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마왕성 대결 (3)
아바로스가 아르칸을 보며 생각했다.
‘내 의도를 정확히 읽었군. 확실히 머리는 좋단 말이지.’
전면전 대신, 갈라포스와 아르칸의 일대일 결투를 벌이는 것.
그게 아바로스가 바라는 바였다.
정확히는 아르칸이 마왕으로서 힘을 보여 줬으면 했다.
아무리 부하들이 강하다고 해도, 마왕이 강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기 때문.
갈라포스를 이기지 못하면 마신은커녕 대마왕조차 되기 힘들다는 게 아바로스의 판단이었다.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아바로스의 계산으로는 현재 전력은 아르칸 마왕군이 조금 우위에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건 아니다 보니, 전면전을 벌인다면 피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제2, 제3의 갈라포스가 나타났을 때 버티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마왕끼리 일대일로 대결해 승패를 가린다면 병력을 온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겼을 때 상대 병력을 흡수하는 만큼 세력이 커지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었다.
‘다만 이것도 서로 합의가 되어야 가능한 일이지.’
그러나 아바로스는 갈라포스가 아르칸의 제안에 응하리라고 예상했다.
망나니 마왕에, 뿔도 없을 정도로 무능력한 마왕이라고 마계에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지금에야 뿔도 생기고, 마법도 쓰는 듯 점차 강해지고 있었지만, 갈라포스가 보기에는 손쉬운 상대일 게 틀림없었다.
갈라포스는 아르칸을 가소롭다는 듯 쳐다보며 물었다.
“일대일로 붙자고? 진심이냐?”
“내가 여기서 거짓말을 하겠어?”
“항복한다고 해도 살려 주진 않을 거다. 아니, 코르존을 생각해서라도 절대로 곱게 죽이지 못하지!”
“누가 살려 달래? 결투하자고 했지. 설마 너 겁먹은 건 아니지?”
“이 자식이! 누가 겁먹었다고! 그래, 결투하자! 누구 하나가 죽을 때까지 싸우는 거다!”
그렇게 말한 갈라포스는 뒤를 돌아보며 부하들에게 외쳤다.
“들었지? 다들 물러나라! 저 망나니 마왕과 결투하겠다.”
갈라포스의 부하들은 순순히 물러났다.
저 망나니 마왕에게 갈라포스가 질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아르칸 마왕군 진영에서는 동요가 일었다.
처음에 아르칸이 일대일 운운했을 때는 그저 도발하는 거라고 여겼는데, 정말 성사되어 버린 거였다.
“야, 정말 결투할 거야? 저 녀석 보통이 아닌 거로 보이는데.”
“아르칸 님? 어쩌시려고 그래요.”
“아니, 왜 굳이…….”
용사부터 센시아, 볼가 등등 모두 한마디씩 하면서 소란스러워졌다.
그때 오웬이 나서서 정리했다.
“마왕님이 이미 결정을 내리셨다. 여기서 번복하면 마왕님의 체면이 어떻게 되겠느냐. 다들 물러나도록.”
그제야 다들 소란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역시 이럴 때는 오웬이 중심을 잡아 줘야 하는군.’
한편 이 광경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갈라포스가 아르칸을 비웃었다.
“후후, 마왕이라는 녀석이 부하들 통제도 못 하나? 곧 내 부하로 삼아서 제대로 교육해 주지.”
그 말에 갈라포스의 부하들이 움찔했다. 그동안 갈라포스에게 시달렸던 기억이 떠올랐던 거였다.
당장에도 한 대씩 맞고 온 참이었다.
아르칸은 그 도발에 여유로운 얼굴로 대꾸했다.
“다 내가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지. 우리는 전투 끝나면 축제도 열고 추가 수당도 지급하거든. 그거 받으려면 내가 무사히 이겨야 할 거 아니야?”
그 말에 갈라포스 부하들이 웅성거렸다.
“우리도 뭔가 포상이 있을까?”
“갈라포스 님은 그런 거 없잖아.”
“있겠지. 평소라면 모르겠는데, 이번에는 승리하면 얻는 게 어마어마하잖아.”
“하긴, 저 망나니 마왕도 챙겨 준다는데, 갈라포스 님도 가만히 계시지 않겠지.”
그 소리가 거슬렸던 갈라포스가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시끄러워, 이 자식들아! 싸우는 건 난데 왜 너희가 기대하고 있어?”
그걸 보며 아르칸이 피식 웃었다.
“어느 쪽 부하가 통제가 안 되는지 모르겠네.”
“흥, 내 부하들을 흔들려고 했으면 결투는 신청하지 말았어야지. 그럼 결투를 시작한다.”
아르칸의 이죽거림에 콧방귀를 뀐 갈라포스가 마력을 모으며 대꾸했다.
동시에 갈라포스의 코에 난 뿔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열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전신으로 불붙었다.
“내 화염 돌격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도 없다! 마법을 믿고 있을지 몰라도, 네 마법 따위는 통하지 않을 거다!”
그렇게 말한 갈라포스는 지면을 박차고 달렸다. 갈라포스의 불타는 뿔은 순식간에 아르칸을 향해 육박해 그대로 들이박았다.
아르칸의 몸통은 그대로 꿰뚫려 갈라포스의 뿔이 등 뒤로 튀어나왔다. 회복하기도 어렵게 순식간에 주위가 불타 버렸다.
“오옷!”
“해치웠다!”
“한 방에 끝내다니, 역시 갈라포스 님이야!”
갈라포스 마왕군 진영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껏 저 공격을 버텨 낸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피하는 게 최선인데, 정작 아르칸은 피할 틈도 없어 보였다.
뭐, 아르칸 마왕군 진영에서도 별소리는 안 들렸지만.
그때 갈라포스의 입에서 당황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뭐, 뭐야?”
분명 아르칸의 가슴팍에 커다란 구멍을 내었는데, 아르칸이 온데간데없어진 거였다.
“뭐긴 뭐야? 환영이지.”
그렇게 말한 아르칸은 어느새 갈라포스의 바로 옆에 있었다.
이마에는 가상의 마력 뿔이, 손에는 마력이 잔뜩 모여 있었다.
아르칸은 그 손을 그대로 갈라포스의 머리에 대고 마력포를 날렸다.
펑!
마력 공유로 부하의 마력들을 최대로 끌어모았다.
일대일로 싸우기에 오히려 부하들의 마력을 잔뜩 긁어모을 수 있던 거였다.
‘이 정도면 8성급은 충분히 되겠지.’
군주의 깃발로 버프를 주고, 거기다가 5계층이 된 마정석에서 나온 마력에, 오리할콘으로 만든 마력복으로 마력 효율까지 높였다.
게티아로 확인하진 않았지만, 순간 공격력이 9성급은 못 되어도, 8성급 중에서는 최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갈라포스의 마력을 뚫고, 머리를 반쯤 날려 버릴 수 있었다.
“커억!”
피를 토한 갈라포스가 경악한 얼굴로 아르칸을 쳐다봤다.
지금껏 위기의 순간은 여러 번 겪었지만, 이토록 강렬한 죽음의 공포를 느낀 건 처음이었다.
놀란 건 아르칸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살아 있다니, 튼튼하긴 정말 튼튼하네.”
다만, 숨만 붙어 있지 어마어마한 고통이 엄습해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는 상황. 갈라포스는 억지로 버티며 의식만 유지하는 중이었다.
갈라포스는 그 끔찍한 몰골로 최후의 힘을 짜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아르칸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자, 잠깐! 살려 다오. 아니, 살려 주십시오. 회복 포션만 주면 살 수 있습니다.”
“누구 하나 죽을 때까지 싸우자며?”
“무조건 항복합니다. 마정석도 빼 드리겠습니다. 강제로 뽑는 것보다는 마력 손실이 덜할 겁니다. 아니, 살려만 주면 오른팔이 되겠습니다. 매, 맹세합니다.”
갈라포스의 부하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갈라포스를 노려봤다.
그토록 강한 척한 주제에 이렇게 비굴하게 굴다니!
“널 뭘 믿고 살려 줘?”
“계, 계약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다른 수인족 마왕들도 계약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 방법이 있었네. 그래도 나한테는 널 꼭 죽여야 할 이유가 있거든.”
아르칸은 그러면서 다시 한번 마력탄을 발사해서 갈라포스의 숨통을 끊었다.
마력 뿔이 사라지고 마력 공유가 끝난 탓에 아까보다 한참 약한 공격이었지만, 이미 죽어 가는 갈라포스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권능 스킬, 군주의 정복이 발동되었습니다.] [갈라포스가 가진 마력을 일부 흡수합니다.]‘음, 아직 마심장 등급이 올라갈 정도로 마력을 모으진 못했나.’
추가되는 메시지가 없는 게 조금 아쉬웠다.
그때 게티아에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호감도 : 100] [대상을 신하로 임명할 수 있습니다.] [군주의 권능을 사용해 아바로스를 신하로 임명하시겠습니까?]‘벌써 호감도가 100이 됐다고?’
아르칸은 아바로스를 쳐다봤다.
아무래도 갈라포스를 손쉽게 해치운 게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사실 이 공격으로 바로 쓰러트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후에는 상급 정령들과 세계수까지 동원해 싸울 생각이었는데, 갈라포스의 공격이 단순하고 빈틈이 커서 쉽게 끝낼 수 있었다.
‘그만큼 나를 만만하게 본 거겠지만.’
아르칸은 곧바로 아바로스를 신하로 만든 다음, 갈라포스의 부하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어떻게 할 거야? 내 부하가 될래? 아니면 갈라포스의 복수를 위해 끝까지 싸울래?”
“항복하겠습니다.”
“부하가 되겠습니다.”
“저희도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갈라포스의 부하들은 곧장 투항했다.
그걸 보며 아바로스가 감탄했다.
“이긴 뒤에 부하들을 쉽게 포섭할 수 있도록 부하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게 효과를 발휘했네요.”
“들켰나.”
아르칸은 그렇게 말하면서 아바로스와 함께 갈라포스의 마왕성으로 향했다.
자신이 모시던 마왕이 죽었다는 걸 감지한 덕분인지 마왕성 내의 누구도 아르칸을 가로막지 못했다.
통제실까지 별다른 저항 없이 들어간 아르칸은 마정석을 가리키며 아바로스에게 말했다.
“너 마정석 뽑는 마도구 있지? 그거로 뽑아 줘.”
“어떻게 아셨습니까?”
“내 마왕성 통제실로 잠입하려고 한 걸 보고 따로 들고 있다는 걸 알았지.”
“눈치가 빠르시군요.”
아바로스는 웃으며 대답한 뒤, 그물과 같은 물건을 꺼내 마정석에 씌웠다.
아르칸도 마정석을 뽑는 마도구에 대해서는 알았다. 이걸 쓰면 강제로 뽑을 때 필요한 마력이 반감된다고 했다.
그렇게 마정석을 뽑아내자, 두 마왕성이 급격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아직 마정석이 유효한 아르칸 마왕성이 갈라포스의 마왕성을 흡수하는 중이었다.
이걸로 1계층이 늘었고, 가져온 마정석을 흡수시키자 또 1계층이 늘었다.
총 7계층이 된 거였다.
아르칸은 마정석으로 마왕성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웃으며 말했다.
“이거 오웬이 또 바쁘겠는데.”
오웬의 안색이 굳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안 그래도 바쁜 와중에 새로운 일거리가 잔뜩 들어온 거였다.
그때 아바로스가 말했다.
“쳐들어온다고 했을 때 짜 둔 계획이 있었습니다. 조금만 수정하면 될 거 같습니다.”
그 말에 오웬이 살았다는 얼굴이 됐다.
한편 아르칸이 제니칼에 이어 갈라포스까지 해치웠다는 소식은 마계 전역에 퍼졌다.
덕분에 갈라포스처럼 겁 없이 아르칸 마왕성을 쳐들어오는 녀석은 그 뒤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데실론이 방문했다.
“이번에는 있군.”
“저번에도 있었지 않습니까?”
“농담은 그만하지. 마왕 아르칸, 마왕성 랭킹 33위가 된 걸 축하한다.”
갈라포스를 완전히 흡수한 덕분에 33위까지 치고 올라간 거였다.
바리스탄 대마왕의 마왕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마왕이 된 상황.
본앰브로스의 요구 사항대로 전체 10위 안에 드는 것도 그리 멀지 않은 일만 같았다.
“감사합니다. 여기 약소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만.”
아르칸은 골드가 잔뜩 든 상자를 건넸다.
데실론 덕분에 제니칼을 대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받을 수 없다. 어차피 나한테 쓸모도 없고.”
“그렇습니까? 뭔가 필요하신 거 있으면 말씀해 주시면 다음에 드리죠.”
“다음이라. 또 랭킹을 올릴 생각이로군. 그 상향심이면 충분하다.”
“그보다 다른 소식은 더 없습니까?”
“있지만, 네게 말할 만한 건 없군.”
“그러면 하는 수 없죠.”
아르칸은 순순히 물러났다. 정보를 살 수도 없고 구슬릴 수도 없는 상대에게 애쓸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데실론을 배웅하는데, 떠나가기 전에 지나가는 한마디를 남겼다.
“이번에 신용사가 재밌는 녀석인 것 같더군.”
“신용사라…….”
그러고 보니 신용사에 대해서 궁금하긴 했다.
소설에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던 존재였기 때문이다.
난데없이 교체당한 용사로서도 신용사에 대해서 알 리가 없었다.
“제피로스, 인간계에서 신용사에 대해 좀 알아봐 줄래? 전에 발모제 맡긴 상인이 어쩌고 있는지 한번 보고 오고.”
“알겠습니다.”
바람의 정령이라 세계수가 있는 아르칸 마왕성이 아니고서야 제대로 활약하기 힘들지만.
인간계에서는 마음껏 떠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제피로스를 보낸 뒤, 아르칸은 눈코 뜰 새 없이 지냈다.
기존의 아르칸 마왕성보다 더 큰 마왕성을 통합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갈라포스 마왕성의 수인족과 마인족, 그리고 하인들까지 대부분 아르칸 마왕성에 합류하길 원했다.
덕분에 명단 작성부터 확인, 배치까지 할 일이 끝도 없이 많았다. 아바로스가 없었다면 언제 끝날지 까마득할 정도였다.
이렇게 다들 남으려는 건 현재 제니칼 파벌의 영역 안이 혼란스러워서였다.
그만큼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제니칼은 제니칼대로 자신을 위협하는 파벌 내 움직임을 막기 바빴다.
아르칸은 그 움직임을 고블린과 정령들을 총동원해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현재 아르칸이 세력을 늘리려면 역시 대마왕 제니칼의 영역을 노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인간계에 갔던 제피로스가 돌아왔다. 그것도 꿈에서도 생각 못 할 소식을 가지고.
“뭐라고? 신용사가 드워프 왕국을 공격하고 있다고?”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