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마왕성 대결 (2)
원래 센시아의 마심장은 3성급.
이번에 성장의 샘물로 5성급이 됐다. 2단계나 상승한 것은 마인족 중에서는 볼가밖에 없었는데.
그만큼 큰 효능을 얻은 거였다.
그래도 4성급에서 6성급이 된 볼가에 비하면 약했다.
‘그런데 거인족의 성인식 때 체격이 커지는 걸 보고 확인해 보니, 마심장의 등급도 한 단계 올라 있었지.’
그 결과 마심장은 무려 6성급.
사실 그것만으로는 볼가를 압도하는 상대의 공격을 막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공격 특화인 볼가와 달리, 센시아는 경비대장으로 방어력이 강했다. 거기다가 오랜만의 복귀라 아르칸이 활약하라고 마력 공유를 해 준 덕분에 막아 낼 수 있었던 거였다.
“그나저나 저 녀석은 대체 뭐지? 보통이 아닌데?”
볼가를 상대로 우위로 점하는 것만 봐도 7성급은 되어 보였다.
대마왕의 부하면 몰라도 일개 마왕의 부하로 있을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
“아, 저 녀석은 마왕 갈라포스의 자식 코르존이라고 합니다. 마왕성으로 돌아가 휴식 중인 갈라포스 대신 지휘 중입니다.”
제피로스가 주변에 떠도는 소리를 듣고 알려 줬다.
“그렇군. 좋은 정보야. 잘했어.”
아르칸은 제피로스를 칭찬했다.
갈라포스의 후계자라니, 강한데 굳이 갈라포스의 부하로 있는 게 납득이 됐다.
‘일단 저 녀석부터 잡자, 저 녀석만 잡으면 전황을 뒤집을 수 있어.’
강하긴 해도 힘을 합치면 충분히 잡을 수 있어 보였다.
한편 코르존은 여전히 덤벼들 자세를 취하면서 발을 구르고 있었다.
“흥, 방금은 전력을 안 써서 그렇다. 자, 다시 한번 막아 봐라! 이번에야말로 꿰뚫어 주마!”
그걸 보며 아르칸이 나서서 말했다.
“막을 필요 없지.”
“뭐라고?”
“어차피 그 자리에서 못 움직일 테니까. 마법 스크롤 작성 홀드.”
“그게 무슨……. 어, 아닛.”
반문하던 코르존은 빛의 밧줄이 날아와서 자신의 부하를 휘감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으윽, 안 움직여. 코르존 님! 꼼짝할 수 없습니다.”
“봤지? 이렇게 붙잡아 놓고 공격하는 게 내 주특기야.”
그걸 본 코르존은 이를 갈았다.
“이 자식, 치사하게 싸우다니. 혹시 네가 망나니 마왕 아르칸이냐?”
“어, 맞아. 그나저나 이것도 내 능력인데 치사하다니 너무한데?”
아르칸은 그렇게 투덜거리며 다시 홀드 마법을 썼다.
“아, 안 돼.”
코르존은 뒷걸음을 쳤지만, 마법을 피할 수 없었다.
다들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을 때, 아르칸이 외쳤다.
“뭐 해? 공격해야지!”
“음.”
그제야 용사는 코르존에게 달려들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죽어라!”
“크윽.”
코르존은 붙잡힌 와중에도 피하고자 몸을 틀려 했는데, 언제 마법에 붙잡혔었냐는 듯 쉽게 돌아가는 거 아닌가?
그 덕분에 간발의 차이로 오러 블레이드를 피할 수 있었다.
“뭐 해, 똑바로 붙잡지 않고.”
“저 정도 녀석을 홀드 마법으로 어떻게 잡아? 붙잡힌 줄 알고 속고 있을 때 눈치껏 공격했어야지.”
“젠장, 미리 말을 하지.”
용사가 혀를 찼을 때, 센시아가 말했다.
“제가 잡을 테니 공격하세요.”
그러면서 코르존을 향해 손을 뻗었다.
“흥, 내가 너 따위에 잡힐 줄 알고?”
코르존은 부하들을 밀치면서까지 뒤로 피했다.
안 그래도 어머니인 마왕 갈라포스는 이곳의 주인인 마왕 아르칸이 나타나면 혹시 숨겨 둔 전력이 있을지 모르니 후퇴하라고 했었다.
코르존은 그 말을 무시할 생각이었지만, 막상 새로 나타난 거인족과 마법을 쓰는 아르칸을 보니, 어머니 말대로 물러난 뒤 재정비해서 싸우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분명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센시아의 손에 잡혀 버린 거였다.
’뭐? 손에 잡혔다고?‘
그제야 어떻게 된 상황인지 깨달은 코르존이 화들짝 놀랐다.
안 그래도 거대했던 센시아가 더욱 커지면서 자신을 붙잡은 것.
“꼭 잡고 있어.”
용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코르존을 향해 검을 내찔렀다. 푹. 코르존은 미간부터 검에 깊숙이 찔려 그대로 절명했다.
그걸 본 적들은 동요했다.
지휘관이, 그것도 마왕 갈라포스의 자식이 전사했다.
심지어 마왕에 못지않게 강하기도 했던지라, 코르존이 이렇게 쉽게 당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
“이런! 코르존 님이 당했잖아!”
“빨리 갈라포스 님께 알려야 해.”
“이를 어쩌지? 분명 화내실 텐데.”
“어차피 우리끼리 싸워도 전멸이야.”
적들이 당황한 걸 본 아르칸이 외쳤다.
“다들 공격! 단, 투항하는 적들은 공격하지 마라!”
그 말에 신난 부하들이 공격에 나섰다.
갑작스러운 침공에 내내 열세였던 상황에서 벗어나, 드디어 공세로 전환한 거였다.
“젠장, 도망쳐!”
“지금 도망치는 거 무리다. 끝까지 싸워야 해.”
“나, 난 항복합니다, 항복. 살려 주세요.”
적의 반응은 나뉘었지만, 도망치는 게 절반, 끝까지 맞서 싸우려는 게 절반이었다.
수인족답지 않게 항복하는 건 몇몇 소수에 불과했다.
“센시아! 도망치는 적들은 내버려 둬. 끝까지 싸우려는 녀석들만 최대한 피해 없이 해치운다.”
“알겠습니다. 차례대로 계층도 수복합니까?”
“아니, 일단은 내버려 둬.”
아르칸은 그렇게 명령을 내린 뒤, 다시 통제실로 내려갔다.
어차피 서로 끝장을 봐야 하는 데다, 듣자 하니 자식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갈라포스가 나설 게 분명해서였다.
통제실로 돌아가니, 마정석으로 상황을 살펴보고 있던 오웬이 반갑게 맞았다.
“아르칸 님이 오시자마자 전황이 뒤집혔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별로 한 거 없어. 센시아가 활약한 덕분이지.”
“센시아가 거인섬에 다녀온 성과를 보여 줬나 보군요.”
“그래, 지금은 오웬보다 강할지도 몰라.”
아르칸이 슬쩍 자극했지만, 오웬은 인자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이런 늙은이보다는 당연히 강해져야죠. 언젠가는 그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때 아바로스가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전황이 뒤집힌 걸 알면 갈라포스가 쳐들어올 겁니다.”
“맞다. 지금까지 어떻게 된 거야?”
“그건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오웬이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니칼 영역에 있는 한 마왕성이 이곳으로 향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오웬은, 곧바로 대비하고 아르칸에게 연락을 취하려고 했다.
그런데 상대 마왕성의 이동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고.
“마치 돌격하는 듯했지요.”
처음 아르칸 마왕성에서 나섰던 건, 수인족 마왕 삼인방 나미라, 베리나, 아그나르.
대마왕 제니칼과 싸울 때 큰 활약을 못 했던 셋이라 이번 기회에 자신들의 힘을 보여 줄 작정이었다.
대마왕 제니칼까지 해치웠는데 감히 덤비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도 있다고 했다.
그저 정신 나간 녀석이라고 여겼다나.
그 소리에 아르칸은 혀를 찼다.
‘정신 나간 녀석이 아니라면, 그만큼 자신 있다는 소리니 조심했어야지.’
그런 셋의 앞에 나타난 건 마왕성 랭킹 33위인 갈라포스.
정신 나간 녀석은 맞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녀석이 온 거였다.
갈라포스는 셋을 보자마자 돌진해 왔다.
삼인방은 각자 권능을 발휘해서 막으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적의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고 한다.
“화염 돌격이라는데, 그 어떤 것도 막을 수 없는 권능이라고 합니다.”
수인족 마왕 삼인방에게 크게 타격을 입힌 갈라포스는 순식간에 2계층까지 함락시켰다.
모두 당황하는 와중에 3계층에 있던 솔릭마저 당할 뻔했는데, 아바로스가 나서서 엘프들을 불러 공격을 막아 냈다고 했다.
알고 보니 아바로스가 평소 아르칸 마왕성의 구조를 파악해, 엘프들이 빠르게 방어에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해 뒀다고 했다.
그 뒤에 볼가가 합류하고, 갈라포스는 휴식을 취하러 간 뒤에도 전투를 계속하다가 현재 상황에 이르렀다는 거였다.
아바로스는 자신이 나서지 않았다고 해도 4계층에서 막았을 거라고 하지만, 그 빠른 대처가 없었다면 솔릭마저 당했을지도 몰랐다.
아르칸은 솔직하게 감사를 표했다.
“아바로스, 가만히 있지 않고 도와줘서 고마워.”
“마왕님의 야망이 이런 데서 방해받길 원하지 않았거든요.”
아바로스의 말에 아르칸은 피식 웃었다.
그때 오웬이 말했다.
“어쨌든 이제 걱정할 거 없겠군요. 이대로 싸우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말대로 상대의 병력이 많고 갈라포스가 강하다고 해도.
아르칸이 피용과 센시아를 데리고 합류한 이상 이기고도 남았다.
대마왕 제니칼을 쓰러트릴 때보다 더욱 강한 전력이었으니까.
‘물론 제니칼이 전력투구해서 끝까지 덤볐으면 졌겠지만, 지금은 확실히 우리 쪽 전력이 위야. 큰 차이는 아니지만.’
그때 아바로스가 물었다.
“아르칸 님, 전면전을 펼치실 작정입니까?”
오웬이 당연한 걸 이야기하느냐는 듯 대꾸했다.
“그래야 하지 않나? 마왕성 대결에서는 패배한 마왕은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만큼, 총력전을 펼치는 게 기본이다만.”
“그건 그런데, 아르칸 님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요.”
아바로스는 그렇게 말하며 아르칸을 쳐다봤다.
아르칸은 직감적으로 이건 아바로스의 시험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르칸이 마신이라는 목표에 걸맞은 마왕인지, 자신이 믿고 따를 만한지 파악하려고 하는 거였다.
‘제니칼을 모셨던 것만으로도 어떤 걸 원하는지 눈에 훤히 보이지만.’
아르칸이 입을 열었다.
“전면전은 하지 않는다.”
“네? 그러면 어떡하실 겁니까?”
놀라서 묻는 오웬에게 아르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
“뭐라고?? 코르존이 죽었다고?”
마왕성 내 호숫가에서 몸을 식히고 있던 갈라포스가 벌떡 일어났다.
그 어마어마한 박력에 옆에 있던 시종들이 버티지 못하고 몸을 숙일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부하들은 진정하라고 할 수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니라 갈라포스가 아끼던 자식이 전사한 사실을 알리는 도중이었기 때문이다.
“대체 어떻게 된 거냐? 여기에는 코르존을 해칠 만한 강자가 없었을 텐데.”
코르존의 마심장은 자신보다는 조금 떨어지긴 해도 7성급 초입은 됐다.
그런 자식이 죽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된 거냐?”
“마왕 아르칸이 센시아라는 거인족 경비대장과 돌아와서 협공을 하는 바람에…….”
“녀석, 아르칸이 나타나면 일단 물러나라 했거늘.”
대마왕 제니칼을 물리친 걸 보면 아르칸이 뭔가 숨기는 전력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다.
하지만 제니칼과 싸우면서 타격도 컸을 테니 그 틈을 노리고 침공한 거였다.
자신과 아들, 그리고 그동안 영입해 온 마족들까지 모조리 동원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보였다.
무엇보다 욕심이 컸다.
승리하면 마왕성의 계층을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니칼 파벌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아주 돈독해질 테니까.
실제로 쳐들어가 보니 예상대로 적들은 만만하고, 아르칸도 보이지 않았다.
기습한 보람이 있는 듯 무난히 이길 것 같았던 갈라포스는 자식이 공을 세울 수 있도록 뒤로 빠져서 쉬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 녀석이 당하다니.”
“아르칸이 마법으로 붙잡았다가 몸을 뺐는데, 이후 그 거인족 경비대장이 더 커지면서 붙잡혔습니다.”
“마법이라……. 그게 아르칸이 믿는 구석인가. 하지만 나한테 통하지 않는다. 그보다 코르존의 시신은?”
“죄송합니다. 이미 붙잡힌 채라…….”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갈라포스는 못마땅하다는 듯 소리치며 부하들을 한 대씩 후려쳤다.
그런 다음에야 속이 좀 풀리는지 말했다.
“흥. 코르존의 복수를 하겠다. 모두 나를 따라오도록.”
갈라포스는 모든 병력을 이끌고 아르칸 마왕성으로 향했다.
그런데 통로에 아무도 없는 게 아닌가?
“왜 아무도 안 지키고 있지?”
“아직 계층 수복은 할 때가 아니라고 여긴 모양입니다. 원래부터 병력이 많지 않으니까요.”
“하긴. 어서 해치우러 가자. 우리를 끌어들인다는 건 함정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갈라포스가 부하들에게 외쳤다.
아무니 막무가내라도 적의 마왕성에 들어갈 때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마왕성에 함정을 설치하는 건 꺼렸지만, 병력도 적은 데다 궁지에 몰린 아르칸으로는 어떤 함정을 만들어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
그걸 아는 부하들도 힘차게 대답했다.
그러나.
막상 아까 격전을 벌였던 3계층까지 내려가는 길에 함정은커녕 적의 병사도 하나 볼 수 없었다.
오히려 3계층에 웬 미청년이 당당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 미청년에게 갈라포스가 물었다.
“네가 마왕 아르칸인가?”
“어, 맞아.”
“흥, 겁도 없이 앞으로 나오다니. 내가 직접 해치워 주마!”
“그러지 말고, 부하들은 내버려 두고 일대일로 붙자.”
아르칸의 말에 갈라포스를 비롯해 주변의 모두가 놀라는 와중에, 아바로스만이 만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