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극변하는 전황 (3)
용사와 그 일행이 대마왕 본앰브로스를 물리치고, 수호룡 아우리오스가 대마왕 키클로테스를 패퇴시켰다.
이 소식은 마계와 인간계에 아주 큰 충격을 줬다.
마계로서는 신용사와 그 일행이 사망한 뒤 인간계를 점령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하고 원정에 나섰지만, 오히려 넘보기 힘든 두 장애물이 남아 있다는 걸 확인한 셈이었다.
반대로 인간계에서는 앞으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것이었다.
덕분에 용사와 그 일행이 수도로 돌아갔을 때 모두 아주 성대하게 맞아 줬다.
“영웅들이 돌아왔다! 우리의 구원자들이 돌아왔다!”
경비병의 외침을 시작으로 천지를 뒤덮는 환호와 함성이 퍼졌다.
화려한 폭죽이 쏘아 올려졌고, 용사와 그 일행이 걷는 길에는 꽃가루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그때, 하늘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웠다.
사람들은 고개를 올려다봤다가 깜짝 놀랐다.
태양 빛에 빛나는 눈부신 황금 비늘, 골드 드래곤이 상공을 맴돌고 있었다.
바로 왕국의 수호룡인 아우리오스가 등장한 거였다.
그걸 본 사람들의 함성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와아! 수호룡님이 나타나셨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수호룡님 만세!!”
그 환호성이 어찌나 컸던지 하늘을 찢어 버릴 듯 높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아오리우스는 만족했는지 크게 하늘을 몇 바퀴 더 돌면서 함성을 유도한 뒤 사라졌다.
참고로 용사의 옆에는 아우리오스가 폴리모프할 때 모습인 금발 검사가 있었는데, 이는 아르칸이 할루시네이션으로 위장시킨 용아병이었다.
한편 아우리오스가 왔다는 소식에 안쪽에서 용사를 맞이하려고 했던 국왕은 헐레벌떡 뛰어나왔다가, 아우리오스가 그대로 돌아가 버린 걸 보며 민망한 얼굴이 됐다.
다행히 용사가 바로 앞에 있었기에 그 손을 잡고 높이 들면서 외쳤다.
“여기 우리의 영웅을 칭송하라! 이들이 보여 준 용기와 업적은 영원히 우리의 전설로 기억될 것이다!”
그 선언에 사람들의 함성은 한차례 더 커졌다.
이후 왕성 전체에 축제가 열렸다.
곳곳에 켜진 등불 덕분에 밤이 깊어 가는데도 대낮같이 환했으며, 거리 곳곳에서 사람들이 먹고 마셨고, 웃음소리는 끊임없이 들렸다.
누군가 연주를 시작하자 사람들은 흥얼거리거나 춤을 추기도 했다.
용사와 수호룡의 대승리에 희망이 생긴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국왕을 비롯해 여러 귀족에게 붙잡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용사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용사가 바람을 쐬러 발코니로 피신한 걸 보고 아르칸이 말을 걸었다.
“왜 그리 표정이 안 좋아? 사람들 상대하는 게 피곤해서 그래?”
“당연히 피곤하지. 근데 너는 어디 있었어? 안 보이더라.”
“나야 적당히 숨어 있었지.”
“부러운 녀석. 그보다 아까 언데드 군단은 여전히 남아 있을 거라고 했었지? 기억나?”
“그래, 서부에 악마족들의 팀도 활동 중이니 아직 침공을 완전히 막아 냈다고 볼 수 없지.”
“그래서 대반격을 위해 병력을 준비 중이라더군.”
“그래, 들었어.”
아르칸은 대화에 끼지는 않았지만, 제피로스를 통해 중요한 이야기는 다 엿듣고 있었다.
사실 병력을 준비한 건 이번 승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마계 원정에 나섰던 병력은 인간계로 넘어오자마자 자기 지역으로 돌아갔다.
반대로 마계에서 인간계로 침공해 올 때는 지치거나 다친 몸을 회복하느라 병력이 나설 수가 없었는데, 그사이에 회복을 마친 병력이 차근차근 후방에 집결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초반에 이렇게나 일방적으로 밀릴 리 없었겠지.’
“그런데 내게 그 지휘를 맡아 달라고 하더라고.”
용사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을상이었을 만도 하군.’
아르칸은 쓴웃음을 지었다.
동료의 죽음이 감당이 안 되어서 혼자 다니는 용사에게 병력을 맡기다니, 아마 실질적인 지휘는 따로 하더라도 전투라도 한번 하면 속이 문드러질 게 분명했다.
“게다가 왕당파에서 동부를, 귀족파에서 서부를 맡기로 했다면서 서로 도와달라고 하는데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둘 다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몸은 하나다 보니 고민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런 용사에게 아르칸이 대뜸 말했다.
“어느 쪽을 도와야 할지 결정하기 힘들면 지금 결정 안 하면 되지.”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야. 일단 전투에서 얻은 상처를 돌보고 피로를 회복해야 한다며 뒤로 물러나 있다가,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서 도와주면 될 거 아니야.”
“아, 그렇군.”
용사는 그제야 깨달은 듯했다.
“그러면 굳이 부대를 지휘하지 않아도 되지.”
그 말에 용사의 표정이 한층 더 밝아졌다.
그걸 보며 아르칸이 피식 웃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응. 참, 너는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마왕성으로 돌아가려고. 안 그래도 자리 잡기 전인데 오래 비워 뒀으니 가도 어색할지도 모르겠네. 그 전에 아우리오스 님에게 생명의 마석도 받아야 하지만.”
“그렇군. 그러면 한동안 보기 힘들겠군.”
용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저 멀리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다음 날.
국왕은 마계에서 온 침략군을 몰아내고, 대반격을 개시한다고 공표했다.
수많은 기사와 병사들이 이에 호응해 모였고, 며칠 안 되어 사람들의 환대 속에 출정했다.
동부에는 본앰브로스의 소멸 후에도 수만의 언데드 군단이 남아 있었다.
그걸 물리치기 위해 선두에 나선 건 성녀 엘리시아와 그녀를 따르는 성기사들.
엘리시아를 돌본 사제는 귀족파의 요청이라며 서부 쪽으로 향해 달라고 했지만, 엘리시아는 동부 전선에서 싸우는 게 합리적이라는 아르칸의 말에 동부를 고집했다.
아르칸은 그 결정에 만족했다.
‘당연하지. 언데드 몬스터를 성녀가 상대 안 하면 누가 상대해?’
그리고 동부 전선으로 간 엘리시아는 본앰브로스를 상대했던 것처럼 성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극대화한 신성력으로 언데드 군단을 쓸어버렸다.
덕분에 한 번 나설 때마다 수천의 언데드 몬스터를 소멸시킬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적의 숫자는 끔찍하게 많아서 언데드 군단을 몰아내는 데 상당히 고생해야 했다.
서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귀족들은 그간 아껴 뒀던 자금을 풀어 뛰어난 용병들과 은퇴한 기사까지 동원해서 개별 전투력이 뛰어난 악마족들을 사냥하려고 했다.
그러나 말 그대로 날아다니는 악마족을 쫓아다니지는 못해 큰 성과를 내지 못하던 상황.
뒤늦게 요청을 받은 용사가 나서서야 악마족의 팀 서너 개를 분쇄했는데, 그제야 악마족들은 포기하고 후퇴했다.
놀라운 건 용사가 귀족파를 도와줬다고 국왕이 섭섭해했다는 거였다.
이런 국난 속에서도 왕당파와 귀족파가 싸우는 걸 보니, 이 세계도 별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이런 연유로 대반격의 기세는 상당히 무뎌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전선 후방에 있던 대마왕 바리스탄의 부대는 그대로 점령지를 유지할 수 있었다.
동부로는 평야 너머로 진출해 방어선을 구축했고, 서부 쪽도 카퓨 산맥 너머의 성을 몇 개나 점령해 둔 거로 영토를 넓힐 수 있었다.
바리스탄 대마왕으로서는 여러모로 이득이 많은 원정 결과였다.
한편 이런 성과를 얻었음에도 바리스탄 대마왕은 바로 돌아가지 않고 인간계에서 귀환하는 아르칸을 기다렸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구나.”
바리스탄이 이렇게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게, 키클로테스마저 패퇴시켰던 수호룡을 아르칸이 붙잡고 있던 거였다.
도중에 놓치긴 했지만, 다들 키클로테스 대마왕을 이긴 수호룡을 며칠간만이라도 붙잡고 있었다는 것만으로 대단하게 여기면 여겼지, 아르칸을 탓하는 이는 없었다.
정작 아르칸은 수호룡 아우리오스와 농담 따먹기를 할 정도로 친근하게 지냈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던 아르칸은 적당히 둘러댔다.
“피용이랑 피용을 도와주러 온 블루 드래곤 나바리우스 님 덕분에 적당히 피해 가면서 시간을 끌 수 있었죠.”
“그래, 정면 승부를 피하려고 한 건 잘했다.”
“그보다 아버지, 이번에 여러모로 이득을 보셨는데, 저도 고생한 보람이 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르칸의 당돌한 물음에 바리스탄이 피식 웃었다.
“그래, 동부 쪽 평야는 네가 관리하도록 하거라.”
이번 원정의 이득 대부분을 내준다는 소리였다.
아르칸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전부요? 전 절반이면 족합니다.”
“네 속셈을 모를 줄 아느냐. 평야를 반반 나누면 방어 병력도 반반 부담해야 하지 않느냐. 실질적으로는 내 부담이 더 클 테고.”
“이런, 들켰네요.”
아르칸이 멋쩍은 얼굴로 뒤통수를 긁었다.
서부 전역이 바리스탄의 영역인 만큼, 평야를 나눠 가지기 위해 쪼개도 서부와 연결된 평야 지역을 가져가는 게 맞았다.
그렇게 되면 대륙 중부까지 바리스탄이 차지하기에, 실질적인 방어도 바리스탄이 도맡아 해야 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원래 수인족이 담당했던 영역이었으니, 네가 맡아야 수인족이 더 잘 따를 거다.”
“배려에 감사합니다.”
바리스탄이 말하는 의미를 깨달은 아르칸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면 이제 수인족 영역으로 가겠구나. 같이 가서 식사라도 하면 네 어미가 좋아할 텐데.”
아르칸도 그러고 싶었지만, 이제 어엿한 한 영역의 책임자. 내팽개치고 가서 한가하게 식사를 하긴 어려웠다.
바리스탄도 그걸 알기에 아쉬움만 토로한 거였다.
“정리가 끝나면 대마왕성에 가겠습니다. 좋은 소식과 함께요.”
“좋은 소식? 어떤 걸 말하는 거냐.”
“확실하진 않아서 아직 비밀입니다. 어머니가 기뻐하실 만한 소식이라는 것만 알고 계시죠.”
“네 어미가 기뻐할 만한 거라면 내게도 좋은 거지. 그러면 기대하고 있겠다.”
바리스탄은 그제야 굳은 표정을 풀고 돌아갔다.
아버지와 작별한 아르칸은 곧장 자신의 마왕성으로 향했다.
아르칸이 마왕성에 도착하자 성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마중 나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르칸은 이곳의 마왕.
거기에 걸맞은 대접을 받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아르칸 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 오웬. 나 없는 동안 별일 없었지?”
오웬의 인사를 시작으로 성대한 마중을 거친 뒤에야 아르칸은 통제실로 내려올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오랜만에 침대에 누워 쉬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번 원정에서 고생한 보람을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그건 바로 골드 드래곤 아우리오스에게서 받은 생명의 마석.
받자마자 곧장 사용하려고 했지만, 정령들이 말렸다.
정령왕이 되는 데 필요한 생명력 이상을 흡수하면 나머지가 버려진다는 거였다.
특히 이 생명의 마석이 품고 있는 생명력은 아주 많다고 했다.
그렇다고 여러 정령에게 나눌 수도 없어, 가장 좋은 방법은 세계수 앞에서 흡수하는 거라고 했다.
그러면 남은 생명력을 세계수가 모조리 흡수한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 세계수가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아르칸 마왕성이었다.
‘그러면 한 가지 더 이점이 있지.’
세계수 내의 생명력이 충만하게 되면 열매를 맺게 된다.
마계 엘프들과 어머니는 새로운 세계수의 씨앗을 얻으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금방 얻을 수 있게 된 거였다.
이게 바로 바리스탄에게 말한 어머니가 기뻐할 만한 좋은 소식이었다.
“그러면 바로 시도해 볼까.”
아르칸이 세계수와 연결된 마정석 앞에 서는데, 상급 정령들이 나타났다.
불의 상급 정령 이그니스.
물의 상급 정령 나이어드.
바람의 상급 정령 제피로스까지.
아르칸은 이 중에서 제피로스를 먼저 정령왕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그때 세계수의 근처의 공간이 비틀리더니,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건 거북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등껍질 대신 바윗덩어리를 짊어지고 있었다.
“뭐지, 저건?”
“땅의 정령입니다.”
“로카스톤이잖아. 정령왕이 되고 못 봤는데, 오랜만이네.”
“근데 무슨 일이지?”
정령들마저도 의아해하는데, 땅의 정령 로카스톤은 그 상급 정령들을 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마침 여기 다 있었군. 큰일이야. 정령계가 큰일 났어.”
“응? 그게 무슨 소립니까?”
“무슨 일이 생겼길래 그래?”
“어서 이야기해 봐.”
그 말에 놀란 정령들이 목소리가 높아졌다.
“조용히 좀 해 봐, 이야기 좀 들어 보게.”
아르칸의 말에 정령들이 조용해진 뒤에야 로카스톤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요약하면 정령계에 쳐들어온 악신에게 공격당해 정령왕의 힘을 잃고 쫓겨났다는 거였다.
그러고 상급 정령들을 본 로카스톤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혹시나 했는데 역시 아직 아무도 정령왕이 못 됐구나. 이제 다 끝장이야.”
“그게 왜 끝장이야?”
“다시 가서 싸우려고 해도 정령계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건 정령왕만이 가능하거든.”
로카스톤은 아르칸의 물음에 망연자실한 채 대답했다.
한편 그 말에 상급 정령들은 웃음을 참아야 했다.
로카스톤의 우려와 달리, 정령왕을 만드는 도중이었기 때문이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