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신이 되는 쉬운 방법 (2)
[신 아르칸] [신력 : 1] [신도 : 2] [신도들의 신앙심에 따라 신력이 쌓입니다.] [신의 권능] [*주의 : 현재 신력이 낮아 사용 가능한 신의 권능이 없습니다.]“성공이네.”
신과 관련한 상태창 메시지를 본 아르칸이 미소를 지었다.
신도도 벌써 둘이나 됐다.
신의 권능은 군주 스킬과 유사했는데, 다른 점은 레벨을 올려 해금해야 하는 군주 스킬과 달리, 모든 권능을 바로 쓸 수 있다는 거였다.
그것도 축복과 기적, 계시, 강림, 천사 소환, 성역 선포 등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다만 쓸려면 최소 100 이상의 신력이 필요하고, 권능의 성능에 따라 더 많은 신력을 요구했다.
게티아가 비슷하게 정리해서인지 마왕의 상태창과 신의 상태창은 아주 유사했다.
그렇게 살펴보고 있는데, 헤롤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게 머리카락을 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신께서 기적을 베푸신 이 머리카락을 아끼고 사랑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신께 기도하겠습니다.”
“어…… 그래.”
아르칸은 기도 같은 건 됐다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신력은 신도가 기도나 공물을 바쳐야 쌓이는 구조.
앞으로 신력이 많이 필요한 만큼 신실한 마음으로 기도하겠다는 신도를 말릴 이유가 없었다.
“공물도 바치고 싶지만, 갇혀 있는 처지라서요.”
“맞다, 여기서 나가야지.”
아르칸은 기왕 생긴 신도를 이대로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쉽게 들어온 만큼, 헤롤드도 쉽게 데리고 나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왜 내보내 달라고 안 했어?”
“염치가 있지, 이런 기적을 내려 주셨는데 또 어찌 기적을 바랍니까.”
헤롤드가 머쓱하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었다.
의외였다.
이교도에다가 처음에 끌려가면서 악쓰는 모습을 봐서인지 괴팍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런 순박한 모습이라니.
‘아니면 이제 내 신도라고 생각해서인지 관대한 시선으로 봐지는 건가?’
아르칸은 속으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내보내 줄 테니까, 데이브라는 상인을 찾아가. 내 신전을 준비 중이거든.”
“성인 데이브 말입니까? 혹시 거인섬을 드나드는?”
“알아?”
“네, 머리카락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는 동료입니다.”
‘이른바 대머리 동료라는 건가?’
하긴 머리카락을 되찾기 위해서 이교도까지 되는 마당에, 동병상련으로 정보를 교류하는 모임 정도는 있을 법도 했다.
‘그나저나 그런 동료가 있으면 말을 해 줄 것이지.’
아르칸은 속으로 투덜대면서 헤롤드에게 물었다.
“혹시 신도로 추천할 만한 다른 동료가 더 있나?”
“물론입니다.”
“그럼 데이브와 상의해서 기적이 필요한 동료 중에 고객, 아니 신도가 될 만한 동료들을 모아.”
“알겠습니다. 다들 기꺼이 신도가 될 겁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헤롤드를 보면서 아르칸이 물었다.
“근데 그 동료가 몇 명이나 돼?”
“저와 연락하는 동료는 1백여 명 정도 됩니다. 데이브는 훨씬 많이 알고 있을 테고요. 못해도 1천 명은 될 겁니다.”
예상보다 규모가 컸다.
‘잘됐네.’
현재 아르칸이 가진 성장의 물은 이제 9명분에 불과하지만, 나중에 더 모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미 기적을 보여 준 이상, 자신에게도 기적이 일어나길 기대하는 신도를 모으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 모아도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처음에는 적게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막상 필요하면 대규모 신도를 모을 자신도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 세력이 크면 견제당할 테니까.’
아르칸은 쓴웃음을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
아르칸은 헤롤드를 무사히 돌려보낸 후, 엘리시아를 찾았다.
“아르칸 님? 저를 부르셨다고요?”
엘리시아는 연락을 받자마자 곧바로 달려왔다.
기도를 올리고 있던 참인지 성의(聖衣)를 입고, 성물을 들고 있었다.
‘마침 잘됐네.’
그렇게 생각한 아르칸이 입을 열었다.
“그래, 불렀어. 아까 심한 탈모였던 이교도 기억하지? 그자의 탈모를 고쳐 주고, 내 신도로 만들었어.”
“신도 말인가요?”
엘리시아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족을 비롯한 다른 종족은 몰라도, 인간족은 모두 여신 셀레시아를 믿는다.
그 외에는 이단으로 취급했다.
그런데 아르칸이 그 이교도를 신도로 만들었다는 말은 이단이 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르칸 님을 따라야겠지만.’
여신 셀리니아님이 화내든 말든, 이미 엘리시아는 마음을 굳힌 뒤였다.
“응, 그거로 그치지 않고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을 고쳐서 신자로 만들려고.”
아르칸이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엘리시아의 눈이 감기더니 이내 큰 목소리와 함께 눈이 번쩍 뜨였다.
“이게 미쳤어? 마왕 주제에 신이 되려고?”
엘리시아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지만, 그 느낌은 사뭇 달랐다.
바로 여신 셀레니아가 강림해서 낸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엘리시아가 알게 되면 너도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아르칸이 새롭게 신이 되어 신도를 모은다고 하면, 가만히 있지 못하고 나설 거라는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 무슨 자신감이지? 너도 이교로 지정하고 제거해 줄까?”
“내가 이교라고? 마왕인데도?”
“……크흠.”
아르칸의 말에 한 방 먹은 셀레니아가 신음을 흘렸다.
어차피 배척의 대상인데 또 배척한다고 해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거였다.
그러다 한 방 먹일 게 떠올랐는지 대뜸 사악한 얼굴로 말했다.
“흐흐, 네가 대마왕인 걸 폭로해 주지. 신도들이 다 떠날걸.”
“신도들이라고 해 봐야 두 명이고, 하나는 내가 대마왕인 것도 아는데?”
“…….”
생각해 보니 그랬다.
순간 당황한 셀레니아가 입을 다물자 아르칸이 턱짓하면서 말했다.
“오히려 엘리시아는 나를 따를 텐데? 성녀가 대마왕을 따른다고 하면 네가 더 타격 입을걸.”
흠칫.
셀레니아가 움찔했다.
확실히 지금 엘리시아라면 자신과 아르칸을 선택하라면 아르칸을 택할지도 몰랐다.
“쯧, 이 기회에 성녀를 갈아 치우든가 해야지.”
셀레니아가 투덜거렸지만, 아르칸은 그것도 함부로 못 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신도들과 신을 연결하는 매개자인 선지자를 임명하는 것도 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단 셀레니아의 기를 꺾어 놓는 데 성공했다고 여긴 아르칸은 셀레니아의 경계심을 늦추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어차피 내가 포교하는 이들을 네가 구원해 줄 것도 아닌데 상관없지 않나?”
“……음.”
그 말에 셀리니아는 단 두 명이라는 아르칸의 신도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둘이 무엇 때문에 아르칸을 신으로 모시는 지도.
“맞다. 대머리만 둘…… 풋, 푸하하핫!”
셀레니아는 생각하자마자 웃음을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트렸다. 잠시 후 겨우 진정한 셀레니아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래, 너 마음대로 해. 대머리들의 신.”
아르칸은 대꾸하지 않고 어깨만 으쓱했다.
그 여유로운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셀레니아는 금세 웃음기를 지우며 쏘아붙였다.
“신놀이 하는 건 좋지만, 이교도 퇴치는 확실해 해야 한다.”
“그건 걱정하지 말고. 너야말로 보상해 주는 거 잊지 마.”
“흥! 기억하고 있다.”
셀레니아는 콧방귀를 뀌면서 대꾸하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
엘리시아의 몸에서 떠나간 거였다.
아르칸은 엘리시아가 넘어지지 않도록 부축했다.
“괜찮아?”
“……네, 괜찮아요. 여신께서 갑자기 강림해서 조금 놀랐을 뿐이에요.”
엘리시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새카맣게 변해 버린 성물을 내려놓았다.
“미안해. 가능하면 셀레니아가 안 나오게 하려고 했는데. 이번 일은 피할 수 없었어.”
“정말 괜찮아요. 이것도 조금 익숙해져서인지 훨씬 부담이 덜한걸요.”
그 말대로 확실히 처음보다는 안색이 많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조심해. 한동안은 내가 열심히 뛸 테니까 쉬엄쉬엄하고.”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르칸 님.”
엘리시아는 아르칸의 다정한 배려에 얼굴을 살짝 붉힌 뒤 돌아갔다.
다음 날.
아르칸은 자신이 말한 대로 이교도의 은신처를 제거하기 위해 열심히 움직였다.
그 와중에 헤롤드는 데이브를 찾아갔는데, 둘은 빠르게 다른 동료들을 접촉해 고객……. 아니, 신도로 만들었다.
아르칸의 예상대로 그들은 데이브와 헤롤드의 머리를 보고는 당장 머리카락을 고칠 수 없더라도 신도가 되겠다고 했다.
그렇게 일주일간 모인 신도만 벌써 1백 명이 넘어간다고 했다.
거기다가 얼마나 성실히 기도하고 정성스러운 공물을 바치느냐에 따라 신께서 기적을 일찍 내려 주거나 늦게 내려 줄 수 있다고 했다는 소리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수완이 대단한걸? 인신 공양 같은 이상한 짓만 하지 않는다면 알아서 굴러가게 내버려 둬도 될 거 같군.’
아르칸이 바쁘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신비주의를 유지하는 게 도움이 될 거 같았다.
그사이 일주일 동안 아르칸도 이교도 집단과 그 은신처를 20개 이상 박멸했다.
하루에 세 개씩 없앤 상황.
제피로스뿐만 아니라 다른 상급 정령들도 자진해서 나서서 도운 덕분이었다.
‘내 손에 마계 엘프들에게서 얻은 생명의 마석이 있다는 걸 알아서겠지만.’
그 정도 없애고 나니 이제 눈에 띌 만한 이교도는 하나도 안 보였고, 다시 여신을 믿겠다고 회개한 이교도도 많았다.
이럴 때는 한번 저지른 죄가 있기 때문에 더욱 신앙심이 깊어진다고 했다.
그 덕분에 신력이 다시 꽤 모이기 시작했다고, 셀레니아가 아주 기뻐하는 중이라고 엘리시아가 전해 줬다.
‘이 정도면 보상이 꽤 좋겠지? 뭘 내놓으려나?’
아르칸은 기대하면서 신전을 찾아갔다.
안 그래도 셀레니아가 내린 은혜라면서 엘리시아가 나와서 챙겨 줬다.
최상급 성물 세 개와 성수 1백 병.
‘허, 이거 너무 실망스러운데?’
예전이었다면 좋다고 받아 갈지도 몰랐다.
그러나 아르칸이 신이 된 지금, 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신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았다.
그리고 이것들은 신력을 아주 조금만 쓴 것에 불과했다.
‘기껏해야 1만밖에 안 썼겠네.’
아르칸의 활약으로 최소 반년에 걸쳐서 소탕해야 하는 이교도들은 일주일 만에 소탕했다.
최소 되찾은 신도들이 반년 동안 기도해서 쌓이는 신력 정도는 줘야 하지 않겠는가.
아르칸은 얼른 엘리시아에게 말했다.
“여신께 너무 짜다고 전해 줄래?”
“아, 네. 알겠습니다.”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린 엘리시아는 이내 신탁을 받았는지 입을 열었다.
“후하게 준 거지만, 넓은 아량으로 더 은혜를 내려 주신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체적으로 원하는 게 있냐고 물으십니다만.”
아무래도 찔리는 게 있는지 셀레니아는 전처럼 강림하지 않고, 계속해서 엘리시아를 두고 말을 전달해 왔다.
“지금 준 거에 더해서 천사 강림권. 이 정도는 줘야지.”
천사 강림권은 말 그대로 신의 사도를 일시적으로 지상에 부르는 권능.
지상에 내려온 천사는 성스러운 힘으로 적을 단죄한다고 되어 있었다.
소설에 나와 있지도, 아직 한 번도 써 본 적은 없지만, 언데드 상대로는 효과적일 게 분명했다.
‘하급 마왕 정도까지는 쓰러트릴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엘리시아가 난처한 얼굴로 답변을 전했다.
“안 된다고 합니다. 고블린을 돕기 위해 신의 힘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는 없다고요.”
“그래?”
그 대답에 아르칸은 차선책으로 생각해 둔 걸 말했다.
“성역 선포는 어때? 그 일대를 정화한다는 명목이면 되잖아.”
“……그건 된다고 합니다.”
“그럼 그렇게 하지. 나중에 내가 원하는 곳에 성역을 선포해 줘야 해.”
아르칸의 말에 엘리시아가 품속에서 작은 성물을 꺼내서 내밀었다.
“이걸 바닥에 내려놓으면 그 일대에 성역 선포를 하겠다고 합니다.”
“좋았어.”
아르칸이 협상을 마무리 짓자 엘리시아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여신과 마왕 사이에 끼이다 보니 고생한 게 틀림없었다.
아르칸이 신하를 위로했다.
“고생 많았어.”
“그보다 역시 아르칸 님, 대단하세요. 여신을 상대로 이렇게 협상하시다니요.”
엘리시아는 정말로 감탄한 듯했다.
그때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게, 정말 대단하긴 대단하다.”
용사였다.
아르칸이 왔다는 소리에 찾아왔던 모양이었다.
“이제 본앰브로스를 치러 가나?? 나는 도와줄 거 없어?”
용사가 물었다.
셀레시아의 신력이 회복된 후 다시 정식 용사로 임명됐는데, 그 때문에 자신이 넘치는 듯했다.
아르칸은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나 도와줘.”
용사가 도와주면 본앰브로스까지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다른 대마왕들이 경계할 게 분명했다.
‘용사는 나중에 키클로테스를 상대할 때 써야지.’
그 후 성녀 엘리시아와 용사와 작별 인사를 마친 아르칸이 대마왕성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니 본앰브로스 실험실의 고블린을 구조하기 위한 구조대가 준비를 마치고 대기 중이었다.
오웬와 아바로스에게 보고받고, 최종적으로 작전을 확인한 아르칸은 작전 개시를 선언했다.
“자, 그럼 이제 움직여 볼까.”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