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3
13화 고블린의 침공 (2)
전투가 끝난 뒤에도 아르칸 마왕성은 분주했다.
부상병을 돌보고 고블린 사체를 최대한 내부로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그사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트릴이 허겁지겁 돌아왔다.
“대규모 고블린 무리가 이쪽으로 접근 중입니다. 3백 마리는 되어 보입니다.”
금방 쳐들어온 고블린의 대여섯 배는 되는 숫자.
오웬과 센시아는 깜짝 놀랐다가 이내 아르칸을 쳐다봤다.
아르칸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마법 쓴 거 아니야. 게티아도 지금 오웬이 가지고 있잖아.”
“그게 아니라, 아까 하신 말씀대로 몬스터들이 많이 쳐들어올지도 모른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맞아, 대체 어떻게 예상하신 겁니까?”
“그야 고블린을 조금씩 유인해서 해치우는 걸 반복하면 차라리 한 번에 공격하자고 할 게 분명하잖아. 이렇게 빨리 올지는 몰랐지만.”
아르칸은 그렇게 대꾸하면서도 덧붙이고 싶은 말은 속으로 삼켰다.
‘그리고, 그 3백이 다가 아니겠지.’
소설에 따르면 수천 마리는 족히 됐다.
오웬이 굳은 얼굴로 조언했다.
“아르칸 님, 당장 구조를 요청해야 합니다. 고블린의 공격이라면 구조가 올 때까지 성안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습니다.”
“3백 마리 정도로 호들갑 떨 필요 없어.”
“아니, 무립니다.”
“센시아 말대로 무리예요. 아무리 상대가 고블린이라고 할지라도 너무 많습니다!”
센시아가 냉정하게 결론 내리는 데 이어, 트릴이 목소리를 높여 호소했다.
실제로 아까 센시아가 상대할 수 있다고 자신한 숫자는 1백 마리.
따지고 보면 아무리 고블린이라고 할지라도 10명 남짓한 인원으로 1백 마리를 상대하는 것만으로 대단한 일이다.
심지어 트릴 말에 따르면 센시아가 진심으로 싸우면 2백 마리도 상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오는 건 그걸 뛰어넘는 숫자다 보니 약한 소리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아르칸은 여전히 태연했지만.
“괜찮아. 마왕성을 활용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으니까.”
“마왕성을 활용한다고요?”
다들 이해가 안 간다는 듯한 얼굴로 아르칸을 쳐다봤다.
* * *
3백의 고블린 선발대를 이끄는 대장 고블린은 당황했다.
“케륵? 뭐야? 왜 입구가 열려 있지?”
아르칸 마왕성에 도착했더니, 입구가 아무런 문도 없이 뻥 뚫려 있어서였다.
맡은 임무는 닫힌 마왕성의 문을 공격해 입구를 확보하는 것.
근데 없는 문을 공격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이대로 본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나. 아니면 안으로 들어가서 좀 더 살펴봐? 역시 살펴보는 게 좋겠지?”
대장 고블린은 왠지 모르게 마왕성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건 부대장 고블린도 마찬가지.
“대장! 기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들어가죠! 저희 숫자도 많고, 어떤지 상황은 파악해야 할 거 아닙니까?”
“하긴, 아무것도 안 했다가 토카 님이 혼내실지도 모르니까. 잠깐 들어가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네, 어차피 본대가 와도 저희가 먼저 들어가라고 할 거 아닙니까? 미리 들어간 셈 치죠.”
대장과 부대장은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마왕성에 들어가는 걸 합리화했다.
“케르르륵! 마왕성을 향해 돌격!”
대장의 명령에 마찬가지로 몸이 달아올라 있던 고블린들이 우르르 마왕성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나 막상 내부에 들어간 고블린들은 당황했다.
“아무도 없는데요?”
경비병은커녕 쥐새끼 한 마리도 안 보였다.
“설마 다들 도망쳤나? 잘됐다. 이대로 마정석을 차지하러 가자!”
대장 고블린의 외침에 고블린들이 거침없이 마왕성 내부를 가로질렀다.
한참 동안 달려가던 대장 고블린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대로 마정석을 내 손에 넣으면……. 내가 마왕이 되는 건가?’
토카가 두렵긴 해도 마왕이 되어 힘을 얻는다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몰랐다.
쿵!
망상을 깨트리는 굉음과 함께 마왕성 내부가 흔들렸다.
“케, 케륵! 무슨 일이냐?”
대장이 물었지만, 주변의 고블린들도 알 리가 없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저 뒤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저, 적이다!”
“적? 도망친 게 아니었나! 어떻게 된 거지?”
“대장, 어찌합니까?”
“다, 달라질 건 없다. 마왕성의 통제실을 점령해서 마정석만 차지하면 끝이야!”
“케르륵! 케륵!”
그 지시에 고블린들이 괴성을 지르며 기세 좋게 달려 나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선두에서 달려가던 고블린들이 나가떨어졌다.
갑자기 마왕성의 경비병들이 나타난 거였다.
그걸 본 대장 고블린이 당황했다.
‘앞뒤로 협공?’
* * *
“작전 성공!”
마정석을 보며 전황을 파악하던 아르칸이 쾌재를 불렀다.
적의 일부가 마왕성 안으로 들어오면 문을 만들어서 병력을 분리한 뒤, 침입한 적을 최대한 빨리 해치운다.
문이 부서지면 또 일부만 들어오게 한 뒤 문을 생성해서 병력을 분리해 싸우는 걸 반복한다.
이게 아르칸이 구상한 마왕성을 활용한 작전이었다.
‘적이 많다고? 그러면 적을 쪼개면 되지.’
현재는 3백 마리 중, 50마리를 들인 상황.
그 50마리도 처음에는 들어오지 않으려고 해서 마법 템프트를 잠깐 써야 했다.
단, 현재 생성한 마왕성 문은 가장 적은 마력이 필요한 돌문이라 금방 뚫릴 게 분명했다.
다시 문을 생성하면 되지만, 마력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무한정 만들어 낼 수는 없었다.
“이제 공격해! 최대한 빨리 해치워야 한다!”
“네! 분부대로 합죠.”
“저희도 따라가 돕겠습니다.”
트릴이 힘차게 대답하면서 병사 둘과 함께 달려갔다.
그 뒤를 오웬과 무기를 든 하인들이 쫓았다.
참고로 센시아와 나머지 병사들은 마왕성 입구 안쪽에 숨어 있다가 입구가 닫히면 뒤에서 고블린들을 공격하기로 했다.
쿵!
‘벌써 뚫렸나?’
잠시 후, 마왕성을 울리는 진동에 마정석을 확인했다.
짐작했던 대로 문 표시가 사라진 상태였다.
아르칸은 곧바로 문을 생성하는 대신, 전황을 살폈다.
입구 부근의 푸른 점을 보니 센시아를 비롯해 여섯 명의 병사들은 건재한 듯했다.
붉은 점의 개수를 확인하니, 들어온 고블린 50여 마리 중 벌써 절반은 쓰러트린 듯했다.
‘아직 여유가 있으니 조금 더 끌어들이자.’
그러나 마왕성 밖의 고블린들은 입구를 부수긴 했어도 안으로 들어오진 않았다.
‘이것들이 겁을 먹었나? 이럴 때는 들어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지.’
아르칸은 게티아를 펼쳤다.
“마법스크롤 작성, 템프트!”
이내 마법의 효력이 발휘됐는지 마왕성 내부로 고블린들이 다시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10, 20, 30…….’
대략 30여 마리가 더 들어온 걸 확인한 아르칸은 마정석을 조작했다.
[마왕성 대문 생성 – 돌문]마정석에 돌문이 다시 표시됐다.
‘됐다.’
그사이 먼저 들어온 고블린들은 이제 대여섯 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럼 잠깐 나가 볼까?’
아르칸은 통제실 밖으로 나왔다.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 마법으로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통로에는 고블린 사체가 가득했는데, 피비린내와 고블린의 악취가 섞여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앞으로 나가니 오웬이 뒤로 물러나 부상자를 돌보고 있었다.
“오웬, 괜찮아?”
“네, 다들 무사합니다. 하인 둘과 병사 하나가 조금 다치긴 했습니다만.”
“다행이군. 입구로 고블린을 더 유인했으니 남은 고블린들 해치우고 센시아와 합류하자.”
“알겠습니다.”
오웬이 저 앞에서 싸우고 있던 트릴에게 말했다.
“트릴! 어서 해치워! 입구까지 전진한다.”
“네! 맡겨만 주십시오. 이것들아, 가자!”
트릴이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가자 다른 병사도 그 뒤를 따랐다.
아르칸은 다친 병사와 하인들을 위로했다.
“다들 고생 많았다. 이제 곧 끝나니 걱정하지 말고 쉬고 있도록.”
‘뭐라고?’
‘저 망나니가 이렇게 따뜻한 말을 건네다니.’
‘어떻게 된 거지?’‘
부상병들은 어찌나 놀랐는지 할 말을 잃은 채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
이후 아르칸은 오웬과 함께 트릴의 뒤를 쫓아 입구로 향했다.
거기는 이미 고블린 사체 천지였는데, 센시아와 병사들은 그 한가운데서 고블린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아르칸이 소리쳤다.
“이제 천천히 물러서! 적이 추가로 들어오기 전에 우리도 뭉쳐서 싸운다!”
“알겠습니다!”
센시아가 대답하는 와중에도 대검을 휘둘러 고블린을 박살 냈다.
모두 합류한 뒤, 천천히 전선을 물리면서 마왕성 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였다.
고블린들의 사체 때문에 통로가 막히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침입한 고블린 중 절반 이상을 쓰러트렸을 때, 다시 마왕성 입구가 무너졌다.
“통제실에 다녀올 테니까. 다들 힘내.”
“알겠습니다!”
센시아는 힘차게 대답하면서도 속으로 적잖게 감탄했다.
‘아르칸 님이 지휘를 이렇게 잘하시다니.’
오웬도 마찬가지였다.
‘작전 계획을 처음 들었을 때도 제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효과가 좋을 줄이야.’
마왕의 작전이라기에는 다소 치사했지만, 현재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작전이라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작전이 제대로 먹혀들어서 아주 유리했다.
‘이번 고비만 넘기면 마왕성의 마력도 제법 회복할 수 있겠지.’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며 고블린 2백 마리를 훨씬 넘게 해치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고블린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문을 공격하는 낌새도 없었다.
“공격이 멈춘 겁니까? 그렇다는 건…….”
“우리가 이겼나 보군.”
트릴의 의문에 오웬이 결론을 내렸다.
그 소리에 병사들과 하인들 모두 한마음으로 기뻐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우리가 이겼다!”
“마왕성을 지켜 냈어!”
기쁨도 잠시.
쿵! 쿵! 쿵!
마왕성 입구를 두들기는 거센 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쿵! 쿵! 와르르르!
아까보다 훨씬 강력한 공격에 모두의 시선이 입구로 향했을 때, 마왕성 입구가 무너졌다.
그 너머에는 고블린들이 새까맣게 몰려와 있었다.
어림잡아도 지금까지 상대한 수백 마리 고블린보다 훨씬 많았다.
아르칸도 그 숫자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렇게 한 번에 다 공격해 온다고?’
고블린의 세력을 은밀히 키운 만큼, 고블린 왕과 지도부는 조심성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예상 밖이었다.
그때, 아까 센시아가 상대했던 커다란 고블린 토르카보다 더 큰 고블린이 나타나 소리쳤다.
“케르륵. 나는 고블린 왕 토카다! 내 아들 토르카의 복수를 하겠다!”
“케르륵! 복수한다!”
“복수! 복수!”
다른 고블린들도 손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아르칸은 아뿔싸 싶었다.
‘아까 고블린이 고블린 왕의 아들이었다니. 근데 고블린이 이렇게 자식을 아꼈었나?’
이해가 안 됐지만, 중요한 건 지금 화가 잔뜩 난 채로 몰려왔다는 거였다.
‘근데 저 숫자를 어떻게 막지?’
원래 계획했던 대로 하는 건 불가능했다.
‘고블린 사체를 흡수할 때까지 최대한 버티다가 마정석으로 구조 요청하는 수밖에 없나?’
마정석끼리도 통신은 가능했다.
다만, 마력 소모가 극심해서 비상 상황 외에서는 잘 쓰지 않는다.
‘지금까지 해치운 고블린의 사체를 모두 흡수시키면 어떻게 될지도…….’
문제는 흡수시키는 데만도 시간이 제법 걸린다는 거였다. 그 전에 다 지쳐 나가떨어질지도 몰랐다.
“케륵! 돌격!”
토카의 고블린들이 일제히 달려오기 시작했다.
‘끄, 끝이다.’
‘저걸 어떻게 막아?’
모두가 절망하고 있을 때, 거대한 누군가가 앞에 나서는 게 아닌가?
“…….”
“어?”
“센시아 님?”
거대한 체구는 착각할 것도 없이 바로 센시아였다.
그런데 안 그래도 거대한데 한 발짝 앞으로 뗄 때마다 점점 커졌다. 그러다 머리가 천장에 닿을 정도가 되자 무릎을 꿇고 몸을 움츠렸다.
‘이건 설마, 센시아의 특성인 거대화?’
아르칸이 깨달았을 때는 이미 센시아가 온몸으로 입구를 막아 버린 뒤였다.
살아 있는 벽이 되어 버린 거였다.
“이것도 아르칸 님의 작전입니까?”
오웬의 물음에 다들 기대하는 눈빛으로 아르칸을 쳐다봤지만, 아르칸도 황당할 뿐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