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마계 정벌 원정대 (1)
북상한 마계 정벌 원정대는 대마왕 제니칼의 영역과 인접해 있는 평야에 진입했다.
그 시점의 원정대 규모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모인 병사들이 평야를 까마득하게 메울 정도였다.
평야 양 끝에는 마왕군과 왕국군이 각각 세운 요새가 존재했는데, 마왕군 쪽 요새는 이미 신용사가 성검을 얻자마자 점령해 둬서 둘 다 왕국군의 관리하에 있었다.
별다른 저항 없이 평야를 통과해 마계로 들어간 원정대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이렇게 쉽게 마계로 갈 수 있다니.”
“이대로면 마계도 금방 쓸어버리는 거 아니야?”
“가자, 마인족을 몰아내는 거야!”
기세등등한 원정대는 그대로 마계로 쳐들어갔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지휘는 불가능했기에, 다들 사방으로 퍼져 닥치는 대로 마왕성을 공격했다.
사상자가 아주 많이 나왔지만, 그보다 많은 병력이 새롭게 충원되어 문제없었다.
이 인해전술로 마왕성 랭킹에 들지 못한 하급 마왕성 정도는 순식간에 함락시킬 수 있었다.
다만 랭킹 안에 드는 중급 마왕성부터는 주춤했다.
무작정 밀어붙여도 피해만 클 뿐, 함락할 기미가 안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는 신용사가 나섰다.
신용사는 왕국 제일검 로버른 경과 성녀 엘로디아와 함께 다녔는데, 그 셋이 나타나면 아무리 패색이 짙은 전장도 뒤집고, 강력한 마왕이라도 해치웠다.
그 때문에 신용사와 그 파티는 어디를 가든 환영받았고, 인기도 많았다.
“휴, 로버른 경 덕분에 살았어.”
“나는 그대로 죽는 줄 알았는데, 성녀님께서 치료해 주셨다니까.”
“근데 신용사 님이 정말 강하긴 강해. 그토록 강하던 마왕을 단칼에 쓰러트리다니. 정말 신용사 님 만세다! 만세!”
하지만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었다.
“저렇게 강하신데, 굳이 우리가 굳이 나설 필요가 있을까?”
“그러게. 저 세 분만으로도 마왕을 쓰러트릴 수 있을 것 같아.”
“하긴, 예전 용사님도 그렇게 쓰러트린 마왕이 여럿 있잖아.”
누군가는 그에 대해 반론했다.
“지금 봐. 쓰러트린 마왕만 벌써 열이 넘어간다잖아.”
“마왕이 한둘도 아닌데, 혼자서 마왕성을 찾고 부하를 상대하며 시간 낭비하느니, 단기간에 최대한 빨리 해치우는 게 나아.”
“그것도 그거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지.”
“뭔데?”
“지금 일개 마왕을 쓰러트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이 일대의 지배자라는 대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해 힘을 아껴 두시는 거지.”
“아아, 그렇구나.”
“하긴, 신용사 님 아니면 누가 대마왕을 쓰러트리겠어.”
그 말에 의문을 품던 대부분이 납득했다.
최강의 생명체라 일컬어지는 드래곤과 버금간다는 대마왕.
대마왕만큼은 상대할 엄두도 안 났기 때문이다.
“그보다 힘을 내서 이 일대의 마인족을 몰아내자고.”
“맞아. 이번이 절호의 기회야!”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그렇게 전의를 다진 원정대는 마왕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한편 대마왕 제니칼은 그 원정대의 파상 공세를 막아 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
“벌써 제2열까지 돌파당했다고? 다들 뭐 하는 거냐?”
대마왕 제니칼이 코끼리 코를 바짝 세우며 버럭 화를 냈다.
왕국군과 수시로 전투 중인 대마왕 제니칼은 파벌 내 마왕성을 연결해서 방어선을 구축했다.
대마왕 성까지 모두 다섯 개의 방어선이 존재했다.
지금까지는 평야의 요새를 넘어서 대대적으로 침공에 성공한 적이 없었기에 쓰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전체적인 전황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데 아주 유용했다.
문제는 그리 희망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거였다.
“그게, 적이 너무 많습니다.”
“하급 마왕성은 적이 들이닥치면 손쓸 틈도 없이 당한다고 합니다.”
“일부 마왕들은 마왕성을 포기하고 후퇴하고 있습니다.”
“후퇴는 무슨, 도망친 거지. 도망친 녀석들은 모두 잡아 와라.”
화를 버럭 낸 제니칼은 속으로 한탄했다.
‘아바로스가 있었으면 병력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용했을 텐데…….’
그동안 대마왕성의 참모를 담당했던 아바로스의 부재가 아쉬웠다. 당장 방어선이라는 개념부터가 아바로스가 도입한 거였다.
이것마저 없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고 지리멸렬하게 당했을 게 분명했다.
문제는 아바로스를 아르칸 마왕성에 내팽개치고 와 버렸다는 거였다.
‘아르칸이 이미 죽였으려나? 아니, 잘 죽이지는 않는 편이니까 살려 두고 또 몸값이라도 내놓으라고 할지도 몰라. 근데 아직 말이 없군…….’
현실도피를 하느라 엉뚱한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부하가 또 속 터지는 보고를 해 왔다.
“대마왕님, 제3열 마왕성의 마왕들이 지원해 달라고 난리입니다.”
“뭐라? 증원 보내지 않았나?”
“아무래도 제2열 마왕성에 보낸 것과 비슷한 규모다 보니 불안한 듯합니다.”
“끙.”
이해는 됐지만, 당장에는 보낼 병력이 없었다. 후방에 있던 병력을 끌어오려면 적어도 며칠은 더 필요했다.
“다른 대마왕 지원군이 오는 중이니 조금만 버티라고 해.”
“알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대마왕들이 보낸 지원군이 어떤 상황인지 궁금했다.
“지원군에 대한 소식은 없나?”
“대마왕 키클로테스께서 보낸 지원군은 이틀 내로 도착할 거라고 합니다만…….”
“이틀? 그래도 생각보다는 빨리 오는군. 그런데? 왜 표정이 안 좋나?”
“듣기로는 지원 오는 게 팀 하나가 전부라고 합니다. 그것도 멤버가 다섯인 팀이요.”
“뭐라고? 정말이냐?”
키클로테스 영역의 악마족들이 하나같이 강하긴 하나, 숫자가 너무 적었다.
해치우고 또 해치워도 그 숫자가 줄어들지 않는 원정대를 막는 데 큰 도움이 안 될 게 분명했다.
제니칼의 머릿속에 자연스레 한 존재가 떠올랐다.
끔찍할 정도로 많은 숫자의 부하를 부리고, 여차하면 적의 시체로 부하를 늘릴 수 있는 대마왕 본앰브로스였다.
“본앰브로스는 연락이 없나? 그 녀석의 지원군이라면 도움이 되겠지.”
“지원군으로 파병한 병력이 무려 5천이나 된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그 병력을 통제할 제자들도 열 명이나 보냈다는군요.”
“크, 그거지. 그것만 오면 숨통이 좀 트이겠군.”
“그런데 마냥 기다리고 있기에는 좀…….”
“왜? 또 무슨 문제가 있나?”
“이동속도가 아주 느립니다. 계산상으로는 일주일 뒤에나 옵니다.”
“뭐라고?”
언데드 부대가 느린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이나 더 걸려서야, 전쟁이 다 끝날 무렵에나 도착한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제자들만이라도 먼저 보내라고 해.”
“그게, 그러면 언데드 몬스터들이 통제가 안 된다고 합니다.”
“끄응.”
제니칼은 답답한 마음에 앓는 소리를 냈다.
기왕 지원군을 보낼 거라면 키클로테스가 날개 달린 악마족을 대량으로 보내 줬으면 했다.
본앰브로스는 반대로 언데드 몬스터를 만들 수 있는 제자들만 보내도 충분했다. 어차피 이곳에 언데드 몬스터로 만들 시체는 잔뜩 있었으니까.
그런데 현재는 서로 반대로 구는 중이었다.
“젠장! 하는 수 없지. 우리 힘으로 어떻게든 버텨 내는 수밖에.”
그때 부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마왕 바리스탄 님께, 다시 한번 지원군을 보내 달라고 요청해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실제로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만큼, 키클로테스나 본앰브로스와 달리 적절한 병력을 빨리 보내올 수 있었다.
다만, 아르칸을 공격한 것 때문에 사이가 나쁘다는 게 문제였다.
차라리 이 와중에 공격해 오지 않는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었다.
“내가 말한다고 해도 지원군을 보낼 리가 있나?”
그때 부하 하나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제니칼 님! 제니칼 님!”
“무슨 소란이냐.”
“지원군이 도착했습니다.”
“그래? 대마왕 키클로테스가 보낸 지원군인가? 예상보다 빠르군. 그래도 부하들의 사기에는 도움이 되겠군.”
제니칼이 안도하는데, 보고하러 온 부하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왜 그러나? 키클로테스 쪽 지원군이 아니야? 그럼 본앰브로스 쪽? 거긴 한참 걸린다면서.”
“아닙니다. 아무래도 바리스탄 대마왕이 보낸 모양입니다.”
“그래? 흠. 그래도 대마왕으로서 뭘 해야 할 건지 아는군. 막내아들보다도 마계의 안정이 더 중요하니까.”
제니칼이 애써 납득하려는데, 부하가 조심스레 말했다.
“근데, 지원군이 오크들입니다.”
“오크라면, 아르칸이 보낸 거란 소린가?”
제니칼은 아르칸이 오크 로드를 포섭해서 마왕으로 만들고, 오크들까지 포섭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아무래도 그런 듯합니다.”
그 말에 부하가 왜 그런지 알겠다는 듯 말했다.
“아무래도 대마왕 바리스탄이 이번 기회에 자식 교육을 단단히 시키려는 모양이군요.”
그러나 제니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별로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지원군을 보냈다는 구색만 맞추려고 보낸 거 같으니까. 분명 싸우는 척만 할 거야.”
“그렇겠군요.”
“그래도 지원군이 왔다는 소식은 다른 마왕성에 전파하도록. 그래야 조금이나마 버틸 힘을 낼 테니까.”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는 부하에게 지시를 내린 제니칼은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별 도움이 안 되겠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이용해 주마.’
그런데 잠시 후 들어온 보고는 제니칼을 당황하게 했다.
“오크 부대가 마왕성을 구했다는 소식입니다.”
“마왕 아르칸이 보낸 지원군이 서쪽 방면의 왕국군을 몰아냈다고 합니다.”
“아르칸이 후속 지원부대를 직접 이끌고 나왔다고 합니다.”
‘뭐라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당황해하고 있는데 부하가 기뻐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진심으로 도와주러 온 모양입니다.”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겠군.”
그렇게 대꾸한 제니칼은 자신의 코끼리 코를 만지작거렸다.
‘내가 너무 아르칸 녀석을 무시했나 보군. 하긴, 나를 쓰러트릴 정도라면 보통 녀석은 아닌 게 틀림없긴 하지.’
***
“크취익! 축제다!”
“오랜만에 멋지게 싸워 보자!”
“전사들의 천국을 위하여!”
오크 로드 나크룸이 이끄는 오크 전사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적이 가득한 전장을 보고는 신나서 싸워 댔다.
아르칸이 제니칼 대마왕에게 지원군을 보내겠다는 말에 가장 먼저 나선 건 오크 로드 나크룸이었다.
작전을 위해 마왕성을 희생한 나크룸은 다시 마왕성을 얻었다.
그 후, 거기에 전국 각지의 오크들이 모여들었다.
전보다 훨씬 많았다.
많은 오크가 모인 건 좋지만 이내 불만이 생겼다.
아무래도 아르칸의 부하 마왕인 만큼, 아르칸의 통제에 따라야 해서 마음껏 싸울 수가 없다는 거였다.
파벌 내의 마왕에게 쳐들어갈 수도 없고, 다른 파벌이라고 하더라도 명분이 필요했다.
그런 와중에 엘프에 드워프까지 대량으로 아르칸 마왕성에 이주해 왔다는 소식에, 부하 오크들이 불안해했다.
아무래도 활약을 못 하다 보니 다른 종족보다 천대받는 게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아르칸을 믿는 나크룸은 그런 걱정을 조금도 하지 않았지만, 부하들의 불만을 잠재울 필요는 있던 참이었다.
그런 와중에 마음껏 날뛸 전장이 생긴다니,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오크 로드 나크룸도 오랜만에 신나게 날뛰었다.
기세등등한 오크 수천 마리가 공격해 오자, 선두에서 싸웠던 기사들은 지레 겁을 먹고 도망쳤다.
그 아래 병사들은 숫자가 많다고 해도 어느 정도 규모를 이루고 있는 오크들이라 밀리지 않았다.
심지어 전세가 살짝 역전되자마자 그동안 잊었던 피로가 밀려오면서 허무하게 쓰러졌다.
덕분에 공격당하는 마왕성을 두 군데나 구했을 뿐만 아니라, 서쪽 영역으로 퍼져 있던 원정대를 밀어내는 데까지 성공했을 정도였다.
제니칼에게 보고된 것과 달리, 처음부터 오크들의 활약을 지켜보던 아르칸이 감탄했다.
“대단해.”
“크취익. 오크들은 싸울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멋지게 싸울 수 있다! 안 그러냐!”
나크룸의 말에 부하들이 호응했다.
“우오오오오!”
“크취익! 당연하지 싸움은 언제든지 맡겨 달라고!”
“오크 로드 나크룸 만세. 아르칸 마왕님 만세!”
신난 오크들이 소리쳤다.
이렇게 찬양하는 건 오크들뿐만이 아니었다.
대마왕 제니칼 파벌의 수인족들도 오크 로드 나크룸과 아르칸 마왕을 찬양했다.
일방적으로 밀리던 상황에서 오랜만에 듣는 승리 소식에 들뜬 거였다.
심지어 제니칼마저도 감격했는지 직접 만나자고 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전달받은 아르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훗, 계획대로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