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9)
9화 수상한 움직임 (2)
이틀간의 자유 시간을 보냈다.
혈도를 자극해 피로를 해소할 수 있다 보니, 휴식 기간은 크게 의미가 없어서 검술을 익히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했다.
하룬겔의 검술.
검성의 깨달음이 담긴 만큼 익히기가 쉽지 않았다. 게임에선 클릭 몇 번이면 되지만, 이곳에선 몸으로 체득해야 했다.
남은 심득을 얻지 못해서 그런가.
겨우 검을 휘두르는 동작만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정도로는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없다.
하아…….
빨리 심득 얻고 싶네.
그러나 나머지 세 곳은 내가 얻고 싶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니. 차분하게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헤엑… 헤엑…….”
열심히 공터를 달리다가 내 앞에 도착한 헤더가 바닥에 뻗어 버렸다.
처음 만났을 때보단 살이 빠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많이 부족했다. 앞선 탈락자가 많지 않았다면, 헤더 또한 실격으로 탈락했을 거다.
그래서 이렇게 휴식 기간에도 훈련을 시켰다.
빨리 체력적 한계를 느끼게 만들어 검술을 포기하게 만들고 싶었는데, 꽤 독기가 있는 편이라 쉽게 포기하질 않았다.
아니면, 그만큼 마법이 싫은 걸지도 모르겠지만.
“언제까지 하는… 거야?”
헤더가 이만 끝내자는 눈빛을 보냈다.
여기서 더 해 봐야 의미가 없기에, 손을 뻗어 헤더를 일으켜 세웠다.
“오늘도 고생했어. 돌아가자.”
“후우. 살았다…….”
“그렇게 힘들면 쉬운 길을 찾는 건 어때?”
“쉬운 길?”
“마법 쪽으로 간다던가.”
그러자 안색이 단번에 어두워졌다.
슬쩍 떠봤는데 아직은 때가 아닌 모양이다.
“표정을 보니 뭔가 사연이 있나 보네, 미안.”
“아… 아니야. 괜찮아.”
“돌아가서 너 좋아하는 치킨이나 먹자.”
식탐 때문인지.
헤더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두 마리 먹어야지. 히히.”
헤더와 함께 숙소로 돌아와 간단하게 씻는 시간을 가졌다. 방으로 돌아와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노트를 꺼냈다.
헤더는 씻는 시간이 좀 길다.
그래서 이렇게 짬이 나는 시간 동안 머릿속에 있는 정보들을 노트에 적었다.
기억력이란 한계가 있으니까.
-마그네스 탈옥 사건.
-7대 범죄조직의 수장 체포.
-마신교의 활동 시작.
-신성제국의 몰락.
.
.
.
지금까지 적은 것들은 앞으로 일어날 확률이 높은 사건들이다. 내가 일으킨 나비효과의 영향을 덜 받는 것들.
설사 완전히 바뀌더라도 상관없다.
저런 사건들이 일어난 배경과 캐릭터들의 생각을 알고 있으니, 이 뒤에 일어나는 사건과 연결시켜 새로운 사건을 유추할 수 있을 테니까.
“흐음…….”
가장 확실하게 일어날 사건은 가장 첫 번째에 적혀 있는 탈옥 사건.
저건 무조건 일어날 거다.
사건을 일으키는 주동자가 마그네스의 수장이 아닌 교도소장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그렇게 움직이게 했다.
-소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여섯 왕국의 허수아비가 되어 움직였다. 그러나 이래선 다가올 미래를 감당할 수 없다.
-버닝헬은 오랜 평화로 인해 타락했다. 고위 간부들은 여러 조직의 돈을 받았으며, 범죄자들의 편의를 봐주었다.
-심지어 여러 가지 정보도 넘겼다.
.
.
.
-버닝헬은 바뀌어야 한다.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바꾸고 말 거다.
교도소장의 일기에 적혀 있던 내용이다.
소장의 계획에 따라 마그네스가 탈옥 사건을 일으키고, 버닝헬은 큰 피해를 입는다.
하지만 탈옥 사건을 계기로 타락했던 버닝헬은 진짜 악을 집행하는 집단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불완전한 조직.
그것을 확실하게 세우는 과정에서 공을 세우면 그 누구보다 빠르게 위로 올라갈 수 있다.
메인 NPC 3인방이 빠른 진급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탈옥 사건에서 내 목표는 딱 두 개다.
하나는 심득을 얻는 것.
다른 하나는 탈옥 사건에서 작은 실적을 세워 내가 원하는 조직에 들어가는 것. 그렇게 1년 동안 확실하게 힘을 기를 거다.
그 뒤에.
게임에서는 잡혔지만, 지금은 잡히지 않은 7대 조직의 수장들을 잡아 확고한 입지를 다질 생각이다.
“레딘! 치킨 먹으러 가자.”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 * *
평소처럼 새벽에 일어나 훈련복으로 갈아입었다. 자고 있는 헤더를 깨우진 않았다. 오늘부터 실습이 시작되면, 잠도 제대로 못 잘 테니까.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훈련장으로 향했다.
드르륵!
문이 열리면서 붉은 머리의 여성이 걸어 나왔다. 잔뜩 땀이 흘러 머리가 엉겨 붙어 있었다.
레베카.
그녀가 말없이 옆을 스쳐 지나갔다.
항상 나보다 이른 시간에 와서, 내가 올 때쯤 훈련을 마쳤다.
일주일간.
얼굴을 마주쳤지만 제대로 대화를 나눠 본 적은 없다. 레베카도 먼저 걸지 않았고, 나도 걸 이유가 없었다.
훈련장 안으로 들어와 바닥에 앉았다.
이류의 경지에 오르면서 경험했던 것들 때문인지, 일류 상태의 육체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이젠 절정의 경지를 노릴 차례다.
혈도법을 이용한 성장. 그것을 위해 혈도를 개방하고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평소처럼 마음의 준비를 했다.
휘이잉!
작은 바람이 일어났다.
그러나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되어야 할 것이 금세 사그라들었다. 몸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띠링!] [절정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선 특별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특별한 조건?
검성의 기억에는 없는 정보였다. 잠시 자리에 앉아 고민을 해 봤다. 뭐가 문제여서 오르지 못하는 걸까.
떠오르는 건 딱히 없지만.
그나마 짐작 가는 거라곤 심득뿐이다. 검성의 마나 단련법.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선 그게 필요한 것 같다.
아쉬움을 털어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며칠 안으로 모든 심득을 구할 수 있게 될 테니, 조바심을 두진 않았다.
목검을 들고 검술 훈련을 하다가 시간 맞춰 숙소로 돌아왔다. 간단하게 씻고 아침을 먹고 나니.
“전부 숙소 앞으로 모여라.”
교관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예!”
다른 훈련생과 함께 대답한 뒤, 헤더와 함께 숙소 입구로 나왔다. 평소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던 게시판.
그곳에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앞에 서 있던 교관이 훈련생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4주간 로테이션을 돌면서 조직 내의 과를 경험하게 될 거다. 각자 확인하고 과에 맞게 준비를 해서 나오도록.”
“예!”
대자보를 확인했다.
보안과, 체포과, 의료과, 복지과, 심사과 등등. 내 이름은 보안과에 적혀 있었다. 혹시나 해서 베르고에게 언질까지 넣어 뒀다.
무조건 보안과에 넣어 달라고.
그 이유는 조만간 버닝헬에서 일어날 마그네스 탈옥 사건 때문이다. 그 혼란을 틈타 심득을 얻어야 한다.
“난… 체포과네…….”
헤더가 머리를 긁적였다.
어차피 맛보기에 불과해서 힘들 건 없겠지만, 그의 자신감 없어 보이는 표정에 어깨를 두들기며 응원해 줬다.
“잘할 수 있을 거야.”
“으… 응.”
그때 베르고가 숙소 쪽으로 걸어왔다.
“보안과 실습자들은 전부 내 앞으로 집합.”
“나 간다.”
베르고의 앞으로 모인 훈련생은 총 다섯 명이었다. 세 명은 낯선 얼굴이었고, 한 명은 낯이 익었다.
회색 빛깔 머리에 쫙 째진 눈.
항상 미소를 유지하고 있는 남자.
메인 NPC 3인방이 아님에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훈련생이었다.
수상한 느낌이 난달까.
유일하게 접촉할 일이 없어서 상태창을 확인해 보지 못했지만, 이번에 그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다 왔네. 보안과는 알다시피 사동 관리나 특별한 시설 근무, 순찰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예!”
“그리고 너흰 오늘 밤부터 야간 순찰 임무에 들어가게 될 건데. 그냥 들어가면 헤맬 게 뻔하니까 근무에 들어가기 전, 간단하게 순찰 코스를 알려 줄 거다.”
베르고가 몸을 돌렸다.
“오와 열 유지해서. 잘 따라와.”
* * *
버닝헬은 지상 1층부터 지하 10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섬의 윗부분에 드러난 것이 지상 1층.
서장실부터 시작해 면회실, 휴게실 등, 교도관과 기사들에 관련된 전반적인 시설들이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지하 1층.
이곳은 일반적인 범죄자들이 있는 곳이라 생각하면 된다. 각국에서 잡아 온 악질 범죄자들.
지하 2층부턴 종신형을 선고받은 자들이 있으며, 특정 계급에 오른 교도관들만이 드나들 수 있다.
내겐 기초적인 지식이지만.
다른 훈련생들에겐 아니었기에, 베르고가 친절히 설명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구조는 다 이해했겠지?”
베르고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 사동으로 들어갈 거야. 다들 눈에 힘 잔뜩 주고 쫄지 마라.”
“예!”
“범죄자한테 쪼는 놈 있으면 내 손에 반 뒤질 줄 알아.”
베르고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끼이이익!
1사동의 문이 열렸다.
긴 복도를 따라 걸었다.
쿵! 쿵! 쿵!
으아아아아아!
누군가 괴성을 지르는 소리와 바닥을 차는 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중간에 있는 차단문.
그것을 하나씩 넘을 때마다 소리는 점점 커졌다. 총 3개의 문을 넘어선 뒤에 감옥이 모습을 드러냈다.
3층으로 이루어진 감옥.
쇠창살 안에 갇혀 있는 죄수들.
죄수복을 입은 그들이 쇠창살을 붙잡으며 조롱 가득 섞인 미소와 함께 소리를 질러 댔다.
“와아아아아!”
“우! 우! 우!”
“곱상하게 생겼네? 이리 와 봐. 손 좀 만져 보자.”
“하악! 하악!”
챙! 챙! 챙!
미친놈들이 쇠창살까지 두드리니, 도떼기시장이 다름없다. 앞에 있던 신입들은 바짝 쫄아서 걷지도 못했다.
“시끄러워 새끼들아!”
베르고가 제압봉으로 주변에 있는 쇠기둥을 쳐 대며 죄수들을 조용히 시켰다.
“눈 똑바로 뜨고 당당하게 걸어. 아까 얘기했듯이 쫀 새끼들은 오늘 반 죽는 거야. 알겠어?”
“예.”
가장 앞에 있던 훈련생이 발걸음을 옮기면서, 다 같이 복도를 걸었다.
그러다.
중간에 있던 한 훈련생이 긴장했는지, 스스로 발이 꼬이면서 넘어졌다. 그 덕에 내 앞에 있던 수상한 그놈이 뒤로 물러섰다.
기회가 찾아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앞으로 걸어가면서 녀석과 부딪쳤다.
그리고 복사 스킬을 사용했다.
녀석의 이름과 함께 상태창이 눈앞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