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신출귀몰한 용사 일행 (2)
베네트 백작의 성 앞.
이곳에 나타난 언데드 몬스터의 군세만 해도 수천.
그들이 뿜어내는 시커먼 안개와 같은 죽음의 마기는 한낮임에도 사위를 어둡게 만들 정도였다.
스켈레톤, 좀비를 주축으로 한 언데드 몬스터 군단이 사악한 기운을 내뿜으며 진군하는 걸, 성안의 사람들은 절망적인 눈빛으로 바라봤다.
누가 나타나도 저 죽음의 군세를 막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 그들 앞에 정령들이 막아섰다.
인간 형태의 소용돌이는 상급 정령이 된 제피로스.
꼬리에 불이 달린 거대한 도마뱀, 불의 상급 정령 이그니스.
긴 머리 소녀 모습의 물의 상급 정령 나이어드까지.
이 세 상급 정령이 저 죽음의 군세에 덤벼든 거였다.
먼저 나선 건 나이어드였다.
“후후, 이번 승부는 내가 이겼네!”
나이어드가 신나서 외친 건, 성을 끼고 흐르는 작은 강 때문이었다.
비가 오지 않는 이상, 대기의 수분에 머무는 정령들만 동원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강물이 있는 이상, 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시원하게 한 방 가 볼까?”
나이어드의 손이 강물로 향했다. 강물이 그녀의 손짓에 따라 움직였다. 그러면서 만들어진 파도는 지면을 달려 언데드 몬스터들을 집어삼켰다.
언데드 몬스터들은 와르르 무너져 허우적댔다.
그걸 본 이그니스가 혀를 찼다.
“그렇게 움직임만 막아 봐야 무슨 소용 있나? 내가 하는 걸 잘 보게.”
이그니스가 불붙은 도마뱀 꼬리를 휘두르자, 거센 불길이 일어나면서 수십 마리의 언데드 몬스터들을 불태워 버렸다.
그 불길이 어찌나 강렬한지 그대로 불타서 검은 가루가 된 것들도 있었다.
이어서 바람의 상급 정령, 제피로스가 나섰다.
“새로 얻은 힘을 시험해 볼 때가 왔군요.”
제피로스가 두 팔을 높이 들어 올리자 일대에 거센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겨난 폭풍은 그대로 언데드들을 하늘 높이 날려 버렸고, 그대로 놈들은 뒤에 있던 다른 언데드 몬스터 위로 떨어졌다.
그렇게 한 번의 공격으로 박살 난 언데드가 수백에 달했다.
“치, 금방은 몸풀기였다고.”
다른 정령들의 공격을 본 나이어드가 약이 올랐는지 다시 힘을 끌어올렸다.
수많은 물방울을 허공에 띄운 뒤, 언데드 몬스터들에게 쏘았다. 거기에 맞은 언데드들은 무수히 많은 구멍이 생긴 채로 쓰러졌다.
“이런, 질 수 없지.”
이그니스는 그대로 전신에 불길을 강하게 일으켜 언데드 군단을 향해 돌진했다. 거기에 부딪힌 언데드 몬스터들은 곧장 숯덩이가 됐고. 이그니스가 달린 뒤로는 불꽃 길이 생겨났다.
“이거 다들 열심히 하는군요. 이대로라면 질 거 같은데…….”
제피로스는 상급 정령들의 활약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좀 더 확실한 전공을 세우고 싶었던 거였다.
그때 적의 진영 안쪽에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한 무리의 네크로맨서들이 보였다.
분명, 이 언데드 몬스터들을 통제하는 지휘관 역할을 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좋아, 저 녀석들을 잡는 겁니다.”
제피로스는 소용돌이를 일으켜 곧바로 네크로맨서를 덮쳤다.
갑작스러운 공격이었던 덕분인지, 네크로맨서들을 단번에 해치울 수 있었다.
그렇게 네크로맨서들이 쓰러지자 예상대로 언데드 몬스터들은 그대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급 정령들은 언데드 몬스터들을 철저히 격멸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 활약에 아르칸은 감탄했다.
‘상급 정령이 셋이나 있으니 정말 대단한데? 내가 나설 필요가 없겠어.’
게다가 네크로맨서들이 들고 있던 장비나 마법서도 얻고, 언데드 몬스터들에게서 하급이긴 하지만 마석도 챙길 수 있었다.
보통 하급 언데드 몬스터에게는 마석이 거의 나오지 않지만, 숫자가 워낙 많다 보니 몇 개는 나온 거였다.
한편 정령들의 활약을 구경하던 이들이 있었는데, 바로 성안의 사람들이었다.
언데드 군단이 몰려온다는 소식에 성주인 베네트 백작은 물론, 그 가족들과 귀족들, 일부 부자들은 이미 줄행랑을 친 지 오래였지만, 오갈 데 없는 주민들은 그저 언데드 군단이 기적처럼 사라지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희망도 저 멀리서 언데드 군단의 모습이 나타나자 사라졌다.
심지어 끝도 없이 많은 언데드 몬스터를 보며 모두 최후를 직감하고 있을 때, 정령들이 나타나서 모조리 해치운 거였다.
마음 졸이며 정령들을 응원하던 주민들은 정령들의 활약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정령들이 언데드 몬스터를 전멸시키고 난 뒤에는 축제를 벌이며 정령들의 위업을 칭송했다.
정령들은 내심 기뻐했는데,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던 아르칸은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흐뭇했다.
그렇게 성안이 떠들썩한 와중에 용사가 도착했다.
같이 움직였던 성녀와 아우리오스도 함께였다.
용사는 아르칸을 보자마자 사과했다.
“바깥을 보니까 언데드 몬스터들을 다 해치웠나 보네. 늦게 와서 미안하다.”
“아니, 괜찮아. 아우리오스 님을 모시는 게 더 힘든 일이니까.”
“……그렇긴 하지.”
아우리오스와 수도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는지 용사가 쓴웃음을 지었다.
“혹시 무슨 사고라도 친 건 아니지?”
“사고는…… 날 뻔했지만, 어떻게든 막았다.”
아르칸은 괜히 들었다가는 골치만 아플 거 같아서 더는 묻지 않았다.
한편 오자마자 축제를 구경하느라 한 바퀴 돌고 온 아우리오스는 심술궂은 표정을 지었다.
“정령들이 언데드 몬스터를 다 쓸어버렸다며? 내 몫은 남겨 뒀어야지. 맞다, 이번에 한번 싸워 볼까?”
“아닙니다. 아직 싸울 적은 많아요.”
아르칸이 정색하며 거절했다.
언데드 군단의 병력은 마계에서도 독보적으로 대규모였는데, 이번에 수인족 영역에 침공해 온 인간족들의 시체로 병력을 대폭 늘리기까지 했다.
거기다가 인간계를 공격해 시체가 늘어날수록 그만큼 병력이 늘어났다.
현재 언데드 군단의 총병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건 대마왕 본앰브로스도 불가능할 정도지만, 못해도 10만은 됐다.
당연히 한쪽 길로 올 수가 없어서 여러 경로로 나뉘어서 오는 중. 그걸 하나라도 놓쳤다가는 그대로 수도까지 공격당할 게 분명했다.
아르칸의 설명을 들은 아우리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럼 바로 출발하자고. 내가 멋지게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할 거 아니야?”
“드래곤으로 변신하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알고 있어, 알고 있어.”
아우리오스의 건성건성 한 대답이 아르칸을 불안하게 했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베네트 백작의 성을 떠나 힐즈 백작의 성 근처에 와 보니, 마침 언데드들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용사가 곧바로 뛰어 올라가 성벽을 타고 오르는 스켈레톤을 오러 블레이드로 박살 냈다.
이대로 죽는 줄만 알았던 성벽 위의 병사들은 깜짝 놀랐다. 문제는 언데드 몬스터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는 거였다.
여전히 겁먹은 병사들을 용사가 독려했다.
“저희가 왔으니 조금만 더 힘내세요. 반드시 살아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 근데 대체 누구십니까?”
“용사입니다. ”
“용사 님이요? 용사 님은 돌아가신 게…….”
“돌아가신 신용사 님 이전에 용사였던 사람입니다.”
“아!”
그제야 병사가 납득하는 걸 보고, 다른 병사가 나무랐다.
“어떤 용사님이든 우리 살려 주기만 하면 됐지. 뭘 따지고 있어?”
“맞아. 원래 용사님은 마왕도 해치우셨잖아. 이제 우리 살았어!”
다들 기꺼워하는데, 한 병사가 여전히 불안한지 중얼거렸다.
“하지만 적이 너무 많은데……”
그 말대로 언데드 몬스터들은 넓은 성을 완전히 에워싸고 있었다.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저 혼자 온 게 아니니까요.”
“아, 그래서 저희가 왔다고 하셨군요.”
“그런데 대체 함께 오신 분은 누구고, 지금 어디 계십니까?”
그때였다.
하늘에서 따스한 빛이 내려오더니 성벽 주변에 맴도는 게 아닌가.
놀라운 건 그 빛에 닿자마자 언데드 몬스터들이 소멸했다는 점. 이대로라면 성안의 사람들이 위험할 일은 없어 보였다.
“이건 대체…….”
“새로운 성녀님이 신성력을 발휘해 기적을 펼치신 겁니다.”
“아.”
그 말에 병사들은 안도했다.
용사에 이어 성녀까지 나타나다니, 정말로 목숨을 건졌다고 여긴 거였다.
한편 성의 중앙으로 성녀 엘리시아를 옮겨 준 아르칸은 주변의 빛을 보며 놀란 눈을 했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이 정도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사람들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근데 지금 저 걱정해 주시는 건가요? 기쁜데요?”
“당연히 걱정해야지. 큰일 나면 안 되잖아.”
“웃.”
생글거리며 묻는 엘리시아에게 아르칸이 정색하며 대답하자 엘리시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한편 인간 형태의 아우리오스는 단신으로 언데드 군단에 돌격하며 호기롭게 외쳤다.
“다들 내 실력을 잘 보거라!”
용사와 성녀의 활약에 성벽 위의 병사들이 놀라며 환호하는 걸 보고, 의욕이 넘친 거였다.
‘저러다 수틀리면 드래곤으로 변신하는 건 아니겠지?’
아우리오스가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검이 닿는 모든 언데드 몬스터들이 박살 났다.
저것들만으로 안 되겠다 싶었던지 네크로맨서들이 강수를 뒀다.
바로 데스나이트 기사단을 부른 거였다.
안 그래도 정령들의 맹공에 전멸한 부대가 있다고 해서 최전선까지 달려온 참이었다.
“흐흐, 이 정도는 되어야지 싸울 맛이 나지.”
아우리오스는 그대로 데스나이트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아르칸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아우리오스는 인간의 모습을 유지한 채 싸우고 있었다.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모습으로도 충분히 강했기 때문이다.
아우리오스는 하급 마왕까지는 간단히 박살 낼 정도로 강한 데스나이트 기사단을 말 그대로 도륙했다.
용사는 데스나이트 기사단의 괴멸에 놀란 언데드 군단을 공격해 소멸시켰다.
아르칸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왕국의 수도와 가장 가까이 있는 언데드 군단을 찾아가서 박살을 냈다.
그렇게 해치운 언데드 몬스터들의 수가 수만에 달하자, 드디어 언데드 군단의 진군이 멈췄다.
그를 파악한 제피로스가 보고했다.
“내부까지 정확히 들여다보지 못했지만, 마력의 움직임을 봐서는 정예들이 나설 것 같습니다.”
“불꽃들도 심상치 않다며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쪽을 상대할 만한 전력을 준비하는 게 확실해요.”
경쟁한답시고 이그니스와 나이어드까지 정보를 수집해 와 보고했다.
한편 정령들로부터 그 보고를 받은 아르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마왕급을 모아서 공격해 올지도 모르겠군. 어쩌면 본앰브로스까지 나설지도.’
그렇게 되면 쓰러트리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정체를 들킬 우려도 있었다.
‘슬슬 서부로 갈 때인가.’
그렇게 결정을 내린 아르칸은 일행에게 말했다.
“언데드 군단의 진격이 멈췄다니, 이제 서부로 가겠습니다.”
“그래? 조금만 더 힘을 내면 평야까지 밀어낼 수 있을 거 같은데.”
아우리오스가 말했지만, 용사와 성녀가 고개를 저었다.
“틀린 말씀은 아니십니다만, 다시 밀어낸다고 해도 지킬 병력이 없습니다.”
“언데드 몬스터가 오염시킨 토양도 정화할 필요가 있고요.”
“치, 재미없어.”
아우리오스가 투덜대는 걸 보며 아르칸이 달랬다.
“거기 가면 여기보다 더 재밌을 거예요.”
“정말?”
“네, 이쪽은 주로 많은 숫자로 밀어붙이지만, 키클로테스 쪽은 소수 정예거든요. 아무도 모르는 특수한 능력도 가지고 있고요.”
“음, 확실히 그렇겠네. 여기는 언데드 몬스터가 많아서 그런지, 내가 활약하는데도 다들 모르는 것 같단 말이지. 거기 가면 확실히 내 실력을 보여 줄 수 있겠지. 뭐 해? 어서 가자.”
아우리오스는 기대에 찬 얼굴로 앞장섰다.
얼마 뒤, 대마왕 본앰브로스는 친히 최전선으로 나왔다.
자신의 제자와 언데드 군단을 쓸어버리고 있다는 용사와 그 일행을 잡기 위해서였다
“이 녀석들 다 어디 갔어? 하나도 안 보이잖아.”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가 않았다.
아르칸 일행이 서부 전선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허탕 친 거였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