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드워프 왕국의 몰락 (2)
그 대답에 아르칸과 용사 모두 깜짝 놀랐다.
용사가 곧바로 도린을 말렸다.
“남은 드워프들을 이끌고 마왕성에 들어가겠다고요? 대체 왜 그러십니까?”
“저희도 살아야지요.”
도린이 씁쓸한 얼굴로 대꾸했다.
그래도 여전히 용사는 납득이 안 되는 듯했다.
“하지만 굳이 아르칸 마왕성에 들어갈 필요는……. 아르칸이 제안한 대로 근처에서 자리 잡으면 되지 않습니까?”
“불안해서요. 가뜩이나 숫자가 많이 죽었는데 이 사람들을 지키려면 마왕성 안에서 지내는 게 최선입니다.”
“정말 괜찮겠어? 그러면 돌이키기 힘들 텐데.”
아르칸도 재차 확인했다.
당장에야 이런 일을 당하는 바람에 뒤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중에 마음이 바뀌면 서로 곤란했기 때문이다.
“네가…… 아니, 아르칸 님이 말씀하신 대로 어차피 인간족들과 교류는 물 건너갔으니까요. 드워프들을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애매하게 발을 걸칠 게 아니라, 태도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제야 아르칸은 도린이 갑자기 존댓말을 한 이유를 깨달았다.
실수한 걸 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듯했지만, 그만큼 결심이 확고하다는 의미였다.
“혹시 곤란하십니까?”
“아니, 나야 대환영이지. 다른 드워프들도 동의하는 건가?”
“네. 공격한 건 신용사뿐이지만, 나머지 인간족들도 남의 일처럼 구경했다면서 인간족이라면 치가 떨린답니다.”
확실히 아르칸이 드워프 왕국에 갔을 때도 인간족들이 다수 있었다.
가까이 지내며 친분을 쌓아 온 만큼, 모른 척하는 모습에 배신감이 컸던 모양이었다.
“그렇다면야 나야 더 사양할 필요 없지.”
결심한 아르칸이 말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원래도 잘 지냈지만, 엘프와 사이좋게 지내. 오크들과 다투지 말고.”
“물론입니다. 같은 아르칸 님의 부하니까요.”
진지하게 말하는 거로 봐서는 믿어도 될 거 같았다.
“좋아. 그럼 챙겨 갈 수 있는 거 전부 챙겨 가자.”
“알겠습니다.”
아르칸은 용아병들을 소환해 아공간 주머니를 맡기고 드워프들이 주는 물건들을 받아서 넣으라고 지시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당장은 신용사가 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정령들에게 신용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항상 감시하라고 말해 뒀는데, 현재 신용사는 다시 왕국 수도로 향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래도 완전히 이주하려다 보니 챙겨야 할 게 한둘이 아니었다.
대장장이 작업용 공구들부터 희귀한 금속들, 미리 만들어 둔 장비들도 잔뜩 있었다.
‘이거 공간이 많이 필요하겠는데?’
미래를 생각하면 아예 한 계층을 내주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할 듯했다.
‘이제 7계층까지 있으니 공간은 문제없고…… 맞다, 미리 오웬에게 연락해서 알려 줘야지.’
저번에는 엘프를 데리고 온다고 해 놓고 2백 명이나 데려와서 깜짝 놀랐었다.
이번에는 바람의 정령으로 미리 알려서 마음의 준비를 시킬 생각이었다.
제피로스에게 이야기를 전해 달라고 한 아르칸은 한창 분주하게 움직이는 드워프들을 보며 한 가지를 더 떠올렸다.
“현재 드워프 왕국을 떠나 있는 드워프들은 어떻게 할 거야?”
“흠, 안 그래도 고민입니다. 아직 여기 소식을 못 들었을 텐데, 들으면 또 충격을 얼마나 받을지. 그 이전에 드워프라고 살해당할 수도 있고요.”
“그러면 곤란한데.”
현재 인간계에서 일하는 드워프들은 알코올중독도 피할 정도로 성실하고 실력 있는 대장장이들이었다.
문제는 아르칸이 나선다고 해도 몸은 하나.
곳곳에서 처형이라도 하는 날에는 구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최대한 구하는 데까지는 구해 보자. 일단 분위기가 안 좋으면 바로 도망칠 수 있도록 정령들에게 사정을 설명하라고 할게.”
“……감사합니다.”
그때 잠자코 있던 용사가 말했다.
“아르칸, 내가 도와주러 가고 싶다.”
“네가?”
“그래, 위험한 경우 내가 힘을 써서라도 빼내겠다.”
그 말에 도린이 감격했다.
“용사님! 용사님이야말로 진정한 용사님이십니다.”
“감사합니다만, 그런 말을 들으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용사 노릇을 못 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겠죠.”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에, 아르칸이 고개를 저었다.
“네 책임이라고는 할 수 없지.”
“맞습니다. 그 신용사라는 작자가 잘못한 거지요.”
“어쨌든 곧바로 출발하려고 하는데, 아르칸 네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 알았어. 외모부터 바꿔야겠네.”
현재 용사는 엘프로 위장한 상황이었다.
“눈에 안 띄게 하려면 최대한 평범하게 바꾸는 게 나으려나?”
“원래대로 해 줘. 내가 알아서 가리고 다닐 테니까.”
“그래? 그럼 그렇게 해.”
아르칸은 할루시네이션을 해제한 뒤, 용사에게 금화 주머니를 하나 던져 줬다.
“너 혼자면 괜찮겠지만, 드워프까지 데리고 다니려면 돈이 없으면 안 될 거야.”
“그렇겠지. 고맙다.”
“데리고 올 드워프는 제피로스가 알아봐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겠다. 출발하지.”
짧게 대답한 용사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
“안 그래도 바쁜데 일거리를 더 가져오셨군요.”
아르칸이 마왕성으로 돌아오자마자 오웬이 핀잔을 줬다.
“어차피 저한테 다 떠넘겨 놓으실 거 아닙니까?”
“크흠, 흠. 다 떠넘기다니. 당연히 도와줄 걸세.”
아바로스의 말에 오웬이 헛기침하며 멋쩍어했다.
그걸 본 아르칸이 웃으며 말했다.
“너희만 고생하지 말고 쓸 만한 인재 있으면 걔들까지 데려다가 써. 앞으로 점점 일이 늘어날 테니까.”
“음, 아무래도 그래야겠군요.”
“명안이십니다.”
오웬이 트릴과 데시무스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바로스도 일이 늘어날 거라는 말에 찬성했다.
실제로 여기는 대마왕성도 아닌데, 제니칼 대마왕성에서 지낼 때보다 일이 많았다.
하지만 아바로스는 힘들기는커녕 오히려 보람을 느꼈다.
“그래도 대단하시군요. 오크에 이어 엘프를 영입해서 세계수까지 마왕성에 심은 것도 놀라운 일인데, 드워프까지 데려오실 줄이야.”
“운이 좋았지. 아니, 좋았다고 하는 것도 부적절한가.”
아르칸은 순식간에 멸망한 드워프 왕국을 떠올리며 씁쓸한 얼굴을 했다.
그걸 본 아바로스가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떻게 하다니?”
“제니칼 영역으로 쳐들어갈 명분은 충분하지 않습니까? 제니칼도 지금 한창 정신이 없을 텐데요.”
이번에 갈라포스에게 선전포고도 받지 않고 난데없이 마왕성 대결까지 치렀다.
그걸 핑계로 제니칼 파벌 영역으로 쳐들어갈 명분은 충분했다.
하지만 아르칸은 당장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됐어. 당분간은 마왕성 정비도 하고 좀 쉬어야지.”
“뭔가 정보를 얻으셨나 봅니다.”
아르칸의 말에 아바로스는 뭔가 낌새를 알아챈 듯 눈빛을 반짝였다.
“들켰나? 아무래도 조만간 인간족들이 대대적으로 침공해 올 거 같더군.”
신용사가 드워프 왕국을 멸망시킨 걸 보고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했는데, 마왕성에 도착하자마자 바람의 정령들이 보고해 온 거였다.
신용사의 주도하에 인간족들의 대침공이 이뤄질 거라고 말이다.
***
신용사는 수도에 들어가자마자 국왕의 호출을 받아 왕성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국왕과 왕당파 귀족뿐만이 아니라, 귀족파의 귀족까지 모두 모여 있었다.
드워프 왕국을 공격한 신용사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였다.
드워프들이 불쌍하거나 안타까워서 하는 소리는 아니었다.
왕당파 귀족들은 드워프 왕국에 술을 납품하는 데 공동으로 투자해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었고,
귀족파 귀족들도 드워프 왕국에서 나오는 희귀 광물이나 장비들을 독점으로 유통해서 쏠쏠하게 재미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신용사가 드워프 왕국을 멸망시켜 버렸으니 귀족들의 손해가 막심한 상황이 된 거였다.
심지어 일부 드워프들은 이미 소문을 듣고 파업한다고 난리였다.
한창 자신을 성토하느라 소란스러운 귀족들에게 신용사가 말했다.
“왜들 난리인지 모르겠군. 몬스터를 해치운 것뿐인데.”
그 말에 다시 소란스러워졌을 때, 용사가 성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양쪽에 늘어서 있는 귀족들의 바로 앞에 오러 블레이드가 지나간 흔적이 남았다.
더 떠들면 모두를 베어 버릴 거라는 의미가 분명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귀족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고, 근위대 기사와 병사들이 신용사를 포위했다.
용사의 특권으로 국왕 앞에서도 성검을 차고 있을 수 있었지만, 성검을 휘두르는 건 용납 못 할 일이었다.
그러나 신용사는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
“나를 공격한다는 건 몬스터를 이롭게 한다는 것. 적을 이롭게 하는 녀석들은 가만두지 않겠다.”
오히려 이렇게 엄포를 놓자 다들 꼼짝도 못 했다.
이런 대치 상황을 끝낸 건 신용사 쪽이었다.
“그보다 이렇게 다 모였으니 건설적인 이야기나 하지.”
“건설적인 이야기?”
“나와 여러분이 힘을 합쳐서 마계로 침공하러 가자는 거다.”
“지금도 동부 평야에서는 마왕군과 왕국군의 치열한 전투가 이뤄지는 중이네.”
“아아, 그거? 전에 둘러보니까 진심으로 안 싸우는 거 같던데.”
“뭐라고? 그보다 자네야말로 안 싸우는 거 아닌가? 전임 용사는 마왕을 여럿이나 해치웠는데, 자네는 딱히 성과를 낸 게 없지 않은가.”
“아,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조만간 제대로 성과를 보여 줄 테니까. 그보다 마계 침공이나 준비해. 내 검에 죽기 싫으면.”
그 협박에 귀족들은 어이가 없었지만, 차마 나서서 반박하지는 못했다.
그만큼 신용사의 검이 두려웠던 거였다.
그걸 정리한 건 국왕이었다.
“이번 용사는 아주 호쾌하군. 좋다, 언제까지 용사에게만 맡겨 둘 수만은 없지.”
그렇게 대대적인 침공이 결정된 거였다.
***
“말은 당당하게 했지만, 국왕도 겁먹은 거지.”
아르칸의 설명을 들은 아바로스는 곰곰이 고민하고는 입을 열었다.
“아르칸 님은 대마왕 제니칼이 위기에 처했을 때 움직일 생각이시군요.”
“그래야지. 제니칼이 인간족 원정대에 당해 도움을 청할 때가 기회야.”
“알겠습니다. 언제든 출병하실 수 있도록 준비해 두지요.”
아바로스의 말에 아르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뒤.
셀레스티온 왕국에서 원정대가 출발했다.
그 숫자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최소 1만 이상으로 사상 최대 규모라는 건 확실했다.
거기다가 각 지역에서 보낼 지원군도 상당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원정대의 규모가 상상 초월할 정도로 크다는 걸 확인한 대마왕 제니칼은 그에 대항하기 위해 간부들과 인근의 마왕들을 모아 방어군을 결성했다.
그러나 그 방어군은 원정대에 며칠 못 버티고 궤멸했다.
위기감을 느낀 제니칼은 앞뒤 가릴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대마왕들에게 지원군을 요청했다.
가장 멀리 있는 대마왕 키클로테스는 즉시 지원을 결정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정예들을 지원군으로 보냈다.
제니칼 영역의 북쪽에 있는 대마왕 본앰브로스도 제니칼의 영역이 인간족에게 넘어가면 귀찮아진다고 대규모 병력을 파병하기로 했다.
다만, 대마왕 바리스탄 쪽에서는 곧바로 결정 못 하고 설왕설래 중이었다.
바로 얼마 전, 다른 마왕도 아니고 바리스탄의 막내아들인 아르칸을 제니칼이 직접 공격했었다.
아르칸이 제니칼을 쓰러트리긴 했지만, 그 앙금은 풀리지 않은 거였다.
그 때문에 바리스탄 대마왕의 부하들과 파벌의 마왕들은 대마왕 제니칼의 위기를 오히려 고소하게 여길 정도였다.
그 때문에 회의의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지원군을 보내지 말자는 쪽과, 지원군을 보내더라도 적어도 제니칼이 조금 더 골탕 먹은 뒤에 보내자는 쪽이었다.
그런 와중에 아르칸이 놀라운 의견을 냈다.
지원군으로 자신이 나서겠다고 자원한 거였다.
다들 놀라며 아르칸이 예전과 달리 마음이 넓고 너그러워졌다면서 칭송했지만, 아르칸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예상대로 도움을 청해 왔군. 이 기회에 제니칼에게 복수하고 영역을 차지해야지.’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