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86)
86화 첩자 (1)
긴급 연락을 취한 누군가.
그게 첩자라고 단정 지을 순 없었다.
공장을 관리하던 녀석이 몰래 연락을 취했을 수도 있으니까.
“그거 관리자 아니야?”
“아닙니다.”
밀레 남작이 단호하게 답했다.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남자 둘이 대화하는 걸 들었습니다.”
“대화하는 걸 들었다고?”
“작업장을 처리했다는 대화를 나누는 걸 똑똑히 들었습니다.”
남자 둘이 대화를 했다라.
루크는 나와 함께 밖에서 기사들을 상대하고 있었고, 휴고와 파비안이 작업장에서 조직원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때 둘이 나누던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다.
“정확히 언제부터 들었어.”
“딱 남자 둘이 대화를 나누는 것부터 들었습니다.”
그때면 관리자는 잡혀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파비안과 휴고 둘 중 한 명이 구슬을 활성화했다는 소린데.
이 말조차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밀레 남작이 내뱉은 말을 전적으로 믿어야 하는 상황. 확실하게 하고 가려면 이자를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혹시 그 상황에 같이 있던 녀석이 있어?”
“아까 죽였던 기사 중 한 명이 저랑 같이 있었습니다.”
“그래?”
여러 명을 죽이며 쏠렸던 기억들.
죽은 자의 가면을 사용해 천천히 기억들을 확인했다.
가장 마지막 녀석을 죽이기 전.
밀레 남작의 뒤에 있다가 달려 나왔던 기사의 기억에 증거가 있었다.
집무실로 보이는 넓은 공간.
탁자 위에 있던 구슬이 붉은빛을 내뿜으며 활성화가 되더니, 남자 둘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레딘, 개같은 새끼.
-부단장님한테 개같은 새끼가 뭐냐.
-훈련 때부터 의도적으로 나한테만 지랄하는 거 안 보이냐?
-그럼 지옥 대전 때 이겼어야지.
-꺼져, 병신아.
-그나저나 작업장 정리도 끝났는데, 언제까지 이 녀석들을 감시하고 있어야 하는 거야.
파비안과 휴고의 대화.
밀레 남작은 그 대화를 듣더니, 기억의 주인에게 용병단장을 호출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기억은 끝이 났다.
“흐음…….”
지금까지 나온 상황만 봤을 땐.
파비안과 휴고 둘 중 한 명이 첩자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를 딱 집을 순 없었다.
지금까지 나온 정보는 극도로 적은 상황이라, 둘 중 누가 진짜 첩자인지 밝혀 내는 건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지금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다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일어나.”
밀레 남작에게 수갑을 채우고, 저택 앞으로 돌아왔다. 사용인들이 모여 있는 곳에 밀레 남작을 두고 저택으로 들어갔다.
이곳에 도착한 뒤로 계속 보이던 기연.
초록색의 길을 따라 저택의 깊은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작은 영지인 것치고 내부는 자작가 못지않게 화려했다.
또한.
평소에 무슨 삶을 보냈는지도 너무나 명확하게 보였다.
복도를 따라 보이는 방마다 술들이 가득했고, 여자들과 파티를 하면서 놀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방까지.
“술과 여색에 빠져 사는 놈 같은데…….”
단테 백작은 왜 밀레 남작을 콕 집어서 마그네스에 연결을 시켜 준 걸까.
꼬리를 짜르기 편해서?
아니면 내가 보지 못한 뭔가가 있는 건가?
단테 백작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이리저리 생각해 보다가, 기연을 뜻하는 초록색이 강렬해지는 곳에 도착했다.
저택의 지하 밀실.
문을 열어 보기 위해 손잡이에 손을 뻗자, 마법진이 발동하며 전기가 튀어 올랐다.
“뭘 숨겨 논 거야.”
검을 뽑아 마나를 담았다.
그리곤 손잡이를 내리쳤다.
콰지지직!
마법진이 거친 저항을 했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 손잡이가 잘려 나가며 지하 밀실의 문이 열렸다.
끼이익!
지하 밀실의 내부가 드러났다.
안에는 진열장이 가득 세워져 있었고, 그 안에 다양한 물건들이 유리 상자 안에 담겨 있었다.
귀족들의 취미.
다양한 물건을 모으는 수집욕이 밀레 남작에게도 있었던 모양이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갔다.
진열장을 둘러보다가 초록색 빛이 나는 목상 앞에 멈춰 섰다.
정확히 누구를 본따 만들었는진 모르겠지만, 사이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한 군데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마신교.
[그림자의 힘이 탐욕을 부립니다.] [마신교의 성물을 먹고 싶어 합니다.]역시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먹어.”
그림자에서 입이 튀어나와 목상을 집어삼켰다.
[소화 중입니다.]그러나 그림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림자의 힘이 탐욕을 부립니다.] [저주받은 목걸이를 먹고 싶어 합니다.] [카이로의 저주받은 신검을 먹고 싶어 합니다.].
.
.
[루카테의 저주받은 인형을 먹고 싶어 합니다.]“그래. 전부 먹어 치워.”
다시 한번 그림자가 튀어나와 진열장에 있는 물건들을 집어삼켰다. 밀레 남작의 독특한 취미에 고개를 저으며 지하 밀실을 빠져나왔다.
이제 이곳에서의 볼일은 끝났다.
저택 밖으로 나가려고 걸음을 옮기는 순간, 다시 한번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림자가 소화를 마쳤습니다.]이전과는 다른 엄청난 속도.
[그림자 술법의 경지가 오릅니다.] [흑신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특수 능력 ‘그림자 분신’ 능력이 해금됩니다.] [띠링!] [그림자의 꿈에 숨겨진 ‘그림자 군주’의 꿈이 나타났습니다. 해당 꿈을 꾸시겠습니까?]“어.”
[300일이 지나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습니다.]메시지가 사라지고 난 뒤.
이번에 얻은 그림자 분신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게임에서 봤던 그림자 군주.
헨리 바스커반이 이끌던 그림자 군단.
그림자 분신은 그 그림자 군단을 이끌기 위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림자 분신.”
슈아아악!
내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동시에 탈력감이 들었다.
뭔가 싶어서 몸 상태를 확인해 보니, 가지고 있던 마나홀의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 있었다.
마나뿐만이 아니었다.
신체적인 능력도 이전보다 현저히 떨어진 게 느껴졌다. 그림자 분신을 없애 버리자, 다시 마나홀의 크기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내가 가진 힘을 나누는 모양이네.”
다시 그림자 분신을 사용했다.
이번엔 그림자를 방 안으로 이동시키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자 분신의 기술 하나를 사용했다.
그림자 이동.
바닥에 있던 그림자가 온몸을 감싸면서 시야가 사라졌다가, 시야가 돌아오니 그림자가 분신이 있던 곳에 내가 서 있었다.
동시에 충만하게 차오르는 마나홀.
“위치 교환은 아니고.”
그림자 분신과 다시 합체하면서 그 자리로 이동하는 기술이었다. 양쪽을 자유롭게 오갈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했지만.
그건 분신을 늘리면 해결될 문제였다.
“올라가 볼까.”
새로 얻은 힘에 미소를 지으며 저택 입구 쪽으로 걸어가자, 파비안이 악에 받쳐 고함을 지르는 게 들렸다.
“어디서 났냐고, 이 개새끼야!”
* * *
“루크, 넌 사용인들을 전부 모으고, 나머지는 저택을 수색하는 걸로.”
세리아가 저택으로 먼저 들어갔다.
파비안은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다가 저 멀리 밀레 남작과 함께 움직이는 레딘을 쳐다보았다.
‘……빌어먹을 새끼.’
브롤 항구에서부터 지금까지.
훈련 내내 무시하는 것을 넘어, 임무에서도 의도적으로 배척하는 것이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잘 느껴졌다.
‘훈련 땐 개같이 굴려 놓고.’
막상 전투가 벌어질 땐 쏙 빼놓고 다 잡아 놓은 놈들을 감시하는 것만 시켰다.
야간 노숙 때 불침번도 그렇고, 이건 분명 실적을 쌓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확실했다.
‘그냥 때려칠까?’
하루에 수십 번도 더 고민하는 주제지만,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실적을 쌓는 것.
이복형의 목을 따기 위해선.
이 케르베로스를 이용해야만 했다.
“하아…….”
파비안은 목에서 느껴지는 강한 갈증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각종 술이 진열된 방으로 들어갔다.
평소에 즐겨 마시던 술이 보였다.
일개 남작 따위가 구할 술이 아닌 고급스러운 술이지만, 파비안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뚜껑을 열었다.
꿀꺽!
목을 타고 흘러 내려가는 알코올.
화끈함과 함께 사라지는 갈증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크으.”
파비안은 근처에 있는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항상 그랬듯. 술을 들이켜며 분노를 삭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야. 여기서 뭐 해.”
파비안은 눈을 뜨고 문에 기대고 있는 휴고를 쳐다보았다.
“뭐긴 잠깐 쉬는 중이지.”
“부단장님 들어오셨다. 농땡이 치다가 한 소리 듣기 싫으면 움직이는 게 좋을걸?”
“쯧.”
파비안은 술병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을 나와 휴고와 함께 복도를 따라 걸었다.
“아직 안 둘러본 방이니까, 여긴 네가 수색해.”
휴고가 사라지는 걸 보다가.
파비안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잡다한 것들을 모아 놓은 창고.
크게 중요한 것들은 없어 보이는 곳이라 대충 둘러보고 나가려다가, 무언가를 발견하곤 자리에 멈춰 섰다.
철로 만든 투박한 반지.
“이게…… 왜?”
파비안은 떨리는 손으로 반지를 집어 들었다. 혹시나 해서 반지의 안쪽에 적혀 있는 이름을 확인했다.
[비비안]목이 빳빳하게 굳었다.
술기운이 한순간에 날아가며, 모든 사고가 정지했다. 그저 멍하니 반지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반지를 잡은 손이 떨렸다.
‘비비안…….’
어린 시절 함께 자라 온 친구이자.
서로 사랑의 감정을 속삭이던 사이.
하지만 비비안은 이복형의 정혼자가 되면서, 파비안은 그녀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런 비비안을 위해 직접 만든 반지.
-죽을 때까지 간직할게.
반지를 가지고 떠나던 비비안의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렇게 떠난 비비안은 몇 달 후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이게 왜 여기에 있는 거야.”
파비안은 이를 갈았다.
까드득.
반지를 집어 든 상태로 저택을 빠져나왔다. 사용인들 사이에서 뺨을 문지르고 있는 밀레 남작이 보였다.
파비안은 그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았다.
“이게 뭐 하는…….”
“너! 이거 어디서 났어.”
손에 들린 반지를 보여 주었다.
“그게 뭔지 모르겠고…… 난 아는 거 다 이야기했으니까…….”
파비안이 분노로 얼룩진 얼굴로 밀레 남작을 보며 싸늘하게 내뱉었다.
“감히 라비노 왕국의 왕자인 나를 능멸하려는 것이냐.”
“와…… 왕자?”
“당장 말해라, 이게 어디서 났는지.”
어물쩍거리는 밀레 남작의 모습에, 파비안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대로 남작의 목에 겨누었다.
살짝 찔러 넣은 검을 타고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어디서 났냐고, 이 개새끼야!”
“빼…… 뺏은 겁니다.”
“뭐?”
파비안은 어이가 없어서 눈살을 찌푸렸다.
“뺏어?”
“예…… 몇 달전 노예를 사들여서 단테 백작님에게 넘긴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 여인이 가지고 있던 걸 빼앗은 겁니다.”
“어떻게 생겼는지 말해.”
“예?”
파비안의 검이 밀레 남작의 목을 파고들었다.
주르륵.
“……윽! 그…… 금발 머리의 여인이었습니다. 목 뒤에는 점이 하나 있는…….”
상세한 설명에 파비안은 침을 삼켰다.
비비안이 맞다.
“단테 백작…… 단테…….”
파비안은 뭔가에 홀린 듯 중얼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지금 왕실로 돌아가 기사단을 이끌고 단테 백작령으로 향한다면, 비비안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앞을 레딘이 막아섰다.
“비켜.”
“비비안 아네트.”
파비안이 눈살을 찌푸렸다.
“네가 어떻게 그 이름을…….”
“그녀를 만나고 싶으면 내 말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