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성능 확실하지? (1)
아르칸은 용아병들을 소환해 거인족들을 돌보게 한 뒤, 거인섬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돌아가는 와중에 토르움이 가장 먼저 회복했다.
“으음.”
“이제 정신이 좀 들어?”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분명 블루 드래곤이 나타나서 화낸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아, 그 블루 드래곤 나바리우스가 드래곤 피어를 쓴 거야.”
“그렇습니까? 그걸로 끝나지 않았을 거 같은데 이렇게 멀쩡하다는 건, 아르칸 님이 지켜 주신 겁니까?”
“어……. 아니야. 처음부터 내가 화나게 만든 거기도 했고.”
아르칸은 잠깐 고민하다가 부정했다.
거신이 똑바로 말하라는 듯, 갑자기 거센 파도가 몰아치기 시작했기 때문은 절대로 아니다.
그간의 일을 어떻게 설명할 건지 고민됐기 때문이다.
정말로.
그러는 사이에 센시아를 비롯한 다른 거인족들도 하나둘 깨어났다.
그걸 지켜보던 토르움이 궁금증을 못 참겠는지 다시 물었다.
“그럼 어떻게 된 겁니까? 그 사악한 블루 드래곤이 그냥 돌아가지는 않았을 테고.”
“거신님이 막아 주셨어.”
“거신님이요? 정말입니까?”
뜻밖의 이름이 거론되자 흥분한 거인족들에게 아르칸은 그 뒤로 설명을 이어 갔다.
나바리우스가 드래곤 피어를 쓴 후, 드래곤 브레스까지 썼는데 거신이 손으로 막았다고 말이다.
심지어 거인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 직전까지 갔다고 했다.
“마신 전쟁에서도 나서지 않으셨던 거신님이 저희를 위해서…….”
토르움과 거인족들은 감격했지만, 아르칸은 무시하고 설명을 마무리했다.
둘이 싸우는 걸 자신이 중재했고, 그 보답으로 거신님이 바위 속의 마석을 하나 가져가라고 했다고 말이다.
‘이게 제일 중요한 부분이지.’
“아니, 바위 속에 마석이 있단 말입니까?”
“그래, 원래 거신의 시험이 바위를 들고 정상으로 올라간 다음, 위에서 바위를 깨는 거라던데?”
“헉, 설마…….”
듣고 있던 센시아가 짐작이 가는 게 있는지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다른 거인족들도 수군거렸다.
“뭔데 그래? 답답하게 굴지 말고 말해 봐.”
그러자 토르움이 대답했다.
“산 정상에 바위를 올려 둘 만한 홈이 있고 그 옆에 망치가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아마 바위를 부수는 데 쓰라고 둔 거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어디에 썼는데?”
“……새해가 되면 망치로 그 홈을 때려서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데 썼습니다만.”
토르움이 민망해하며 대답했다.
‘거신도 거인들이 잘못하고 있으면 말 좀 해 주지.’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지금껏 거인족이 몰랐던 건 아르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덕분에 마석이 잔뜩 남아 있으니 좋은 일이었다.
“그랬군. 그보다 센시아도 바위 하나를 부숴서 마석을 가져가라고 했어.”
“정말인가요?”
“그래, 사실 따지고 보면 성인식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잖아.”
“아, 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바위는…….”
동의한 토르움은 순간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아르칸은 그 의미를 눈치채고는 웃으며 대꾸했다.
“알아, 알아. 이것저것 부술 게 아니라. 딱 우리 몫 두 개만 부숴서 안에 있는 것만 가져갈 거야. 거신님과도 그렇게 약속했어.”
그 말에 토르움은 물론, 거인족들도 노골적으로 안도했다.
상급 마석을 가져가기 위해 이 바위 저 바위 가리지 않고 모두 부술까 봐 걱정했던 거였다.
아르칸이 해 준 걸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지만, 가능한 한 바위들을 부수느라 거인섬이 초토화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어차피 바위째로 감정하면 되는데.’
아르칸은 거인족들의 표정을 보며 속으로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그럼 센시아의 성인식은 돌아가자마자 치러지나?”
“네. 다들 기다리고 있을 텐데, 무사히 돌아온 걸 알면 기쁜 마음으로 준비할 겁니다.”
토르움이 웃으며 대답했다.
앞서 열린 축제는 센시아가 거신의 시험을 성공리에 마친 기념으로 열린 것.
성인식은 따로 있었다.
다소 엄숙한 분위기에서 몸에 치장하고, 거신님께 기도를 올리면 힘을 내려 준다고 했다.
‘그건 일출 때 한다고 하니,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
아르칸은 게티아에게 명령했다.
“바위에 마석이 있다니까 확인해 봐.”
“크릉.”
“귀찮아하지 말고. 좋은 거 찾아오면 마석 하나 줄 테니까.”
“크르릉!!”
아르칸의 제안에 신난 게티아가 날아가서 바위를 핥기 시작했다.
아르칸은 그런 게티아의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 마법도 꽤 모았을 텐데, 아직도 제대로 말을 못 하네.’
그사이 열심히 감정한 게티아가 돌아왔다.
“쓸 만한 거 있었어?”
“크릉!!”
자신 있는 대답을 보니 괜찮은 마석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등급이 얼마나 되길래 그래? 어디 보여 줘.”
그러고 게티아를 펼쳐 본 아르칸은 깜짝 놀랐다.
“……이게 정말이야?”
그 말에 게티아가 몸을 끄덕였다.
‘이거 표정 관리 좀 해야겠는걸.’
아르칸은 괜히 누가 쳐다보지 않을까 경계하면서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막았다.
잠시 후.
아르칸이 여유롭게 수풀에 누워 바람을 쐬고 있는데, 토르움이 다가왔다.
“아르칸 님, 결정하셨습니까?”
“어, 결정이라고 할 것까지야. 적당히 하나 챙기면 되지.”
“그러십니까? 그럼 저기에 하나 준비…….”
“요기 바로 앞에 있는 걸 가지고 가지. 센시아 건 그 옆에 있는 거로 할 거야.”
“아, 알겠습니다.”
토르움이 바위가 준비되어 있다고 말하는 걸 눈치챈 아르칸이 말을 끊고, 미리 찾아 둔 바위들을 가리켰다.
“죄송합니다만. 바위를 부수는 건 산 정상에서 해 주셨으면 합니다.”
“어, 그러지 뭐. 제피로스.”
바람의 정령 제피로스가 바위를 번쩍 들었다.
그러자 지면이 울렸다.
“아무래도 거신님이 직접 들고 가라고 하시는 것 같네.”
쓴웃음을 지은 아르칸은 바위를 번쩍 들어 머리 위로 올렸다. 바위가 너무 커서 이렇게 들지 않으면 들기가 불편했다.
그걸 본 토르움이 살짝 놀랐다.
“헉! 보기와 달리 힘이 굉장하시군요.”
그럴 만도 한 게 아르칸도 이제 어엿한 마심장 5성급.
거기다가 길리암의 마력복은 마력탄을 발사하지 않을 때도 신체 능력을 상승시켜 줬다.
“이대로 가자, 제피로스.”
“앗, 그래도 괜찮습니까?”
“괜찮은 거 같은데? 별다른 반응 없잖아.”
토르움이 바닥을 내려다보면서 걱정했지만, 이번에는 거신도 납득했는지 아니면 포기했는지 지면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가볍게 산 정상에 도착한 아르칸의 눈에, 작은 홈과 커다란 망치가 보였다.
거기에 바위를 올려놓으니까 딱 맞았다.
뒤따라 온 토르움이 고개를 끄덕였다.
“흠, 이렇게 되는군요.”
“그럼 부순다.”
“아, 아르칸 님. 기왕 이렇게 하신 김에 여기 있는 망치를 써 주십시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아르칸은 자신의 키보다 큰 망치를 집어 들어 내리쳤다.
쾅!
굉음과 함께 아르칸이 내려친 부분부터 바위가 쩍 하고 갈라지더니 양쪽으로 벌어졌다.
그 안에는 마석이 있었다.
영롱한 마력을 내뿜는 마석은 그냥 봐도 어마어마한 마력이 느껴졌다.
아르칸도 처음 볼 정도로 대단한 마석이었다.
그 말인즉, 블랙마켓에서 얻은 7성급 마석보다 상급이라는 의미.
무려 8성급 마석이었다.
그때 아르칸은 7성급 마석을 본앰브로스에게 팔면서 그동안 블랙코인으로 썼던 골드를 정산하고도 1천2백만 골드를 받았었다.
그러니 8성급 마석은 그 가치가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래도 팔 생각은 없었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은 자금에 여유도 많은 데다, 아직도 돈을 더 벌 구석이 많았다.
‘그보다 가능한 한 비밀로 해야겠네.’
자신에게 마원석 감정까지 맡겨서 상급 마석을 모으는 본앰브로스가 알았다가는 빼앗으려 들지도 몰랐다.
한편 옆에서 지켜보던 토르움이 감탄했다.
“오오, 정말 마석이 나왔군요. 살면서 이렇게 멋진 마석은 처음 봅니다.”
그렇게 말한 토르움은 슬쩍 아르칸을 쳐다봤다.
설마 아르칸만 이런 대단한 마석을 얻어 가는 거 아닌가 걱정되는 듯했다.
아르칸은 적당히 둘러댔다.
“그래? 거신님이 준비해 두신 거라니 대단한 게 들어 있겠지. 설마 꽝이 있겠어?”
실제로 다음에 센시아가 깬 바위에서는 무려 6성급 마석이 나왔다.
아르칸 것보다는 못했지만, 괜찮은 마석이 나온 거였다.
“센시아, 정말 축하한다. 딱 봐도 꽤 값어치가 나가는 마석이야.”
아르칸의 말대로 꽝은 없겠다고 여긴 토르움은 안도하며 진심으로 축하했다.
실제로 나머지 바위 모두에는 마석이 있었는데, 그중에 하급은 하나도 없었다.
6성급도 몇 개 되고, 대다수가 4, 5성급이었다.
다만, 아르칸이 챙긴 마석이 가장 상급일 뿐이었다.
***
다음 날 새벽.
산 위에서 센시아의 성인식이 열렸다.
성인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거인족은 수군거리기 바빴다.
다름이 아니라 언제 바위를 부숴 마석을 가져갈지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르칸과 센시아가 마석을 얻은 뒤, 토르움은 아르칸이 설명할 때 자리에 없던 거인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거인족들은 놀라면서도 앞으로 굉장한 값어치를 가진 마석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기대에 부풀었다.
다만 모든 바위를 한 번에 부쉈다가는 혼란스러울 테니, 성인식을 치른 거인족들은 제비뽑기해서 일주일에 하나씩 부수기로 했다고 한다.
‘무슨 로또도 아니고, 나라면 그냥 지금 다 부수고 나누자고 했을 텐데.’
하지만 거인족들의 결정인 만큼, 아르칸이 참견할 일은 아니었다.
“우와! 해 뜬다!”
시끌벅적한 와중에 누군가가 외쳤다.
그러자 다들 입을 다물고, 센시아 쪽을 쳐다봤다.
제단에 선 센시아는 양손을 높이 들었다.
그 양손에 태양이 들어가는 순간.
센시아의 몸에서 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눈에 보일 정도로 신체가 커졌다.
기적 같은 일에 거인족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아르칸도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신기하네. 괜히 거신이라고 불리는 게 아닌가 보네.’
“아르칸 님, 이제 다 끝났어요.”
센시아가 쑥스러워하면서 다가왔다. 그런 센시아에게 아르칸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축하해. 고생 많이 했어.”
“조금 더 강해진 거 같아요. 성장의 샘물을 마셨을 때보다 느껴지는 건 덜하지만요.”
“그래?”
나중에 한번 얼마나 강해졌는지 봐야 할 듯했다.
그때 센시아가 선언하듯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이제 마왕성에 당당히 돌아갈 수 있겠어요!”
그 말에 누군가가 털썩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안 봐도 거인족 우르겐일 게 분명했다.
“돌아가기 전에 볼일이 하나 있는데.”
“볼일이요?”
“응, 대단한 건 아니고 위탁판매 할 게 하나 있거든.”
***
“젠장, 조금 빨리 움직일걸.”
인간족 상인 데이브는 혀를 차며 자신의 맨들맨들한 머리에서 나는 땀을 닦았다.
안 그래도 어제 거인섬에 마왕이 왔다는 말에 깜짝 놀라 숨죽이고 지내던 참이었다.
다행히 그 마왕이 배를 띄우지 못하게 막고 있던 크라켄을 해치웠다고 하니, 다음 날 바로 이곳을 뜰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침이 되자마자 자신을 찾아오겠다며 기다리라는 게 아닌가?
‘대체 왜 날?’
이해가 안 됐다.
도망치려고 해도 이 비보를 전한 거인족들이 지키고 있어서 그럴 수 없었다.
긴장이 되다 보니 전신에 식은땀이 계속 났다.
다시 한번 맨들맨들한 머리에서 나는 땀을 닦고 있으려니 옆에 있던 거인족이 웃으며 말했다.
“긴장할 거 없네. 아르칸 마왕님은 좋은 분이시니까.”
‘그거야 너희랑은 사이가 좋으니까 그렇지.’
태연한 거인족을 보며 데이브는 욕지거리를 내뱉고 싶었다.
그때 문이 열리더니 웬 미청년이 들어왔다.
하지만 데이브의 눈에는 그 청년의 미모보다 이마에 달린 뿔이 더 신경 쓰였다.
마왕임이 틀림없었다.
한편 상대도 데이브의 머리를 보더니 씩 웃는 게 아닌가?
“마침 대머리 상인이 하나 있긴 했나 보네. 잘됐어.”
‘뭐가 잘됐다는 거야? 안 그래도 늙어 보여서 짜증 나는데. 심지어 자기는 풍성하잖아. 이거 시비 거는 건가?’
데이브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두 손을 모으고 싱글싱글 웃으며 물었다.
“헤헤, 마왕님.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
“팔아 줬으면 하는 게 있거든. 이거 시험 삼아 네가 한번 써 봐. 용아병.”
마왕이 말하자마자 괴이하게 생긴 병사들이 다가오더니 손수건으로 자신의 머리를 닦는 게 아닌가?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데이브는 화가 나기도 했고 창피하기도 했다.
안 그래도 대머리라 신경 쓰고 있는데 이런 모욕을 주다니.
마왕은 아랑곳하지 않고 데이브의 머리 위를 가리켰다.
“벌써 머리가 나네. 한번 만져 봐.”
데이브는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머리로 손을 가져갔다가 화들짝 놀랐다.
정말 그간 행방불명이었던 자신의 머리카락이 만져졌기 때문이다.
마왕 아르칸은 그걸 보며 말했다.
“내가 팔아 달라고 하려는 건 이 발모제야. 어때? 성능 확실하지?”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