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아르칸의 신도들 (6)
무르게노는 뒤늦게 전장에 나타난 센시아를 보고는 비웃었다.
“거인족인가? 그래 봐야 내 초거대 스켈레톤에게는 상대가 안 된다.”
무르게노가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센시아가 성장의 샘물로 커졌다고 해도 보통 거인족 정도.
무르게노가 만든 초거대 고블린 스켈레톤은 그 센시아의 두 배 정도로 컸다.
“밟아 버려!”
무르게노의 지시에 초거대 스켈레톤이 몸을 센시아에게로 향했다.
그러나 무르게노가 모르는 게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바로 센시아의 특수 능력을 쓰면 신체 크기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
두 번째는 센시아는 성전사 중에서 가장 강해, 성전사의 대장이라는 거였다.
근처에 있던 아르칸도 센시아에게 지시를 내렸다.
“저 커다란 고블린부터 해치워.”
“네, 알겠습니다.”
센시아가 짧게 대답하고는 거인화를 사용했다.
“어, 어? 저게 왜 저리 커져? 선배, 이러다 지는 거 아닙니까?”
센시아가 초거대 스켈레톤만큼 커진 걸 본 아메드가 깜짝 놀라 물었다.
안 그래도 블랙 드래곤이 와서 도와주면 어떡하나 걱정하던 와중에 거인족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자 무르게노는 별거 아니라는 듯 대꾸했다.
“걱정할 거 없다. 내 초거대 스켈레톤은 고블린들이 죽으면서 흘린 수없이 많은 죽음의 마기를 응축한 것. 그 마기를 감당하느라 저런 크기가 된 거지. 저 거인족처럼 그냥 크기만 한 게 아니다.”
“그, 그렇군요. 그러면 걱정할 거 없…….”
안도한 아메드가 대꾸하다가 말을 멈췄다.
센시아가 초거대 스켈레톤의 한쪽 팔을 신성검으로 베어 버렸기 때문이다.
“선배! 어쩌죠?”
“너도 네크로맨서면서 저 정도로 호들갑 떨지 마라.”
일축한 무르게노는 마석을 꺼내 들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마석이 무너져 내리는 것과 동시에 잘려 나간 초거대 스켈레톤의 팔이 복구됐다.
“아, 맞다. 회복시키면 되죠.”
언데드 몬스터의 경우, 부분적인 파괴는 마력으로 바로 복구할 수 있다.
다만 마력이 꽤 필요한 데다가, 상급 언데드 몬스터를 회복시킬 때는 마석까지 있어야 했다.
그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쓰지 않지만, 초거대 스켈레톤에게는 쓸 만했다.
하지만 아메드는 그 생각을 곧장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어서 센시아가 곧바로 다른 팔과 다리 한쪽을 잘라 냈기 때문이다.
초거대 스켈레톤이 반격하려고 했지만, 너무 둔해서 주먹이 센시아의 몸에 닿지도 못했다.
“서, 선배?”
“큭.”
아메드가 무르게노를 쳐다봤지만, 금방처럼 회복시키기 위해 마석을 꺼내진 못했다.
무르게노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걸 깨달은 거였다.
하지만 저걸 안 도와준다고 해도 별다른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다급해진 무르게노가 물었다.
“아메드, 넌 따로 준비해 둔 거나 숨겨 둔 능력 같은 거 없어?”
“그런 게 있었으면 저번에 마왕성 공략할 때 썼죠.”
“…….”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는 사이, 무르게노는 순간 뭔가 찌르는 느낌을 받았다.
고개를 돌려 보니 초거대 스켈레톤이 완전히 박살 나 형체가 무너지고 있었다.
마력으로 연결된 상급 언데드 몬스터가 소멸한 거였다.
“젠장!”
“선배, 어떡합니까?”
“어떡하기는, 후퇴해야지. 너도 어서 후퇴해.”
“도망치자고요? 다른 사형제들은요?”
“걔들은 끝까지 싸우라고 해. 어차피 죽어도 리치가 되잖아.”
“선배는 이미 리치니까 끝까지 싸워도 되지 않나요?”
틀린 말은 아니긴 했지만, 무르게노는 그 말대로 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나보고 또 소멸하라고? 안 그래도 마력에 타격이 심해. 그렇게 걱정되면 네가 남아서 싸우든가. 나는 먼저 간다.”
무르게노는 그렇게 쏘아붙이고는 곧바로 몸을 돌렸다.
아메드는 그런 무르게노를 노려보다가, 아직 한창 전투 중인 사형제들에게 소리쳤다.
“무능게노가 도망친다! 우리도 후퇴하자!”
“저 자식이…….”
무르게노는 이를 갈았지만, 괜히 붙잡힐까 봐 발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여기까지인가…….”
한편 전장 근처에서 지켜보던 아르칸은 옆에서 대기 중이었던 부하들에게 말했다.
“다 쓸어버려.”
그 말에 바람의 정령왕 제피로스, 땅의 정령왕 로카스톤이 나섰다.
안 그래도 아메드가 소리치는 걸 듣고 다들 후퇴하느라 정신없던 네크로맨서 마왕들은 정령왕들에게 별다른 저항도 못 하고 하나둘 쓰러졌다.
“크윽, 지금은 죽지만 반드시 복수하겠다!”
“복수 못 할 텐데.”
네크로맨서 마왕이 절규하듯 외치는 걸 보며 아르칸이 무심하게 대꾸했다.
한편 일이 이렇게 되자 어느새 후방까지 도망쳐 온 아메드도 로카스톤에게 발목을 잡혔다.
“제기랄! 괜히 저 무능게노를 따라왔어.”
아메드는 후회의 말을 끝으로 제피로스가 만든 바람의 칼날에 목이 베였다.
그래도 리치로 부활할 걸 생각해서인지 처절하진 않았다.
반면에 이곳의 유일한 리치인 무르게노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원래 사망해서 부활하는 건 마력 소모가 극심하다.
다만, 네크로맨서에서 리치가 되면서 상승하는 마력이 있기에 그걸 만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리치인 무르게노는 예외였다.
라이프베슬만 무사하면 다시 부활할 수는 있지만, 소실된 마력을 만회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소멸하는 것만은 어떻게든 막고 싶었다.
그러나 아르칸은 무르게노를 놓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센시아, 저 녀석은 반드시 잡아.”
“알겠습니다.”
센시아는 대답하면서 성큼성큼 걸어서 무르게노를 쫓았다.
쿵! 쿵! 쿵!
“크윽.”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에 무르게노는 육신이 없는데도 등골이 서늘한 기분을 느꼈다.
센시아는 순식간에 무르게노의 바로 앞까지 왔다.
무르게노는 센시아가 신성검을 휘두르기 직전, 다급하게 외쳤다.
“날 돌려보내 주면 다시는 복수하지 않겠다!”
“헛소리하지 마라!”
“자, 잠깐. 내가 이런 말을 했다는 걸 아르칸 대마왕님께 전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설마 네가 중간에서 판단하려는 건가?”
그 말에 센시아가 움찔하는데, 곧바로 아르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으니까 해치워.”
“저, 정말이다. 맹세하겠다.”
무르게노가 다급하게 말하는데, 아르칸이 웃으면서 대꾸했다.
“네 맹세는 중요하지 않아. 맹세하든 말든 복수는 꿈도 못 꿀 테니까.”
그사이, 센시아가 거대 신성검을 휘둘렀다.
소멸하기 직전 무르게노는 왠지 모르게 아르칸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복수는 꿈도 못 꾼다니, 대체 무슨 소리지?’
더 생각하기 전에 센시아의 신성검에 맞은 무르게노는 리치의 육신이 폭발하듯 터져 나가며 그대로 소멸했다.
하지만 육신이 소멸했다고 해도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자신의 존재를 마력화해 라이프베슬 속 생명력과 마력을 이용하면 새로운 리치로 부활 가능했다.
이미 리치화되는 과정을 한 번 해 본 무르게노는 소멸한 뒤에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라이프베슬로 향해 움직이기 위해 애썼다.
현재 무르게노의 라이프베슬은 본앰브로스의 영역 내에 있는 상황.
북쪽으로 가야 했는데, 자신의 의지와 달리 동쪽으로 향하는 게 아닌가?
‘어, 대체 왜 멋대로 움직여?’
무르게노는 당황했다.
만약 이대로 라이프베슬로 못 돌아가고 엉뚱한 곳을 방황하면 끝장이었다.
이 상태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고통도 심해질 뿐만 아니라, 너무 오래되면 자신의 존재가 완전히 소멸해 버리기 때문이다.
다행히 얼마 안 지나 유리병 같은 곳에 자신의 존재가 들어간 뒤, 강제로 이끄는 힘이 사라졌다.
‘이건 라이프베슬이랑 비슷하면서도 달라. 대체 뭐지?’
그때 누군가가 유리병을 톡톡 두드리면서 말했다.
“내 말이 들리나? 무르게노, 네가 마지막이야.”
‘그게 무슨 소리지? 그보단 이 목소리는 아르칸?’
주변이 보이진 않았지만, 저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는 아르칸이 틀림없었다.
그러든 말든 아르칸의 목소리는 설명을 이어 갔다.
“너희가 죽으면 영혼이 라이프베슬로 가서 다시 부활하잖아. 그걸 어떻게 가로챌 수는 없을까? 생각했거든. 내 구상을 들은 길리암이 이 영혼 유도 장치를 만들었지. 몬스터 유인석의 원리를 이용했다나?”
‘영혼 유도 장치라니……. 정말 내 영혼이 여기에 갇힌 거야?’
무르게노는 다급하게 유리병 속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꼼짝할 수 없었다.
안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본 듯 아르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앞으로 네 영혼은 이 병 안에 영원히 있을 거야. 그래도 외로워하지 마. 이번에 함께 쳐들어온 마왕들 모두 같은 처지니까.”
‘그, 그럴 수가.’
그 말인즉, 다시 리치로 부활하지 못하게 됐다는 의미였다.
그보다 더 큰 일은 아르칸이 방금 말한 거였다.
‘내 영혼이 이 병 안에 영원히 있을 거라고?’
그제야 무르게노는 아까 아르칸이 자신이 더 이상 복수를 못 할 거라고 단언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안 돼!’
절규하듯 외쳤지만, 그 외침은 아르칸에게 조금도 닿지 않았다.
***
“이럴 수가, 안 돼!”
한편 저 멀리 영역 내에 있던 본앰브로스도 절규하는 중이었다.
제자들이 아르칸에게 당했다는 소식에 곧 그 영혼들이 이쪽으로 오리라 예상하고 맞이할 준비를 해 둔 참이었다.
다만, 준비해 둔 건 제자들이 리치로 부활할 때 쓸 라이프베슬은 아니었다.
제자들을 영혼을 가둘 영혼석들이었다.
이거면 부족한 마석을 보충할 수 있을 거라고 준비했던 거였다.
죽으면서 타격을 입긴 할 테지만, 이번에 사망한 제자들 모두 마왕급 마력의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영혼석이 하나도 채워지지 않길래 알아보니, 제자들의 영혼이 아르칸 영역에서 하나도 넘어오지 않은 거였다.
설마 신성력으로 존재를 소멸시켰나 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그랬다면 이곳에 있는 무르게노의 라이프베슬도 깨졌을 텐데, 그대로 있었으니까.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에 붙잡혀 있는 모양이었다.
그걸 안 다른 제자들도 호들갑을 떨었다.
인간의 육신을 잃어도 리치가 되는 것만 믿고 있었는데, 그걸 위협받게 생긴 참이었다.
“아르칸이 무슨 수를 쓴 게 분명합니다.”
“무슨 짓을 했는지 반드시 알아내야 합니다.”
“신을 자처하면서 마신의 자리를 노린다는 말도 들었는데, 이 기회에 해치워 버립시다!”
제자들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본앰브로스는 마신이 언급되자 불쾌한 듯 안광을 번뜩였다.
“마신의 자리는 노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 기세에 제자들이 괴로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
“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저희가 실언을 했습니다.”
“스승님만이 가능하신 일이지요.”
“흥, 알면 됐다.”
그 말에 만족했는지 힘을 거둔 본앰브로스는 자신이 마력을 공급하고 있는 거대한 마법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 마신의 심장만 뛰게 할 수 있으면 마신의 자리는 자신의 것이다. 아니, 마신도 자신의 손 아래에 있는 셈.
그리고 그 마법진 주위로는 아르칸이 궁금해하던 죽음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때 유령형 언데드 몬스터 레이쓰가 나타나서 본앰브로스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였다.
그걸 들은 본앰브로스의 안광이 커지며 번뜩였다.
“뭐라고? 그걸 드디어 찾았다고?”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