘 상태에서 눈을 비비고 있었다.
아델라의 눈에 흙을 뿌리고 튄 건가.
“으윽…….”
고통스러워하는 아델라에게 다가가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물을 꺼냈다.
“잠깐. 눈 감고 있어.”
아델라의 턱을 잡고 눈에 물을 부었다. 붉게 부은 눈두덩이에 묻어 있던 흙들이 쓸려 나갔다.
“감사합니다.”
“잠깐 쉬고 있어.”
몸을 돌려 루크와 세리아를 바라봤다.
“너흰 마부를 제압하고, 상태가 괜찮은 마차들은 따로 모아 놔.”
“알겠습니다.”
저 멀리 느껴지는 기척 하나.
그곳으로 몸을 움직였다.
마나를 끌어 올리며 지면을 박찼다.
단숨에 거리를 좁혀 나가며 기사단장의 뒤를 쫓았다.
내가 쫓고 있는 걸 느낀 건지.
녀석도 속도를 끌어 올리며 거리를 벌리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어딜 도망가.”
검성 하룬겔이 사용하던 경공술에 요정의 날개를 더해 속도를 폭발적으로 끌어 올렸다.
주변의 환경이 확확 바뀌며, 기사단장과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 기사단장.
검을 뽑아들며 녀석을 향해 휘둘렀다.
휙!
기사단장이 바닥을 구르며 검을 피했다.
“이런 끈질긴 새끼…… 까드득!”
이를 갈며 일어나는 기사단장을 노렸다. 검을 휘두르는 척하며, 녀석이 피하는 걸 유도했다.
그다음 손으로 목을 움켜잡고 정화의 힘을 사용해 각성 효과를 없앴다.
“이게…… 무슨! 큭!”
“이제부터 묻는 말에만 대답해. 지금 밀레 남작의 위치는?”
“……꺼져.”
녀석의 단호한 눈빛.
이런 식으로 정보를 불 녀석이 아니다.
“그래.”
손에 잡힌 기사단장의 목뼈를 부러트렸다.
[대상을 죽였습니다.]죽은 자의 가면의 능력으로 인해, 기사단장이 가지고 있던 기억 일부가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밀레 남작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
얼굴에 탐욕이 가득한 밀레 남작이 옆에 있는 여인의 몸을 주물럭거리며 기사단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조만간 행사가 열릴 거야. 평소에 공급해 오던 양의 두 배를 챙겨 와. 공장엔 미리 얘기해 놨으니까 잘 가져오기만 하면 돼.
-알겠습니다.
-그리고 겸사겸사 공장 분위기가 어떤지도 한번 확인해 보고.
-공장 분위기라 함은…….
-이번에 버닝헬에서 움직인다며. 공장이 계속 굴러가는 게 맞는지 분위기만 살피고 와.
그리곤 기사단장이 마차를 이끌고 나오는 것으로 기억은 끝이 났다.
“행사라…….”
일단 중요한 키워드 하나를 얻었다.
이 행사가 뭔지는 직접 가서 물어보면 알아낼 수 있을 거다.
몸을 돌려 공장이 있던 동굴로 돌아왔다.
동굴 앞에는 상태가 멀쩡한 마차가 모여 있었고, 그 앞에 마부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세리아가 옆으로 다가왔다.
“상태가 괜찮은 마차는 4대. 마부는 6명이야.”
“오케이. 일단 마차에 마약을 실어.”
“약을?”
“쓸데가 있어.”
“알겠어.”
세리아가 안으로 들어가고, 얼마 있지 않아 마그네스 조직원들이 마약을 들고 걸어 나왔다.
그것들을 마차에 실은 다음.
“휴고, 세리아. 너흰 여기 남아서 특별 수송단을 기다려. 이 녀석들을 버닝헬로 넘긴 뒤에 우리 쪽으로 합류해.”
“알겠습니다.”
“나머지 아델라, 파비안, 루크. 너흰 마차를 하나씩 담당해서 나와 함께 밀레 남작가로 향할 거야.”
“알겠습니다.”
“출발하자.”
* * *
마약 공장을 떠난 지 이틀.
날이 어두워지면 산에서 노숙을 하고, 조원들끼리 번갈아 가며 불침번을 섰다. 날이 밝아지면 다시 마차를 타고 이동했다.
다그닥!
다그닥!
길을 따라 달리는 말과 함께 마차가 움직였다. 마부석에 앉아 주변 풍경을 바라보다 마부에게 물었다.
“얼마나 남았지?”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목을 풀면서 잠시 눈을 감으려는 찰나, 무언가 날라와 어깨에 앉았다.
연락용 매.
다리에 묶인 쪽지를 풀어서 내용을 확인했다.
-첩자가 있음.
-큰 피해 없음.
-예정대로 진행.
설마 했는데 진짜 있을 줄은.
“……흐음.”
이곳을 떠나기 전, 세리아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전부 따로 움직였어. 무슨 대화를 했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어디로 갔는지는 다 확인했어.’
아델라는 무기점에서 검을 손질했고.
파비안은 주점에서 몰래 술을 마셨고.
루크는 신성제국의 교단에 들렀고.
휴고는 뒷골목에 갔다고 했다.
‘수상하다고 하면 다 수상할 수 있는데. 아델라는 검후의 제자에 월녀문의 차기 문주. 파비안은 라비노 왕국의 왕자 출신. 루크는 신성제국의 신성기사 출신. 만약 첩자가 있다면 휴고밖에 없는 거 아니야?’
휴고.
녀석은 카빈 왕국 출신이다.
용병들의 나라라 불리는 카빈 왕국.
나라를 이끄는 왕은 용병왕이라 불리며, 모든 용병의 아버지라 불리는 자.
휴고의 아버지는 그 용병왕이 이끌었던 용병단에 있던 인물로, 나름 이름이 있는 자였다.
“……쯧.”
용병이라는 이미지만 본다면.
확실히 휴고가 첩자에 가깝지만.
휴고가 첩자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놔야 해.”
편견을 가지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생각이 편견에 맞춰 움직이게 된다.
사고가 갇혀서 진실이 보이지 않는 것만큼 위험한 게 없다.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2조 인원 중에 첩자가 있다는 점과 세리아만큼은 확실하게 배제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일단 세리아를 휴고에게 붙여 놨다.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다면 바로 세리아가 보고를 할 거다.
품에서 쪽지와 펜을 꺼냈다.
-전달 내용 확인.
-당분간 첩자를 이용하겠음.
당장 잡을 수 없다면, 첩자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좋은 수단이다. 그러다 보면 정체를 알 수 있게 될 터.
쪽지를 연락용 매에 묶어 날려 보냈다.
하늘 높이 매가 안전하게 날아가는 것을 보며, 다시 정면을 바라보자 밀레 남작령이 눈에 들어왔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얼굴을 가렸다.
“이대로 달려, 긴장하지 말고.”
“예.”
“들키는 순간, 너희 목숨도 날아가는 거야.”
“알겠습니다. 이랴!”
마부가 속도를 올렸다.
빠르게 달리는 마차가 외곽을 지나 영지에 있는 길을 따라 밀레 남작이 살고 있는 저택으로 향했다.
영지는 전체적으로 어두웠다.
작물이 있어야 할 땅은 메말라 있었고, 가는 길 곳곳에 보이는 영지민들은 전부 나이가 있거나 어린아이들뿐이었다.
“이곳 분위기는 원래 이랬어?”
“밀레 남작님이 마약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됐습니다.”
“마약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짭짤하니 영지를 가꿀 필요가 없었겠지.”
“예.”
“족칠 명분은 확실하네.”
마차가 저택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철문을 지키는 자들이 다가오길래, 기사단장에게서 챙겼던 신분패를 꺼내서 보여 주었다.
고개를 숙이며 예를 갖추던 경비병이 철문을 열었다.
그 안으로 마차가 들어갔다.
천천히 움직인 마차가 저택의 입구 앞에 멈춰 섰다. 때마침 저택의 문이 열리며 밀레 남작이 걸어 나왔다.
활짝 웃고 있는 남작.
그가 나를 정확히 쳐다보며 입꼬리를 길게 올렸다.
“이렇게 만나서 반갑소.”
“…….”
“버닝헬에서 왔다고 했던가? 큭큭큭.”
남작의 웃음소리와 함께 저택 주변에서 기척을 숨기고 있던 다수의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보가 또 새 나간 건가.
“재밌네.”
망토를 벗으며 마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사방에서 살기가 쏟아졌다.
그것들을 마주하며 웃었다.
“지금이라도 협조하면 목숨은 살려 드리겠습니다.”
“교도관 주제에 깝죽거리고 있네. 약 챙겨서 가야 하니까. 빨리 죽여.”
이렇게 나와 주면야 나야 좋지.
아공간 주머니에서 대마법사의 욕망을 꺼내 약지 손가락에 끼웠다.
“밀레 남작, 당신을 케르베로스 특별법에 의거. 협조 거부로 인해. 즉결 처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