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성능 확실하지? (2)
“발모제요? 자, 잠시만 확인 좀 하겠습니다.”
데이브는 놀랐는지 옆방으로 들어갔다.
아르칸은 그런 데이브를 힐끔 보고는 다시 발모제를 품속에 넣었다.
사실 발모제가 아니라, 성장의 샘물이었다.
성장의 샘물은 신체의 잠재력을 끄집어내 성장시켜 주는 효능을 가졌는데, 이 과정에서 하나같이 털이 자랐다.
백호 수인족 볼가는 물론이고, 성장의 샘물에 들어갔어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던 오웬마저도 머리카락은 자랐다.
아르칸은 그걸 눈치채자마자 발모제로 팔면 대박 나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아주 고가에 팔 수 있겠지.’
물론, 귀한 성장의 샘물을 막무가내로 팔기에는 아까운 법.
먹일 수 있는 부하들에게는 다 먹인 뒤 1인분에 못 미치는 양이 남았을 때, 소수에게만 아주 고가에 팔 작정이었다.
‘어차피 흔해지면 그 가치가 떨어지니까.’
문제는 주요 고객이 인간족일 수밖에 없다는 거였다.
마인족은 머리카락보다는 뿔을 신경 썼다. 오히려 뿔을 조금이라도 크게 보이기 위해 머리카락을 미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렇다고 인제 와서 아르칸이 상인으로 위장해서 팔고 다니기에는 애로 사항이 많았다.
‘무엇보다 신참 상인이 팔 만한 상품도 아니지.’
그런데 마침 센시아를 찾으러 거인섬으로 오게 됐다.
이곳에서 거대한 건 거인족뿐만 아니다. 동식물 모두 거인족과 걸맞게 커다랗기에, 이런 물품을 가져다가 육지에서 팔려는 상인들이 마인족 인간족 가리지 않고 있었다.
아르칸은 그중에서 인간족 상인, 가급적이면 발모제 효과를 바로 보여 줄 수 있는 대머리 상인을 찾아 달라고 요구했는데, 그게 데이브였다.
‘이곳에서 물건을 가져다가 장사하는 만큼, 아무래도 특수한 물품을 취급하는 데 능숙할 테니 이것도 잘 팔 수 있겠지.’
먹튀도 걱정 없었다.
마계와 달리 정령이 활동하기 좋은 인간계니만큼, 바람의 정령에게 목소리를 전달해 달라고 하면 충분했다.
아르칸은 현재 상급 정령 둘에, 중급 정령 하나와 계약한 데다 정령 친화력도 무려 8성.
하급 정령들은 죽으라고 하면 죽는시늉도 할 정도로 아르칸을 좋아했다.
‘그나저나 왜 안 나와?’
확인하겠다며 자리를 비운 상인 데이브가 여전히 안 나오고 있었다.
아르칸은 데이브가 사라진 곳으로 슬쩍 쫓아갔다가 움찔했다.
데이브는 거기에서 거울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그렇게 좋았나?’
***
“크흐흑.”
데이브는 자신도 모르게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거울 속 자신의 머리카락이 아주 풍성해 보였기 때문이다.
고달픈 상인 생활로 뭉텅이로 머리가 빠지는 걸 보고 지저분한 것보다는 낫겠지 싶어서 빡빡 밀어 버린 게 벌써 몇 년.
그러다 보니 이제는 밀 필요도 없이 맨들맨들한 머리가 되어 있었다.
‘내가 얼굴로 먹고사는 것도 아니고, 능력만 있으면 되지.’
그렇게 합리했었지만, 자취를 감췄던 자신의 머리카락을 되찾고 보니 너무나도 반가웠다.
‘이렇게 머리가 있으니 얼마나 좋아.’
양심상 잘생겼다고 할 수는 없으나, 10년은 더 젊어 보였다.
데이브가 씩 웃으며 눈물을 훔치다가, 뭔가가 건드리는 걸 보고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마왕이 마도서를 들고 서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확인 다 끝났으면 슬슬 일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아, 네! 이쪽으로 오시죠.”
데이브는 아르칸을 안쪽의 응접실로 안내했다.
아르칸이 발모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현재 팔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야. 손수건에 충분히 적셔서 머리에 닦으면 된다.”
“으음, 열 명한테도 못 쓰겠군요.”
“그러니까 접근할 수 있는 고객 중에 가장 비싸게 구매할 만한 고객에게 먼저 판매하도록.”
그 말을 들은 데이브는 머릿속으로 이 발모제의 상품 가치를 계산해 봤다.
탈모는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족 남성들의 오랜 고민거리.
선조를 보면 대충 자신의 머리카락이 어떻게 될지 그 운명을 짐작하면서도 모든 남성은 그 운명을 비켜 가기 원한다.
운명을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유예시키기라도 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머리카락을 잘 자라게 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는 음식이나 약물은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고.
고명한 마법사의 마법도 잠깐 머리카락이 있는 것처럼 눈속임할 뿐 마법이 풀리면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해서 신전에 가서 기도하거나, 신성력이 높은 성직자에게 축복을 받아도 마찬가지.
머릿결이 좋아지긴 했지만, 없는 걸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대머리가 축복을 받았다가 머리가 반짝거리는 바람에 창피를 당한 일도 있었지.’
그런데 이 마왕이 가져온 발모제는 차원이 달랐다.
1회 사용만으로 전성기의 모발을 회복한 거였다.
‘나처럼 신경 쓰는 이라면 가진 돈을 탈탈 털어서라도 살 거야.’
안 그래도 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몇 있었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팔겠습니다.”
“그리고 수수료는…….”
“아닙니다. 수수료는 됐습니다. 제가 이 발모제를 쓴 것으로 충분합니다.”
데이브가 정색하며 말했다.
눈앞의 상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돌려준 은인.
심지어 이 발모제의 값어치는 돈으로 헤아리기도 힘든데 자신에게 한 번 쓴 거였다.
은혜를 갚으면 갚았지, 상인으로서 이익을 챙길 대상은 아니었다.
“그래도 비싸게 팔려면 먹는 게 있어야지. 1푼만 받아.”
이건 아르칸이 마음이 넓어서가 아니었다.
지금이야 머리카락 때문에 흥분해서 무상으로 팔아 주겠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발모제를 고가에 거래하다 보면 욕심이 안 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먹튀나 돈 빼먹는 건 감시할 테지만, 의욕을 잃고 제대로 못 팔면 곤란했다.
그래도 이상하긴 했다.
‘이 녀석 호감도가 99나 되다니. 내가 머리카락 나게 해 준 게 그렇게 좋은 건가.’
***
다음 날.
아르칸은 바람의 정령 제피로스를 타고 거인섬을 떠났다.
돌아갈 때는 센시아와 함께였다. 우르겐은 아쉬워했지만, 센시아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
대신 무뚝뚝한 얼굴로 가끔 서신을 보낼 테니 무시하지 말고 회신을 보내라고 했다.
아무래도 그동안 쌓인 앙금이 많은 만큼 단기간에 풀긴 힘든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피용은 아직인가?’
아르칸은 바닷속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피용은 나바리우스와 함께 나바리우스의 둥지가 있는 바닷속으로 들어간 뒤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물의 정령 나이어드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긴 했다는 거였다.
나바리우스의 둥지 안에는 재밌는 게 많아서 실컷 구경했다고 한다.
용아병 생성 마법은 진작에 가르쳐 줬고, 폴리모프 마법도 배웠으니 기대하라고 했다.
‘설마 폴리모프한 채로 나오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기대하고 있는데, 첨벙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게 바닷속에서 솟구쳤다.
피용이었다.
“피! 아빠! 나왔어!”
“나바리우스는?”
“작별 인사하면 헤어지기 힘들다고 안 나오겠대.”
그 짧은 시간에 아주 친해진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물 덩어리가 솟구치더니 하늘에서 펑 하고 터졌다.
그러자 커다란 무지개가 바다 위에 그려졌다.
그걸 본 센시아가 감탄했다.
“예쁘네요.”
“나바리우스가 작별 인사하는 거 같아. 피용아, 할 말 있으면 해. 나이어드에게 전해 달라고 할게.”
“응, 아저씨. 고마웠어요. 다음에 또 놀러 올게요.”
“놀러 오라고는 안 하고?”
“나한테는 둥지가 없잖아요.”
“마왕성이 네 집이자 둥지야. 다음에 네 둥지로 쓸 수 있도록 커다란 공간 만들어 줄게.”
“피, 아빠 최고!”
아빠 최고라는 말에 아르칸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르칸의 허락에 자신감을 얻은 피용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피이! 아저씨, 둥지 만들면 초대할게요!”
그 말을 전했더니 다시 한번 물 폭죽이 바다 위를 수놓았다.
아르칸은 나이어드를 통해 받은 나바리우스의 전언을 말했다.
“기대하고 있으니까. 꼭 초대해 달래.”
“응, 멋지게 꾸밀 거야!”
피용은 힘차게 대답했다.
아르칸과 센시아는 그대로 피용을 타고 바다를 건너 육지에 도착했다.
이대로 피용을 데리고 바리스탄 대마왕성으로 가도 되겠지만, 아르칸은 피용이 폴리모프 마법을 제대로 익혔는지 궁금했다.
아르칸은 사람이 없는 걸 보고 말했다.
“피용아, 저 아래로 내려가자. 가서 폴리모프 한번 써 봐.”
“응. 응.”
안 그래도 보여 주고 싶었는지 곧바로 대답한 피용이 빠르게 착륙했다.
아르칸과 센시아가 지면에 발을 딛자 피용이 날개를 펄럭이며 물었다.
“피피. 아빠, 아빠. 지금 변신해?”
“어, 그래.”
아르칸이 대답하자마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며 거대한 드래곤이 사라졌다.
그리고 연기가 흩어졌을 때, 피용이 변신한 모습이 나타났다.
나타난 건 어머니, 아네스를 꼭 빼닮은 여성이었다.
“어때? 어때? 예쁘지? 전에 봤던 할머니 모습을 참고한 거야.”
“어, 응. 예쁘네. 근데 아빠는 예전 피용이 모습을 보고 싶은데?”
“정말? 헤헷.”
피용은 그 말에 아주 기쁜 듯 몸을 비비 꼬았다.
“근데 폴리모프 마법을 쓰면 원래 이렇게 연기가 나는 거야?”
“아, 그건 나바리우스 아저씨가 마법을 개조한 거랬어. 변신하는 모습을 감출 수 있다나?”
“확실히.”
드래곤에서 천천히 인간으로 변신한다고 생각하면 기괴할 거 같긴 했다.
“어쨌든, 그럼 다시 할게.”
그렇게 말한 피용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연기를 내뿜더니 다시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했다.
정확히는 훨씬 작고 둥글둥글했던 해츨링이 된 거였다.
“어머, 귀여워!”
지켜보고 있던 센시아는 눈빛이 바뀌더니 껴안으려고 덤벼들었다.
“피피!”
피용은 또 기겁하고 도망쳤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잠시 옛날로 돌아온 듯했다.
‘그렇게 옛날은 아니지만.’
한참을 실랑이하면 놀던 센시아가 아르칸에게 물었다.
“아르칸 님, 저도 이 마법을 배울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피용이처럼 폴리모프 마법을 써서 작아지고 싶은 모양이었다.
“마력이 있으니까 불가능하진 않을 텐데, 피용한테 잘 알려 달라고 해 봐.”
“아, 아빠!”
기겁한 피용이 소리를 질렀다.
저 센시아에게 마법을 가르치라니 끔찍했기 때문이다.
“손해 보는 것만은 아니야. 제자는 스승한테 공손해야 하니까.”
“스승이 되면 센시아가 지금처럼 붙잡아서 비비적거리려고 하지 않는 거야?”
“그래. 맞지, 센시아?”
아르칸이 센시아를 쳐다보자 센시아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제가 어떻게 스승님께 함부로 하겠어요?”
“그런 거라면야…….”
피용이 납득하는 걸 보고 아르칸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자세한 건 나중에 둘이서 알아서 하고. 더 늦기 전에 할머니한테 가자.”
“아, 응.”
피용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딘가에서 커다란 리본을 꺼내 머리에 묶었다.
어머니 아네스가 선물이라고 줬던 커다란 리본이었는데, 해츨링이 되고 나서 보니 리본이 머리만 했다.
“귀여운데?”
“피피.”
그 말에 피용은 기분이 좋은지 울면서 하늘을 요리조리 날았다.
이번에는 그 상태로 조용히 대마왕성으로 들어가 어머니를 만났다.
아네스는 피용의 해츨링 때의 모습을 보며 아주 귀여워했지만,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아르칸 마왕성으로부터 긴급한 소식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통제실의 마정석으로 보낸 거라고 했다.
그 방식은 마력 소모가 많기에 정말 긴급할 때만 썼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러지?’
전보와 같은 짧은 메시지를 본 아르칸은 눈빛이 흔들렸다.
‘우리 마왕성에 마왕성 대결을 걸어왔다고?’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