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극변하는 전황 (1)
골드 드래곤 아우리오스가 대마왕 키클로테스에게 덤비기 직전, 용사와 성녀 엘리시아는 본앰브로스에게 향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아직 대낮인데도 저 멀리서 어둠이 몰려오고 있었다.
본앰브로스가 어마어마한 죽음의 마기를 끌고 오는 중이었다.
그 죽음의 마기 아래에는 본앰브로스뿐만 아니라, 그를 따르는 제자들과 무수히 많은 언데드 몬스터가 함께 오고 있었다.
‘끔찍하게 많군.’
용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수많은 몬스터와 마인족을 해치우고 마왕까지 여럿 해치운 용사였지만, 언데드 군단의 진격하는 모습에는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힘을 잃기 전에도 이 모든 것들을 뚫고 본앰브로스에게 도달하기 쉽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이걸 어쩌지? 아르칸 녀석에게 후퇴한다고 할까?’
어차피 아르칸은 대마왕 키클로테스가 골드 드래곤 아우리오스를 상대하도록 유도한 다음에 이쪽에 합류하기로 했다.
무리하느니 그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아니, 그 전에 아르칸이 온다고 해도 이길 수 있는 건가?’
전시안이 없어서 정확한 파악은 안 되지만, 그만큼 본앰브로스가 강한 게 느껴졌다.
‘역시 일단 물러나자.’
용사는 자신의 뒤에 있는 성녀 엘리시아를 힐끔 보고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혼자라면 모를까.
엘리시아까지 무모한 짓을 시킬 수는 없었다.
그때 용사의 시선을 느낀 엘리시아가 입을 열었다.
“으, 정말 많네요. 그쵸?”
“네, 일단 물러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용사가 마침 잘됐다는 듯 말했지만, 엘리시아는 의아한 얼굴로 반문했다.
“네? 물러서다니요? 아르칸 님이 먼저 싸우고 있으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야 본앰브로스가 몸을 못 뺄 거라고요.”
“그래도 우리 둘만으로 상대하기에는 적이 너무 많습니다. 본앰브로스가 저기로 가더라도 아르칸이 와서 공격을 시작하면 돌아올 겁니다. 지금은 본앰브로스를 공격해도 붙잡기는커녕 닿기조차 힘들어 보입니다.”
“아,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길을 열게요.”
“길을 연다고요?”
“네, 궁금하시면 바로 보여 드릴게요.”
그렇게 대답한 엘리시아가 양손을 옆으로 뻗었다.
그러자 오른손에 쥔 스태프와 왼쪽에 찬 팔찌에서 신성한 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이어서 머리에 쓴 화관과 목걸이에서도 신성한 빛을 발했다.
그 빛들은 서로 공명하는 듯하더니 막대한 신성력을 내뿜기 시작했다.
성녀가 되어 악신을 해치울 때 썼던 기적을 발휘하려는 듯했다.
그때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언데드 군단의 이동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본앰브로스 측에서도 이 막대한 신성력을 감지한 게 틀림없었다.
‘정말 괜찮을까.’
악신의 어둠을 몰아낼 정도로 강력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악신을 쓰러트리진 못했다.
심지어 악신이 신이라고 할지라도 이 세계에서는 대마왕보다는 약한 존재.
그런 악신도 못 쓰러트린 힘으로 얼마나 유효한 공격을 할지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여신님, 제게 부정한 것들을 몰아낼 힘을 주세요.”
그렇게 중얼거린 엘리시아는 양손을 가슴팍에 모으더니 천천히 앞으로 내밀었다.
새하얀 빛이 대마왕 본앰브로스의 언데드 군단에 쏘아졌다.
“이, 이럴 수가.”
그 결과를 본 용사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신성력이 담긴 빛으로 죽음의 마기를 몰아내는 것까지는 예상했다.
그런데 신성력은 단순히 죽음의 마기를 몰아내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 빛에 닿은 언데드 몬스터들은 순식간에 검은 재로 변했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이 일대의 언데드 몬스터 수천을 전부 소멸시킨 거였다.
남은 건 본앰브로스와 그 제자들이 전부였다.
‘아무리 상극이라도 해도 이 정도 위력이라니…….’
“이러면 됐죠?”
“네, 충분합니다. 그런데 괜찮으세요?”
용사는 엘리시아가 걱정됐다.
전 성녀였던 엘로디아가 대마왕 제니칼을 상대로 무리했다가 사망했었기 때문이다.
아르칸도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자신과 같이 있을 때 무리해서 같은 꼴이 되기라도 한다면 아르칸을 볼 면목이 없었다.
“네, 전에는 급하게 오느라 신전에 있던 성배들을 그냥 가지고 왔거든요. 이번에는 미리 축성을 해 뒀어요.”
한마디로 지금이 전력이라는 소리였다.
“혹시 아르칸에게 미리 말했습니까?”
“네. 전보다 강한 신성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요.”
그 대답에 용사가 쓴웃음을 지었다.
생각해 보면 아르칸은 자신보다 엘리시아의 안위를 더 걱정했다.
그런데도 자신과 덜렁 둘을 보냈다면 당연히 별문제 없을 거라는 계산을 끝낸 뒤였음이 틀림없었다.
동시에 새삼스럽게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게 바로 동료의 힘인가.’
자신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제 몫 이상을 해내는 동료를 보니 든든했다.
‘따지고 보면 동료라기보다는 아르칸의 부하지만.’
어쨌든 그때의 불행한 일 이후로 더 이상 동료를 잃지 않겠다면서 혼자 돌아다닐 게 아니라, 이런 동료를 찾으려고 노력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하지만 지금은 회한을 곱씹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본앰브로스와 그 제자들이 공격해 왔기 때문이다.
본앰브로스가 건재한 만큼, 언데드 군단이 소멸했다고 할지라도 물러설 생각은 없는 듯했다.
“이제 제 실력을 보여 드릴 때군요.”
용사는 오리할콘 검을 뽑아 들고 검신에 오러 블레이드를 둘렀다.
“잠시만요.”
엘리시아가 부르더니, 용사와 오러 블레이드에 축복을 내렸다. 그러자 용사의 전신과 오러 블레이드에 새하얀 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용사는 빛나는 자신의 손과 오러 블레이드를 슬쩍 보고는 엘리시아에게 인사한 뒤, 본앰브로스 쪽을 향해 달려갔다.
그걸 본 본앰브로스의 제자들은 각자 단검과 지팡이 등을 꺼내 전투태세를 취했다.
소환한 언데드 몬스터가 소멸했다고 해도 네크로맨서가 싸울 방법을 완전히 잃은 건 아니다.
적에게 저주를 걸 수도 있고, 네크로맨서만 쓸 수 있는 고유의 공격 마법과 방어 마법도 존재한다.
본앰브로스의 제자들은 스승의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의 장기를 여실히 발휘했다.
마비나 중독에서부터 즉사까지 각종 저주 마법이 용사를 노렸다.
그러나 엘리시아가 걸어 준 여신의 축복이 모조리 막아 냈다.
이어 뼈 창과 뼈 단검이 용사를 향해 날아왔다.
용사는 일부는 피하고, 일부는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러 떨어트렸다. 그러고는 지면을 박차고 본앰브로스의 제자들에게 달려들었다.
“제기랄, 왜 하나도 안 통하는 거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막기나 해!”
제자들은 당황하면서도 마법을 시전했다.
뼈의 장벽이 용사의 앞을 가로막고, 지면에서 튀어나온 손 뼈다귀가 용사의 다리를 붙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용사는 가볍게 손 뼈다귀를 피하면서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러 뼈의 장벽을 박살 냈다.
“이, 이럴 수가. 우리 힘으로 이기는 건 무리야.”
“스승님, 도와주십시오!”
용사는 당황한 제자들의 목을 베고 심장을 찔렀다.
몇몇 제자들은 본앰브로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본앰브로스는 도와주지 않고 무심히 바라볼 뿐이었다.
“이제 남은 건 너뿐이다.”
용사는 오리할콘 검을 들어 본앰브로스를 겨눴다.
한차례 전투를 치렀음에도 용사는 조금도 지치지 않았다. 신성력과 오러 블레이드도 건재했다.
반면에 본앰브로스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일방적인 전투에 충격을 받았나?’
그럴 만도 했다.
2 대 수천으로 유리했던 상황이 순식간에 2 대 1로 바뀌었으니까.
‘어쩌면 우리 힘만으로 대마왕을 쓰러트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용사가 자신감을 얻었을 때, 본앰브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오, 이 정도 신성력은 처음 보는데, 이번 여신의 아이는 강하군. 주의해야겠어.”
말은 그렇게 해도 전혀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그사이 제법 가까이 다가온 본앰브로스의 안광이 용사에게 향했다.
“그런데 용사 너는 많이 약해진 거 같군.”
정곡을 찔렸지만, 용사는 내색하지 않고 대꾸했다.
“그래도 너를 쓰러트리는 데는 문제없다.”
정작 본앰브로스는 관심 없다는 듯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동료들은? 숨어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혹시 나랑 싸우다 죽을까 봐 두고 왔나?”
아우리오스가 들으면 기함해서 쫓아올 소리였지만, 다행히 지금은 키클로테스와 싸우는 중이었다.
“알 거 없다. 어차피 넌 여기서 소멸할 테니까!”
용사는 이를 악물고 오러 블레이드를 강화하고는 본앰브로스에게 덤볐다.
캉!
그러나 무언가에 의해 용사의 오러 블레이드가 가로막혔다.
무언가는 분명 용사가 해치웠던 본앰브로스의 제자였다.
어느새 리치가 됐는지 얼굴을 비롯한 전신의 살은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눈이 있던 자리에는 죽음의 마기가 응축된 안광이 번뜩거렸다.
“흐흐, 네크로맨서는 죽였다고 해서 끝이 아니지. 죽음으로써 다시 태어날 수 있으니까.”
죽음을 부정하고 리치킹이 된 본앰브로스의 말에 힘을 얻었는지 리치들은 죽음의 마기를 풀풀 풍기면서 용사에게 덤볐다.
기다란 손톱을 휘두를 뿐인 마구잡이 공격이었지만, 오러 블레이드를 막을 정도로 강력한 죽음의 마기를 품고 있었다.
거기에 생채기라도 나면 죽음의 마기가 파고 들어올 게 분명했다.
그걸 아는 용사는 한층 주의 깊게 공격을 막고 피하면서 상대했다.
그러나 적의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용사님, 조심하세요.”
신성한 방패가 용사의 뒤에 만들어지면서 공격을 막았다.
본앰브로스가 소환한 데스나이트들이 공격해 왔던 것. 아공간 주머니에 소재를 숨겨 두고 있다가 금방 소환한 거였다.
“젠장! ”
순식간에 다시 상황이 역전되었다는 걸 깨달은 용사가 이를 악물고 검을 더욱 거세게 휘둘렀다.
데스나이트들과 리치들을 상대로 분투하는 와중에 걱정되는 게 있었다.
바로 본앰브로스를 전혀 상대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였다.
“용사님, 죄송해요. 지금으로서는 본앰브로스를 막는 게 한계예요.”
“아닙니다.”
지금 보니 엘리시아가 신성력을 펼쳐 필사적으로 본앰브로스를 막고 있었다.
‘엘리시아 님이 더 무리하기 전에 어떻게든 해야 해. 쯧. 힘만 잃지 않았으면 진작에 이것들을 해치우고 본앰브로스를 상대하고 있었을 텐데.’
용사는 안타까워했지만, 지금은 낙심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아악!”
엘리시아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새하얀 옷에 묻은 검붉은 피를 보니 본앰브로스에게 당한 게 틀림없었다.
심지어 본앰브로스가 손을 들어 올리자 거리가 있음에도 엘리시아는 목을 붙잡힌 것처럼 괴로워하며 버둥거렸다.
“아, 안 돼, 엘리시아 님!”
용사는 오러를 끌어올려 리치와 데스나이트들을 밀어 낸 후, 본앰브로스에게 달려갔다.
뒤에서 데스나이트의 검과 리치가 내뿜는 죽음의 마기가 자신을 노리는 게 느껴졌지만, 이대로 성녀가 본앰브로스에게 당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젠장, 아르칸! 올 거면 좀 빨리 오란 말이야!’
용사가 속으로 투덜거렸을 때였다.
용사의 뒤로 화염이 일어나더니 데스나이트의 검과 리치들이 내쏜 죽음의 마기들을 막아 냈다.
또 수많은 물방울이 본앰브로스를 노렸기에 본앰브로스는 힘을 거두고 물러나며 방어막을 전개해야 했다.
‘드디어 아르칸이 도착했나 보네. 그런데 어디 있지?’
아르칸이 부리는 정령의 힘이라는 걸 눈치챈 용사가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르칸은 본앰브로스 앞에서 모습을 드러낼 수 없기에 숨어 있는 중이었다.
한편 본앰브로스는 정령들의 등장에도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며 중얼거렸다.
“호오, 정령들인가. 그것도 상급 정령들이군. 어떤 엘프가 보낸 건지 몰라도 이 정도로는 나를 막을 수는 없다.”
‘나도 동감이야.’
아르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바람의 정령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 녀석까지 막을 수 있을까?’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