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아르칸 vs 대마왕 제니칼 (6)
“흥, 왜 그러는지 알겠군.”
아바로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르칸이 자신의 충성심을 흔들려는 걸 간파한 거였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제니칼 님은 나를 꺼낸다고 마정석을 안 내주실 거다. 욕심이 많은 분이시니까.”
뜻밖의 말에 아르칸은 놀랐다.
하긴, 나름대로 머리를 굴린다는 아바로스가 제니칼의 성정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도 섭섭하지 않나?”
“섭섭하기는 무슨, 욕심을 보고 주군으로 모신 거다.”
“욕심이라……. 그렇다면 내 욕심을 보면 충성을 맹세할 수 있겠네.”
“욕심? 기껏해야 다른 형제들의 제치고, 대마왕 바리스탄의 자리를 물려받는 게 전부 아닌가?”
“그 이상이라면?”
아르칸의 말에 잠깐 생각하던 아바로스의 눈빛이 돌변했다.
“……설마?”
“그래, 그 설마야.”
대마왕 이상이라고 하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바로 마신.
감히 어떤 마왕도 마신을 노린다고 말하지 않는다. 심지어 대마왕도 마찬가지.
그런데 아르칸이 마신을 노린다고 한 거였다.
아바로스로서는 아르칸을 다시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바로스는 태도를 돌변해 공손하게 물었다.
“흠, 진심인지 곁에서 지켜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다.”
아르칸은 아바로스의 물음에 기꺼워하며 대꾸했다.
괜찮다고 여긴 인재를 얻게 된 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빼먹으면 안 되는 게 하나 있었다.
“몸값으로 내놓는다는 마정석은 줘야 해.”
“……알겠습니다. 과연 욕심이 대단하시군요.”
아바로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한편 그 광경을 지켜보던 용사가 혀를 내둘렀다.
“순식간에 부하로 만들다니 수완이 장난 아니군.”
“수완이라니, 매력이 높다고 해 줄래?”
아르칸은 웃으며 대꾸하고는 아바로스를 감정해 봤다.
이제는 호감도가 100이 되면 게티아가 알려 줘서 일일이 측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호감도가 88?’
말 몇 마디 한 것치고는 꽤 높은 숫자.
아무래도 야망 있는 주군을 모시고 싶다는 말은 진심인 듯했다.
그 이후 아바로스는 아르칸과 함께 다시 1계층으로 올라가서 전투가 어떻게 됐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제니칼이 패퇴했다는 건 이미 들었지만, 제니칼의 공격을 막아 낸 뒤, 상아를 부숴 치명상을 입히고 궁지에 몰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다.
‘약점을 알고 있었나? 괜히 자신 있게 맞서 싸우려던 게 아니군.’
그 이후 제니칼의 부하들이 모조리 도망쳤다는 말에는 창피해했다.
아무리 그래도 제니칼을 지키기 위해 하나도 나서지 않았다는 게 부하로서 너무 부끄러웠던 거였다.
하지만 그 부끄러움도 이어진 소식에는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었다.
도망친 제니칼이 곧바로 대마왕성을 움직여 돌아가 버렸다는 소식이었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마정석을 안 쓸 거라고는 알았지만, 부하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없이 내빼는 건 예상 밖이었다.
‘이럴 수가…….’
아무리 아바로스라도 그 소식에는 정말 큰 충격을 받은 듯 얼빠진 얼굴이 됐다.
***
오웬은 도망치는 제니칼의 부하들은 내버려 두고 전투 정리에 애썼다.
역대급으로 치열한 전투에 마왕성이 엉망인 데다, 죽거나 다친 이도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르칸 마왕군 중에서 제일 큰 피해는 아이러니하게도 원래 제니칼 파벌에 있던 수인족들이었다.
특히 간부급이었던 레오녹스가 죽었다는 소식에는 아르칸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레오녹스가 죽었다고? 그 성격에 몸을 사리면 사렸지, 죽었을 리가 없는데.”
“듣기로는 트릭시가 자기가 죽더라도 레오녹스는 죽여 버린다고 악을 쓰고 달려들었다고 하더군요.”
“아.”
아르칸은 어떻게 된 영문이 조금은 짐작이 갔다.
트릭시는 아르칸 마왕성에 선전포고 하러 온, 대마왕 제니칼의 간부.
레오녹스가 제니칼을 욕하는 걸 보고 아주 분노했었는데, 정말로 못 참을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었던 모양이었다.
그 때문에 제니칼이 위기에 처하기도 전에 사망해 버려 도와줄 수가 없었다.
그 밖에 곰 수인족 마왕 아크테아가 사망하고, 침팬지 수인족 마왕 란카리가 중상을 입어 여우 수인족 아루나가 간호 중이라고 했다.
비교적 후방 지원형이었던 수인족 마왕 삼인방 나미라, 베리나, 아그나르는 다친 데가 없다고 했다.
‘걔들은 그럴 거 같았지.’
거기다 오크 로드 나크룸과 마왕 솔릭이 크게 다쳤다는 게 아닌가.
이렇게 보니 대마왕 제니칼과 싸우던 쪽이 도리어 피해가 적었다.
“나크룸과 솔릭부터 해서 중상자들에게는 회복 포션 아끼지 말고 쓰고, 나머지도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신경 써 줘. 치료가 끝나면 다들 포상금과 위로금 나올 거라고 하고.”
아르칸의 말에 주변에서 듣던 다른 부하들의 표정도 환해졌다.
하지만 오웬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아르칸 님, 그렇게 하면 돈이 너무 들 텐데요.”
오웬도 이런 소리를 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마왕성의 운영을 책임지는 집사이다 보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돈 걱정은 안 해도 돼. 전에도 말했지만 나올 구석이 있으니까.”
“음, 알겠습니다.”
아르칸을 믿는 오웬은 순순히 넘어갔다.
확실히 전투하는 데 오웬이 걱정할 정도로 돈이 많이 들어가긴 했다.
‘그래도 그만큼 큰 이득을 얻었으니까.’
수인족들 대부분이 특별한 장비는 갖고 있지 않기에 큰돈이 안 되는 건 아쉬웠지만, 당장 시체들만 흡수시켜도 제법 마력을 모을 수 있었다.
그래도 6계층으로 늘리는 건 제니칼의 시체 정도는 흡수해야 가능하겠지만.
대신 제니칼의 상아는 얻었다.
9성급인 대마왕의 마력에서 나온 상아는, 드래곤의 이빨처럼 용아병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좌우 단 두 개의 어금니로 마력이 모인 탓에 드래곤의 이빨보다 함유된 마력이 월등히 많았다.
덕분에 3성급인 용아병과 달리, 이 상아로 만들면 5성급이나 됐다.
‘일단은 들고 있자.’
당장 만들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마왕성이 어수선했다.
그때 마도서 게티아가 툭툭 건드렸다.
“크릉. 크릉.”
“왜?”
게티아가 자신의 몸을 펼쳐서 보여 주는데, 거기에 호감도가 100이 됐다고 쓰여 있는 게 아닌가?
“오, 누구야?”
“크릉.”
게티아가 가름끈으로 가리키는 건 엘프 쪽이었다.
‘엘프? 리브나 리트가 드디어 호감도 100이 됐나?’
둘 다 99였으니 언제 100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사이 재차 페이지를 넘겼는데, 거기에는 호감도 100의 주인공 이름이 적혀 있었다.
“어?”
그걸 본 아르칸의 눈이 커졌다.
거기에는 리브와 리트 말고도 미네의 이름까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무려 세 명이나 한 번에 호감도 100을 달성한 거였다.
‘근데 왜 갑자기 호감도가 100이 된 거지?’
한참 동안 싸웠을 뿐인데, 무슨 영문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이유보다는 신하로 삼을 수 있게 된 게 더 중요하지만.’
제니칼의 상아로 용아병 만드는 걸 미뤄 뒀던 것과 달리, 아르칸은 곧바로 세 엘프를 신하로 삼았다.
[리브가 새로운 신하로 임명됐습니다.] [리트가 새로운 신하로 임명됐습니다.] [미네가 새로운 신하로 임명됐습니다.]그러고 나자 그토록 고대하던 메시지가 떴다.
[권능 레벨이 5가 되었습니다.]“드디어!”
권능 레벨이 오를 때, 가장 기대되는 건 새로 얻는 권능 스킬이었다.
[권능 스킬, 군주의 정복이 해금되었습니다.]‘군주의 정복?’
[군주의 정복] [군주가 왕, 마왕, 족장 등이나 마왕성 등을 정복했을 시 대상으로부터 일정한 마력을 흡수합니다.]“오, 좋은데?”
아르칸의 성장을 가속해 주는 스킬임이 틀림없었다.
‘이 정도쯤 되면 다른 마왕도 쓰러트릴 수 있다고 여기고 준 건가 보네.’
아르칸은 군주의 정복 스킬 때문이라도 새삼 이번에 제니칼을 해치우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아르칸 마왕성의 정리가 끝나자마자 아르칸은 승리를 자축하는 축제를 열었다.
어느 마왕성보다 다양한 종족이 모여 있는 곳인 만큼 화합을 할 자리가 필요하다고 여긴 거였다.
오웬도 이날만큼은 평소 엄격하게 관리했던 음주 장소 제한을 폐지하고 자유롭게 술과 음식을 즐기게 했다.
대신 아르칸은 적당히 인사와 격려만 하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과자를 먹으며 연회를 지켜봤다.
그러고 있으니 오웬이 다가왔다.
“안 어울리십니까?”
“그러면 오웬도 내가 술 마실까 봐 못 즐기잖아.”
“아닙니다. 이제 아르칸 님을 믿고 있습니다.”
“그래도 별로 생각은 없어. 그보다 이 엘프들이 만든 과자가 맛있던데, 한번 먹어 볼래?”
“그러지요.”
오웬은 아르칸이 권하는 과자를 조금 베어 물더니 말했다.
“아주 심심한 맛이군요.”
“그래, 담백하지? 왠지 내 입맛에 딱 맞더군.”
“그렇습니까? 그보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설마 대마왕 제니칼을 쓰러트릴 줄은 몰랐습니다.”
“나 혼자 한 것도 아닌데. 오웬도 고생했잖아.”
“아르칸 님이 갑자기 앞으로 나오셨을 때는 정말 걱정했습니다. 다음에는 미리 알려 주십시오.”
“그럴게. 이번에는 운이 좋았지. 만약 제니칼이 방심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걸고 덤볐으면 못 이겼을 거야.”
“운이 아니고 제니칼이 그럴 걸 고려하신 거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만.”
아르칸의 대답에 오웬이 미소를 지었다.
“아마 이번 일이 퍼지면 마계가 떠들썩해질 겁니다. 아무리 전력을 다했다고 하지 않더라도, 대마왕을 쓰러트린 거니까요. 그것도 이제 중위권 랭킹인 마왕이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렇게 되면 다들 아르칸을 한층 경계할 게 분명했다.
그건 아르칸이 바라던 바였다.
마왕성을 공격받는 건 그리 실속 있는 편이 아니었다.
이번에야 제니칼의 상아를 얻었긴 했지만, 대체로 얻는 건 적이 가진 장비와 시체뿐이니까.
적의 마왕성을 공략해 마정석을 얻는 게 몇 배는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다만, 방어하는 측보다 훨씬 강해야겠지만.’
아르칸은 모두가 자신을 경계한다고 쉽사리 움직이지 못할 때, 다른 마왕성을 공격할 작정이었다.
‘마침 딱 어울리는 스킬도 얻었고 말이지. 그러기 위해서는 마왕성 방비에도 신경 써야겠지만…….’
내심 좋아하던 아르칸은 문득 허전함을 느끼고는 오웬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센시아는 아직도 소식이 없어?”
그 말에 오웬의 표정이 굳었다.
“네. 잘 지내는지 확인이라도 해 보려고 했는데 전혀 답신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 할 거 같습니다.”
“그래? 말 나온 김에 내가 한번 가 볼게.”
아르칸의 말에 오웬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실 줄 알고 말을 안 하려고 했습니다만……. 지금이라면 금방 다녀오시겠죠.”
“너무 그러지 마. 가는 길에 대마왕성에도 들러 어머니께 인사드릴까 했으니까.”
“아,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아네스 님도 정말 기뻐하실 겁니다.”
환한 오웬의 표정을 보니 아르칸은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나저나 센시아, 무사하겠지?’
게티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목숨은 붙어 있는 건 분명했지만, 아무래도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며칠 뒤.
“들었어? 그 망나니 마왕이 드디어 사고를 쳤다는군.”
“또 술 마시고 누굴 때렸나? 사람이 좀 바뀌었다 들었는데 제 버릇 남 못 준다니까.”
“그게 아니라, 그 끔찍한 코끼리 수인족 대마왕 제니칼을 쓰러트렸다고.”
“엥? 그게 가능한 일인가? 대마왕이 그런 망나니한테 쓰러졌다고?”
“언제 적 이야기야? 지금은 마왕성 순위에 올라 두 형을 제치고, 중위권에 이를 정도라니까.”
“그래도 제니칼은 4위 아닌가. 그게 아니라도 그토록 강력한데, 아르칸에게 쓰러졌다고? 혹시 바리스탄이 도와준 건 아니고?”
“아니라니까. 바리스탄 님은 대마왕 키클로테스와 상대 중이었다니, 온전히 아르칸이 혼자 쓰러트린 거지.”
“우와, 그럼 대마왕 정도로 강한 거야? 망나니 마왕에서 유망주라……. 사람 일이라는 건 정말 모르는 일이구먼.”
이런 대화가 마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오웬이 말한 대로 망나니 마왕 아르칸이 대마왕 제니칼을 쓰러트렸다는 소식은 마계 전역을 떠들썩하게 하는 중이었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