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마계 정벌 원정대 (3)
“역시 신용사. 보통이 아니네.”
신용사가 원정대를 이용하고, 지원군들을 박살 내는 걸 지켜본 아르칸이 감탄했다.
전쟁 초기, 대마왕 제니칼의 영역에서 활개 쳤던 원정대는 적의 지원군이 투입되자마자 맥을 추지 못했다.
그렇게 공세가 멈추자 각종 문제도 동시에 터져 나왔다.
사상자들의 처리, 보급 문제, 이제 귀환하려는 부대들…….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였다.
신용사가 그걸 어떻게 해결하나 봤더니, 힘으로 해결했다.
도망치는 녀석들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윽박지른 거였다.
다들 불만이 폭발했지만, 신용사가 본보기로 기사 하나를 처형하자 다들 조용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신용사가 가만히 있던 건 아니었다.
로버른 경과 성녀와 함께 언데드 군단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신용사가 성검으로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자 수많은 언데드 몬스터들이 쓰러졌다.
성녀도 신성력을 발휘해 제법 많은 언데드들을 소멸시켰다.
멀리서 그 기적 같은 모습을 지켜본 원정대는 여신께 기도하면서 다시 전의를 불태웠다.
언데드 몬스터로는 상대가 안 되겠다고 여긴 본앰브로스의 제자들은 직접 덤벼들었지만, 로버른 경과 신용사의 검에 쓰러질 뿐이었다.
운 좋게 멀리 떨어져 있던 제자들은 그걸 보고 그대로 도망쳤지만, 신용사가 쫓아가서 벴다.
그러자 언데드 몬스터들이 와르르 흩어졌다.
통제할 사령술사가 하나도 남지 않은 덕분이었다.
“여기는 이제 됐군.”
사방으로 흩어진 언데드 몬스터를 뒤로하고, 신용사는 로버른 경과 성녀를 데리고 이동했다.
다음 목표는 아르칸이 물러난 서부 진영에서 한창 날뛰고 있는 팀 어비스였다.
어비스의 멤버들은 신용사가 자신들을 찾아왔다는 소식에 기꺼워했다.
용사나 신용사가 혼자 마왕을 벨 정도로 강하다고는 해도, 그건 팀 어비스도 마찬가지.
그들도 다섯이서 마왕성을 공략한 적이 있었다.
일대일로는 이기기 어려울지 몰라도 다섯이 한 번에 덤빈다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오만이었다.
신용사는 늘 그렇듯 왕국 제일검과 성녀까지 데려왔다.
그걸 본 팀 어비스는 왕국 제일검과 성녀를 제외하고 붙고 싶다고 했는데, 신용사는 몬스터 따위의 요구는 들을 필요 없다고 하면서 곧바로 공격했다.
펠누르스의 머리가 순식간에 떨어졌고, 그걸 본 탈릭스가 비명을 지르며 가시를 쏘았지만 신용사에게 생채기도 내지 못했다.
모르그는 자신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폭풍을 일으켰지만, 용사가 휘두른 오러 블레이드에 폭풍과 함께 통째로 갈라졌다.
그걸 보며 팀 어비스의 리더, 발라즈가 감탄했다.
“확실히 강하군. 하지만 나도 만만치 않게 강하다!”
“몬스터 따위가 말 걸어 봐야 역겹기만 하거든. 그리고 시간 끌려는 거 안 통해.”
그렇게 대꾸한 신용사는 전시안의 푸른 눈을 번뜩이며 움직이는 그림자를 향해 성검을 던졌다.
“켁!”
그림자 속에서 움직이던 세바톤이 그대로 숨졌다.
몰래 도망쳐서 신용사에 대해 보고하려던 게 무위로 돌아간 거였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발라즈는 포기하지 않았다.
신용사의 손에서 성검이 없는 걸 노린 거였다.
발라즈의 특성은 트롤도 맨손으로 가볍게 쓰러트릴 정도의 괴력. 빈틈을 노려 신용사의 목을 붙잡기만 하면, 저 가는 목 따위는 단숨에 부러트릴 자신이 있었다.
“죽어라!”
발라즈는 순식간에 달려들어 신용사의 목을 움켜쥐려 했다.
“이런, 조심하십시오!”
“신용사 님, 위험해요!”
로버른과 엘로디아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 비명이 무색할 정도로 커다란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발라즈의 두 손이 사라져 있었다.
신용사가 어느새 성검을 다시 쥐고 손목을 베어 버린 거였다.
발라즈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성검을 노려봤다.
신용사는 세로로 성검을 휘둘러 발라즈를 반 토막 낸 뒤, 로버른과 엘로디아를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이런, 엉겁결에 혼자서 다 해치워 버렸네.”
***
신용사가 대마왕이 보낸 지원군들을 박살 냈다는 소식은 곧바로 대마왕 제니칼의 커다란 귀에 들어갔다.
그 때문에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던 제니칼은 출정을 미루고,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팀 어비스가 몰살당하는 바람에 부하들의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제4열까지 돌파당해 언제 대마왕성까지 쳐들어올지 모릅니다.”
“그보다 심각한 건 통제가 안 되는 언데드 군단입니다. 사방에 퍼져서 움직이는 동물을 공격하는 데다, 주위를 썩게 만들어서 이만저만 피해가 큰 게 아닙니다.”
“그나마 마왕 아르칸이 데려온 오크 지원군은 건재하니, 다시 나서 달라고 요청하시지요.”
제니칼은 눈을 감고 부하들이 떠드는 걸 잠자코 듣고 있다가 눈을 떴다.
그 기세에 놀란 부하들이 일제히 입을 닫았다.
막무가내인 제니칼이라도 이렇게 분위기를 잡을 때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이상, 아껴 뒀던 그걸 쓸 수밖에 없겠군.”
“뭘 쓰신다는 말입니까?”
제니칼은 대답 대신 아공간 주머니에서 기다란 무언가를 꺼냈다.
그러자 주위의 부하들은 숨을 죽이고 고개를 숙였다.
감히 바라보기조차 힘든 강대한 마력이 느껴져서였다.
한 심복이 간신히 입을 열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건 설마…… 마신님의?”
그 말에 제니칼이 입꼬리를 올렸다.
“기특하게도 알아보는군. 그렇다. 마신님의 뿔이다.”
“오오오오오!”
부하들이 감탄했다.
이걸 꺼내는 것만으로 대마왕과 마왕을 제외한 모든 마족과 마인족, 몬스터에 이르기까지 마력을 공급한다.
그리고 부하들은 그 효능을 바로 체감하는 중이었다.
“안 그래도 한층 강해진 듯합니다.”
“어서 저 인간족들을 찢어발기고 싶습니다.”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잔뜩 흥분한 부하들은 당장이라도 싸우기 위해 뛰쳐나갈 기세였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든 제니칼이 일어나서 마신의 뿔을 높이 들었다.
“그래, 지원군은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다. 우리의 힘을 보여 주자!”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각종 수인족들이 온갖 동물의 괴성을 지르며 대마왕성을 뛰쳐나갔다.
마신의 뿔의 영향력은 단순히 대마왕성에 한정하지 않고 대마왕성 중심으로 넓게 퍼져 나가서, 일대의 수인족과 몬스터들을 모조리 강화시켰다.
특히 제니칼이 반격을 위해 모아 둔 후방의 수인족들은 거기에 영향을 받고 잔뜩 흥분해,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원정대에게 덤벼들었다.
그 광기 어린 공격에 원정대는 맥을 못 추었다.
기사나 병사 할 거 없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한 거였다.
“이게 마신의 뿔의 힘인가. 대단하군.”
아르칸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감탄했다.
소설에서도 직접 사용하진 않았지만, 몇 번 언급되긴 했다.
이른바 마신의 유산.
그 마신의 유산 중 구체적으로 나온 건 이 마신의 뿔이 유일했다.
게다가 다른 마왕들에게 대마왕으로 인정받으려면 이렇게 마신의 유산을 하나쯤은 들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마신의 유산을 얻기 위해 무작정 대마왕을 해칠 수도 없었다.
소설 속 용사가 대마왕 바리스탄을 해치우고 난 뒤의 일이다.
마신의 유산의 존재를 아는 이들이 바리스탄이 들고 있던 걸 마신의 유산을 찾으려고 했지만 끝내는 못 찾았다.
‘대마왕쯤 되는 이가 마음먹고 감추면 못 찾는다는 거지.’
그렇다는 건 저 마신의 유산을 얻기 위해서는 직접 내놓게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한편 옆에서 전투를 보고 있던 나크룸은 안절부절못했다.
“크취익. 이거 격렬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니 손이 근질거린다.”
“왜, 나가서 싸우고 싶어?”
“싸우고 싶기는 한데, 참을 거다. 일방적으로 이기는 싸움에 끼어드는 건 용맹하지 못한 일이니까.”
그 말에 나크룸을 쳐다본 아르칸은 살짝 놀랐다.
자신이야 마왕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나크룸은 딱히 마신의 뿔에 영향을 받는 거 같지 않아서였다.
나크룸뿐만이 아니었다.
저 뒤에 있는 다른 오크들도 흥분한 듯했지만, 그건 평소처럼 전투를 보며 열광하는 것에 불과했다.
‘이거 혹시 그것 때문인가.’
짐작 가는 게 하나 있긴 했다.
그때 나크룸이 말했다.
“크취익. 너무나도 일방적이다. 인간 측 마계 정벌 원정대는 이대로 패배할 거 같다.”
“그렇긴 하네. 어차피 이 전투의 승패는 이 전투로 결정되는 건 아니지만.”
아르칸은 그렇게 대꾸하면서 원정대 쪽으로 바라봤다.
‘안 그래, 신용사?’
***
대마왕 제니칼이 마신의 뿔이 꺼내 들며 시작된 격렬한 반격에 원정대는 난리가 났다.
안 그래도 지친 와중에 지원군이 나타나서 큰 타격을 입었다.
신용사가 활약해 팀 어비스와 언데드 몬스터들을 박살 낸 덕분에 다시 공세를 가하나 싶었는데, 또 제니칼이 뭔가를 들고나온 거였다.
특히 눈을 뒤집은 채 미치광이처럼 덤벼드는 적의 모습에, 다들 겁을 집어먹었다.
이대로는 개죽음만 당할 뿐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는 절망이 순식간에 진영 내로 퍼져 나가면서, 대항해 싸우기는커녕 탈주병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상황을 파악한 원정대 지휘부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말이 회의지 사실상 철수 논의였다.
아무리 신용사라도 이 절망적인 상황을 뒤집기는 불가능하다고 여긴 거였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오. 한시라도 빨리 철수해야 하오.”
“우리도 한가해서 모인 줄 아시오? 신용사에게 말도 안 하고 회군했다가는 목이 잘려 나갈 판이니까 그렇지.”
“그보다 신용사는 언제 오는 거요?”
귀족과 기사단장들이 투덜거리고 있을 때, 신용사가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밖에서 듣자 하니, 철수하겠다고?”
“……네, 아무래도 적의 공세가 너무 격렬합니다.”
“이번 원정은 너무 갑작스러웠으니 일단 회군해서 재정비를 한 다음에 다시 원정 계획을 잡는 게 어떻습니까?”
“병사들의 희생이 너무나도 큽니다.”
“흥! 자기들 목숨이 위태로우니까 철수하고 싶은 거면서.”
신용사가 내뱉듯이 말했다.
모욕적이었지만, 누구도 감히 그 말에 토를 달지 못했다.
신용사가 진실을 꿰뚫어 보는 전시안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차하면 자신들의 목을 날려 버릴 게 분명해서였다.
그때 왕국 제일검 로버른 경과 성녀 엘로디아가 조심스레 말했다.
“확실히 지금 공세는 심상치 않습니다. 일단 물러나는 게 옳습니다.”
“맞아요. 사람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습니다. 여신님도 그걸 원하시는 건 아닐 거예요.”
신용사가 로버른과 엘로디아를 노려봤다.
둘은 움찔했지만, 물러나거나 발언을 철회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신용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걱정할 거 없어. 계획대로니까.”
“계획대로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로버른의 물음에 신용사가 친절히 설명해 줬다.
“지금 모든 몬스터가 흥분해서 뛰쳐나온 상황이니 대마왕성도 비어 있겠지. 이 혼란을 틈타 대마왕성에 잠입해 대마왕을 해치울 생각이다.”
그 말에 희망을 엿본 지휘부 모두의 표정이 밝아졌다.
대마왕을 해치울 수만 있다면, 전황을 뒤집을 수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면 정말 이 영역을 왕국에서 차지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다들 물러서지 말고 끝까지 싸우라고.”
신용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막사를 나섰다. 그 뒤를 로버른 경과 엘로디아가 따랐다.
***
한편 신용사를 주목하고 있던 아르칸은 신용사가 왕국 제일검과 성녀와 함께 대마왕성으로 향하는 걸 확인했다.
“예상대로군.”
그렇게 중얼거린 아르칸은 할루시네이션으로 모습을 감춘 채 신용사의 뒤를 쫓았다.
‘이거, 신용사가 대마왕을 쓰러트리는 걸 볼 수 있겠는데?’
하지만 제니칼이 그대로 죽게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신용사가 제니칼에게 치명상을 입힐 때 개입할 예정이었다.
‘죽기 싫으면 내게 마신의 뿔을 넘길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거야.’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