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라이프베슬 (1)
리치는 생명의 근원인 라이프베슬이 별개로 있더라도, 신체는 하나밖에 쓰지 못했다.
그러나 리치킹인 본앰브로스는 달랐다.
필요에 따라 신체를 여러 개 만들어 운용해도 될 정도로 마력이 넘쳤다.
지금도 세 개의 신체 중 가장 강한 마력을 부여한 신체로 전투에 참여하고, 나머지는 다른 일을 보고 있었다.
이 신체가 어지간한 마왕들을 압살할 정도로 강하긴 해도 전력은 아니었다.
본앰브로스는 날아다니면서 자신의 부하들을 박살 내는 블랙 드래곤을 바라봤다.
‘그러나 저 블랙 드래곤을 상대하려면 전력을 모아야겠지.’
본앰브로스는 자신의 분신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잠시 후, 후방에서 부하들을 독려하고 있던 분신과 대마왕성 내에 통제실에 있던 분신이 소멸했다.
그리고 그 분신이 가지고 있던 마력이 모였다.
“후후, 전력을 다하는 건 오랜만이로군. 자! 블랙 드래곤, 얌전히 내게 잡혀라!”
안광을 번뜩인 본앰브로스는 블랙 드래곤 피용을 겨냥해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순식간에 후방의 스켈레톤들이 대량으로 무너져 내리더니, 그대로 뭉쳐서 하늘에 치솟았다.
“핏.”
피용이 몸을 틀어 그 뼈다귀 덩어리를 피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잡아라!”
본앰브로스가 외치는 것과 동시에 뼈다귀 덩어리가 흩어지면서 피용에게 쏟아졌다.
그건 마치 뼈로 만들어진 그물이 펼쳐진 듯했다.
“피잇??”
미처 그것까지 예상하지 못한 피용이 놀라서 몸을 뒤틀었지만, 예상보다 너무 단단하고 무거워 그대로 추락했다.
하지만 본앰브로스는 겨우 묶어 두는 거로 만족하진 않았다.
“잡았으니 숨통을 끊어야지.”
또 후방의 한 무더기의 스켈레톤이 쓰러지면서 생긴 뼈다귀들로 본스피어가 만들어졌다.
평범한 본스피어로는 블랙 드래곤의 비늘을 뚫지 못하겠지만, 본앰브로스가 만들어 낸 본스피어에는 강력한 죽음의 마기가 휘감고 있었다.
무엇보다 본스피어의 숫자가 수백 개에 달했다.
“죽어라!”
하늘에 빼곡하게 만들어진 본스피어가 피용을 노리고 날아갔다.
하지만 피용도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입을 벌려 드래곤 브레스를 날려 정면으로 날아오는 본스피어는 소멸시키는 것과 동시에 방어 마법을 둘렀다.
본스피어는 방어 마법을 뚫긴 했지만, 피용의 비늘에 생채기를 내는 데 불과했다.
“피잇, 가만 안 둘 거야.”
뼈 그물 때문에 지면에 강제로 내려온 피용은 날개를 펼쳐 뼈 그물을 무너트린 뒤, 몸을 회전해 꼬리를 휘둘렀다.
바로 앞에서 날뛰는 데스나이트를 비롯해 수많은 스켈레톤이 거기에 쓸려 나갔다. 그리고 그 꼬리 범위 안에는 본앰브로스가 있었다.
그걸 본 퀴라니스가 놀라서 소리쳤다.
“스승님! 위험합니다!”
“호들갑 떨지 마라.”
별거 아니라는 듯 대꾸한 본앰브로스는 자신에게 꼬리가 닿기 직전, 뼈의 장벽을 세워 꼬리를 막았다.
“그래, 그렇게 쉽게 잡혀서야 분신을 모아 온 보람이 없지.”
본앰브로스가 손을 들자, 후방에 있던 플레쉬 골렘들이 달려와서 피용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통나무 같은 팔로 직접 후려치기도 했지만, 마법도 썼다.
플레쉬 골렘들은 마력을 아끼지 않고 뼈다귀 사슬을 만들어 피용을 지면에 붙잡아 뒀다.
적 진영 한가운데 떨어진 피용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정신을 못 차렸다.
“그럼 이번에야말로 진짜로 끝장내 주지.”
본앰브로스는 그 말에 걸맞게 마석까지 써서 거대한 본스피어를 만들었다.
그 크기가 어찌나 큰지 산봉우리만 해, 저것에 맞으면 블랙 드래곤이라도 성치 못할 듯 보였다.
그때 전장을 울리는 커다란 외침이 들렸다.
“피용아!”
센시아였다.
센시아는 성큼성큼 걸어오면서 점점 커졌다.
바로 앞의 적 따위는 무시한 채, 피용을 지키기 위해서 다가가는 중이었다.
그걸 보고 심상치 않다고 느낀 퀴라니스가 외쳤다.
“에잇, 스승님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아라!”
곧 언데드 몬스터들이 센시아 앞을 가로막았다. 그때 센시아의 몸에서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다. 가까이 있던 언데드 몬스터들은 그 빛이 휩싸여 소멸했다.
성전사 대장인 센시아가 모아 온 신성력을 발휘한 거였다.
그대로 달려간 센시아는 대형 신성검을 휘둘러 거대한 본스피어를 후려쳤다.
“으윽.”
비록 반동은 컸지만, 본스피어를 막아 내는 데 성공했다.
“피핏, 고마워.”
“피용아, 뒤로 물러나.”
“응, 알았어.”
피용은 뼈다귀 사슬을 끊어 내자마자 뒤로 빠졌다.
사실 본앰브로스가 노릴 거라며 주의하라고 아르칸으로부터 미리 당부받았지만,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해서 휘말린 거였다.
“그래도 이제 순순히 당하지 않을 거야.”
다시 날아오른 피용은 아군 진영 위에서 드래곤 브레스와 마법으로 지원하며, 본앰브로스의 공격을 경계했다.
한편 지금까지의 공방을 지켜본 아바로스는 미리 아르칸에게 받아 둔 세계수의 쌍잎을 꺼냈다.
-피용이 고전하는 거로 봐서는 본앰브로스의 본신이 나타난 듯합니다.
잠시 후.
아르칸으로부터 대답이 돌아왔다.
-알았다. 이제 본앰브로스의 대마왕성으로 돌입할 테니, 조금만 더 버티도록.
***
“자, 이제 가자.”
아르칸의 세계수의 쌍잎을 품속에 집어넣고 용사에게 말했다.
둘은 곧바로 대마왕성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코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좋아. 단숨에 쓸어버리지.”
“아니, 뭘 쓸어버려? 진정해.”
아르칸은 성검을 빼 들고 대마왕성 입구로 걸어가는 용사를 말렸다.
다행히 입구에 지키고 있는 경비병들에게 들키지 않은 듯했다.
“그럼? 어쩌려고? 숨어 들어가려고?”
“용병으로 위장했으니 용병이라고 하면서 들어가면 되지.”
“……그게 통할까?”
“안 통하면 그때 힘을 쓰는 수밖에.”
아르칸은 그렇게 말했지만, 가능한 한 힘으로 돌파하긴 싫었다.
마신의 심장이 있다는 최심부까지는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데, 입구에서부터 소란을 피웠다가는 본앰브로스가 당장 돌아올지도 몰랐다.
“아무래도 안 될 거 같은데.”
“잠자코 지켜보기나 해.”
의문을 품는 용사에게 그렇게 쏘아붙인 아르칸은 대마왕성 입구로 향했다.
데스나이트와 중무장한 스켈레톤 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아르칸과 용사가 접근하는 걸 본 한 데스나이트가 소리쳤다.
“거기 정지!”
아르칸은 순순히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스켈레톤들이 순식간 아르칸과 용사를 둘러쌌다.
데스나이트가 그 뒤에서 날카로운 안광으로 노려보며 다그쳤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저희는 용병입니다. 대마왕성에 볼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용병은 필요 없다. 돌아가도록.”
“아니, 저희를 고용해 달라는 게 아닙니다. 저희는 마석을 팔러 왔습니다.”
“마석?”
거래를 하러 왔다는 말에 데스나이트의 기세가 조금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냉랭했다.
“그래도 용병에게 얻을 만한 마석은 필요 없을 것 같군. 썩 물러가라.”
아무래도 떠돌아다니다 마주친 하급 몬스터를 잡고 나온 마석을 가져온 거라고 여긴 듯했다.
“거봐, 안 통하잖아.”
“거 성미 급하네. 잠시만 기다려 봐.”
아르칸은 바로 검에 손을 가져가려는 용사를 몸으로 가리며 아공간 주머니에서 미리 꺼내 둔 마석을 내밀었다.
그걸 본 데스나이트가 깜짝 놀랐다.
“헉, 이건 대체 어디서 났나?”
놀랄 수밖에 없는 게, 아르칸이 꺼낸 마석은 무려 8성급 마석.
그 크기도 큰 데다가 품고 있는 마력도 상당했다.
8성급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최상급이라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어디서 난 게 중요합니까? 본앰브로스 님께서 꼭 사실 거라고 생각하고 가져왔습니다.”
“흠, 그렇지. 그 정도면 바로 구매하실 거네. 잠시만 기다리게.”
데스나이트는 부리나케 대마왕성 안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네크로맨서 하나를 데리고 나왔다.
네크로맨서가 오만한 태도로 물었다.
“상급 마석을 팔러 왔다고?”
“최상급 마석이요. 8성급입니다.”
“8, 8성급? ”
네크로맨서는 예상 밖의 상황이었는지 순간 멍해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아르칸이 내민 마석을 바라봤다.
정확히 측정해 봐야 했지만, 8성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마력을 품고 있었다.
최상급 마석은 스승님이 반드시 매입하라고 지시를 내린 상황. 이 거래를 주선하면 스승님에게 점수를 따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냥 자신이 매입해서 진상하면 제일 좋겠지만, 그럴만한 돈은 없었다.
“자, 이거라면 당연히 본앰브로스 님께서 구매하실 겁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지요.”
네크로맨서가 미소를 지으며 앞장섰다.
아르칸과 용사는 네크로맨서의 뒤를 따라 대마왕성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게 통하다니.”
용사는 어이없어 했다.
그동안 여러 마왕성을 공략했지만, 싸움 없이 들어간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득 생각났는지 아르칸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그나저나 그냥 힘으로 뺏을 법도 한데, 순순히 거래하네?”
“당연하지. 마석을 한두 개 구하는 것도 아닌데, 마석을 팔러 갔다가 털리면 누가 마석을 팔러 가겠어? 어차피 돈도 많겠다, 어지간해서는 순순히 거래할 거야.”
“하긴.”
이해한 용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접객실로 안내한 네크로맨서는 잠시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비웠다가 나타났다.
“죄송합니다. 스승님께서 급한 일로 자리를 비우셨다고 하네요.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무래도 거액이다 보니 스승님의 승인이 필요해서요.”
“그렇지요. 어차피 곧 평생 놀고먹을 정도로 부자가 되는데, 이 정도 기다리는 것쯤은 아무런 문제도 안 됩니다. 그나저나 입이 심심한데…….”
“하하, 다과를 준비해 올 테니 편히 기다려 주십시오.”
아르칸의 너스레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 네크로맨서가 접객실 밖으로 나갔다.
아르칸은 곧장 할루시네이션으로 둘의 분신을 만든 다음, 자신과 용사를 투명화했다.
그런 다음 문을 열며 손짓했다.
“자, 내려가자.”
아르칸이 문을 열면서 하는 말에, 용사가 그 뒤를 따르며 물었다.
“이러면 안 들켜?”
“눈으로 봐서는 안 들키겠지만, 통제실 안에 있는 마정석에는 감지되니까. 마정석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여기겠지.”
할루시네이션이라고 해도 만능은 아니었다.
겉모습만 속이는 거라서 광역 감지에 노출되면 들켰었다.
들키면 그때부터 마구 내달릴 작정이었다.
그래도 전쟁 중이라 어수선한 데다가 본앰브로스도 자리를 비운 만큼 운이 좋으면 꽤 늦게 들키거나 안 들킬 수도 있었다.
잠시 후.
“운이 좋군…….”
투명화한 채로 부딪히지 않게 피해서 움직이느라 진땀을 빼긴 했지만, 최심부인 10계층으로 내려가는 입구까지 안 들키고 도착했다.
여기는 특이하게 9계층에 통제실이 있었다.
아예 통제실을 점령해 볼까 했지만, 통제실 입구의 경비가 삼엄하고 마법도 겹겹이 쳐 있었다.
경비야 마음먹으면 못 뚫을 건 아니었지만, 마정석을 분리하는 데 필요한 마력을 모으고 마정석을 분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거 같아 포기했다.
자칫하다가 이상을 감지한 본앰브로스가 돌아와서 훼방 놓으면 낭패였기 때문이다.
10계층 입구를 잠가 둔 자물쇠를 본 아르칸이 용사에게 말했다.
“네가 나설 차례야.”
“알았어.”
용사는 오러 블레이드를 일으켜 자물쇠를 벴다.
그렇게 10계층 문을 무사히 열고 내려가는데, 안쪽에서부터 사악한 기운이 물씬 풍겼다.
좀 더 안으로 내려간 아르칸은 멈칫했다.
죽음의 물이 가득 차서 계단까지 침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용사도 그걸 보고 낭패한 얼굴이 됐다.
“아니, 여기에서 마신의 심장을 어떻게 찾지?”
저 죽음의 물에 닿는 것만으로 악영향을 받는데, 마신의 심장을 찾으려면 저 안으로 잠수해야 할 판이었다.
어떻게 잠수한다고 해도 석유처럼 시커멓고 끈적한 물속에서 뭔가를 찾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만 같았다.
“괜찮아, 다 방법이 있으니까.”
자신 있게 말한 아르칸은 게티아를 쳐다봤다.
게티아는 죽음의 물을 보면서 군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