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98)
98화 불곰 사냥 (2)
작전을 위해 떠나기 전.
특수 교육대에 있는 헤더의 작업실에 들렀다. 작업실 안에는 헤더가 연구 중인 발명품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한쪽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는 헤더.
우웅!
마나가 느껴지는 걸 보니 마법을 이용해 연구 중인 모양이었다. 잠시, 연구가 끝나길 기다리며 벽에 등을 기댔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마법을 두려워했던 헤더가 이젠 자발적으로 마법을 사용해 발명품들을 만들어 냈다.
임무에 도움이 되는 아티팩트들.
무전기 형태의 귀걸이를 통해 조원들과 즉각적인 연락이 가능해졌고, 특수한 힘을 분별해 내는 끈적이를 통해 첩자를 잡아낼 수 있었다.
정말 미친 재능이랄까.
“어?”
고개를 돌리자, 헤더가 연구를 마쳤는지 이쪽으로 다가왔다.
“언제 왔어?”
“방금.”
“왔으면 부르지. 임무 때문에 바쁜 거 아니야?”
“여유 시간이 좀 있어.”
“그래?”
헤더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예전에 보았을 때보다 훨씬 자신감이 들어 보이는 게 보기 좋았다.
“요새 특수 교육대는 어때?”
“이번에 첫 기수가 들어와서 교육 중이야. 한 달 정도 지나면 케르베로스에 투입될걸?”
“그래? 실력 좋은 애 좀 있어?”
“칸이라고 우리 기수인 애가 있는데. 완전 너 보는 줄 알았어.”
“칸…… 그리고? 뭐 따른 건?”
“아! 내가 만든 아티팩트들도 같이 테스트하고 있어서 안전성만 확보되면 바로 케르베로스에 보급될 거야.”
이젠 전문가의 분위기가 물씬 흐르는 헤더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예전에 질질 짜던 울보는 완전히 사라졌네?”
“그게 누군데?”
헤더와 함께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임무 시간이 다 될 때쯤 벽에서 등을 뗐다.
그러자 헤더가 손뼉을 쳤다.
“아차! 잠깐만.”
헤더가 진열장 쪽으로 가서 무언가를 꺼내 왔다. 작은 상자를 가져와 내 앞에서 뚜껑을 열었다.
검은색 구슬들.
불곰이 자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헤더에게 급하게 주문한 아이템이다.
“급하게 만들긴 했는데…… 그래도 효과는 확실할 거야.”
“그래? 잘 쓸게.”
검은 구슬을 따로 챙겼다.
헤더와 인사를 나눈 뒤, 특수 교육대를 빠져나와 보트를 타고 브롤 항구로 이동했다.
부우우우웅!
한참을 달린 보트가 브롤 항구에 도착했고, 육지를 밟자 보트 소리를 들었는지 창고에서 조원들이 걸어 나왔다.
세리아, 휴고, 아델라.
푹 쉬었는지 얼굴에 피곤함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임무에 임하는 확실한 각오가 보였다.
“다들 장비 한 번씩 확인해. 혹시라도 놓친 게 있나.”
“예.”
장비 점검을 마치고 본격적인 임무 브리핑에 들어갔다.
“이번 임무는 자수 의사를 밝힌 불곰을 체포하는 거다. 접선 지역은 라비노 왕국과 크레인 왕국의 경계 지역. 접선 시간은 지금으로부터 1시간 후다.”
임무의 개요는 여기까지고.
“이번 임무에 있어서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해 봐.”
아델라가 손을 들었다.
“이 시기에 갑자기 자수하려 한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저희를 끌어들이려는 수작 아닙니까?”
“우리를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계속해서 집요하게 노리고 있으니까. 빠르게 정리를 하고 피에르와 헤칸에 집중하기 위해서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생각해 볼 법한 상황이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럼 불곰의 자수가 가짜였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있을까?”
“…….”
“우리에게 중요한 건, 불곰의 의사가 진짜인지 아닌지가 아니야. 얼굴을 직접 볼 기회가 생겼단 게 중요한 거야.”
“아…….”
“우리 실력에 불곰을 잡는 건 그리 어렵지 않잖아? 녀석을 찾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아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옆에 있던 휴고가 손을 들었다.
“저도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말해 봐.”
“피에르와 헤칸에서 마그네스를 노리고 있는데. 저희 접선 지역에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지 않습니까?”
“맞아.”
“그럼 아무리 저희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수적으로 밀리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준비한 게 있어.”
헤더에게 건네받았던 상자를 열어서 검은 구슬을 조원들에게 나누어 줬다. 휴고가 구슬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뭡니까?”
“사용자 주변 반경 3m 안에 있는 마나를 소멸시켜 주는 장치야. 이걸 사용하면 수적 우위에 있는 적들도 상대가 가능할 거다.”
“어디까지 통하는 겁니까?”
“익스퍼드 중급. 그리고 5써클 마법까진 없애 버릴 수 있을 거야.”
연구가 계속된다면.
익스퍼드 상급, 6써클 마법까지도 가능하겠지만, 헤더의 말로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했다.
“이거 잘못 쓰면 아군 마나도 소멸하는 거 아닙니까?”
“구슬을 지닌 사람에겐 적용되지 않으니까. 부담 없이 사용해도 돼.”
“엄청난데요?”
“그 외에 또 궁금한 거 있는 사람?”
질문하지 않은 세리아을 쳐다보자,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질문이 없다는 의사를 표했다.
“그럼 출발하자.”
창고를 벗어나 텔레포터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직원에게 위치를 말하고 텔레포터를 사용했다.
우웅!
빛이 번쩍이며 시야가 바뀌었다.
품에서 감시자의 눈을 꺼내 주변에 적이 있나 확인했다.
마을 안에 있는 자들은 마그네스로 보이고, 그 너머에 좀 많이 떨어진 곳에 있는 자들은 피에르와 헤칸으로 보였다.
역시 대기 중이었나.
감시자의 눈으로 피에르와 헤칸 쪽 인물을 지정시켰다. 그리곤 감시자의 눈을 집어넣고 주변을 둘러봤다.
폐허가 되어 버린 마을.
이전에 불곰과 불개미가 접선한 적이 있는 포올라 마을. 왜 이곳에서 보자고 한 건지 모르겠지만.
“움직이자.”
조원들을 이끌고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무너진 집들을 지나치다 보니, 멀쩡한 외관을 가지고 있는 건물이 나타났다.
건물 앞에 마그네스 조직원들이 보였다.
불곰이 이끌고 있는 조직에서 나름 이름이 있는 녀석들.
그들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불곰은 어딨지?”
“대장님이 네 친구냐?”
“우리 오늘 있었던 일은 없었던 거로 할까?”
그러자 조직원이 움찔거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 안으로 들어가라.”
멀쩡한 외관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깔끔하게 꾸며져 있는 내부가 보였다.
고급 소파가 넓게 깔려 있고, 넓은 탁자 위에는 마약부터 담배, 온갖 고급 술들이 쫙 깔려 있었다.
불곰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걸음을 옮겨 녀석의 맞은편에 앉았다.
하얀 연기를 내뿜는 불곰이 손으로 술을 가리키며 입꼬리를 올렸다.
“뭐로 마실래?”
“술은 됐고. 본론으로 바로 갈까?”
“약속 시각까진 조금 남지 않았던가?”
“그랬는데. 이곳에 오기 전에 정보를 하나 들어서 말이야.”
“정보?”
“피에르와 헤칸이 이곳을 노리고 있다는 정보.”
챙!
불곰의 손에 있는 술병이 박살 났다.
피와 함께 술이 불곰의 손을 따라 흘러내렸다.
“이런 개새끼들이…….”
“잔챙이들이 오기 전에 일을 끝냈으면 하는데.”
“우리 쪽 조건은 간단해. 버닝헬에 수감될 때까지 안전을 보장해 줄 것.”
“내 이름과 직급을 걸고 약속하지.”
“좋아.”
불곰이 순순히 팔을 내밀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수갑을 꺼내 불곰의 팔에 채웠다.
철컥!
저항하지 않는 불곰을 데리고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가만히 한쪽에 서 있는 조원들을 보며 지시를 내렸다.
“나머지 녀석들도 체포해.”
“예.”
조용히 수갑을 차는 인원들에게 다가가 한 명씩 어깨를 만지며 상태창을 확인했다.
조원들에게 얘기하지 않았지만.
이번 임무엔 큰 변수가 존재했다.
히무스 폰 오베르크.
녀석이 진짜 이곳에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임무의 방향성이 크게 달라졌다.
“단장님, 특수 수송단에 연락하겠습니다.”
휴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머지 조직원들도 상태창을 확인했다.
히무스의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예상은 하고 있었던 일이라 크게 놀라지 않았다. 어차피 선택지는 두 개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히무스를 진짜 데려오는 것.
아니면 히무스를 데려온 척하는 것.
진짜 데려왔다면 그걸 빌미로 불곰을 역으로 몰아쳤겠지만, 불곰이 연막에 불과한 이상.
다음 작전으로 넘어가면 된다.
“불곰, 아무래도 일이 골치 아파지겠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네 부하 중에 첩자가 있었네?”
마그네스의 상징인 부엉이가 아닌, 피에르의 상징인 광대의 춤이란 특성을 가지고 있는 녀석.
그 녀석을 목을 베었다.
촤악!
그 순간 감시자의 눈에 지정되어 있던 인물들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다들 전투 준비해! 적들이 올 거다.”
“예!”
조원들이 다급하게 움직이는 상황 속에서 불곰이 수갑을 찬 상태로 다가왔다.
“수갑을 풀어. 우리도 싸울 테니까.”
녀석을 보며 피식 웃었다.
“내가 특별한 재주가 하나 있어.”
“뭐? 갑자기 그게…….”
“저 녀석을 죽이고 정보를 하나 얻었는데. 오베르크 제국의 후손을 찾으려고 너를 노린 거더라?”
“……!”
불곰이 눈을 크게 뜨며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많이 충격적이었는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검을 뽑으며 근처에 있는 조직원의 심장에 검을 찔러 넣었다.
푸슉!
“컥!”
하얀 눈자위를 보이며 쓰러지는 조직원. 불곰은 그걸 보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녀석은 아닌가 보네?”
그 옆에 있는 조직원을 죽였다.
그렇게 하나하나 죽여 나가며 불곰의 반응을 살폈다.
“멈…… 춰.”
“반응을 보니 이놈도 아닌가 보네.”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어차피 범죄를 저지르며 악한 행동을 일삼던 녀석들. 죽이는 데 거부감 따위는 없었다.
마지막 남은 조직원의 목에 검을 대자, 불곰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그만!”
“목소리에 영혼이 없네?”
촤악!
검에 묻은 피를 털면서 불곰의 앞으로 가서 자세를 낮췄다.
“이러면 그 후손은 카예스의 옆에 있는 모양인 것 같은데.”
“이…… 개새끼…….”
“물어보고 싶은 게 많겠지만, 잠깐 시간을 줄 테니까 고민하고 있어.”
자리에서 일어나 정면을 쳐다봤다.
다수의 적들이 각자 무기를 들고 빠르게 달려왔다. 녀석들의 어깨나 목, 팔에 새겨진 광대 문양.
피에르 조직원들이었다.
적어도 백 명이 넘어가는 숫자.
미리 준비한 검은 구슬을 왼손에 쥐고, 오른손엔 검을 들고서 녀석들을 향해 달려들며 조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전부 처리해!”
녀석들의 품에 파고들어 검은 구슬의 버튼을 눌렀다.
우웅!
팡!
작은 파동이 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어?”
“이게 무슨……!”
당황한 적들에게 다가가 목을 베었다. 마나가 소멸한 적들을 상대하는 건 힘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했다.
“으아아악!”
“후…… 퇴!”
“다들 돌아간다!”
무리를 이끄는 대장의 외침과 함께 피에르 조직원들이 등을 보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적당히 그들의 뒤를 따라가며 정리를 하다가 조원들을 향해 외쳤다.
“그만. 우리도 돌아간다.”
“저대로 도망가게 두는 겁니까?”
“어. 도망가는 녀석들은 두고, 죽은 이들 가운데 혹시 정보로 쓸 만한 게 있나 찾아봐.”
걸음을 옮겨 불곰의 앞에 섰다.
녀석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완전히 분노한 상태였다.
“너 이 새끼……!”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덮치려는 불곰을 피하고, 녀석의 머리를 짓밟으며 자세를 낮췄다.
“저쪽에서 이 상황을 보고 돌아가면, 어떤 계획을 세울까? 나라면 너한테 목표물이 없다는 걸 알고 카예스 쪽에 전 병력을 투입할 것 같은데.”
“……까드득.”
“우리 거래를 하나 할까?”
“…….”
“네가 카예스의 위치를 알려 주면, 이 수갑을 풀어주고 카예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줄게.”
아무 말도 없는 불곰.
녀석이 갈등하는 게 눈에 보였다.
“이렇게 혼자 체포되는 것보단, 정보를 넘기고 최후의 발악이라도 해 봐야 하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