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전투준비 (2)
아르칸이 파악한 대로 대마왕 제니칼은 아르칸 마왕성을 공격할 준비로 한창 바빴다.
대마왕 제니칼이 직접 아르칸 마왕성을 공격하겠다며 친정을 결정한 덕분이었다.
이는 아르칸이 수인족 마왕들을 연달아 포로로 삼은 뒤, 몸값으로 마정석을 요구하면서 신경을 긁은 탓도 있지만.
아르칸의 마왕성 랭킹이 너무 빠르게 오른 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안 그래도 골치 아픈 녀석인데, 내버려 뒀다가는 점점 건드리기 힘들 거다. 이 기회에 밟아 버려야 해.”
거기다 마침 용사도 신용사도 영역 내에서 안 보이는 참이었다.
문제는 대마왕 정도 되면 친정을 나가기 전에 준비해야 하는 게 한둘이 아니라는 거였다.
당장 제니칼이 움직이면, 다른 대마왕이 그 틈을 노리고 밀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르칸의 아버지인 대마왕 바리스탄 말고도 대마왕 본앰브로스까지 아르칸과 인연이 있다는 게 아닌가?
그게 아니라도 호시탐탐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노리고 있었다.
그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친정 나가기 전에 영역 경계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 마석와 골드, 병력까지 지원해 줬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후방의 마왕도 지원 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했다.
당연히 이 복잡하고 섬세한 조치들을 제니칼이 직접 할 리가 없었다.
제니칼 대마왕의 참모라고 불리는 뱀 수인족 아바로스가 머리 아프게 총괄하고 있었다.
‘츠츳. 이거 아무래도 답이 안 나오는데.’
객관적으로 봤을 때, 대마왕 제니칼은 4대마왕 중에서 가장 세력이 약했다.
‘괜히 마왕성 랭킹도 4위가 아니지.’
게다가 입지도 안 좋았다.
인간족과 붙어 있음에도 카퓨 산맥 덕분에 충돌이 드문 대마왕 바리스탄 영역과 달리.
북으로는 대마왕 본앰브로스를.
서로는 대마왕 바리스탄을 경계해야 했다.
무엇보다 남쪽 방면으로 인간족과 수시로 충돌 중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현재의 전선 유지도 아슬아슬한 상황, 원정을 나갈 여력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악마족 대마왕 키클로테스의 사신이 와서 바리스탄과 본앰브로스는 크게 걱정할 게 없다고 전해 온 거였다.
놀랍게도 정말 그 기점으로 두 대마왕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키클로테스가 직접 두 대마왕을 상대로 도발하고 있다고 했다.
‘어째서? 대마왕 키클로테스가 도와주는 거지?’
아르칸과 키클로테스의 악연을 알지 못하는 아바로스로서는 의아할 뿐이었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아바로스는 어떻게든 완성한 원정 계획을 들고 제니칼을 찾아갔다.
대마왕 제니칼은 원정에 데려갈 마족들을 데리고 회의 중이었다.
“이번에 아르칸을 꺾고 바리스탄에게 본때를 보여 주겠다! 나를 위해 선봉에 설 자가 있느냐.”
“제게 선두에 설 영광을 주십시오.”
“이 녀석보다 제가 더 낫습니다.”
“이런 걸 두고, 도토리 키 재기라고 하지요. 제가 적임자입니다.”
서로 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은 모두 레오녹스급 강자로, 마심장 6성급이나 됐다.
또 그들을 따른 상급 마족도 다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본인의 마왕성을 내팽개치고 이번 원정에 끼겠다고 나선 마왕들도 있었다.
“제니칼 님이 나설 것도 없이 저희 마왕군으로 다 쓸어버리겠습니다.”
“그냥 제게 맡겨 두시면 아르칸을 여기까지 끌고 와 무릎 꿇리겠습니다.”
이 마왕들이 자신 있게 말한 만도 한 게, 이들의 마왕성 랭킹은 무려 50위권.
아르칸의 랭킹이 연달아 올랐다고 해도 69위이니,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았다.
‘물론, 순위가 절대적인 강함을 가르는 건 아니지만.’
무엇보다 자기 마왕성에서 수성하는 걸 무너트리려면 그보다 훨씬 강한 전력이 필요했다.
물론 이들이 그런 어려움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어렵다고 피하기에는 그 열매가 너무 달콤하지.’
대마왕 제니칼의 친정일 뿐만 아니라.
그 상대인 아르칸은 한때 망나니 마왕이라 조롱받았지만, 대마왕 바리스탄의 자식.
최근에는 마왕성 랭킹의 급상승을 이뤄 내 마계에서 주목받는 마왕 중 하나였다.
이번 원정에 참여해 공을 세우면 제니칼이 주는 보상뿐 아니라, 마계에 이름을 날릴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된다.
한편 제니칼은 못마땅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부하들의 의욕 넘치는 모습에 뿌듯해했겠지만, 자신만만하던 레오녹스의 실패로 의구심이 커진 거였다.
그때 회의실로 들어와 조용히 있던 아바로스가 눈에 들어왔다.
“아바로스, 넌 방어 계획 세워야 한다면서? 다 끝났나?”
제니칼이 퉁명스레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친정을 결정하자마자 아르칸을 짓밟아 주려고 한 걸, 아바로스가 목숨을 걸어 가며 막았었다.
막무가내인 제니칼도 자신의 파벌이 이 정도로 성장하는 데는 아바로스의 공이 컸다는 걸 알기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네, 끝났습니다.”
“그럼 움직여도 되나? 선두는…….”
“제가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나서겠습니다.”
다시 모두 목소리를 높이는데, 아바로스가 말했다.
“안 됩니다.”
“……뭐가 안 돼? 설마 출정을 반대하는 건가?”
시끄러운 와중에도 아바로스가 무슨 말을 할지 귀를 기울이고 있던 제니칼이 곧바로 물었다.
“그게 아니라, 무턱대고 선봉을 내세워 봤자 레오녹스 때와 같은 경우가 될 뿐이라는 겁니다.”
틀린 말이 아니기에 다들 조용해졌다.
레오녹스도 제니칼의 심복이자 파벌 간부로 촉망받을 만큼 강했지만, 아르칸 마왕성을 정벌하기는커녕 마왕성에 도달하지도 못했다.
바리스탄이 보낸 지원군과 바리스탄 영역 내 마왕들의 방해 때문이었다.
그만큼 다른 파벌을 대대적으로 쳐들어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레오녹스 그 허술한 자식 대신 내가 뒤를 받쳐 줄 테니까.”
“물론, 제니칼 님이 나서시면 다들 어쩌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시간도 걸리고 피해도 크겠죠.”
“큭, 그러면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거냐?”
“여기 있습니다.”
아바로스가 가지고 온 서류를 내밀자, 제니칼이 기다란 코로 냉큼 받아서 읽었다.
그걸 읽은 제니칼의 눈빛이 반짝였다.
“호오, 재밌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대로 한다. 준비하도록.”
“츠츳,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제니칼의 지시에 아바로스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한편 주위의 부하들은 아바로스가 무슨 제안을 한 것인지 궁금해 죽겠다는 눈으로 아바로스를 쳐다봤다.
***
대마왕 제니칼과 싸우기로 결정한 아르칸은 곧바로 준비에 나섰다.
아쉬운 건 아버지 바리스탄에게 지원을 요청했더니 토피아스가 직접 찾아와 아무래도 도와주기 힘들겠다고 말한 거였다.
“죄송합니다. 키클로테스가 직접 밀고 오는 바람에 바리스탄 님이 총동원령을 내렸습니다. 도저히 병력을 뺄 수는 없겠네요.”
“괜찮습니다. 그보다 제가 도와줄 일은 없나요? 아무래도 저 때문인 거 같은데.”
“그런 말씀 마십시오. 안 그래도 키클로테스는 수시로 시비를 걸어왔으니까요. 특히 이번에 왕비님인 아네스 님을 모욕했다는 이야기에 대마왕성의 모두가 분노했습니다. 오히려 대마왕에게 한 방 먹인 아르칸 님이 잘하셨다고 칭찬이 자자합니다.”
“음, 그래요?”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도와주러 올 테니 힘내십시오. 이건 바리스탄 님께서 보내신 지원 물품입니다.”
토피아스가 그러면서 가지고 온 상자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마석이 잔뜩 들어 있었다.
병력 지원을 못 해 주는 만큼 마석이라도 챙겨 준 모양이었다.
“잘 쓰겠습니다.”
아르칸은 감사히 받으면서 토피아스를 배웅했다.
그러고는 오웬에게 엘프들의 대표를 통제실로 부르라고 일렀다.
세계수를 심기 위해서였다.
***
엘프들은 아르칸 마왕성에서의 삶에 만족했다.
아르칸이 엘프들을 위해 넓은 공간을 마련해 주고, 오웬은 필요한 물품을 말하기만 하면 금방 지원해 주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마왕성의 다른 이들도 엘프들에게 우호적이고, 드나드는 오크들마저도 데면데면할 뿐 적대적이진 않았다.
다만,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안 그래도 마계는 정령도 피할 만큼 마기로 가득 찼는데, 마왕성 내부는 더욱 심했다.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 피부가 건조해지고, 목이 따가웠다.
그 때문에 불평하진 않았지만, 모두 마왕성에 세계수가 언제 심어지나 하고 고대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아르칸이 세계수를 심겠다고 부른 거였다.
모든 엘프가 세계수를 심겠다고 나섰다.
마왕성에 심는다고 해도, 세계수의 씨앗을 싹틔우는 건 엘프에게 영광스러운 일.
그러나 통제실은 2백 명의 엘프가 들어갈 정도로 넓지 않았다.
아무리 엘프들이 아르칸 님을 따른다고 해도 경비병들로서는 엘프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걸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엘프들은 언제 와?”
먼저 통제실에 와서 기다리고 있던 아르칸은 한참 지나서도 엘프들이 도통 움직이지 않자 오웬에게 물었다.
오웬이 가 봤더니 누가 갈지 정하질 못하고 있었다.
“세계수를 싹틔우는 데, 몇 명이나 필요합니까? 듣기로는 한두 명이면 된다던데.”
“세 명까지는 있으면 좋아요.”
미네의 말에 오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빨리 세 명을 정하십시오. 아르칸 님이 많이 기다리십니다.”
“헉, 많이 기다리셨다고요?”
“네, 언제 내려오냐고 물으시길래 제가 데리러 온 겁니다.”
“이런, 정말 오래 기다리셨나 봐.”
“얼마 안 됐다고 생각했는데. 어쩌지.”
엘프는 수백 년을 살다 보니 매사 느긋했다.
형제자매가 온다고 해도 언제 오늘인지 시간을 따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아르칸 님이 기다릴 거라고는 생각 못 한 거였다
“이거 많이 화나셨겠는데.”
한 엘프의 말에 다들 겁을 집어먹고 움츠렸다.
정작 오웬은 생각보다 심각한 분위기에 당황했다.
예전 한창 망나니짓을 할 때라면 늦지 않았을 때도 트집 잡아서 혼내려고 했을지도 모르지만, 현재는 사람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니, 그렇게 걱정할 정도로 화나신 건…….”
오웬이 어떻게 해명하려고 할 때, 미네가 나섰다.
“제가 가서 사과드릴게요.”
“저, 저희도 갈게요.”
리브와 리트까지 나서자 엘프들은 안도했다.
저 세 사람은 아르칸과 인연이 있는 만큼, 크게 화를 내지 않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어쨌든 해명하려던 오웬은 세계수 당번(?)이 순식간에 정해진 걸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오웬은 엘프 셋을 통제실로 데려갔다.
“아르칸 님, 사과드립니다.”
“많이 기다리셨다면서요.”
“정말 죄송해요.”
세 엘프의 목소리가 떨리는 걸 감지한 아르칸이 오웬을 슬쩍 봤다.
“얘들 왜 이래?”
“적당히 받아 주시죠. 그래야 앞으로 좀 더 빠릿빠릿할 거 같으니까요.”
“그래? 알았어.”
고개를 끄덕인 아르칸이 엘프들에게 말했다.
“괜찮으니까. 앞으로 신경 좀 써 줘. 내 시간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아! 그렇죠. 저희가 큰 잘못을 했습니다.”
“안 그래도 짧은 아르칸 님의 시간을 헛되이 하다니…….”
“더욱 죄스럽네요. 저희를 위해서라도 꼭 오래 사셔야 해요.”
오히려 엘프들은 더욱 미안해할 뿐만 아니라, 안쓰러워하기까지 했다.
‘그리 길지 않다고 했지, 짧지는 않은데.’
마인족의 수명은 인간족의 두 배라고 알려진 데다, 마심장의 등급이 높을수록 더욱 길어진다고 했다.
‘더 따질 일은 아니지.’
아르칸은 해명하는 대신 화제를 돌렸다.
“어쨌든 왔으니 세계수의 씨앗이나 심자.”
“그런데 어디에 심는 건가요?”
“여기 마정석에. 일반적인 세계수와 달리 마왕성과 연계되어서 계층의 크기만큼만 커진다고 해.”
“아, 네. 괜찮습니다. 어차피 1계층 높이까지 자라려면 한참 걸릴 테니까요.”
미네의 말대로 아르칸이 봤던 세계수도 3계층 정도의 높이에 불과하긴 했다.
불타고 있어서 정확히 모르지만.
‘그렇게 기다릴 생각은 없지만.’
아르칸은 그러면서 세계수의 씨앗을 꺼내서 마정석 위에 올려놓았다.
마정석은 처음에는 마석인 줄 알았던지 세계수의 씨앗을 흡수하려고 하다가, 금방 튕겨 냈다.
“역시 그냥은 안 되나. 도와줘.”
아르칸의 말에 미네와 리브, 리트 자매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세계수의 씨앗이 반응하면서 생명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마정석은 그 생명력을 차마 거부할 수 없었는지 세계수의 씨앗을 흡수했다.
그러자 마정석이 점멸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귀여운 새싹이 뿅 하고 나타났다.
그걸 보며 아르칸이 소리쳤다.
“앗, 나왔다!”
“세계수의 새싹은 처음 봐요.”
“다시는 세계수를 못 볼 줄 알았는데 감격이에요.”
“새싹에 불과하지만 저희가 세계수가 되도록 잘 돌볼게요.”
엘프들은 뛸 듯이 기뻐하며 아르칸에게 말했다.
“세계수가 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은 없어.”
아르칸은 그렇게 말하면서 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내, 새싹 위에 뿌렸다.
그러자 새싹이 부르르 떨더니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커지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 미네가 물었다.
“대체 뭘 뿌리신 건가요?”
“어, 성장의 샘물.”
아르칸이 대답하는 순간, 세계수는 이제 나무가 되어 더욱 힘차게 뻗어 나갔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