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대마왕 아르칸 (3)
케자르의 숨을 끊은 아르칸은 그대로 케자르 마왕성으로 가서 마왕성을 접수하고, 마정석을 확보했다.
그걸 마왕성에 흡수시키자 마왕성이 10계층에 도달했다.
대마왕성이 된 거였다.
‘정말로 해낼 줄이야.’
아르칸은 감회가 새로웠다.
빙의 후 반지하 마왕성에서 시작해, 마왕성의 한계라 일컬어지는 10계층 대마왕성을 만들어 냈다.
결투 후 아르칸이 마계 엘프의 피를 가지고 있다는 소리는 누구도 꺼내지 않았다.
그보다 8성급 마심장을 가진 케자르를 한 방에 해치웠다는 게 훨씬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게 가능하게 하려면 대마왕처럼 9성급 마심장을 가져야 했다.
즉, 아르칸은 현재 대마왕급으로 강하다는 의미.
그 의미를 깨달은 수인족들은 아르칸을 대마왕으로 섬기기로 맹세했다.
수인족 영역을 완전히 장악하는 데 성공한 거였다.
거기다가 마왕성 랭킹을 통보해 주는 데실론이 나타나서 아르칸 대마왕성의 순위를 알려 줬다.
무려 4위!
제니칼 대마왕성이 차지했던 랭킹에 완전히 도달한 거였다.
다만, 대마왕이 되었다고 해서 왕좌에 앉아 거들먹거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오히려 여러 가지 신경 쓸 문제가 많아졌다.
그 전에는 식량이며 장비며 베풀고 영역 내 마왕들의 동향만 살피기만 해도 됐었다면, 지금은 달랐다.
제일 큰일은 영역 내의 여러 분쟁을 중재해 달라고 찾아오는 거였는데, 그게 한둘이 아니었다.
놀라운 건 수인족 마왕끼리의 다툼도 중재해 달라고 수시로 연락이 온다는 거였다.
아르칸은 원래 제니칼의 참모였던 아바로스에게 물었다.
“수인족끼리 다툼이 생기면 서로 싸워서 결판내는 거 아니었나?”
“그게 가장 간단하겠지만, 그렇게 내버려 두면 다툼이 끊이질 않아서요. 무엇보다 감정적인 갈등을 내버려 두면 철천지원수가 되어 버리거든요.”
“그렇군. 이해했다.”
아르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수가 되어 전멸전을 벌이다 보면 남아나는 게 없을 테니, 아무리 무법 지대라도 최소한의 조정은 필요한 거였다.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제니칼이 대마왕일 때는 어떻게 했어?”
제니칼 대마왕의 성격을 생각하면 자기들끼리 결판내라고 부추기면 모를까, 중재한다는 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아바로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제게 일임하셔서 제가 적당히 중재했습니다.”
“그, 그래? 그러면 간단한 건 네게 맡길게.”
“안 그래도 그럴 줄 알았습니다. 제가 감당하기 힘들면 오웬 님께 상의하고, 정 안 되면 보고드리면 되겠습니까?”
“그래, 그렇게 해 줘. 부탁할게.”
잘하던 사람이 있으면 맡기는 게 낫다는 게 아르칸의 지론이었다.
‘아바로스도 내가 수인족 영역을 다스리는 대마왕 정도로 만족하길 원하지 않을 테니까.’
그때 아바로스가 물었다.
“그보다 새롭게 얻은 영토는 어떡하실 겁니까?”
원래 수인족 영역과 인간계의 경계이자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평야가 있었는데, 바리스탄은 인간계 침공 때 그 너머까지 영토를 얻었다.
다만, 거기까지 바리스탄의 영역으로 삼고 방어하기에는 멀었기에 아르칸에게 넘겨준다고 했다.
영역이 늘어난 건 좋았지만, 앞으로는 그 영토까지 지켜 내야 했다.
현재 셀레스티온 왕국도 정신이 없을 테니 당장 영토 수복을 위해 전투를 걸어오진 않겠지만, 방어할 준비는 일찍부터 해 둬야 했다.
안 그래도 아르칸도 생각해 둔 게 있었다.
“오크 로드 나크룸의 마왕성을 그쪽으로 옮기고 마왕성 한두 개를 신설해서 방어선을 구축할까 하는데, 어때?”
“좋은 생각이십니다. 수인족 마왕들은 위협을 안 느끼고 오히려 인간계와 인접하지 않게 됐으니 좋아할 겁니다.”
아르칸도 그런 의도로 꺼낸 말이기도 했다.
다만, 추가할 마왕성의 마왕은 조금 더 고민이 됐다.
오웬과 센시아는 대마왕성을 지켜야 하고, 볼가는 수인족 영역 중앙에서 아르칸을 대신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임무를 맡겼다.
‘마왕 솔릭은 괜찮을 것 같은데, 수인족 마왕 삼인방은 좀 못 미덥단 말이지.’
그 밖에도 안팎으로 거론되거나 추천되는 인물이 있긴 했지만, 썩 마음에 드는 인물이 없었다.
대마왕성에 엘프나 드워프도 잔뜩 있는 만큼 그 두 종족에게 맡길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마심장이 없는 탓에 마왕이 되는 건 불가능했다.
‘역시 아직 인재가 많이 필요해.’
그리고 며칠 뒤 아바로스가 찾아왔다.
“뭐야? 벌써 감당 안 될 싸움이 벌어진 거야? 그 전에 오웬한테 상담한다고 했던 거 같은데.”
“싸움은 아니고,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대마왕 본앰브로스 영역에서 또 죽음의 물이 흘러내려 와서 숲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또? 죽음의 물? 알기 쉽게 이야기해 봐.”
그러자 아바로스가 설명했다.
죽음의 물이란 죽음의 마기를 품은 물을 가리키는데, 시시때때로 본앰브로스 영역에서 흘러내려 온다고 했다.
그 때문에 숲이 오염되는데, 문제는 이렇게 죽음의 숲이 되어 버리면 거기 사는 동식물이 마기에 오염되어 특이한 몬스터가 탄생한다는 거였다.
마계에 사는 마인족이 그런 걸 신경 쓰는 건 얼핏 보면 이상해 아르칸이 물었지만, 다 이유가 있단다.
그 죽음의 숲은 마기가 너무 진해져 자칫 잘못하면 괴상하게 변이를 일으키거나 이성을 잃고 단순한 몬스터가 되어 버린다는 게 아닌가?
‘그 정도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겠군.’
“본앰브로스 님에게 방류를 멈춰 달라고 항의하셔야 합니다. 군대를 준비할까요?”
“군대는 무슨, 서신이나 한 장 보내지 뭐.”
아르칸의 말에 아바로스가 깜짝 놀랐다.
“정말입니까?”
“그래, 그 죽음의 물인가 뭔지 보내는 거 멈춰 달라고 말이야. 그래, 적어도 거기다 매장하든가 그렇게 해 달라고 하면 되지 않겠어?”
아르칸은 그렇게 말하고 여전히 자신을 멀뚱히 쳐다보는 아바로스에게 물었다.
“왜 그래?”
“아, 대마왕 제니칼 님 때는 당장 뛰쳐나가라고 소리쳤었거든요. 그래서 한동안 무력시위 하느라 고생 좀 했었거든요. ”
“그렇군. 일단 서신부터 한번 보내 보자고.”
아르칸은 곧바로 본앰브로스에게 서신을 써서 보냈다.
본앰브로스는 그걸 받자마자 회신했다.
아르칸의 요청대로 죽음의 물 방류를 멈추겠다는 거였다.
그 답변에 아바로스는 깜짝 놀랐다.
본앰브로스가 저렇게 순순히 물러날지는 몰랐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화로 풀어 나갈 수 있다니.’
대마왕이 바뀐 게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다만, 이미 오염된 죽음의 숲의 몬스터는 아르칸에게 처치를 부탁한다고 했다.
“나야 좋지.”
아르칸이 바라던 바였다.
안 그래도 회신을 보낸 뒤 그 죽음의 숲을 조사했는데, 거대한 나무 몬스터가 있었다.
‘보스 격으로 보이던데, 죽이면 군주의 정복 스킬이 발동하겠지.’
케자르와 상대할 때, 최대한 마력을 끌어모아 전력을 발휘했더니 9성급 마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꾸준히 마력을 늘려 나가다 마심장이 9성이 되면 다른 대마왕도 혼자서 이길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때가 되면 마신과도 겨뤄 볼 만하겠지.’
아르칸은 직접 죽음의 숲으로 행차해서 몬스터들을 깡그리 정리했다.
미리 조사한 대로 거대 나무 몬스터를 해치웠더니 군주의 정복 스킬이 발동됐다.
‘이거 이러면 오히려 죽음의 물을 계속 방류해 달라고 하는 게 나은 거 아니야?’
잘만 이용하면 아르칸의 마력 향상에 도움이 될지도 몰랐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본앰브로스가 수상쩍게 여길 거라는 거였다.
‘일단 이거 가져가서 길리암에게 연구해 보라고 해야겠네.’
아르칸은 빈 물병을 꺼내서 죽음의 물을 담았다.
그러고 돌아오는데, 희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건 바로 세계수에 열매가 맺혔다는 거였다.
제피로스가 정령왕이 되기 위해 흡수했던 생명의 마석. 거기에 남아 있던 생명력이 세계수에 모두 갈무리되었다는 의미였다.
아르칸은 곧바로 아르칸 대마왕성으로 들어가 세계수를 확인했다.
“저거인가? 세계수의 열매라는 건?”
아르칸은 4계층 세계수의 중앙에 달린 열매를 가리켰다.
그 열매는 다른 과일과 특별한 차이가 없는 구형으로, 표면은 아름다운 빛깔로 반짝였다.
“네, 맞습니다.”
엘프 미네가 감격에 찬 얼굴로 대답했다.
여기에는 미네뿐만 아니라 리브와 리트 자매를 비롯해 모든 엘프가 모여 있었는데, 세계수의 열매를 바라보는 엘프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일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신 전쟁 이후에 심은 세계수는 채 열매를 맺기도 전에 불타 버렸다.
그 후 다시 세계수를 보게 된 것만 해도 감지덕지했는데, 이렇게 다시 세계수의 열매를 보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참이었다.
리브가 다시 한번 아르칸에게 고개를 숙였다.
“내 생애에 세계수의 열매를 다시 보게 되다니. 이게 다 아르칸 님 덕분입니다.”
“이걸 또 마계 엘프에 주신다고 하셨죠?”
“응, 그러려고. 왜, 문제 있어?”
리트의 말에 아르칸이 반문하자 리트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오히려 저희 동족을 위해 챙겨 주시는 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다른 엘프들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계에서 쭉 있던 엘프들은, 정령과 달리 마계 엘프들에게 큰 반감은 없었다.
무엇보다 인간계에서 노예로 시달린 것 때문에 차라리 마계에서 정착하는 게 낫다고 여기기까지 했다.
“그래도 열매가 하나만 열린 건 아쉽네. 다음에 열리는 건 너희 의견 반영해서 심을게.”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감격한 미네의 얼굴을 뒤로하고 아르칸은 세계수의 열매를 땄다.
손에 쥐고 보니 정말로 아름답기도 아름다웠지만, 신비함 힘을 지닌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생명력이 응축된 건 씨앗이라고 했지.’
씨앗을 제외한 부분은 특별한 힘이 있다기보다는 아주 맛있는 과육을 가졌다고 했다.
‘이대로 들고 가서 어머니께 보여 드리고, 과일도 드시라고 해야겠다.’
아르칸은 세계수의 열매를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좋은 소식을 알려 드리러 가 볼까.”
어머니가 기뻐하실 모습이 눈에 선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야지. 피용아, 어서 가자.”
“피피.”
아르칸은 잠시 출타한다고 하고는 피용을 타고 바리스탄 대마왕성으로 순식간에 날아갔다.
그런데 막상 바리스탄 대마왕성으로 가니, 어머니가 안 계시는 게 아닌가?
마침 어머니의 고향인 마계 엘프들이 지내는 마을로 가셨다는 거였다.
“안 그래도 한번 가 보고 싶었는데, 가서 좋은 소식도 전하고 어머니도 기뻐하는 것도 봐야겠네.”
아르칸은 그런 마음으로 마계 엘프 마을로 향했다.
바리스탄의 영역 북동쪽.
사막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산속에는 마계 엘프들이 살고 있었다.
거기다가 그 직선거리로 키클로테스의 영역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아르칸이 피용을 타고 도착하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르칸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는 거였다.
“뭐라고? 대체 어떤 놈들이 어머니를 납치한 거야? 키클로테스가 보낸 악마족 놈들이야?”
화난 아르칸이 엘프 마을의 촌장을 다그치는데, 돌아온 대답은 황당했다.
마을의 다른 엘프가 납치했다는 거였다.
“음, 그래?”
아르칸은 순간 화를 가라앉혔다.
촌장의 걱정과 달리, 별 능력이 없는 마계 엘프가 어머니를 납치하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무언가 있어서 따라가셨나 본데. 나도 따라가 봐야겠군.’
아르칸은 곧바로 투명화해서 모습을 감췄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