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마왕성 대결 (1)
마왕성 대결.
마왕성은 마정석에 마력을 더할 때마다 생명체처럼 성장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동까지 가능했는데, 일전에 제니칼도 대마왕성을 움직여 자신의 영역 인근까지 이동시킨 적이 있었다.
그대로 다른 마왕성에 부딪치면 마왕성끼리 입구가 연결된다.
반대로 출입구가 사라진 셈.
계속 그 상태로 지낼 수 없기에 상대 마왕성의 마정석을 뽑아낼 때까지 사투를 벌이게 된다.
마왕은 모든 걸 걸고 싸우는 거나 마찬가지이기에, 어지간해서는 마왕성 대결을 펼치지 않는다.
그런 마왕성 대결을 누군가 아르칸 마왕성에 걸어온 거였다.
‘대체 누구지?’
궁금했지만, 마정석을 통한 메시지는 전보처럼 단문에 불과했다.
소식을 빠르게 전하는 게 가능한 바람의 정령도 마계에서는 힘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하다못해 용사라도 세계수의 쌍잎으로 메시지를 보냈겠지만, 한창 바쁜 모양이었다.
‘가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나.’
문제는 마왕성 대결이 펼쳐질 때는 통로가 서로 합쳐지기 때문에 특별한 방법을 쓰지 않고서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다행히 아르칸 마왕성에는 이동문이 존재했다.
아르칸은 이동문을 찾기 위해 바리스탄 대마왕을 찾았다.
“아버지는요?”
“아직 안 돌아오셨어. 대마왕 키클로테스와 싸움은 끝났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 있으신 걸까?”
“싸우다가 크게 다치거나 그러진 않으셨을 겁니다. 아마 다른 볼일 보느라 바쁘시겠죠.”
아르칸은 걱정하는 어머니를 위로했다.
대마왕 바리스탄이 다칠 정도라면, 상대인 대마왕 키클로테스도 무사하기 힘들다.
키클로테스의 목적은 대마왕 제니칼이 자신을 공격하는 동안 대마왕 바리스탄을 잡아 두는 거였던 만큼, 무리해서 싸우지는 않았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안 계시면 이동문을 어떻게 쓰지?’
물어보니 다행히 책임자가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사막에서 고룡 버네르가의 둥지를 찾을 때부터 인연을 맺었던 토피아스였다.
토피아스는 아르칸이 이동문을 쓰고 싶다는 말에 흔쾌히 열어 주겠다고 했다.
“그래도 되나?”
“마왕성 대결이 벌어졌으니까요. 거기다가 선물받은 것도 있으니.”
토피아스는 살짝 윙크했다.
일전에 아르칸 마왕성을 지원하러 왔다가 아르칸에게 두둑한 금화를 보답받은 걸 이야기하는 거였다.
“이번에 도와준 것도 잊지 않을게.”
아르칸의 말에 미소를 지었던 토피아스는 이내 심각한 얼굴이 됐다.
“참, 저희 영역에서 이동하는 마왕성은 없었습니다.”
소식을 듣고 그사이 확인해 본 모양이었다.
“그렇다는 건, 수인족 쪽인가?”
“그럴 겁니다.”
아르칸은 그제야 자신이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현재 대마왕 제니칼은 아르칸 마왕성을 공격했다가 크게 타격을 입은 상황.
언제나 하극상을 노리는 수인족 특성상, 제니칼의 힘을 의심한 다른 수인족들이 들고일어나 혼란을 일으킬 거라고 예상했었다.
거기다가 용사가 가진 성검을 받은 신용사도 날뛸 게 분명했다.
제니칼은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고 파벌을 안정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신용사의 공격도 막아 내야 했다.
한동안 자신은 조금도 신경을 못 쓸 만큼 바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역 내 통제력을 상실한 만큼, 막무가내로 아르칸 마왕성을 공격하겠다고 나올 녀석도 하나쯤은 있을 법했다.
‘아마 나도 제니칼의 공격을 막아 내느라 피해가 컸다고 생각한 거겠지.’
무엇보다 대마왕 제니칼을 꺾은 아르칸을 자신이 꺾는다면 그것만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니 다른 녀석에게 양보하기 싫은 마음에 마왕성을 이끌고 마왕성 대결까지 건 게 틀림없었다.
물론 아르칸의 마왕성을 정복한다고 해도 그 후폭풍이 감당 안 되기에 아르칸이라면 무리하지 않았겠지만.
상대가 그걸 고려 못 할 정도로 무식할 수도 있다는 걸 간과한 거였다.
“자, 열었습니다.”
토피아스가 이동문을 활성화하고 말했다.
바리스탄 때와 달리 마력 소모가 극심한지 아주 피로해 보였다.
“고마워. 도와준 거 잊지 않을게.”
아르칸은 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이동문으로 뛰어 들어갔다.
센시아와 피용은 아르칸이 이것저것 알아보는 동안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아공간 주머니에 들어가 있던 참이었다.
통제실 구석에 있는 이동문을 통해 나온 아르칸의 눈에 들어온 건 오웬과 뱀 수인족 아바로스였다.
핼쑥한 얼굴의 오웬은 아르칸을 보자 얼굴이 밝아졌다.
“아르칸 님, 빨리 돌아오셨군요. 다행입니다.”
“마침 볼일 다 보고 대마왕성에 들렀을 때라 바로 올 수 있었어. 근데 대체 누가 마왕성 대결을 걸어온 거야?”
거기에 대답한 건 아바로스였다.
“금방 확인한 결과 상대는 마왕 갈라포스입니다. 현재 마왕성 랭킹 33위로, 제니칼 파벌의 마왕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입니다.”
“33위라…….”
이제 69위인 아르칸 마왕성의 랭킹을 생각하면 까마득한 강자가 쳐들어온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려운 상황이로군.”
괜히 마정석으로 긴급하게 연락을 취해 온 게 아니었다.
“현재 전황은?”
“3계층에서 접전 중입니다.”
“밀리고 있다는 소리네.”
“죄송합니다.”
“아니, 애당초 자신이 없다면 공격해 오지 않았을 테니까.”
오웬이 사과하는 걸 두고 아르칸이 고개를 저었다.
특히 아무리 힘이 반감되었다고 해도 용사가 있다. 그가 있는데도 밀렸다는 건, 그만큼 적이 강하다는 의미였다.
그때 아바로스가 설명했다.
“나미라, 베리나, 아그나르 수인족 마왕 삼인방은 모두 중상으로 4계층으로 후송되어 있고, 볼가와 솔릭, 엘프 엘사와 전 병력이 3계층에서 방어 중입니다.”
“참, 아르칸 님이 오셨으니 저는 3계층으로 올라가서 부상자를 내려보내고 교대하겠습니다.”
오웬의 말에 아바로스가 분명히 했다.
“참고로 전 나가 싸울 생각이 없습니다.”
“알고 있네. 여기를 지켜 주기만 하면 돼. 이번에도 자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금방 밀렸을지도 모르네.”
“그랬어?”
“네, 병력 배치를 곧바로 제안해 줬는데, 꽤 실력이 좋더군요.”
오웬이 칭찬하는 걸 보고 아바로스를 바라보자, 아바로스가 무심한 얼굴로 대꾸했다.
“제가 나서지 않았어도 4계층까지만 밀렸을 뿐 망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잠깐, 이거 볼가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 같은데, 심각한 상황인가 봐. 가 봐야겠어.”
마정석을 보던 아르칸이 말했다.
볼가라고 적혀 있던 푸른 점이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볼가가 내뿜는 마력 파장이 불안정해졌다는 의미인데, 생명이 위험하다는 신호였다.
그걸 보며 아바로스가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음, 곧 죽겠군요.”
***
“크아아아악!”
볼가가 괴성을 지르며 발톱을 휘두르자 적들이 그 기세에 물러났다.
하지만 이미 볼가는 상대의 공격에 가슴팍에 큰 상처를 입은 상황. 새하얀 털은 이미 철철 흐르는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한창 치열하게 싸우던 솔릭이 그걸 보고는 물었다.
“볼가, 괜찮은가?”
“이게 괜찮아 보여?”
“괜찮아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괜찮을 수도 있으니까 묻는 거다.”
그 속 터지는 말에 볼가가 혀를 차며 대꾸했다.
“너 때문에 더 안 괜찮아질 거 같군.”
그때 볼가의 바로 앞에서 오러 블레이드가 휘둘러지며 적들을 막아 냈다.
이어서 엘프 엘사로 위장하고 있던 용사가 나타나 쏘아붙였다.
“지금 농담 따먹기 할 때야? 죽기 싫으면 뒤로 물러나.”
“너는 만날 물러나라고만 하네. 자기는 목숨 내놓은 것처럼 싸우면서.”
그 말대로 용사는 혼자서 적의 절반을 상대하는 중이었다.
어찌나 살벌한지 엘프들마저 나서서 도울 엄두를 못 내고 정령술로 지원하는 게 전부였다.
“그거야 나는 용……. 음.”
용사가 무슨 당연한 말을 하느냐는 듯 입을 열었다가 얼른 입을 닫았다.
“용……? 뭐? 뭐라고 말하려고 한 거야?”
“용기 있는 사람이니까.”
“뭐야, 싱거운 녀석.”
볼가가 피식 웃는데, 솔릭이 진지하게 말했다.
“아니다. 엘사는 싱거운 녀석이 아니라 용기 있는 녀석이 맞다.”
“젠장, 웃기지 마. 너 때문에 상처가 더 벌어질 거 같거든.”
볼가는 그렇게 말하면서 앞으로 나섰다.
완치까지는 멀었지만, 그사이 뛰어난 치유력으로 피가 어느 정도 멎은 거였다.
적들도 다시 공격 태세를 갖추고 돌격해 왔다.
“다들 저 백호 수인족을 노려라.”
“한 번만 더 밀어붙이면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아.”
“너희는 엘프들이 방해 못 하게 막아.”
“공격, 공격하라! 틈을 주지 말고 몰아붙여야 한다!”
적들은 온갖 동물 머리의 다양한 수인족, 그뿐만 아니라 그 하나하나가 최소 하급 마족급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3성급 이상 마심장을 가진 수인족들도 여럿 있었기에, 아르칸 마왕성의 병사들은 안색이 나빠졌다.
솔릭은 이를 악물며 외쳤다.
“젠장, 다 덤벼!”
“그래, 어디 한번 죽어 보자.”
볼가도 전의를 다지는데, 용사는 그런 볼가가 마음에 안 드는 듯 타박했다.
“그런 소리 하지 말고 피하라니까. 가서 오웬이랑 교대해. 오웬이 교대해 주기로 했잖아.”
“지금 내가 물러서면 이번 공격은 어떻게 막고?”
“젠장, 그럼 이번 돌격만 막고 후퇴하는 거다.”
“알았으니까 잔소리 좀 그만해. 온다!”
볼가의 말대로 적들이 지척까지 들이닥쳤다.
자신의 동료가 죽어 나가는 게 보기 싫었던 용사는 최대한 볼가가 죽지 않도록 애를 썼지만, 그러기에는 적이 너무나도 많았다.
오리할콘 검을 끊임없이 휘두르다가 잠깐 멈추자마자 볼가를 향해 덤벼드는 적들이 순간적으로 배로 늘었다.
그런 와중에 아주 강력해 보이는 코뿔소 수인족 하나다가 그대로 돌격해 와 볼가의 배를 찔렀다.
푹!
거대한 송곳과 같은 뿔이 볼가의 배를 뚫고 나오고, 볼가는 극심한 고통과 함께 피를 토했다.
“볼가!”
용사가 뒤늦게 그 모습을 보고 외쳤지만, 상태가 어떤지 살펴보러 갈 시간도 없었다.
그랬다가는 자신의 뒤에 있던 엘프들이 쓸려 나갈 판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솔릭이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볼가는 죽는다고 해도 바로 죽진 않으니까.”
그 말대로 볼가는 곧바로 일어섰다. 가슴팍에 꿰뚫린 상처는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동시에 힘이 넘치는지 강렬한 마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볼가는 성장의 생물의 영향으로 특성이 부활에서 초월 부활로 강화되었는데, 덕분에 부활했을 때 일시적이지만 전투력이 강화된다.
“크하핫, 다 쓸어버리겠다!”
신난 볼가가 나서는 걸 보며 용사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부활 특성에 대해서는 들었어. 하지만 죽음의 고통은 보통이 아니거든. 무엇보다.”
그렇게 말한 용사는 까마득한 적이 몰려드는 전장을 바라봤다.
“지금 상황에서 부활해 봐야 달라진 건 없잖아.”
“아.”
솔릭은 그제야 볼가의 전투력이 강해져 부활했다고 해도, 전황을 뒤집을 정도가 아닌 이상 방금 일이 반복될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힘이 빠지면 금방처럼 전사하게 될 터였다.
그건 볼가도 잘 알았다.
그런데도 자신이 그대로 나자빠져 있으면 마왕성이 함락될까 걱정되어 바로 일어난 거였다.
한편 볼가를 해치운 뒤 다시 뒤로 물러난 코뿔소 수인족은 죽은 볼가가 일어나서 싸우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심지어 체구도 살짝 커지고, 발톱도 훨씬 날카로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볼가의 몸이 되돌아온 걸 보고 군침을 흘렸다.
“흐흐, 안 그래도 찌르는 맛이 좋았는데, 다시 한번 맛볼 수 있겠는걸?”
코뿔소 수인족은 다시 한번 볼가를 향해 뿔을 겨누고 달려왔다.
마력이 뿔에 모이자 아주 단단하고 예리해졌다.
“큭, 저 녀석이 또.”
뒤늦게 눈치챈 볼가는 이번에는 직접 상대하지 않고 몸을 날려 피했다.
피로하긴 했지만, 6성급인 자신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적이라는 걸 눈치챈 거였다.
“그럴 줄 알았지.”
코뿔소 수인족은 볼가의 움직임을 예상이라도 한 듯 지면을 박차고 방향을 바꿔 볼가를 향해 덤볐다.
“크윽.”
또 당하겠다 싶었을 때, 볼가의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그림자가 있었다.
쾅!
코뿔소 수인족의 공격은 그 그림자에 막혀 튕겨 나갔다.
“젠장, 누구냐!”
코뿔소 수인족이 분한 마음에 외치자, 그 그림자가 당당히 말했다.
“이 마왕성의 경비대장 센시아다. 내가 온 이상 누구도 이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한편 아르칸은 뒤에서 센시아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볼가를 쓰러트릴 정도의 공격을 막아 내다니, 거인섬에서 성인식을 마치고 온 보람이 있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