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신출귀몰한 용사 일행 (4)
아우리오스는 인간계에 침공해 온 악마족들 사이에서 나름 유명했다.
용사의 동료, 금발 검사.
싸우면서 잘난 체하는데, 그만큼 실력도 있다. 그래도 모두 용사보다는 약하다고 여겼다.
용사보다 강하다면, 그 검사가 용사를 하지 않겠냐는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용사는 약해졌다고 해도 덤빌 엄두가 안 나지만, 금발 검사만은 어떻게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해 봐야 인간족이니까.
그런 마음가짐으로 악마족들은 왠지 모르지만 혼자서 이동 중이라는 금발 검사를 덮치기로 했다.
이 공격에 가담한 악마족은 무려 1백 명.
모두 최소 마심장 3성부터 높게는 5성이었는데, 이 전력이면 마왕성 랭킹 중하위권 정도는 함락시키고도 남았다.
그렇게 악마족들이 길목을 지키고 있는데, 금발 검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털레털레 걸어오는 게 여유로워 보였다.
“그 여유로운 모습도 이제 끝이다.”
이 작전을 제안한 킬드로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숨을 죽이고 금발 검사를 쳐다보던 킬드로는 금발 검사가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순간 외쳤다.
“지금이다. 공격!”
그러자 1백여 명의 악마족이 일제히 금발 검사를 덮쳤다.
절반 이상이 하늘 위에서 날아왔고, 30명가량은 근처의 바위와 수풀에 숨어 있다가 뛰쳐나왔다.
나머지는 지면에 숨어 있다가 금발 검사의 다리를 노렸다.
그야말로 빠져나갈 구멍이라고는 없는 완벽한 습격!
그러나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아르칸으로서는 가소로울 뿐이었다.
자신이 놓은 미끼에 걸린 거였기 때문이다.
악마족들은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긴 했지만, 두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용사의 동료가 반드시 용사보다 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였고.
두 번째는 금발 검사가 인간족이 아닐 수 있다는 거였다.
‘그걸 간과하고 안이하게 습격했으니 지옥을 맛보게 될 거야.’
아르칸의 말은 금방 현실이 됐다.
시작은 금발 검사를 향해 날아가던 악마족들이 갑자기 우수수 추락한 거였다.
이어서 육중한 체구로 달려가던 악마족들도 그대로 엎어졌다.
지하에 숨어 있던 악마족들도 움직임을 멈췄다.
그렇게 추락하고 엎어진 악마족들은 고통스러워했다.
“헉, 공기가 무거워.”
“지, 질식하겠어.”
이건 조금 떨어져 있던 킬드로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의 공기가 어찌나 무겁던지 마치 흙더미에 파묻혀 있는 것만 같았다. 당연히 숨쉬기도 버거워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수준이었다.
이 와중에 자유로운 건 금발 검사 혼자였다.
“이야 제법 많이 준비했네? 보다시피 소용없지만.”
그 말에 악마족들은 옴짝달싹 못 하는 와중에도 머릿속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저 검사가 무슨 짓을 한 거 같은데,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짐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인원의 두 배로 덤볐다면 드래곤 피어로도 완전히 멈추는 건 힘들었겠어.”
“드, 드래곤 피어?”
머릿속에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던 킬드로는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물었다.
“저, 혹시 위대한 골드 드래곤이시자, 셀레스티온 왕국의 수호룡 아우리오스 님이십니까?”
“생략된 게 많지만, 얼추 맞아.”
확실한 대답을 들은 킬드로의 동공이 흔들렸다.
드래곤들이 기본적으로 자타공인 최상의 생명체라는 말답게 아주 강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하다고 일컬어지는 두 드래곤이 바로 블랙 드래곤 마룡 크세트카흐, 나머지 하나가 골드 드래곤 수호룡 아우리오스였다.
그중 크세트카흐는 죽은 지 오래지만, 아우리오스는 인간계에 여전히 건재하고 들었는데 여기 나타난 거였다
‘골드 드래곤 아우리오스는 분명 마왕 아르칸이 상대하고 있겠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설마 아르칸이 당한 건가?’
아우리오스가 나타났다는 건 아르칸이 죽거나 최소한 치명상을 입고 몸을 피한 게 틀림없었다.
생각해 보면 이 정도로 강한 존재를 며칠이라도 잡아 두고 있던 것만 해도 대단하다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사, 살려 주십시오. 아우리오스 님인 줄 알았다면 감히 덤비지 않았을 겁니다.”
다른 악마족들도 킬드로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덤볐지. 그럼 잘 가라.”
아우리오스는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일대의 악마족들이 차례대로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킬드로는 동족이 무참히 죽는 걸 보며 비명을 질렀지만, 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잠시 후.
아르칸이 악마족이 아우리오스를 습격한 현장에 도착했다.
사방에 피와 육편이 가득한 그 참혹한 현장 속에서 아우리오스만이 핏방울 하나 튀지 않은 말끔한 모습이었다.
아우리오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양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조금 과했나? 오랜만에 마음껏 힘을 써도 된다고 생각하니 자제를 못 하겠더군.”
“괜찮습니다. 정체를 드러내 놓고 놓치는 것보다는 낫죠.”
아르칸의 대답을 들은 아우리오스가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대뜸 물었다.
“너는 괜찮아? 마왕이잖아.”
“짐작하고 있었지만, 역시 알고 계셨군요.”
아르칸은 아우리오스가 자신의 정체를 간파했다는 걸 예상했지만, 아우리오스가 먼저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말하지 않았다.
“어, 처음 정령들 때문에 긴가민가했는데, 같이 지내다 보니 확실히 알겠더군.”
“아우리오스 님이야말로 괜찮으십니까? 수호룡이 마왕과 함께 지내다니요.”
“오히려 마음에 들었어. 용사와 마왕이면 균형 있는 조합이잖아. 거기다가 상급 정령들까지 우르르 따르는 거로 봐서는 보통 재밌는 녀석이 아니기도 하고.”
아우리오스의 말에 아르칸은 안도했다.
일단 싸울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방금은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상대해 본 적이 있는 대마왕 제니칼보다 아우리오스가 훨씬 강하다고 느껴졌다.
다른 대마왕들도 버티는 거면 모를까, 승리를 장담하긴 어려워 보였다.
‘키클로테스면 이긴다고 자신할지도 모르겠지만.’
머릿속으로 계산해 보고 있을 때, 아우리오스가 기대하는 눈빛이 되어 물었다.
“그래도 혼자서 이 정도로 쓰러트렸으니 다들 나를 칭송하겠지?”
“물론이죠.”
악마족이 잔뜩 모였으니 해치우면 이름을 날릴 거라고 아우리오스를 유혹했는데, 인제 와서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미끼가 되어서 혼자 싸우라는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아우리오스는 그 말만으로 신나서 이 자리에 온 거였다.
잠시 후 아르칸과 아우리오스는 용사와 성녀가 묵고 있는 스트로우 성으로 돌아갔다.
성문이 열리자 앞에서부터 저 안쪽 깊숙한 곳까지 사람들이 늘어서 있는 게 보였다.
“무슨 행사라도 하나? 아까까지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
아우리오스가 의아해하는데, 아르칸이 아우리오스의 손을 잡고 하늘 위로 들어 올리며 외쳤다.
“금발 검사, 리오스 님이 악마족을 해치우고 돌아오셨다! 혼자서 무려 1백 마리의 악마족을 해치우셨다!”
그 말에 주민들이 함성으로 호응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혼자서 1백 마리라니, 정말 대단해.”
“용사님도 못 이룬 위업 아니야?”
“전에 봤는데 싸우는 것도 훨씬 멋지시더라. 또 보고 싶어.”
그 반응에 아우리오스는 어안이 벙벙한 듯했다.
“아니, 어떻게 된 거지? 여기 사람들은 이렇게 호응해 준 적이 없었는데.”
악마족에게 공격하는 걸 구해 주긴 했지만, 다들 아우리오스를 용사의 동료 중 하나로만 여겼다.
대뜸 이렇게까지 환영해 준다고는 상상도 못 하던 참이었다.
아르칸은 솔직히 말했다.
“제가 바람 좀 잡았거든요.”
“바람을 잡아?”
“저 앞에 다수의 악마족들이 집결 중이라고요. 이곳에 쳐들어오려고 준비 중인 녀석들인데, 리오스 님이 막아 내는 거죠. 동료가 다치게 할 수 없다고 비장하게 혼자서 싸워서 말이죠.”
“그, 그렇군.”
아우리오스는 곰곰이 생각했다.
막상 습격해 오는 악마족들을 상대할 때는 별생각이 없었다. 오랜만에 힘 좀 쓰는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그런 위기를 막아 냈다고 상상하니 확실히 가슴이 조금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쁘지 않군.”
“그렇죠?”
“그보다 내 이름은 왜 리오스야?”
“아우리오스라고 하면 금방 정체가 들킬 거 아닙니까? 끝의 세 글자만 땄는데, 어떠십니까?”
“고약한 심미안이군.”
“그러면 다른 이름을…….”
“그래도 기왕 고심해서 생각했을 테니, 그 마음을 봐서라도 그대로 쓰겠다.”
‘고심한 건 아닌데…….’
그렇긴 했지만, 아르칸은 속으로 생각만 할 뿐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네.’
참고로 아르칸이 바람을 넣긴 했지만, 그냥 넣기만 한 건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골드 한 닢씩 쥐여 주고 동원한 거였다.
그게 아니라면, 어디서 마왕을 쓰러트리고 왔다고 해도 직접 보지 않은 이상 이렇게까지 열광적으로 반응할 수는 없을 테니까.
미끼로 써먹은 데다 단번에 악마족을 1백 마리나 해치웠으니, 이 정도는 해 줘도 아깝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피해가 제법 크니까, 이제 키클로테스가 움직이겠지?’
아르칸의 짐작대로 서부 전선의 소식을 들은 키클로테스는 대로하면서 부하들에게 호통을 치고 있었다.
***
“벌써 피해가 이만큼 크다니, 이게 뭣들 하는 짓이야?”
작은 아이만 한 체구에 커다란 눈이 하나만 달린 박쥐가 호통을 쳤다.
이 목소리는 키클로테스. 이 외눈 박쥐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거였다.
“용사가 갑자기 나타나서 그렇습니다.”
“분명 동부에 있다고 들었는데 어째서 이곳에 나타났는지…….”
“이게 다 본앰브로스 쪽이 제대로 못 싸워서 그런 겁니다. 그쪽도 피해가 막심하다면서요.”
악마족들이 변명하는 걸 듣던 외눈 박쥐가 더욱 큰 목소리로 나무랐다.
“에잇! 이 녀석들아! 지금 해골 녀석들 핑계를 대고 있을 때냐. 우리 악마족이 왜 소수 정예를 유지하는지 몰라?”
“출산율이 낮아서……요?”
그 대답에 외눈 박쥐가 황당한 눈으로 째려봤다. 아니, 실제로 눈에서 나온 광선이 그 악마족을 태워 버렸다.
종종 헛소리하는 부하를 태워 버린 적이 한두 번씩 있었기에, 다들 그 모습을 보고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
질문한 이는 이제 존재하지 않지만, 외눈 박쥐가 대답했다.
“……강해지기 위해서다. 사람이 많으면 사방에 흩어진 마기를 나눠 갖느라 마심장이 성장할 여지가 줄어드니까.”
“오, 그렇군요,”
“그보다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각개격파 당하지 말고 뭉쳐야지. 최소 열 개 팀씩 움직이면 순식간에 당하는 일이 없을 거다.”
“안 그래도 비교적 용사와 가까운 거리에 있던 킬드로가 인근의 팀들을 모아서 대응한다고 전해 왔습니다.”
“그래?”
“네, 1백 명 정도 모였답니다.”
“오, 잘했군. 그래, 킬드로처럼 내가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란 말이야. 그런데 킬드로는 왜 안 보이지? 안 왔나?”
“처음부터 안 보였는데, 혹시 연락 안 하셨습니까?”
“모이라고 연락했는데…….”
자신 없이 중얼거린 외눈 박쥐는 말을 멈추고 눈만 끔벅거렸다.
저 멀리서 외눈 박쥐를 조종하던 키클로테스가 다시 연락을 취하는 거였다.
다시 외눈 박쥐가 움직였을 때는 충격적인 소식을 함께 전했다.
“킬드로나 근처에 있던 녀석들 모두 연락이 안 되는군. 이미 죽었을 것 같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악마족들은 깜짝 놀랐다.
열 개 팀이면 용사 쪽과 싸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이 모였는데도 패배했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안 되겠다. 일단 20개 팀씩 모여서 용사와 싸우도록. 나도 거기로 가겠다.”
“알겠습니다.”
대마왕 키클로테스가 직접 움직인다는 소리에 악마족들은 조금 안도했다.
그러나 정작 급하게 달려온 키클로테스는 용사를 만날 수 없었다.
“용사가 안 보인다고? 어떻게 된 거냐?”
“글쎄요. 다들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찾아봐, 어서.”
그때 한 악마족이 조심스레 말했다.
“혹시 동부로 간 거 아닐까요?”
잠시 후 확인해 보니 그 말대로였다.
키클로테스마저 허탕 친 거였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