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전투준비 (3)
계속해서 커지던 세계수는 어느덧 천장에 닿았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천장을 뚫고 계속해서 자랐다.
그걸 보고 미네가 걱정했다.
“앗, 저거 위험한 거 아닌가요?”
“괜찮아. 위에 걸리는 게 없도록 조정해 뒀거든.”
“아, 그렇군요.”
“역시 아르칸 님이야.”
“생각이 참 깊으세요.”
미네가 납득하는데, 리브와 리트 자매가 감탄했다.
그러는 사이 세계수의 성장이 멈췄다.
마정석은 세계수의 가운데 토막에 쏙 들어간 모양이 됐다.
마정석으로 현재 마왕성의 상태를 보니 정말 5계층부터 1계층까지 쭉 자라 있었다.
궁금한 건 이후 계층을 확장했을 때도, 세계수가 자라느냐 하는 거였다.
한편 마정석을 본 엘프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이제 전부 끝까지 자란 건가요? 대단합니다!”
“마을에 있던 세계수보다 훨씬 커졌는데요?”
“벌써 정령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어요.”
그 말처럼 아르칸에게도 정령들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난데없이 중상급 정령들이 나타났다.
“아르칸 님, 정말 멋집니다.”
“이런 큰 세계수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군.”
“호오,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겠는데?”
바람의 중급 정령인 제피로스에 이어,
불의 상급 정령 이그니스.
물의 상급 정령 나이어드까지 모두 나온 거였다.
“어, 너희 둘은 왜 나와 있어?”
이그니스와 나이어드에게 하는 소리였다.
제피로스는 아르칸과 계약했지만, 상급 정령 둘은 정령의 반지에 갇혀 있는 상황.
“나오는 데 제한은 없다. 힘이 조금씩 빠져서 가능한 한 안 나오지만.”
“그렇지. 그래도 지금은 세계수가 있으니 여기서라면 괜찮아.”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아르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이 녀석들에게도 볼일이 있었는데, 마침 잘됐네.’
그때 미네와 리브, 리트 자매가 말했다.
“아르칸 님, 세계수를 보러 가도 될까요?”
“되지. 층층별로 나뉘어 있으니까. 확인 후 나눠서 잘 돌봐 줘.”
“맡겨 주십시오.”
이렇게 말한 엘프들이 통제실을 나갔다.
“저도 자세히 둘러보고 싶네요.”
“어디 한번 보러 가 볼까?”
“오랜만에 세계수를 느껴 보겠네.”
정령들도 그 뒤를 따라 나갔다.
제피로스가 나간 뒤, 상급 정령들이 나가려는데 아르칸이 불러 세웠다.
“잠깐만, 할 이야기가 있어.”
이그니스와 나이어드는 움찔하며 멈췄다.
아르칸이 자신들이 봉인된 정령의 반지를 낀 손을 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뭔가 시킬 일이라도 있나?”
“그래, 무슨 일이야?”
두 정령이 똑바로 서서 물었다.
반지의 주인으로서 명령할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정작 아르칸은 명령은커녕 둘이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말을 꺼냈다.
“너희, 반지에서 해방되고 싶지 않아?”
***
상급 정령은 그 자체로 강력하다.
어지간한 엘프들도 다루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그니스와 나이어드는 정령의 반지에 계약으로 붙잡혀 있는 상황.
그 때문에 정령의 반지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마음대로 소환해, 어떤 명령이든 내릴 수 있어 편했다.
다만, 단점도 있었다.
그건 정령의 힘이 봉인됐을 때 기준으로 더 강해지지 않는다는 것.
힘을 쓰고 난 뒤의 회복도 느렸다.
반면에 정령의 반지에서 해방되어 자유의 몸이 된다?
마왕성의 커다란 세계수에서 내뿜는 생명력에 영향을 받아 점점 강해질 수 있었다
거기다가 정령 친화력이 높은 아르칸과 계약하면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대마왕 제니칼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힘을 끌어낼 필요가 있기에 아르칸이 제안한 거였다.
“음, 해방이라. 좋긴 하다만…….”
“안에 있는 것도 답답했으니 찬성이야. 근데 문제가 있는데?”
이그니스와 나이어드가 우려를 표했다.
아르칸은 그 우려가 뭔지 잘 알았다.
“정령의 반지를 못 깰까 봐 그러지?”
“아무래도 엘프의 정수가 깃든 반지니까.”
“블랙 드랙곤이 깬 보호막보다 강력할걸.”
“그건 나한테 맡겨 둬. 어쨌든 반지에서 해방되고 싶긴 한 거지?”
“그렇다.”
“물론이야.”
두 상급 정령의 대답을 들은 아르칸은 그대로 공방 구역에서 지내고 있는 브롬을 찾아갔다.
***
브롬을 본 아르칸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
“잘 지내고 있다고 들었는데,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잘 지내고 있긴 해, 마음도 편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르칸은 오웬에게 마력을 연구하는 길리암은 물론, 브롬에게도 원하는 건 전부 지원해 주라고 했다.
그 덕분에 희귀한 광석은 물론, 마석까지도 마음껏 쓸 수 있었고, 길리암과의 교류로 덕분에 인공장기 연구도 한 차원 더 높은 진전을 이뤘다고 했다.
“무엇보다 술 마시는 꼴을 안 보니까 속이 시원할 수가 없네.”
‘그건 나 때문이긴 한데…….’
이제 오웬은 아르칸이 망나니짓을 청산하고 갱생했다는 걸 믿는다.
그렇긴 해도 언제 또 유혹에 빠질지 모른다고 경계를 멈추지 않았다.
가능한 한 술을 아르칸 앞에 안 보이게 막았다.
물론, 마왕성 내에서 절대 금주하라고 하진 않았고, 술을 마시더라도 정해진 곳에서만 마시도록 했다.
“그런데 표정이 안 좋은 건, 드워프 왕국의 일이 걱정되어서겠네.”
“그래, 인공장기 배양도 끝난 지 좀 됐으니 슬슬 돌아가 봐야지.”
씁쓸한 어투로 중얼거린 브롬은 슬쩍 길리암의 눈치를 봤다.
아르칸이 길리암을 보니, 길리암은 삐친 듯 팔짱을 낀 채 이쪽을 향해 등을 돌리고 있었다.
“너는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길리암은 부정했지만, 아르칸은 왜 그런지 눈치챘다.
“브롬과 헤어지려니 아쉬워서 그래?”
“아니라니까요!”
길리암은 재차 부정했지만, 브롬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난처한 얼굴을 했다.
“평생 못 만나는 것도 아닌데, 드워프 왕국에도 놀러 와도 될 테고. 자랑스레 보여 줄 만한 꼬락서니는 아니긴 하다만…….”
“흥.”
콧방귀를 뀌는 길리암에게 아르칸이 넌지시 말했다.
“잠깐 떨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아? 그사이 열심히 연구해서 성과를 내면 브롬이 깜짝 놀랄 거 같은데.”
“호오, 일리가 있네요.”
길리암은 납득한 듯 눈빛이 달라졌다. 의욕이 생긴 거였다.
“그럼 바로 연구해야 하니까, 돌아가든 말든 알아서 해.”
“무슨 작별 인사를 그렇게 해?”
“내 맘이야.”
“훗. 어쨌든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겠네!”
자신의 연구소로 돌아가는 길리암을 향해, 브롬이 외쳤다.
그러자 길리암은 차마 돌아보지 못하고 살짝 손만 흔들어 작별을 고했다.
“그럼 이제 돌아가야겠지. 나를 드워프 왕국으로 데려다주려고 온 건가?”
“그럼. 나도 볼일이 있고 말이야.”
“볼일?”
“가면 알아. 준비 끝나면 말해. 바로 출발하게.”
“준비는 진작에 마쳤으니 언제든지 출발하면 된다. 근데, 오웬 님께 먼저 상의해야 하지 않나?”
“말해 뒀어. 어차피 금방 다녀올 거기도 하고.”
“금방?”
브롬은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서 드워프 왕국까지 왕복하는 데 빨라야 열흘은 걸리지 않나 싶었기 때문이다.
***
하루 만에 드워프 왕국에 도착한 걸 본 브롬은 혀를 내둘렀다.
“이렇게 빨리 이동하다니, 순간 이동 마법이라도 쓴 건가?”
“그런 마법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이건 피용과 제피로스가 고생한 결과지.”
드래곤의 고속 비행에, 바람의 정령이 거들기까지 하니 더욱 속도가 단축된 거였다.
이 정도면 순간 이동 마법이 안 부러울 정도였다.
브롬의 연구실로 가니, 마침 도린이 있었다.
도린은 브롬과 아르칸을 보며 진심으로 반겼다.
“아르칸 님, 안 그래도 언제 또 뵙나 했는데 마침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그래, 만나서 반가워.”
“브롬, 자네는 드디어 왔군. 너무 소식이 없어 마왕성에 눌러앉은 줄 알았네.”
“그러고 싶었는데, 여기에 할 일이 남아 있어서 말이지.”
브롬의 말에 도린이 씁쓸한 얼굴이 됐다.
남은 할 일이란 바로 술병에 빠진 드워프들을 치료하고, 장기를 교체하는 시술을 이야기하는 거였기 때문이다.
아르칸은 본격적으로 우울한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화제를 돌렸다.
“근데 그동안 브롬이 자리를 비운 건 어떻게 됐어? 여기가 무사한 걸 보니 잘 무마한 거 같은데.”
“제가 부탁한 일을 하러 갔다고 했습니다. 인간족 왕국 쪽으로 안 내려간다고 했더니 별말 없었습니다.”
“다행이네.”
“내가 없는 사이, 드워프 왕국에 별일은 없었나?”
“드워프 왕국에는 별일 없었는데, 용사님이 바뀐 것 때문에 다들 떠들썩해.”
그 소리에 아르칸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드워프 왕국에까지 그 소식이 퍼졌다는 건, 용사 교체가 공식화됐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정작 영문을 모르는 브롬이 물었다.
“용사님이 바뀌었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전에 봤던 용사님은 직위 해제되고, 신용사 님이 새로운 용사로서 활동한다고 하더라고. 셀레스티온 왕국과 셀레니아 신전에서 대대적으로 발표했어.”
“허, 신용사라는 걸 들어 보긴 했다만. 정말 용사가 교체되다니…….”
“그 때문에 왕실에서는 난리가 났지. 얼마 전까지 용사님을 극진히 대접했었잖아. 아르칸이 돌아가고도 며칠 동안 붙잡고 있을 정도였다고.”
“그 정도였어? 용사가 고생이 많았네.”
“기껏 용사와 친분을 쌓았는데, 용사가 바뀌었으니 어떻게 해야 하나 연일 논의 중이야. 신용사 님을 초청한다거나 드워프를 보내서 동료로 받아 달라고 부탁하자는 말도 나오고 있어.”
“그래도 자네에게는 기회지 않나? 자네가 만들고 있다는 오리할콘 무기를 신용사에게 주면 될 거 같은데.”
브롬의 말에 도린이 뒤통수를 긁었다.
“그래야 하겠지만, 왠지 내키지 않네. 비록 용사님이 바뀌었다고 해도 내게 용사님은 그 용사님뿐인 거 같다고 할까.”
“그런가? 자네 뜻대로 하게. 어차피 왕실에도 만드는 건 비밀로 했지?”
“어, 근데 어떻게 전해 드리지? 아직 다 만들지는 않았지만.”
그때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아르칸이 끼어들었다.
“사실 그것 때문에 내가 온 거야. 혹시라도 도린이 오리할콘 무기를 용사에게 줄 마음이 있으면 내가 전해 주려고.”
용사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여신의 가호와 성검을 잃은 용사의 전투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성검 같은 무기라도 있으면 대마왕을 일대일로 싸워 이길 수는 없더라도, 대마왕 제니칼을 상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엘프를 구해 줬으니 마왕성 지키라고 불러도 오겠지. 온 김에 정령의 반지도 깨서 상급 정령들도 해방시키고.’
물론, 도린이 거부하면 강제로 뺏을 생각은 없었다.
길리암에게 맡겨 둔 오리할콘이 있으니까. 임시로 그거라도 쓸 생각이었다.
“아, 용사님께 전해 주시면 고맙죠.”
도린의 대답에 브롬이 물었다.
“근데 무기는 어떤 무기를 만들고 있나?”
그 말에 도린이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검…….”
“성검이 있는데?”
“그래, 나도 알아. 그래도 왠지 검으로 만들고 싶더라고. 그래서 용사님이 성검을 반납했다는 소식에 이 검의 주인은 용사님이다, 나는 용사님을 위해 이 검을 만들었구나 싶었다니까.”
기막힌 우연이긴 했다.
“잘됐네. 용사도 기뻐할 거야. 바로 불러야겠네.”
아르칸이 그렇게 말하며 세계수의 쌍잎을 꺼내자 도린도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얼른 완성해야겠네요.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 아직 만드는 중이랬지.”
그렇게 말한 아르칸의 머릿속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무기 마무리하는 거 마왕성에서 하지 않을래?”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