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대마왕 vs 대마왕 (3)
대마왕 본앰브로스 대마왕군은 거대한 뼈의 해일과 같았다.
작은 고블린 스켈레톤부터 오거와 거인족 같은 거대한 스켈레톤까지.
수없이 많은 각양각색의 스켈레톤들이 바짝 붙어서 바리스탄 대마왕 영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본앰브로스 영역 내 남아 있던 마수와 몬스터 들은 그 뼈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자마자 죽어서 그대로 본앰브로스 대마왕군의 일원으로 재탄생했다.
놀랍게도 이 무시무시한 뼈의 해일을 이끄는 건 그 사이에서 꿀렁거리고 있는 끔찍한 살덩어리들이었다.
그 살덩어리들은 본앰브로스가 직접 만든 플레쉬 골렘.
인간처럼 통나무 같은 두 팔과 두 다리가 달려 있는데 머리는 없는 기괴한 모습은, 시체로 온갖 실험을 일삼는 그 제자들도 질릴 정도였다.
그런 플레쉬 골렘이 언데드 몬스터들을 지휘하는 건, 플레쉬 골렘의 독특한 핵 때문이었다.
본앰브로스가 오랜 연구로 개발한 영혼석을 핵으로 쓰는데, 그 영혼석 안에는 자신에게 밉보이거나 잘못한 제자들의 영혼이 들어 있었다.
한마디로 플레쉬 골렘에 탑승한 셈.
이번에 활약해서 본앰브로스의 눈에 띄어 용서를 받으면 영혼석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잘만 하면 라이프베슬을 얻어 리치가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반대로 이번에 큰 두각을 못 보이면 마신의 심장을 부활시키는 에너지원이 될지도 몰랐다.
‘반드시 승리한다.’
‘이번에 꼭 활약해야 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플레쉬 골렘들은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전장으로 향했다.
한편 대마왕 바리스탄의 마왕군은 전의를 높이기 이전에 병력을 모으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파벌 외곽에 마왕성을 자리한 마왕들은 바리스탄의 병력 요청에 대부분 응하지 않았다.
심지어 본앰브로스 대마왕군의 진격로에 마왕성이 있는 마왕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아예 막대한 마력 소모를 감수하고 마왕성을 후방으로 옮기기까지 했다.
본앰브로스의 대군에 겁먹은 거였다.
후방으로 옮길 마력이 부족한 몇몇 마왕만이 하는 수 없이 소집에 응했다.
그 결과, 바리스탄이 동원할 수 있는 건 평소 가깝게 지내는 마왕 몇과 직속부대가 전부였다.
“현재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마왕은 이게 전부입니다.”
바리스탄 대마왕성의 간부, 토피아스의 보고에 나머지 간부와 마족 들이 기가 막힌 듯 투덜댔다.
“다들 너무한 거 아닙니까? 이거 바리스탄 님을 배신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좋다고 지원금 받아 갈 때는 언제고 이럴 때 모른 척하다니, 의리도 없는 자식들.”
“이번 전투가 끝난 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렇게 부하들이 성토하는 걸, 눈을 감고 한동안 잠자코 듣던 바리스탄이 눈을 떴다.
그러자 구시렁거리던 간부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바리스탄의 눈빛이 전혀 꺾이지 않았던 거였다.
오히려 평소보다 의욕이 생겼는지 눈에 불꽃이 튀는듯했다.
“나중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적을 최대한 막는 데 집중하도록 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 뼈다귀들을 어떻게 상대할 건지나 이야기하자고.”
그 말에 다들 바리스탄처럼 눈빛을 반짝이며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작전 회의에서 열띤 토론을 한 결과 놀라운 작전이 튀어나왔다.
‘이거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어.’
보통 적의 맹렬한 침공을 막아 내기 위해서는 맞상대하기보다는 적이 최대한 파고들어 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렇게 적의 종심을 길게 만들어 보급을 어렵게 하고, 좌·우측의 습격에 취약하게 만드는 거였다.
다만, 이번 상대에게는 그런 방법이 유효하지 않았다.
본앰브로스 대마왕군의 언데드 몬스터들에게는 보급이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기습도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당초 주변의 마왕들이 호응해 주지 않겠지만.’
파벌 내 마왕들이 본앰브로스의 공격에 피했다는 소식에도 바리스탄은 좌절하지 않았다.
애당초 다른 대마왕들과 달리 군신 관계라기보다는 느슨한 계약 관계에 가까웠던 탓이었다.
대마왕 키클로테스는 악마족만을 자신의 부하로 삼았고.
대마왕 본앰브로스는 본래 인간족 네크로맨서로서, 마인족이라고 해도 인간족과 같이 언데드 몬스터의 소재로 여길 뿐이었다.
지금은 죽은 수인족 대마왕 제니칼은 딱히 종족을 가리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할 것을 강제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짓밟는 폭군이었다.
반면에 바리스탄은 여러 마인족 마왕들과 교류하면서 세력을 모아 나가며 지금의 파벌을 만들어 냈다.
그런 상황에서 무시무시한 본앰브로스 대마왕군이 쳐들어온다 하니, 다들 자기 보신을 위해 도망친 것.
‘다시 내 힘이 되게 만들려면 내가 본앰브로스의 대마왕군과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줘야겠지.’
그러기 위해서 바리스탄은 대마왕성까지 적을 끌어들이기보다는 오히려 영역 경계에서 맞상대하기로 했다.
그 지점은 바로 네 개 대마왕 파벌이 교차하는 곳으로, 좌측으로 대마왕 키클로테스, 우측으로 아르칸 영역이 있었다.
그곳이라면 본앰브로스의 대마왕군도 모든 병력을 한꺼번에 밀어닥치기 힘들었다.
“여기서 분투하면 다른 마왕들도 도와주러 오겠지요.”
“확실히 좋은 위치입니다.”
“바리스탄 님 정도로 패기가 없으면 무리겠지만요.”
그 말에 바리스탄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칭송해서가 아니었다.
사실 바리스탄이 가리킨 저 위치는 아르칸이 여기서 싸우면 좋을 거라고 지도에 집어 준 위치.
그 위치 선정에 다들 감탄하는 걸 보니, 마치 아르칸을 칭찬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좋아, 그럼 오늘 계획한 대로 전투준비를 하도록.”
바리스탄은 그 말을 끝으로 작전 회의를 마쳤다.
며칠 뒤.
바리스탄 대마왕군의 움직임을 보고받은 본앰브로스가 혀를 찼다.
“치사한 녀석,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벌써 근처에 아르칸 대마왕군도 나와 있습니다.”
“내가 가서 이야기해 보지.”
부하의 말에 본앰브로스 움직였다.
아르칸 대마왕군은 자신의 영역 끝에 모여 있었는데, 아르칸 대신 오웬이 나와 있었다.
“바리스탄 대마왕을 도와주러 나온 건 아니지? 분명 안 된다고 전해 들었을 텐데?”
“알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 대기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희도 저희 영역은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흥. 그보다 아르칸은 어디 있나? 어딘가에서 몰래 수작을 부리는 건 아니겠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본앰브로스에게 오웬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지금쯤 쉬고 계실 겁니다. 그보다 아르칸님이 계시면 더욱 본앰브로스 님께서 경계심이 생기시지 않겠습니까?”
그 말대로 아르칸이 대뜸 형들이 납치되든 말든 무시하고 공격이라도 해 오면 낭패였다.
“흠, 만약 허튼수작 부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엄포를 놓은 본앰브로스는 돌아가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뭣들 해? 공격해, 공격!”
쿵쿵거리면서 플레시 골렘들이 뛰어가고 그의 조종을 받는 스켈레톤들이 그 뒤를 쫓았다.
좁다고 해도 아무것도 없는 평야와 사막이 붙어 있는 곳이다 보니 수천 명은 동시에 움직일 수 있었다.
바리스탄 대마왕군도 적이 돌격해 오는 걸 보고 움직였다.
그 두 대마왕군의 격돌은 격렬했다.
바리스탄 대마왕군의 마인족들은 스켈레톤을 상대할 때 유효한 둔기와 두꺼운 갑옷을 입고 용맹하게 나섰다.
본앰브로스는 몰랐지만, 아르칸이 드워프를 통해 지원해 준 무기와 방어구였다.
하지만 스켈레톤에게 둘러싸이면 그대로 끌려 들어가 최후를 맞이했다.
거기다가 플레쉬 골렘은 팔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적에게 달려갔다.
이 통나무처럼 두꺼운 팔은 위력이 어찌나 상당한지 어지간한 방패로는 방어도 불가능했다.
그를 상대하기 위해 나선 건 여러 간부와 마왕 들이었다.
각자 권능과 특성을 발휘해 플레쉬 골렘을 쓰러트렸다.
그렇게 두 대마왕군은 치열하게 전투를 이어 나갔다.
***
그 시각 아르칸은 본앰브로스의 영역에 잠입 중이었다.
정령왕들은 본앰브로스의 방해 마법 때문에 아르칸의 형들이 납치된 위치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르칸이 기적을 써서 위치를 특정한 후에는 그 주위를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조사해 왔다.
본앰브로스 영역 내 몇 안 되는 마을 내부 저택에 감금되어 있다고 해서 그리로 가는 길.
“거기 멈춰라!”
저 멀리서 누군가가 외쳤다.
뒤를 돌아보니 데스나이트 하나가 스켈레톤 기병을 이끌고 달려와 아르칸을 에워쌌다.
“누구냐? 어디로 가는 길이냐?”
“용병인 거 보면 몰라? 일 구하러 랜드리크 마을로 가는 중이야.”
데스나이트의 물음에 아르칸은 너스레를 떨며 대꾸했다.
현재는 본앰브로스의 방해 마법으로 인해 할루시네이션으로 투명화해도 들통나는 상황.
아르칸은 아예 투명화해서 몰래 잠입하는 대신, 용병으로 위장한 거였다.
대마왕들이 전투를 벌이는 지금, 각지의 용병들이 몰려들어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용병이라는 말에 데스나이트가 불쾌한 듯 안광을 가늘게 하며 쏘아붙였다.
“본앰브로스 님은 이번 전투 때 더러운 용병을 안 쓴다고 하셨다. 돌아가라!”
“그래? 그럼 곤란한데……. 바리스탄 님 쪽으로나 가야 하나?”
“훗, 죽고 싶으면 거기로 가든가.”
“어딜 가더라도 지금 여비가 없거든. 랜드리크 마을로 가서 허드렛일이라도 해야 할 거 같아. 그럼 이만.”
아르칸은 데스나이트의 비아냥을 못 들은 척하며 다시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데스나이트가 불러 세웠다.
“잠깐만.”
“왜? 또 무슨 일이야?”
설마 들켰나 하고 긴장하면서 돌아보는데, 데스나이트가 안광을 번뜩이며 말했다.
“넌 운이 좋군. 마침 네게 맡길 일이 생각났다.”
운이 좋다니. 오히려 운이 나빴다.
용병으로 위장했을 뿐이지 한시가 급한데 의뢰를 받거나 수행할 시간이 없었다.
‘아니, 의뢰받고 안 하면 되니까 상관없나?’
용병으로서 프로 의식이 없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위장 용병이라 상관없었다.
그래도 혹시 함께 수행해야 할 의뢰를 맡길 경우를 고려해서 넌지시 거절했다.
“데스나이트가 돈을 들고 다닌다는 소리는 못 들어 봤는데? 의뢰는 환영이지 만, 의뢰비가 없으면 곤란해.”
“네 말대로 돈 따위는 없다.”
아르칸은 너무 뻔뻔한 거 아니냐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이어지는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지금 랜드리크 마을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 내 의뢰를 수행하면 들어갈 수 있을 거다.”
‘출입 금지였다니, 잘못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
모르고 들어간다고 소란을 피웠다가는 본앰브로스가 형들을 다른 곳으로 빼돌렸을지도 몰랐다.
데스나이트 말대로 운이 좋은 거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할게. 근데 의뢰는 뭐냐?”
“네크로맨서들이 송곳부리 까마귀의 깃털이 필요하다니까. 그걸 구해서 마을로 가져가라.”
“음, 그러지.”
아르칸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며 데스나이트가 말했다.
“그 네크로맨서가 기분이 좋으면 여비는 챙겨 줄지도 모르지. 어때? 하찮은 용병에게 딱 맞는 일감이지?”
“그래그래.”
행운에 기분이 좋아진 아르칸은 데스나이트의 비아냥도 웃으면서 넘겼다.
“흥, 재미없는 녀석.”
흥미가 사라졌는지 데스나이트는 스켈레톤 기병들을 이끌고 가 버렸다.
그 뒷모습을 보며 아르칸이 정령왕들에게 말했다.
“들었지? 송곳부리 까마귀 찾아서 깃털 가져오고, 저 녀석도 감시하고.”
“알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아르칸은 다시 랜드리크 마을로 향했다.
그 후 얼마 안 지나 부서진 성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랜드리크 마을에 도착한 거였다.
데스나이트의 말대로 마을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경비병들이 출입 금지라고 막았다.
다행히 데스나이트의 의뢰를 받아 네크로맨서가 쓸 재료를 모아 왔다는 말에 곧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