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72
172화 고블린과 함께 춤을 (4)
아르칸이 정예 고블린을 육성한다는 소문에, 영역 내 고블린들은 물론, 마계 전역에서 한가락 한다는 고블린들이 모여들었다.
오웬은 그들에게도 똑같이 달리기와 근력 훈련을 시켰다.
고블린왕처럼 특출 난 고블린들의 경우 간단히 통과하긴 했지만, 근력 훈련까지 끝냈을 때 남은 고블린의 숫자는 매일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블러크는 첫날부터 매일 같은 훈련을 반복한 덕분인지 조금씩 훈련이 수월해지는 게 느껴졌다.
특히 5일째까지는 훈련이 끝나자마자 기절하듯이 잠들었는데, 6일째부터는 버틸 만했다.
그렇게 훈련을 이겨 낼 수 있던 원동력은 잠에서 깨면 새로 태어난 것처럼 개운한 덕분이었다.
‘대마왕성 중앙에 세계수가 있다던데 그 덕분인가 봐.’
블러크는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넘겼다.
그리고 7일째.
훈련을 받기 위해 모인 고블린 50명에게 오웬이 말했다.
“이제 기본 체력을 다졌으니 무기 훈련을 시작하겠습니다.”
“드디어!”
“언제 하나 했습니다.”
“이제야 훈련을 받는다고 할 수 있겠네요.”
다들 기뻐했다. 이번만은 블러크도 기대했다.
이제 기본 훈련에 익숙해진 만큼 다음 단계로 넘어갔으면 하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고블린들에게 오웬이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했다.
“일단 가볍게 기본 훈련부터 하죠.”
“케륵?”
“으억, 또??”
“그거 하고 나면 지치는데…….”
다들 말로는 앓는 소리를 했지만, 그간 훈련의 성과 덕분인지 몸은 이미 달리고 있었다.
한 바퀴 달리고 오니까 병사들이 잔뜩 서 있었는데, 오웬을 도와 고블린을 훈련시킬 50명의 조교였다.
단기간에 최대한 단련시키기 위해 일대일로 훈련시키는 거였다.
조교들은 고블린들에게 훈련용 무기를 쥐여 주고, 기본자세부터 가르쳤다.
오웬은 그들 사이를 거닐며 예리한 눈으로 관찰하다가 자세를 교정해 줬다.
그렇게 시작된 무기 훈련은 저녁 무렵까지 계속됐는데, 그 고된 훈련에 고블린들은 모두 지쳐서 나가떨어졌다.
“크아악! 드디어 끝인가.”
“다행이야. 난 이제 더 이상 무기는 못 들 정도였거든.”
“나도……. 팔이 빠질 것만 같아.”
다들 지쳐 있는 와중에 블러크만은 싱글벙글했다.
블러크도 다른 고블린처럼 검을 휘두르느라 팔이 떨어져 나갈 거 같은 건 똑같았지만, 오웬으로부터 칭찬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흠, 제법 재능이 있는 거 같군.”
이번에야말로 포기하기 직전이었지만, 그 한마디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설마 내가 포기할 줄 알고 오웬 님이 그런 말을 한 건 아니겠지? 에이, 아닐 거야.’
블러크는 불안을 억누르며 훈련용 검을 다시 들었다.
아직 식사 시간까지 조금 남았으니 한 번이라도 더 검을 휘둘러 보기 위해서였다.
한편 오늘 훈련을 마친 오웬은 굳은 얼굴로 알현실로 가고 있었다.
아르칸에게 지금까지의 훈련 성과를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
“음, 아무래도 힘들 거 같다고?”
오웬의 보고에 아르칸이 확인하듯 되물었다.
“네. 제법 쓸 만한 인재들이 없지는 않았습니다만, 다들 한계가 뚜렷합니다.”
오웬이 착잡한 얼굴로 대답했다.
고블린들은 생각보다 자신의 훈련을 잘 따라왔다.
심지어 블러크라는 고블린은 왜소한 체격임에도 믿지 못할 근성을 보여 줬다.
나름대로 검술에 재능도 있어 보였다.
그 밖에 쓸 만한 다른 고블린 훈련병도 몇 됐다.
이들에게 마검을 쥐여 주고 마갑을 입히면 어지간한 하급 마족까지 상대하는 게 가능해 보였다.
협공하면 중급 마족 하나는 이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뿐이지.’
이 고블린들로서는 아주 고난도인 이번 작전을 성공시키는 게 불가능했다.
어떻게 대마왕 본앰브로스를 피할 수 있더라도, 최소한 힘을 합쳐서 마왕급을 상대할 수 있어야 했다.
고블린이 마왕을 상대한다? 오웬으로서는 상상도 안 되는 장면이었다.
‘애당초 무리였을지도.’
오웬이 쓴웃음을 짓고 있는데, 아르칸이 뒤통수를 긁었다.
“이거 좋은 소식이 없군. 아바로스도 이대로는 무슨 작전을 짜도 힘들다고 하던데. 큰일인걸?”
“그렇습니까.”
이 대마왕성의 참모 아바로스가 힘들다고 하면 정말 어려운 작전이라는 소리였다.
큰일이었다.
조만간에 구체적인 회의를 하려고 했는데, 작전 초안부터 잡히지 않는다니.
이대로라면 고블린 구출 작전이 시도하기도 전에 엎어질 판이었다.
‘차라리 엎어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군.’
아르칸 님의 체면이 구길지도 모르지만, 고블린들에게 약속한 마검과 마갑을 지급하면 기뻐하면서 넘어갈 게 분명했다.
‘아니, 내가 강력히 반대한다고 하면 아르칸 님의 체면이 상하지도 않을 거야.’
오웬이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이번 작전을 중지시키기로 마음먹었을 때였다.
정작 아르칸은 포기하지 않은 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아직 쓸 만한 비장의 카드가 몇 가지 더 있으니까 조금만 더 두고 보자고.”
“비장의 카드입니까?”
“그래, 마침 저기 하나가 오는군.”
아르칸은 알현실 안으로 들어오는 길리암을 보며 말했다.
“아르칸 님, 조사를 마치고 보고드리러 왔습니다.”
“그래서 결과는 어때?”
“현재까지 모은 물량에 제 조합법을 가미하면 고블린 세 명분은 가능합니다.”
“세 명분이라 아쉽지만, 그거라도 어디야.”
옆에서 아르칸과 길리암의 대화를 듣고 있던 오웬이 물었다.
“세 명분이라니,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 성장의 물 이야기였어.”
성장의 물은 섭취한 대상의 잠재력을 일깨워 주는 신비한 효과를 지녔다.
소설 속 볼가는 이 성장의 물이 나오는 성장의 샘물에 뛰어 들어가 강해져서 마왕이 되었을 정도.
아르칸도 이 성장의 물 덕분에 8성급 정령 친화력을 깨우치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피용을 해츨링에서 드래곤으로 육성했다.
덕분에 갓 심은 세계수를 마왕성 끝까지 닿도록 키우는 것도 가능했다.
그 밖에 여러 부하들도 이걸로 강화했다.
더 쓸데는 많았지만, 이미 성장의 물이 솟아나는 성장의 샘은 텅 빈 상태.
다시 샘물이 고이려면 오랜 세월이 흘러야 했다.
그래서 몬스터들에게 지키라고 맡긴 참이었다.
다만, 아르칸이 수인족 영역을 차지한 뒤에는 성장의 샘물이 있는 열대 우림 지역의 엘로라 마왕성으로 사람을 보내 관리하도록 했다.
당연히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탓에 다시 채워진 성장의 샘물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고블린 블러크가 와서 본앰브로스의 실험실에서 고통받는 고블린들의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아르칸은 고블린들이 동족을 구출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약속했다.
마검과 마갑 외에 또 어떤 도움을 주면 좋을지 고민하던 차에 성장의 물을 떠올린 거였다.
‘고블린 정도라면 성장의 물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성장의 물로 슈퍼 고블린을 만드는 거였다.
아르칸은 마력 연구 마법사 길리암을 불러 곧바로 조사해 보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길리암이 고블린 세 명 정도에게는 성장의 물을 쓸 수 있다고 알려 온 거였다.
“성장의 물이라, 확실히 그걸로 고블린을 강화할 수 있다면 훨씬 전투력이 올라가겠습니다.”
“전투력이 올라갈지 안 갈지는 고블린의 잠재력에 달린 거겠지만.”
실제로 오웬은 성장의 샘물에 들어갔지만, 별다른 효과를 못 보기도 했었다.
“어떤 고블린이 잠재력이 있는지 알아내는 게 중요하겠군요.”
“그렇지. 혹시 눈여겨보고 있는 인재가 있어?”
“한 명 있긴 합니다.”
오웬이 미소 지으며 말하는 걸 보니, 확실히 재능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르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덧붙였다.
“그것만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 계속해서 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줘.”
“알겠습니다.”
오웬이 대답하며 물러 나왔다.
성장의 물이라는 말에 이번 임무를 포기시킨다는 생각은 어느새 완전히 사라졌었다.
오히려 아르칸 님이 또 어떤 비장의 카드를 준비해 놓으셨을지가 기대됐다.
‘분명 대단하고 놀라운 것임이 틀림없겠지.’
***
실제로 아르칸이 준비하는 남은 비장의 카드는 대단하고 놀라운 거긴 했다.
그것도 오웬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일이었다.
‘아마 오웬이 알면 까무러칠 거야.’
아르칸은 그렇게 생각했을 때, 때마침 세계수의 쌍잎을 통해 메시지가 도착했다.
용사가 보내온 거였다.
-여신이 응답했다. 너와 대화하겠다는군.
-그래? 어디로 가면 되나?
아르칸의 물음에 용사는 잠시 후에 대답했다.
-드워프 왕국이 있던 갈터 산맥으로 지금 오라는군.
-거기는 초토화되어서 아무것도 없잖아. 신전도 없을 텐데.
-잠시만. ……신전이 있다고 한다. 신용사 때문에 억울하게 희생된 드워프들을 기리기 위해 새롭게 신전을 만들었다고……. 잠깐, 이건 내 생각이 아닌 거 알지?
-알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드워프 왕국이 초토화된 건 어디까지나 용사의 후임으로 임명된 신용사의 인간 우월주의 정책 때문.
그걸 그저 억울하게 희생되었다고 하니, 거기에 반대해서 몰래 드워프들을 구출하고 다녔던 용사로서는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현재 용사와의 대화가 어색한 건 옆에 새롭게 성녀가 된 엘리시아의 말을 용사가 전달해 주고 있어서였다.
용사는 아르칸과 직접 대화하라며 엘리시아에게 세계수의 쌍잎을 건네주려고 했지만, 엘리시아는 눈치 없이 그럴 수 없다고 한사코 거절했다.
‘이거 잠시 쓰는 게 눈치 없을 건 뭐야.’
아르칸은 며칠 전 일을 떠올리고며 고개를 갸웃했다.
다시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다.
참고로 대마왕성에도 세계수가 있기에 거기서 이파리를 떼어 내서 쓰면 안 될까 했지만.
세계수의 쌍잎은 수많은 세계수의 이파리 중에서도 서로 특정한 공명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만 가능하다고 했다.
엘프들이 세계수가 심어졌을 때부터 찾아보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딱히 발견된 게 없었다.
-그럼 거기서 보자.
용사에게 메시지를 보낸 아르칸은 대마왕성을 나와 훌쩍 칼더 산맥으로 바람의 정령을 타고 날아갔다.
피용은 고블린 블러크와 놀고 있어서 내버려 뒀다.
현재 피용은 폴리모프로 고블린으로 변해서 블러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거로 끝이 아니라 지쳐서 나가떨어진 블러크에게 회복 포션을 주는 등 돌보고 있기까지 했다.
아주 마음에 드는 장난감이라나?
‘안 그래도 요즘 바쁘다고 놀아 주지 못하고 있었는데, 잘됐지.’
그러는 사이, 칼더 산맥에 도착했다.
그렇게 튼튼하던 드워프 왕국의 성은 여기저기 무너져서 엉망이었다.
완전히 폐허가 된 거였다.
드워프 탄압은 끝났지만, 이곳에 남은 드워프는 한 명도 없었다.
여기서 살아남은 드워프는 물론이거니와, 용사가 구해 준 드워프도 불안하다고 모두 아르칸 대마왕성으로 들어와 사는 중이었다.
‘저게 신전인가 보네.’
이 폐허 속에 못 보던, 새하얗고 화려한 장식이 되어 있는 건물이 보였다.
아르칸이 거기로 가니, 용사와 성녀 엘리시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왔군.”
“아르칸 님, 어서 오세요.”
“둘 다 피곤해 보이네. 피곤할 텐데 내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최근 이교도 때문에 난리라더니, 용사나 엘리시아의 눈 밑에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었다.
“괜찮아요. 아르칸 님 말씀이신데 당연히 나서야죠. 안 그래요? 용사님?”
“어, 음. 그래.”
엘리시아가 배시시 웃으며 용사에게 묻자 용사가 어색하게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은 더 없나?”
“다 내보냈으니까 괜찮아요. 그럼 바로 여신님을 부를까요?”
“그래.”
아르칸이 고개를 끄덕이자 엘리시아가 눈을 감고 성물을 쥐고 기도를 올렸다.
그러고 눈을 뜨자 안광이 번뜩였다.
여신 셀레니아가 엘리시아의 몸에 강림한 거였다.
다만 무리하지 않도록 성물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르칸, 무슨 일이냐?”
오래 끌어서 성물의 신성력이 다 소진되면 엘리시아에게 타격이 가기에 아르칸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고블린들에게 신성력을 내려 줬으면 하는데.”
고블린 성기사.
아르칸이 준비한 비장의 카드였다.
‘언데드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는 신성력이 최고지.’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