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레비아탄 토벌 (2)
아르칸이 드래곤의 보물이라는 글자를 다시 읽은 순간.
바닷속에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야, 저것 좀 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거야?”
“바다 신이 노한 게 아닐까.”
거인족들마저 심상치 않은 소용돌이에 두려워하고 있는데, 게티아를 읽은 아르칸은 혀를 찼다.
‘바다 신은 아니지만, 누가 노하긴 노했지.’
게티아에 써진 대로, 자신의 보물을 지키는 경비를 죽였다고 나타난 거라면 드래곤일 가능성이 컸다.
소용돌이가 점점 커진다 했더니, 그 중앙에서 기다란 물체가 솟아올랐다.
‘역시나 블루 드래곤이네.’
블루 드래곤에게는 날개가 없었지만, 그대로 허공을 맴돌면서 자리를 잡더니 레비아탄의 사체를 바라봤다.
“이 나바리우스 님의 부하를 해치운 것이 너희냐!”
‘나바리우스라…….’
정확한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비슷한 이름을 들어 본 것 같긴 했다.
소설에 등장하진 않았지만,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드래곤 중의 하나.
중요한 건 현재 나바리우스를 상대할 전력이 안 된다는 거였다.
센시아에게 마력 공유를 해 준다고 피용이며 제피로스며 용아병까지 마력을 깡그리 썼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이어드와 이그니스가 있으니 쓰러트리진 못해도 도망칠 수는 있겠지. 아니면 그걸 기대하는 수밖에…….’
아르칸이 슬쩍 거인섬 쪽을 바라본 뒤, 나바리우스의 행동을 주목했다.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쓰러트리긴 했지만, 오빠를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센시아가 빌었지만, 나바리우스는 조금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센시아를 노려보며 말했다.
“흥, 누굴 속이려고! 레비아탄의 비명이 두 번 들렸다. 저 아이를 한 번 쓰러트려 동족을 구한 뒤, 다시 때려죽이지 않았느냐!”
“그건…….”
센시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레비아탄을 쓰러트려 우르겐을 구한 뒤, 다시 가서 숨통을 끊어 놓았다.
그때 아르칸이 끼어들었다.
“어, 그거 내가 시킨 거야. 마석 얻으려고.”
“뭐라고??”
분노한 나바리우스가 범선 쪽을 바라보며 입을 벌렸다.
펑!
“캬아아아아아아아앗!”
파공음과 함께 찢어지는 소리가 범선을 강타했다. 그 소리에 거인족들이 괴로워하면서 쓰러졌다.
심지어 센시아는 그 여파에 거인화가 풀려 버려, 아르칸은 얼른 제피로스에게 지시해 범선으로 데려오게 했다.
드래곤 피어였다.
분노하며 드래곤 피어를 발산한 블루 드래곤은, 유일하게 멀쩡히 서 있는 아르칸을 보며 놀랐다.
“너는 왜 멀쩡한 거냐? 별 볼 일 없어 보이는데.”
마룡의 가호 때문이었지만, 딱히 그걸 알릴 생각은 없었다.
“별 볼 일 있나 보지.”
“하찮은 것 주제에 계속 나의 신경을 긁는구나. 드래곤 피어는 견딜 수 있을지 몰라도 이것까지 견딜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한 나바리우스가 입을 닫자 아랫입이 풍선처럼 크게 부풀어 올랐다.
거기서 강렬한 마력이 느껴지는 거로 봐서는 드래곤 브레스를 쓰려고 하는 게 분명했다.
아르칸은 다시 거인섬을 힐끔 바라봤다.
“이래도 가만히 있을 거야? 나는 센시아 데리고 가 버리면 되지만, 여기 있는 거인족들은 죄다 죽을지도 모르는데.”
아르칸이 작은 목소리로 구시렁거리고 있는데, 나바리우스가 입을 벌렸다.
동시에 프슛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거대한 물줄기가 아르칸을 향해 날아왔다.
속도도 빠르지만, 거기에 담긴 마력도 위협적이었다.
“죽어라!”
“나이어드, 이그니스 막을 수 있겠어?”
“정면으로 막는 건 힘들어. 빗나가게 할게.”
“주변의 안전까지는 보장하기 힘들겠지만, 노력하겠다.”
정령들의 대답을 듣고 안심하고 있는데, 바닷속에서 거대한 손이 나와서 나바리우스의 드래곤 브레스를 막았다.
거신이 나선 거였다.
‘드디어!’
이대로라면 범선이 박살 나며 거인족들이 여럿 죽어 나갈 상황.
어지간해서는 거신이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을 거라는 아르칸의 짐작이 맞았다.
【나바리우스, 그만해라. 그대의 보물 수호자를 죽인 건 잘못이나, 거인족들을 죽이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흥, 뻔뻔하군. 피를 봤으면 피로 갚아야지.”
【보상으로 상급 마석을 주겠다.】
“금고지기를 죽여 놓고 보물을 줘 봐야 무슨 소용이냐. 자는 동안 털리면 다 무슨 소용이라고.”
【불안하다면, 거인족들에게 잘 지키라고 하겠다.】
“거인족을 뭘 믿고?”
【……믿지 못한다면 하는 수 없지. 힘으로 막는 수밖에.】
“얼씨구. 그래, 한번 해보자 이거야?”
거신이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나바리우스도 지지 않고 힘을 모았다.
이대로라면 한바탕 붙을 상황.
‘거신도 제법 성깔 있네.’
문제는 본격적으로 싸우게 되면 거신도 계속 누워 있을 수만은 없다는 거였다.
싸우느라 거신이 몸을 일으킨다면 당장 거인섬부터 쑥대밭이 되어 버린다.
아직 센시아의 성인식도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아르칸도 거인섬에 볼일이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추후 거인족들을 도움을 받고 싶은 아르칸으로서는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근데 어떻게 말리지?’
뭘 해도 믿을 만한 금고지기가 없다고 난리 피울 게 분명했다.
‘차라리 피의 맹세를 하고, 나바리우스의 보물을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서 보관해 준다고 할까? 관리도 용아병들이 잘해 줄 거라고 말이야.’
물론 나바리우스가 응할 리는 없었다.
아르칸은 순간적으로 이런 엉뚱한 제안까지 생각한 자신이 우습다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혹시?’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린 아르칸이 싸우려던 거신과 나바리우스에게 소리쳤다.
“잠시만! 잠시만요! 둘 다 진정 좀 해요!”
그러자 나바리우스가 아르칸을 노려봤다.
“조용히 하고 기다려. 이 녀석 해치운 뒤에는 네 차례니까.”
【네가 욕심만 안 부렸어도 이런 일은 없지 않으냐. 내 좋게 봐서 막아 주려는 거니 나서지 말아라.】
거신도 핀잔을 줬지만, 아르칸은 굴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제가 수습하려고요. 나바리우스 님은 레비아탄을 대신할 보물지기만 있으면 되는 거죠?”
“흥! 멍청하긴 해도 그만큼 단순하고 충성스러운 녀석을 어디서 찾을 수 있다고. 엉뚱한 소리 하면 너부터 해치워 주마.”
“용아병으로 지키게 하면 되지 않습니까?”
“용아병?”
그 말에 나바리우스의 눈빛이 흔들렸다.
보통이라면 감히 드래곤의 눈빛을 들여다보고 평가하지는 못했겠지만, 마룡의 가호가 있는 아르칸으로서는 충분히 가능했다.
그걸 보고 아르칸은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역시 용아병 생성 마법을 못 쓰나 보군.’
과거와 달리 현재는 마법이 많이 실전된 상황.
덕분에 드래곤들도 모든 마법을 알지 못했다.
마력도 넘치고 지능도 높으니 배우면 금방 배우겠지만, 배울 의지와 기회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에 가까웠다.
‘그 때문에 피용이도 폴리모프 마법을 아직 못 쓰니까.’
“용아병을 만들 수 있으면 진작에 만들었겠지. 아쉽게도 용아병 생성 마법을 모른다.”
나바리우스가 씁쓸한 눈빛으로 솔직하게 털어놨다.
생각해 보면 나바리우스의 둥지는 분명 심해에 있을 테니, 그 자체로도 천연의 요새.
쉽게 침입하는 게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한 레비아탄으로 지키게 하는 건 오히려 둥지 위치를 발각시키는 꼴이나 마찬가지.
그런데도 굳이 레비아탄을 내세웠다면 용아병을 다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짐작할 수 있었는데, 정말이었다.
“제가 사죄의 뜻으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정말이냐?”
나바리우스가 반색했다.
레비아탄이 죽은 건 이미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그 정도로 익히고 싶었던 마법이었던 것 같았다.
“후후, 다른 드래곤을 찾아 육지까지 갔는데도 무시당한 내게, 이런 기연이 생길 줄이야.”
“교류를 안 해 줬단 말입니까?”
“내 생김새가 다른 드래곤과 달리 특이하지 않으냐. 드래곤으로 인정 못 하겠다는 거겠지.”
【쯔쯧, 외형만으로 차별하다니 못난 녀석들이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거신이 맞장구쳐 주자 나바리우스가 기뻐했다.
싸울 것 같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진 상태였다.
‘딱히 나쁜 녀석은 아닌 거 같네.’
다른 성질 나쁜 드래곤을 생각하고 있었던 아르칸은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어린 드래곤과는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까?”
“어린 드래곤?”
“어이, 피용이 좀 불러 봐.”
아르칸은 게티아에게 말했다.
피용은 마력 공유를 한 뒤, 회복을 위해 아공간 주머니로 들어간 참이었다.
“피이. 아빠, 왜?”
피용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튀어나오는 걸 보고 나바리우스가 깜짝 놀랐다.
“블랙 드래곤? 그런데 왜 너보고 아빠라고 부르는 거냐?”
“그게 사연이 좀 있는데, 마룡 크세트카흐의 알을 찾아 제가 부화시켜 키워서 그렇습니다.”
“음, 그래?”
“피피, 이 아저씨는 누구야?”
“아, 아저씨?”
나바리우스는 충격을 받은 듯 몸을 비틀거렸다.
“아직 새끼 하나 낳은 적 없거늘, 아저씨라니…….”
아르칸이 얼른 피용에게 말했다.
“아저씨가 아니라, 어르신이라고 불러야지.”
“이 녀석아, 더 늙은 거 같지 않으냐!”
화를 내는 나바리우스를 아르칸이 흘겨보며 물었다.
“이 녀석은 아직 한 살도 안 됐거든요. 설마 이렇게 어린 드래곤한테 오빠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 건 아니겠죠? 양심 없이?”
그 말에 나바리우스가 움찔하더니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그, 그럴 리가 있나. 그보다 이 녀석은 왜 불러온 거야?”
“몇 안 되는 드래곤끼리 친하게 지냈으면 해서요. 저는 아빠라고 해도 드래곤은 아니라서 모르는 게 많거든요.”
피용을 위해 드래곤과 인연을 만들어 두고 싶긴 했지만, 사실 좀 더 반응을 지켜보려고 했다.
만약 분위기가 이상하면 할루시네이션으로 투명화해서 탈출해 버릴 마음까지 먹었었다.
그러나 자신의 농담에도 잘 어울려 주는 걸 봐서는 터놓고 이야기해도 괜찮아 보였다.
‘저 정도면 최소한 해코지는 안 하겠지.’
“드래곤끼리 친하게? 안 어울리는 말이긴 하다만, 나쁜 제안은 아니군.”
나바리우스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잔뜩 기대되는 눈빛이었다.
“게다가 피용이 용아병 생성 마법도 알거든요.”
버네르가가 남긴 마법서로 용아병 생성 마법을 배운 건 게티아였지만, 피용이 드래곤으로 성장한 뒤에 바로 가르쳤다.
“오, 그래?”
“그리고 혹시 폴리모프 마법을 아시면 피용이한테 가르쳐 주셨으면 해서요.”
그 말에 나바리우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아르칸을 노려봤다.
“속셈이 다 있었군. 근데 그걸 아는지는 어떻게 알았지?”
“짐작한 것뿐입니다.”
아르칸은 미소 지으며 대꾸했다.
아까 다른 드래곤을 찾아 육지까지 갔다고 했을 때, 폴리모프 마법을 쓸 수 있다고 짐작했던 참이었다.
‘저 모습으로 그냥 갔을 리는 없을 테니까.’
나바리우스는 이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이거 아저씨가 되어서 염치없이 배우기만 할 뻔했는데, 어쨌든 서로 가르쳐 주면 되겠구나.”
“피피, 폴리모프 마법 가르쳐 줄 거야?”
“그럼.”
고개를 끄덕인 나바리우스는 아르칸에게 물었다.
“내가 좀 데리고 가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허락까지 맡는 걸 보니, 아르칸은 자신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좋아, 허락도 맡았으니 이 아저씨랑 놀러 가자.”
“피피. 응!”
나바리우스는 피용을 데리고 그대로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이번 일은 잘 해결된 거 같군.】
“말로만 끝낼 겁니까? 아까 분명 마석을 나바리우스에게 준다고 들었거든요.”
아르칸의 반문에 거신이 어이없어하는 게 느껴졌다.
【우르겐 때문이라고 해도, 반은 자네 때문에 벌어진 일 아닌가? 양쪽으로 실속을 챙길 셈인가?】
“어차피 내놓은 거 아닙니까? 깔끔하게 주시죠. 여기 쓰러진 거인족들도 돌봐야 하는데.”
아르칸이 그러면서 범선 위에 쓰러져 있는 거인족들을 쳐다봤다.
하나같이 드래곤 피어에 당한 뒤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흠, 하는 수 없군. 마석은 거신의 시험에 썼던 바위 속에 들어 있다. 그걸 부숴서 가져가도록.】
“알겠습니다.”
대답한 아르칸은 곰곰이 생각한 뒤 물었다.
“주변에 있는 바위들에도 마석이 들어 있나 보죠?”
【정말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군.】
“있나 보네요.”
【사실 원래 성인이 되면 여러 바위 중 하나를 골라 산 정상에 들고 올라가서 깬 후 안에 든 마석을 가지라고 한 건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그냥 하나만 들고 갔다가 들고 왔다가 들고 내려가더군…….】
“……그, 그렇습니까?”
듣고 보니까 허튼짓 같긴 했다.
“그러면 센시아 것도 하나 가져가도 되죠?”
【챙길 건 빼놓지 않고 챙겨 가는군. 딱 두 개만 들고 가도록. 하지만 딱 두 개만 골라서 부숴야 한다. 바꾸는 것도 금지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거신의 단호한 말에 아르칸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르칸에게는 바위를 부수지 않아도 어떤 마석이 있는지 알 방법이 있기 때문이었다.
‘게티아로 감정하면 되지.’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