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불길한 예감 (5)
네크로맨서 모르트와 리치 베론이 마왕성 앞에 도착했다.
그 뒤로는 그들이 이끌고 온 데스나이트를 비롯해 언데드 몬스터들로 가득했다.
후배인 모르트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야기한 대로 이번에는 제가 먼저 들어갑니다.”
“잠깐, 내가 먼저 들어가면 안 될까? 다음에 네가 먼저 공격해.”
“선배, 제가 모를 줄 알아요? 여기 원래 마왕성 랭킹에 들어 있던 곳이잖아요.”
선배 베론의 제안에 모르트가 비웃으며 대꾸했다.
마왕성 랭킹에 있던 마왕성이라는 말은 상당한 마력을 가진 마정석이 있다는 의미.
물론 적이 한번 점령한 덕분에 마력이 제법 깎여 나갔을 테고, 이번에 또 마정석을 뺏으면 마력이 감소할 거다.
그래도 어지간한 마석보다는 높은 마력을 가진 게 마왕석의 마정석.
게다가 공격 대상인 다른 마왕성의 마정석도 비슷한 상황.
여기가 그나마 마석이 많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아 탐낸 거였다.
“알았어, 네가 먼저 해. 치사하기는. 만약 무슨 일 생겨도 안 도와준다.”
모르트는 선배의 그 말도 치사하다고 생각했지만, 상관없었다.
“네네, 어차피 도와줄 일이 같은 건 없을 테니까요.”
실제로 잠시 후, 모르트의 호언장담대로 됐다.
다만, 그건 모르트가 마왕성을 성공적으로 공략해서가 아니었다.
막상 마왕성으로 쳐들어가니, 아무도 없이 비어 있었다.
“젠장, 다들 튀었나 봅니다. 허탕 쳤네요.”
모르트가 나오면서 하는 말에 베론이 고소하다는 듯 웃었다.
“그러길래 누가 욕심내래? 참, 그렇다고 해도 이번 차례는 넘어간 거야. 다음 마왕성은 내가 공략할 차례다.”
“나 참 누가 뭐래요? 그보다 다른 곳도 다 철수했으면, 허탕 치는 건 선배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뭐,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지. 놀면서 퀴라니스한테 돈이랑 마석을 받는 셈이니까.”
“하긴 그건 그러네요.”
베론의 말에 모르트는 조금이나마 마음이 풀렸다.
그 예상대로 다른 곳으로 간 네크로맨서와 리치 들도 허탕을 쳤다.
퀴라니스도 마찬가지였다.
“젠장, 이대로 물러나면 안 되는데.”
적을 쫓아내라는 지시대로 되긴 한 셈이지만, 이 과정에서 퀴라니스가 한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형제들을 고용하느라 돈과 마석만 날린 셈.
“완전히 후퇴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공격해야 해!”
퀴라니스는 흩어져 있는 사형제들에게 연락해 나머지 다섯 마왕성도 빠르게 확인 후, 비어 있으면 추격을 개시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모두 알았다고 회신해 왔다.
그들도 적의 손에 있는 마정석이 탐나는 상황. 이대로 순순히 돌려보낼 생각은 없었다.
네크로맨서 모르트와 리치 베론도 마찬가지.
둘은 최대한 신속하게 병력을 움직여 다음 마왕성에 도착했다.
“저 마왕성도 비어 있겠죠? 바로 확인만 하고 가죠.”
“그래, 확인하고 와.”
“선배가 확인하고 와야죠. 이번에 선배 차례인데요?”
그 말에 베론의 안광에 불똥이 튀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거기에 주눅이 들었겠지만, 비슷한 능력의 후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어서 다녀오세요. 아니면 저 먼저 수인족들 추적하러 갑니다?”
“아, 알았어.”
베론은 하는 수 없이 마왕성에 입장했다. 당연히 직접 마지막 층까지 내려갈 생각은 없었다.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기다리고 있는데, 부하들과 연결되어 있는 감각이 끊어졌다.
‘뭐지? 실수로 함정에 빠졌나?’
베론은 마력을 일으켜 아직 소멸하지 않은 언데드 몬스터를 통해 주변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언데드 몬스터 주위로 수인족들이 가득했다.
‘헉, 적이 남아 있었다니. 설마 함정? 아니야, 오히려 잘됐어.’
어차피 이런 기습은 감정이 없는 언데드 몬스터한테 크게 유효하지 않았다.
기습받아도 당황하지 않고 명령대로 움직일 뿐이니까.
거기다가 지금 선발대를 지휘하는 언데드 몬스터는 데스나이트.
그것도 보통 데스나이트가 아니라 어렵게 구한 수인족 마왕 시체를 가지고 만든, 최상급 데스나이트였다.
기사처럼 품위 있고 멋들어지게 싸우진 못하지만, 살아 있을 때의 뛰어난 신체 능력에 자신의 마력까지 더해 만들었기에, 그 강함은 하급 마왕에 필적할 정도였다.
거기다가 다른 수인족 시체로 만든 데스나이트들도 함께 있으니, 이 정도 마왕성은 충분히 점령하고도 남았다.
“하나도 남김없이 해치워.”
베론은 데스나이트에게 그렇게 지시를 내리고 직접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곳에 적이 상당히 많이 있다는 건, 마정석도 그대로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
마정석은 데스나이트가 빼낼 수 없기에 자신이 통제실에서 직접 빼내야 했다.
그러나 잠시 후.
베론의 움직임이 멈췄다.
자신이 만든 최상급 데스나이트가 소멸했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그뿐만이 아니었다.
함께 있던 데스나이트들 대부분이 소멸했다.
적이 예상보다 훨씬 강하고 숫자도 많은 게 분명했다.
게다가 언데드 몬스터와 연결되는 감각이 점점 끊기는 거로 봐서는, 빠르게 적이 위로 올라오기까지 하고 있었다.
‘젠장, 후퇴해야겠어.’
자신이라면 상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혼자서는 아무래도 불안했다.
그래도 다행히 밖에는 후배인 모르트가 대기 중.
함께 싸워도 되고, 적이 강하다면 도망칠 때 방패로 써먹을 작정이었다.
“어이, 함정이다! 이 안에 적이 있어! 큭.”
그렇게 외치며 마왕성 밖으로 나갔던 베론은 움찔했다.
어느새 사방이 수인족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의 후배 모르트는 이미 죽어 있는 데다가, 언데드 몬스터들도 모두 박살 나 있었다.
베론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손을 들었다.
“하, 항복.”
“항복? 끙. 재미없네. 이 녀석은 끝까지 덤비기라도 했는데.”
백호 수인족 마왕 볼가가 바닥에 쓰러진 모르트를 툭툭 하고 발로 차면서 투덜댔다.
“츠츳, 그래도 항복은 받아들여야죠. 자, 이리 오세요.”
아바로스의 말에 한숨 돌린 베론이 다가가며 말했다.
“몸값은 충분히 줄 테니 죽이지만 말아 다오. 죽여도 부활할 수는 있지만, 마력 손실이 일어나거든.”
“아,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 말과 달리, 수인족들이 달려들어 베론을 공격했다.
베론은 당황하며 소리쳤다.
“아니, 항복했잖아! 몸값도 준다니까!”
“항복하는 주제에 가타부타 말하지 마십시오. 항복은 받아들여서 영혼 유도 장치에 넣어 둘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영혼 유도 장치?”
영혼 유도 장치.
네크로맨서나 리치가 타격을 입어 죽거나 소멸할 때, 그 영혼은 마력화한다. 그 상태로 라이프베슬로 가면 거기에 있던 생명력과 마력을 바탕으로 부활할 수 있다.
그 마력화한 영혼이 라이프베슬로 가기 전, 유리병 안으로 유도해 가둬 버리는 장치가 바로 영혼 유도 장치다.
아르칸은 일전에 그걸 사용해 본앰브로스의 제자들을 해치운 뒤 부활하지 못하게 사로잡았다.
그러나 본앰브로스가 그 장치에 대한 정보가 새어 나가지 못하게 철저히 막은 덕분에, 베론으로서는 금시초문이었다.
“아, 일단 멋대로 부활을 못 하게 저희가 데리고 있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뭐라고? 안 된다!”
뒤늦게 쉽사리 항복했던 자신의 선택이 실수였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저항해도 마찬가지의 결과였겠지만.
육신이 소멸한 리치는 마력화해서 이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결국 영혼 유도 장치 쪽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렇게 아르칸 대마왕군은 아르칸이 미리 내려 준 작전에 따라 처음 마왕성을 비워 적의 방심을 유도한 뒤, 적을 각개격파 했다.
그대로 작전을 펼치는 아바로스는 아르칸이 새삼스레 대단하게 느껴졌다.
단순 무식했던 제니칼 대마왕 때는 이런 지시를 바라는 것부터가 무리였고.
다른 대마왕들도 이런 세세한 지시를 내린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었다.
한편 자신이 부른 네크로맨서와 리치 들이 모조리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퀴라니스는 절망했다.
이대로라면 후퇴하던 적이 다시 마왕성을 점령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만은 절대로 안 돼!’
스승인 본앰브로스가 자신을 실망시켰다면서 완전히 소멸시키거나, 영혼석에 넣어 마력 덩어리로 써먹을지도 몰랐다.
결국 초조해진 퀴라니스는 처음에 자신이 효과가 없다며 쓰지 않았던 방법을 쓰기로 했다.
바로 전권을 맡긴 본앰브로스의 이름을 빌려 영역 내의 마왕들과 병력을 소집한 거였다.
‘이 수많은 적을 보면 저것들도 겁먹고 물러나겠지.’
다행히 그동안 대마왕 아르칸이나 그가 데리고 다니는 블랙 드래곤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리 선전포고를 했다고 해도 쉽게 나서지는 못할 게 분명해.’
일단 직접 움직이기에는 대마왕으로서 위신이 서지 않았다.
물론, 그런 위신 따위 신경 쓰지 않았던 제니칼은 아르칸 때문에 열받는다고 대마왕성까지 움직이긴 했지만.
무엇보다 아르칸도 자신이 움직일 경우, 본앰브로스가 나서게 될 거라는 걸 잘 알기에 나서지 못할 게 분명했다.
나서 봐야 도긴개긴이 되어 버리니까.
그걸 믿고 최대한 병력을 동원해 공격에 나섰던 퀴라니스였지만, 그 믿음은 배신당했다.
블랙 드래곤이 상공에 나타나더니 드래곤 브레스를 마음껏 내쏘면서 부대를 초토화시켰기 때문이다.
퀴라니스의 동원령에 나왔던 마왕들은 불만을 토했다.
“저거 블랙 드래곤, 어떻게 할 거야? 응?”
“설마 저걸 우리더러 상대하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본앰브로스 대마왕님께서 어떻게 대처하라고 말씀하신 거 없어?”
어떤 질문에도 퀴라니스가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자, 마왕들은 모두 자신들의 병력을 이끌고 돌아가 버렸다.
“이럴 수가…….”
퀴라니스가 최악의 상황에 좌절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새 그 뒤에 나타난 본앰브로스가 조용히 그를 불렀다.
“퀴라니스.”
“헛, 스승님?? 죄송합니다. 아직 적을 못 물리쳤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시간을 주면 물리칠 수는 있고?”
“…….”
정곡을 찌른 본앰브로스의 말에 퀴라니스는 더 할 말이 없었다.
그걸 보던 본앰브로스가 웃었다.
“훗, 너무 걱정하지 마라. 블랙 드래곤이 나타난 이상, 네 힘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혹시 내 잘못을 묻지 않겠다는 건가?’
퀴라니스는 그 말에 안도하면서도 다시 기운을 내서 외쳤다.
“본앰브로스 님이 나서신다면 제가 전심전력으로 보좌하겠습니다!”
“그래야지.”
본앰브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평소라면 진작 퀴라니스를 징벌했겠지만, 지금은 병력 손실이 제법 커서 퀴라니스를 죽여도 곤란했다.
“아르칸 녀석, 내 마력 성장을 중단시켰으니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려 주마!”
그렇게 본앰브로스가 전면에 등장하자 전세는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마왕성을 점령한 수인족들은 내부에 꽁꽁 틀어박혀서 방어에만 점령했고.
그러지 못한 수인족들은 본앰브로스가 소환한 언데드 몬스터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니, 스켈레톤 주제에 왜 이렇게 강해?”
“다들 피해! 거대 스켈레톤이 온다!”
“크윽, 이토록 강하다니. 저 데스나이트는 대체 뭐로 만든 거야?”
수인족들이 쩔쩔매자 퀴라니스를 비롯해 본앰브로스의 제자들도 신나서 가세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습니다, 피용 님.”
“피핏. 알았어, 맡겨 둬.”
아바로스의 요청에 블랙 드래곤 피용이 다시 나섰다.
그 피용을 본 본앰브로스의 안광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후후, 마침 잘됐군. 저 블랙 드래곤으로 부서진 본드래곤을 대신할 새로운 본드래곤을 만들어야겠어.”
그러기 위해서는 힘을 나눈 분신으로는 부족했다.
본앰브로스는 자신의 전력을 끌어오기 위해 분신들에게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