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대마왕 아르칸 (1)
제피로스가 먼저 말했다.
“아르칸 님, 정령계로 가서 싸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어, 허락해 줄게.”
정령계에 문제가 생기면 아르칸이 계약한 이 상급 정령들의 힘도 약해질 게 분명했다.
무엇보다 정령계에 있다는 악신을 해치우면 구하기 힘든 차원의 조각을 얻을 수 있었다.
아르칸이 허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때 로카스톤이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물었다.
“음? 이쪽은 마왕 아니야? 왜 마왕한테 허락을 맡아?”
“내 계약자이시기 때문이다. 모시는 주군이기도 하고.”
“뭐, 뭐라고?”
“우리 둘의 계약자이기도 하시지.”
“주군으로 모시지는 못하지만.”
제피로스의 말에 놀라서 되묻던 로카스톤은 이그니스와 나이어드의 말에 아르칸을 다시 봤다.
그러고는 이내 납득했다.
“주군 타령은 왜 하는지 모르지만, 확실히 엄청난 정령 친화력을 가지고 있네. 어쩐지 세계수가 이런 마왕성에 있더라. 이 정도면 얼마 안 지나 너희도 정령왕이 될지도 모르겠군. 그래도 그때는 너무 늦었어. 빨리 안 가면 정령계는 다 엉망진창이 되어 있을 테니까.”
그래도 여전히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했는지 로카스톤이 주절거렸다.
그런 그에게 아르칸이 웃으며 말했다.
“안 늦을 거야. 안 그래도 지금 정령왕을 만들 생각이었거든.”
“정령왕을 만들 생각이라니, 그게 무슨 황당한…….”
소리를 하느냐고 말하려던 로카스톤은 아르칸의 손에 들린 걸 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 그건 생명의 마석이잖아!”
그것도 아주 강력한 생명력을 품고 있어, 갓 상급이 된 정령이라도 곧바로 정령왕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보였다.
“그, 그걸 저에게 주십시오.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아르칸 님이 결정하실 일이지만, 제가 흡수하기로 한 겁니다.”
“그 뒤로 우리도 있지.”
“맞아. 그러니까 새치기하면 곤란해.”
제피로스는 물론이고, 이그니스와 나이어드까지 곧바로 반발했다.
“아, 새치기하려던 건 아니야. 정령계를 못 지킨 건 내 잘못이니까…… 다시 가서 싸우려고.”
“호오, 책임감 있는 건 마음에 드는군.”
아르칸의 말에 제피로스가 반색했다.
“그럼 저한테 생명의 마석을 주시는 건가요?”
“그 전에 하나만 묻지.”
“아, 네, 뭐든지 물어보십시오.”
“이미 한 번 패배했는데, 다시 정령왕이 된다고 해서 이길 수는 있어?”
“그, 그건.”
로카스톤은 당장 정령계로 돌아가 다시 악신과 싸우는 데만 정신이 팔려서인지, 그것까지는 생각 못 한 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못 이기겠지? 갑자기 더 세지는 것도 아니잖아.”
“이길 수 있습니다. 힘내서 싸우다 보면…….”
억지를 부리던 로카스톤은 스스로도 자신이 없는지 말끝이 흐려졌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났는지 말했다.
“여기 다른 정령들이 도와주면 이길 수 있습니다.”
“확실해?”
“확실치는 않지만요…….”
잠깐 고민하던 아르칸이 물었다.
“정령왕 둘이면 그 악신을 이길 수 있나?”
“그, 그러면 확실히 이길 수 있습니다.”
그제야 로카스톤의 말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 대답에 제피로스가 말했다.
“아르칸 님, 그렇다면 이번 생명의 마석을 다른 정령들에게 주시지요.”
“괜찮겠어?”
“네. 다른 정령이 그거로 정령왕이 되고, 저는 아르칸 님이 도와주시면 정령왕의 힘을 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도 다음 생명의 마석을 언제 구할지도 모르는데 곧장 포기하다니, 대단한 희생정신이었다.
“멋지긴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거 같아.”
“네?”
“너 대신 임시 정령왕을 할 정령들이 갑자기 생겼거든.”
“정말입니까?”
그 말에 제피로스가 이그니스와 나이어드를 바라봤다.
아르칸에게 둘의 호감도가 많이 올라서 곧 신하로 삼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마침 적절한 시점에 된 모양이었다.
“아르칸 님이 바로 정령계로 가서 싸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다는 말에 감동 안 할 수가 없었다.”
“맞아. 거기에 어떤 정령이 안 반하겠어?”
이그니스와 나이어드가 슬며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 둘도 제피로스처럼 아르칸의 신하가 되기를 기대 중이었는데, 드디어 자격(?)을 얻은 것이다 보니 기쁜 모양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로카스톤만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
“두고 보면 알아.”
그렇게 대꾸한 아르칸은 곧바로 정령 둘을 신하로 삼았다.
[이그니스가 새로운 신하로 임명됐습니다.] [나이어드가 새로운 신하로 임명됐습니다.]아쉽게도 상급 정령 둘을 신하로 임명했는데도, 권능 레벨이 오르진 않았다.
아르칸은 실망하지 않고, 수인족 영역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얻은 마정석 두 개를 꺼냈다.
바로 군주의 가호를 내려 주기 위해서였다.
군주의 가호까지 내린 후 정령들이 한층 강해진 걸 눈치챈 로카스톤이 화들짝 놀랐다.
“아니,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강해졌지?”
그러나 둘 다 군주의 가호를 받고서도 정령왕이 되는 데는 조금 모자랐다.
“젠장, 누가 이기나 해 보자.”
아르칸은 마력 공유까지 동원했다.
먼저 가장 큰 마력을 가진 피용의 마력을 공유했다.
그러자 로카스톤은 기절할 뻔했다.
“이, 이건 정령왕의 힘? 조금 다르지만, 위력만은 그에 필적해.”
이그니스가 정령왕의 힘을 얻은 거였다.
그걸 본 나이어드가 졸랐다.
“아르칸 님, 저한테도 힘을 주세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정령왕 둘이면 된다지만, 혹시 모르니까.”
아르칸이 자신의 마력에 용아병들의 마력 절반을 공유하자 나이어드도 정령왕의 힘을 얻었다.
“어? 어?”
로카스톤은 드디어 생각하길 포기한 듯 얼빠진 소리만 낼 뿐이었다.
“그럼 남은 건.”
아르칸은 제피로스를 쳐다봤다.
제피로스는 차분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아르칸은 그런 제피로스에게 생명의 마석을 내밀었다.
“자, 받아.”
“감사합니다.”
생명의 마석을 공손하게 받은 제피로스는 세계수에게 다가간 후, 생명의 마석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내 공기가 떨리면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기의 움직임은 이내 뚝 하고 멈췄다.
“끝났습니다.”
생각보다 간단히 끝난 걸 보고 아르칸이 의아해했다.
“태풍이라도 불 줄 알았는데.”
“통제실에서 소란을 피울 수는 없으니까요.”
“신경 써 줘서 고마운걸. 그보다 정령왕이 된 걸 축하해.”
“정말 감사합니다. 다 아르칸 님 덕분입니다.”
다만 이 와중에도 권능 레벨이 오르지 않았다.
‘언젠가는 오르겠지.’
아쉬움을 뒤로하며 제피로스에게 물었다.
“그보다 세계수는 어떤 거 같아?”
“남은 생명력을 흡수해 갈무리 중입니다. 생명력이 꽤 남아, 조금 있으면 열매도 맺힐 것 같습니다.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요.”
아르칸이 계획했던 대로 세계수의 열매까지 순조롭게 얻을 수 있어 보였다.
그때 로카스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제피로스를 쳐다봤다.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정령왕끼리는 모두 능력이 비슷할 텐데, 내가 정령왕이었을 때보다 훨씬 강해.”
“군주의 가호 덕분이지.”
정령왕이 되고 나서도 군주의 가호만큼 더 강한 정령력을 가지게 된 거였다.
“군주의 가호?”
로카스톤은 여전히 잘 이해가 안 되는 듯했지만, 아르칸은 친절히 설명해 주는 대신 제피로스에게 물었다.
“어때? 이제 정령계로 갈 수 있겠어?”
“네, 물론입니다. 가서 악신을 물리치고 오겠습니다.”
제피로스의 대답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좋아. 얼른 가서 해치우고 와. 차원의 조각도 잊지 말고 가져오고.”
“알겠습니다.”
그 말에 로카스톤이 놀랐다.
정령계의 운명이 달린 중차대한 임무인데 여행 가는 듯 간단히 말하다니. 그것도 임무의 실패를 염두에 두기는커녕 여행 선물도 잊지 말고 사 오라는 투였다.
제피로스가 팔로 원을 그리자 곧장 커다란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면서 그 너머에 정령계가 보였다.
‘정말 지금 바로 가는 건가?’
“그러면 악신 녀석을 혼쭐내러 가 볼까.”
“어머, 정령계 분위기 안 좋은 것 좀 봐. 가만 안 둘 거야.”
로카스톤이 눈을 끔벅거리면서 보는 사이, 이그니스와 나이어드가 냉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로카스톤, 넌 힘들 테니 쉬고 있어.”
제피로스마저도 그 말을 끝으로 정령계로 넘어갔다.
“어어, 잠시만!”
로카스톤이 뒤늦게 정신 차리고 따라가려고 했지만, 이미 소용돌이는 닫힌 뒤였다.
“으, 나도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 없는데.”
로카스톤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다시 소용돌이가 생겼다.
“역시 내 힘이 필요한 모양이네.”
로카스톤이 반색하면서 그 소용돌이로 들어가려는데, 이그니스와 나이어드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들어가지 못했다.
“어, 왜 나와?”
이그니스와 나이어드가 대답하기도 전에 제피로스까지 돌아왔다.
그러고는 아르칸에게 공손히 무언가를 내밀었다.
그건 신비로운 기운이 맴돌고 있는 검은 유리 파편, 바로 차원의 조각이었다.
“아르칸 님, 여기 차원의 조각입니다.”
“그래, 수고했어. 이거 악신이 더 쳐들어오면 좋겠는데?”
그걸 본 로카스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차원의 조각? 설마 벌써 악신을 해치웠어?”
“그래, 셋이서 공격하니까 곧장 퇴치할 수 있었다.”
“별거 아니었어. 그치?”
이그니스와 나이어드의 여유로운 말에 로카스톤이 허탈한 듯 중얼거렸다.
“이렇게 쉽게 해결되는 거였다면 나는 왜 그토록 마음 졸였던 거지…….”
“너무 자책할 거 없어. 바로 해결된 게 운이 좋았던 거지. 그만큼 책임감 있다는 소리니까.”
“아르칸 님…….”
그 말에 로카스톤이 감동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때 게티아가 아르칸에게 알렸다.
[호감도가 100이 되었습니다.] [대상을 신하로 임명할 수 있습니다.] [군주의 권능을 사용해 로카스톤을 신하로 임명하시겠습니까?]‘벌써 로카스톤의 호감도가 100이 됐다고?’
이번에는 아르칸이 놀랐다.
조금 달래서 땅의 상급 정령과 계약이나 할까 했는데, 바로 호감도가 100이 되다니.
“……마음에 들었으니 내 신하로 삼아 줄게.”
“가, 감사합니다.”
로카스톤은 넙죽 고개를 숙였다.
아르칸은 로카스톤을 신하로 임명했다. 그러자 게티아가 새로운 메시지를 보여 줬다.
[권능 레벨이 7이 되었습니다.] [권능 스킬, 군주의 통솔이 해금되었습니다.]드디어 권능 레벨이 오른 거였다.
게다가 스킬도 얻었다.
[군주의 통솔] [신하들의 마력에 따라 군주의 마력이 강화됩니다.] [군주의 권능, 기본효과와 별개로 적용됩니다.]한마디로 신하들의 마력에 따라 아르칸이 얻던 마력이 한층 더 늘어났다는 소리였다.
그 때문인지 아르칸의 전신에 마력이 넘쳐흘렀다.
“어, 아르칸 님.”
“뿔이 자랐어요.”
이그니스와 나이어드가 놀라며 아르칸의 이마를 쳐다봤다.
아르칸이 놀라 거울을 보니, 정말 이마의 뿔이 커졌다. 좀 더 길어질 뿐만 아니라 좌우로 작은 뿔이 더 생겨났다.
덕분에 그 뿔은 마치 작은 왕관처럼 보였다.
당연히 마심장도 강화되어 7성, 거기다 군주의 통솔 효과로 8성이 됐다.
이 정도면 대마왕을 제외하고는 누구한테도 지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때 오웬과 아바로스가 찾아왔다.
“아르칸 님, 잠시 괜찮으십니까?”
“무슨 일이냐?”
“수인족 마왕 케자르가 결투를 요청해 왔습니다. 수인족 대마왕 자리를 걸고요.”
케자르는 제니칼의 수인족 마왕 중 이인자.
제니칼이 죽은 뒤 혼란한 와중에도 잠자코 있다가 도전해 온 거였다.
아무래도 아르칸이 골드 드래곤 아우리오스를 막다가 크게 다쳤다는 소문을 듣고 기회라고 여긴 게 틀림없었다.
뱀 수인족 아바로스가 불쾌한 듯 기다란 혀로 쉭쉭 소리를 내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요구입니다. 거절하시죠.”
“아니야. 결투를 받아들인다고 해.”
“네?”
아바로스가 놀라서 되물었지만, 아르칸은 자신 있었다.
‘마침 마심장 8성도 됐겠다, 잘됐네.’
아르칸에게는 이번에 얻은 힘을 시험해 볼 절호의 기회가 생긴 거였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