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출생의 비밀 (1)
그 블랙 드래곤은 피용이었다.
‘드래곤이 되더니만, 정말 마왕 정도는 씹어 먹네.’
아르칸은 감탄했다.
현재 드래곤으로 성장한 피용의 마심장 등급은 8성급.
드래곤이라는 이름에 걸맞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래도 대마왕들을 상대하긴 쉽지 않겠지만.’
참고로 대마왕들은 9성급으로, 고룡급은 되어야 비슷하게 견줄 수 있었다.
한편 머리를 잃은 마왕 아스트리아는 그대로 추락했다.
나미라, 볼가, 오웬, 용아병들과 싸우던 이 외에 나머지 부하들은 충격에 굳어 있다가 아스트리아의 거체가 지면이 충돌하면서 일으킨 흙먼지를 뒤집어쓰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그들이 선택한 건 도망이었다.
그것도 일사불란한 후퇴는커녕 패닉에 빠져 허겁지겁 흩어졌다.
안 그래도 블랙 드래곤, 마룡은 공포의 대상이었는데, 마왕의 머리를 삼켜 버렸으니까 기겁할 만도 했다.
‘이래서 피용까지는 안 내보내려고 했지만.’
마지막에 등장한 마왕은 피용이 없으면 상대하는 게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강력해서 어쩔 수 없었다.
‘역시 더 강해져야 해.’
그렇게 다짐한 아르칸은 피용을 다시 아공간 주머니에 넣으면서, 할루시네이션 마법을 걸어 저 멀리 피용이 날아가는 척 위장했다.
블랙 드래곤은 우연히 지나간 거고, 아르칸이 데리고 있다는 걸 최대한 숨기기 위해서였다.
‘들키면 하는 수 없지만.’
게다가 그사이 다른 전투들도 끝나 가는 중이라, 피용이 없어도 됐다.
가장 먼저 끝난 건, 용아병들 쪽이었다.
레오녹스의 부하들이 피용의 등장에 잠깐 멈칫할 때, 용아병들은 한 치의 동요도 없이 부하들을 공격해서 쓰러트린 거였다.
용아병들은 곧바로 오웬을 도왔다.
안 그래도 오웬에게 밀리고 있던 레오녹스는 덕분에 몸을 빼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다만, 끝까지 싸우지는 않고 항복했다.
“젠장, 내가 졌다. 포로로 대우해 다오.”
“그러지.”
오웬은 곧바로 레오녹스에게 구속구를 채웠다.
그러고 호랑이 수인족 마왕 카사이와 싸우는 볼가 쪽을 쳐다보자, 볼가가 얼른 말했다.
“한창 재미 보는 중이니 안 도와주셔도 됩니다.”
“그러지.”
반대로 재규어 수인족 마왕 페리디아와 싸우던 나미라는 호들갑을 떨었다.
“꺅! 도와주세요.”
둘의 마력은 비슷했지만, 나미라가 전투형이 아니다 보니 밀리는 모양.
거기다가 페리디아의 부하들도 잠시 후 유혹에서 벗어나 협공했다.
그러나 거기에 용아병들과 오웬까지 합류하자 전세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부하들이 끝까지 저항하다 죽는 걸 보며 페리디아가 이를 악물며 외쳤다.
“크윽, 죽여라!”
“네 죽음은 아르칸 님께 달렸다.”
일체의 망설임 없는 외침에도 오웬은 고개를 저으며 구속구를 채웠다.
그사이에 볼가도 권능을 무리하게 써서 지친 카사이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그걸 보며 아르칸이 말했다.
“잘했어. 일단 모두 데려간다.”
두 마왕은 싫다는 듯 발광했지만, 구속구로 입까지 막힌 탓에 헛된 저항일 뿐이었다.
그 와중에 레오녹스만 얌전했다.
‘무슨 꿍꿍이라도 있나?’
아르칸이 의심하고 있을 때, 오웬이 물었다.
“도망친 적들은 어떻게 합니까?”
“내버려 두고 챙길 거나 챙겨서 돌아가자. 여기 오래 있다가는 제니칼이 올지도 모르니까.”
아르칸의 대답에 오웬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손쉽게 이기긴 했지만, 소수로 적의 영역에서 소란을 피운 뒤 오래 머무는 건 현명한 짓은 아니었다.
적당히 챙긴 뒤, 아르칸 원정대는 제니칼의 영역을 넘어 바리스탄의 영역으로 돌아갔다.
한참 뒤.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대지가 뒤흔들리더니 저 멀리서 거대한 존재가 달려왔다.
작은 산을 방불케 하는 저 거대한 코끼리는 대마왕 제니칼이었다.
어마어마한 질량과 속도로 달려오던 제니칼은 아르칸이 있던 자리에 멈추더니 주변의 전투 흔적을 보며 발을 쿵쿵 굴렀다.
“아르칸 녀석 여기 있다며, 어디 갔어?”
한편 자신이 모시던 마왕의 죽음에 흩어졌던 독수리 수인족이 날아와서 알렸다.
“아까 바리스탄 영역으로 넘어갔습니다.”
“벌써? 여기서 레오녹스가 막는다고 했는데, 다들 어디 있나?”
“여기서 싸웠다가 다 죽거나 붙잡혔습니다.”
“뭐라고??”
20~30미터는 족히 떨어져 있었지만, 제니칼의 코가 그 독수리 수인족의 목을 붙잡았다.
“너희는 안 쫓고 뭐 했어?”
“케엑. 켁!”
또 말을 못 하게 목이 붙잡혔지만, 이번에는 옆의 동족이 대신 말해 줄 수 있었다.
“갑자기 블랙 드래곤이 나타나는 바람에…….”
“뭐 블랙 드래곤?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사실 저희는 마왕 아스트리아 님의 부하인데, 아르칸을 붙잡는 걸 도와주러 왔습니다. 그런데 아스트리아 님이 나서자마자 갑자기 블랙 드래곤이 나타나서 해치웠습니다.”
“아스트리아를 해치웠다고??”
아스트리아는 7성급 마력을 가진 마왕으로, 자신의 부하 중에서도 제법 잘 싸웠던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을 해치웠다면 블랙 드래곤이 틀림없었다.
“근데 어디서 나타난 거지?”
도통 짚이는 데가 없었다. 마룡 크세트카흐가 죽은 뒤로 블랙 드래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됐나? 그 블랙 드래곤이 아르칸은 내버려 뒀어?”
“네. 그냥 아스트리아 님만 해치운 뒤, 저기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독수리 수인족이 가리키는 곳은 방금 자신이 달려온 방향이었다.
“블랙 드래곤 같은 건 못 봤는데……. 끙.”
기억을 더듬던 제니칼은 머리가 쑤시는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신용사를 잡으러 갔다가 허탕 치고, 여기로 달려왔는데 또 허탕 쳤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영역에 블랙 드래곤이 나타났다니, 골치가 안 아플 수가 없었다.
그때 뒤늦게 도착한 부하들은 주변을 살펴보더니 어리둥절했다.
목표인 아르칸도 안 보일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아르칸을 잡겠다는 레오녹스도 안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 제니칼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다들 뭣들 하느냐. 블랙 드래곤을 찾지 않고!”
“네? 블랙 드래곤이요?”
뜬금없는 소리에 다들 의아했다.
“그래, 우리 영역에 블랙 드래곤이 나타났다고 한다.”
“그보다 아르칸은 어디로 갔습니까? 레오녹스 님은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내 말 못 들었어? 어서 블랙 드래곤이나 찾아오란 말이다. 어서!”
제니칼의 재촉에 놀란 부하들은 자세한 영문도 모른 채 일단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와중에 제니칼은 저 멀리 바리스탄 영역 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쯧, 그래도 자기 아들이라 소중하다 이건가.”
***
바리스탄 영역으로 무사히 돌아온 아르칸은 깜짝 놀랐다.
자신의 아버지이자 대마왕 바리스탄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원을 요청했지만, 아버지까지 나와 계셨을 줄이야.’
아르칸을 본 바리스탄이 씩 웃으며 말했다.
“아주 큰 소란을 피웠더구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죄송하기는. 저 제니칼을 골탕 먹이는 데 성공했으면 잘한 일이지.”
바리스탄은 아주 기뻐했다.
제니칼과 사이가 나쁜 만큼 아들의 행동이 뿌듯한 거였다.
“그래도 바쁘실 텐데 직접 도와주러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르칸이 기뻐하면서 말하자, 바리스탄이 난처한 얼굴이 됐다.
“음, 사실 원래라면 올 생각은 없었다. 나까지 나서면 일이 커질 테니까.”
“아, 그러면 혹시?”
“그래, 네 짐작대로 제니칼이 쫓아오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지.”
아르칸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제니칼이 쫓아올지도 모른다고 말하긴 했지만, 정말 쫓아온 모양이었다.
“그래서 원하는 건 다 얻었나?”
“네, 충분히 다 얻었습니다.”
제일 중요한 성장의 샘물을 얻고, 그걸로 목표로 했던 피용과 볼가를 성장시켰다.
덤으로 마정석을 얻고, 나미라도 강해졌을 뿐만 아니라, 오는 길에 제니칼 파벌의 마왕들도 넷이나 쓰러트리고 셋을 포획했다.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럼 됐다. 미안하지만 이만 가 봐야겠군. 네 말대로 바쁘거든.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아 다오.”
“그럴 리가요. 다음에는 제가 집으로 가겠습니다.”
“그래야지. 네 어미가 매일 기다리고 있단다.”
아르칸의 마음 씀씀이가 기특했는지 바리스탄이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어머니를 떠올린 아르칸이 입을 열었다.
“아버지.”
“응?”
“……아, 아닙니다.”
아르칸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지만, 주위에 보는 눈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싱거운 녀석.”
바리스탄은 피식 웃으며 아르칸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그대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더니 쑥스러운지 엄지로 코를 긁으며 말했다.
“고민거리가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 말하거라.”
“네.”
자신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에 아르칸은 마음이 한결 따듯해지는 걸 느꼈다.
하지만 아직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았다.
먼저 지원 나와 준 토피아스를 찾아가 인사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야 바리스탄 님의 명령으로 움직인 것뿐인데요, 뭘.”
“에이, 듣자 하니 제가 부탁드린 대로 신경 써서 병력을 움직이셨다던데요.”
“하하, 그 정도쯤이야. 참, 레오녹스까지 생포하셨다지요?”
“네, 저를 쫓느라 회군한 거였으니까요.”
“그 소리에 깜짝 놀라긴 했습니다. 어느새 대마왕 제니칼 영역에 가셨을 줄이야.”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이라는 말도 있다 보니……. 기분 나쁘셨습니까?”
“호오, 그렇습니까? 기분 나쁘지는 않았지만, 조금 난처했지요. 그러고 보니 전에도 난처하게 하셨었지요.”
아르칸은 아버지의 명령으로 버네르가의 드래곤 레어를 탐색하다가, 둥지 용아병들과 접촉했다. 그러고는 둥지 용아병과 함께 들어가 버렸었다.
바리스탄의 자식들을 수행하라고 명령받은 토피아스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골칫거리였을 게 분명했다.
‘이럴 때는 맨입으로 끝낼 게 아니지.’
아르칸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금화 상자를 하나 꺼냈다.
“그래서 약소하지만 이번에 도와주신 보답을 준비했습니다.”
“네? 보답이요?”
아르칸이 따로 뭔가를 챙겨 줄지 몰랐던 토피아스는 놀란 얼굴이었다.
심지어 금화 상자를 보니 한두 푼 수준이 아니었다.
실제로 30만 골드나 되긴 했다.
‘이래야지 다음에 일이 생겼을 때 또 팔 걷고 나서서 도와주지.’
토피아스의 실력은 정확히 모르지만, 아버지가 신임해서 중용한 주요 간부 중 하나.
나중에 분명 도움을 받을 일이 있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아르칸의 보답은 충분히 통했는지 토피아스가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 또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불러 주십시오. 바리스탄 님께서 허락은 내리셔야 하겠지만, 바로 날라 오겠습니다.”
아르칸은 지원 나온 다른 마왕들에게도 찾아가 인사와 함께 10만 골드씩 전달했다.
마왕들은 다들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여기까지 나온 비용은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을 뿐만 아니라, 마왕성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년 이상의 마왕성 운용 자금이 생긴 거였다.
기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아르칸이 직접 찾아와서 고마움을 표시하니 감격하기도 했다.
그렇게 정리를 마치고서야 아르칸은 겨우 마왕성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르칸은 먼저 거인의 섬으로 간 센시아부터 찾았다.
“센시아는? 아직 안 돌아왔나?”
“그렇다고 합니다. 연락을 취해 볼까요?”
“아니야. 무슨 일이 있으면 먼저 연락해 오겠지.”
오웬의 물음에 대답한 아르칸은 마침 어느덧 통제실 안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는 조심스레 입을 뗐다.
“오웬.”
“네?”
“내가 성장의 샘물에 들어갔다 나왔을 때 말이야.”
“……네.”
“마력이 늘진 않았지만, 내게 변화가 생겼다는 소리에 뭔가 짚이는 데가 있는 거 같던데. 아니야?”
오웬은 아르칸이 물어 올 거라 예상한 듯하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쉰 후에야 말문을 열었다.
“이건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비밀입니다.”
무슨 이야기이길래 그러는가 싶었는데, 오웬이 말한 내용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