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마왕성 랭킹 총력전 (1)
아르칸은 바리스탄에게도 본앰브로스에게 들은 이야기를 공유했다.
바리스탄은 마왕성 랭킹 총력전 경험이 있는 만큼, 그 이야기를 듣고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다만, 본앰브로스가 키클로테스에게 협력한다는 말에 걱정되는지 물었다.
“둘이 협력하는 건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냐? 내게 본앰브로스처럼 져 달라고 해도 그 부탁은 못 들어준다. 섭섭하다고 해도 안 돼!”
“괜찮습니다. 어떻게 아버지께 그런 부탁을 드립니까? 생각조차 안 했습니다.”
“녀석.”
아르칸의 말에 바리스탄이 장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걸 감지한 아르칸이 본론을 꺼냈다.
“다만, 가능한 한 저희 쪽에 마왕성 대결을 거는 것만 좀 삼가해 주세요.”
“훗. 알겠다, 어차피 마왕성 랭킹에 네 파벌의 마왕도 별로 없지 않느냐.”
“그건 두고 봐야 알죠.”
“자신감 넘치는 건 좋구나. 그보다 회합에 참가하라는군.”
바리스탄이 영혼석과 비슷하게 생긴 회합 초대장을 들어 보였다. 키클로테스가 호출을 보내는지 느릿하게 깜빡거리고 있었다.
“바로 들어갈 거면, 근처 마왕성의 통제실을 이용해도 된다만.”
“아뇨, 좀 더 기다리라고 하죠. 아버지도 천천히 들어가세요.”
그렇게 말한 아르칸은 바리스탄에게 인사하고 자신의 대마왕성으로 돌아왔다.
다시 초대장을 꺼내자, 어서 들어오라고 재촉하는 듯 아주 빠르게 깜빡거렸다.
“그래, 가 주지.”
아르칸은 통제실에 앉아 마정석에 초대장을 올려놓았다. 초대장이 마정석에 흡수되며 아르칸의 의식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우주처럼 검은 공간 속으로 들어온 아르칸의 의식은 원반 속 비석에 들어갔다.
저번에는 그 과정 중에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었지만, 한 번 경험했다고 이번에는 의식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이미 모두 도착해 있었는지 비석에 모두 초록 불이 들어와 있었다.
그때 아르칸이 들어온 걸 확인한 키클로테스의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 이질적인 기운은 언제 느껴도 기분이 좋지는 않군.”
다만, 예전처럼 마력을 써서 공격해 오진 않았다.
‘그나저나 정령왕들도 소환이 가능하려나.’
그냥 정령이라면 모르겠지만, 정령왕은 차원의 문을 열고 넘나들 수 있었다. 아르칸이 부르면 어쩌면 올 수 있을지도 몰랐다.
‘실험해 보고 싶지만, 모두의 앞에서 실험하면 의미가 없겠지.’
그때, 바리스탄이 말했다.
“오늘은 우리 말고 손님이 있군.”
그 말대로 어느새 근처에는 검은 로브에 은색 가면을 쓴 자가 서 있었다.
바로 마왕성 랭킹을 통보해 주는 그레이드 워커 데실론이었다.
“그래. 이번 회합의 목적과 관련이 있어서 내가 불렀다.”
“데실론이다. 대마왕 여러분 반갑다. 그리고…….”
무미건조한 데실론의 시선이 아르칸이 들어간 비석을 향했다.
“대마왕 아르칸, 마왕성 랭킹이 올랐다. 그대의 랭킹은 2위다.”
“뭐라고? 2위? 말도 안 되는 소리!”
원래 2위였던 키클로테스가 화들짝 놀랐다.
3위였던 바리스탄이 아니라, 자신까지 한 번에 제쳤을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정작 아르칸은 놀라지 않았다.
원래 마왕성에 장착된 마정석의 마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몬스터를 유인해서 잡거나, 마석을 흡수시켜야 했다.
그러나 영역 한가운데에, 그것도 강자들이 잔뜩 있는 대마왕성에 몬스터들이 쳐들어갈 리가 만무했다. 또 10계층까지 확장한 만큼, 마석이 생겨도 다른 데 쓰지 흡수시키진 않았다.
하지만 아르칸 대마왕성은 달랐다.
오크의 장례식으로 시작한 상조 사업은 아르칸이 신이 된 이후로 더욱 확장해, 날이 갈수록 번창했다.
오크와 고블린뿐만 아니라, 대마왕성 내의 엘프와 드워프 들, 영역 내의 마인족과 수인족도 모두 아르칸 대마왕성에서 장례를 치르길 원했다.
심지어 인간족도 성지라며 아르칸 대마왕성까지 와서 장례를 치렀다.
덕분에 장례식장을 세 곳으로 확장해도 모자를 정도였다.
거기다가 각지에서 잡은 몬스터들도 아르칸에게 바친다며 끊임없이 보내왔다.
그러다 보니 시체 흡수로 증가하는 마력이 어마어마했다.
즉, 마왕성 랭킹이 더 오르는 건 시간문제라는 걸 아르칸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한 번에 2위까지 오를 줄은 몰랐지만. 아버지와 키클로테스 대마왕성의 격차가 작았나 보네.’
“그럼 통보는 끝났으니, 이번 회합에 온 목적을 이야기하겠다.”
아르칸이 마왕성 랭킹 2위가 됐다는 소리에 순간 당황했던 키클로테스는 데실론의 말에 이내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래, 마왕성 랭킹 따위는 지금 의미 없지. 마왕성 랭킹 총력전을 개시할 테니까.”
“……내가 발표하려고 했다만.”
“앗, 미안하다.”
데실론의 불평에 키클로테스가 쩔쩔매면서 사과했다.
“방금 키클로테스가 말한 대로, 마왕성 랭킹 총력전을 개시하려고 한다. 각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입장을 밝히도록.”
“아, 이게 무조건 하는 게 아니었나 봐?”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니까. 찬반이 같으면 내가 결정한다.”
아르칸의 물음에 데실론이 대답했다.
키클로테스는 데실론이 자신의 편을 들 거라 여기는지 자신만만하게 진행했다.
“내가 제안한 만큼 당연히 찬성한다. 본앰브로스도 찬성하지?”
“어, 응.”
“그럼 벌써 찬성 둘이네. 바리스탄은? 너도 저번 마왕성 랭킹 총력전으로 수혜를 받지 않았느냐. 이번에도 찬성하겠지?”
“음. 개최하면 최선을 다하겠지만, 지금은 따로 집중하고 싶은 일이 있다.”
바로 마신의 시신을 없애는 일을 말하는 거였다.
바리스탄이 반대 의사를 표시했지만, 키클로테스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별소리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이어서 아르칸에게 물었다.
“너도 반대지? 그럼 데실론에게 결정짓게 할까?”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나도 총력전 개최하는 거 찬성하거든.”
“뭐?”
“정말이냐?”
“헉, 정말?”
키클로테스는 물론, 바리스탄과 본앰브로스까지 예상 못 한 대답이었는지 다들 깜짝 놀랐다.
모두 비석 상태라 표정을 못 보는 게 아쉬울 정도.
데실론만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진행했다.
“그럼 찬성 셋, 반대 하나로 마왕성 랭킹 총력전을 열도록 하겠다.”
그런 다음, 구체적인 룰에 대해서 설명했다.
본앰브로스가 미리 말한 대로, 이번 총력전은 사실상 대마왕 파벌끼리의 경쟁이었다.
마왕성 대결은 그대로였지만, 마왕성 랭킹의 마왕들의 파벌별로 점수를 매겨서 우승 파벌을 정하는 거였기 때문이다.
그 점수는 대마왕인 5위까지를 제외하고, 총력전이 끝났을 시점의 랭킹 순위대로 매겨진다.
점수는 크게 상중하로 나뉘는데, 6위부터 20위까지 상급으로 10점.
21위부터 50위까지는 중급으로 3점.
51위부터 100위까지는 하급으로 1점이었다.
‘상급과 하급 차이가 난다고 듣긴 했지만, 열 배나 날 줄이야.’
기존에서 상위 랭킹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키클로테스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
‘거기다가 중하위권 랭킹을 차지하고 있는 본앰브로스 파벌로부터 랭킹을 넘겨받으면 필승이다, 이거겠지.’
하지만 아르칸에게는 이미 총력전에서 승리할 비책이 있었다.
그때 데실론이 아주 중요한 설명을 했다.
“참고로 이번 마왕성 랭킹 총력전에서 우승한 파벌의 대마왕에게는 상품이 주어진다. 바로 마신의 유산이다.”
이 자리에 있는 대마왕들은 모두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언급되자 숨을 멈추고 침묵했다.
마신의 유산은 대마왕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아주 강력함 힘을 품고 있다.
이번에 상품으로 내건 마신의 유산이 어떤 건지 확실히 알려 주진 않지만, 이번에도 아주 강력할 게 분명하기에 모두 탐낼 수밖에 없었다.
“마왕성 총력전은 일주일 뒤에 시작된다. 열흘간 열릴 예정이니 그동안 다들 멋진 모습 보여 주길 바란다.”
데실론의 말을 끝으로 회합은 별다른 대화 없이 마무리됐다.
아르칸은 돌아가기 전에 물끄러미 데실론을 쳐다봤다.
‘알아보니 데실론은 마신성의 일원이라고 했지.’
마신의 마왕성, 마신성은 마신이 마신 전쟁에 패해 육신이 끊어진 후에도 마왕성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마신이 부활하기 전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거라고는 하지만, 예의 주시할 필요는 있었다.
‘일단은 이번 총력전에서 이기는 게 우선이지만.’
***
회합이 끝난 후,
원래대로 의식이 돌아온 키클로테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이상하단 말이지.’
마왕성 랭킹 총력전을 벌인다는 말에 아르칸이 별로 안 놀란 건 그렇게 이상하진 않았다.
본앰브로스가 그새를 못 참고 실토했을 수도 있고, 바리스탄도 그 정도는 알아챌 정도로 보통은 아니었으니까. 아들인 아르칸에게 알려 줬을 게 분명했다.
다만, 마왕성 랭킹 총력전이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걸 알 텐데도 냉큼 찬성한 게 이해가 안 됐다.
지켜본 바로는, 아르칸은 아주 영민했다.
지금까지 망나니처럼 굴었던 게 위장이라고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아니, 그 정도로 영민하니까 기회가 올 때까지 위장한 거였나?’
아무래도 아르칸의 태도가 신경 쓰였던 키클로테스는 본앰브로스를 찾아가서 물었다.
“너, 아르칸에게 총력전에 대해서 말했나?”
“아닌데? 말 안 했는데?”
“말했나 보군.”
안광을 피하는 걸 보고 키클로테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본앰브로스가 버럭 화냈다.
“라이프베슬을 터트리겠다고 협박하는데 내가 어떻게 버텨?”
“누가 그런 중요한 걸 뺏기래?”
키클로테스의 말에 본앰브로스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가 애써 변명했다.
“처음에는 모른다고 시치미를 떼고 거절했는데, 바리스탄에게 무슨 말을 듣고 왔는지 추궁해서 더 버티기 어려웠어.”
“그래그래, 알겠다. 그보다 혹시 아르칸이 왜 찬성한 건인지는 아는가?”
“아, 그거…….”
“오, 짐작 가는 게 있나?”
“사실 나한테 자기들이 이번 총력전을 포기하면 문제가 생기느냐고 물어봤었다. 아마 이번에는 포기하자고 마음먹고 찬성한 게 아닐까?”
“포기한다고? 마신의 유산을 주는데?”
키클로테스는 이해가 안 됐다. 마신의 유산이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서 하는 소린가?
“이미 마신의 유산이 두 개나 있으니까. 하나쯤은 그냥 넘겨도 괜찮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칫, 어차피 승부를 피할 생각이었나? 재미없게 됐군. 그래도 상관없다. 이대로 우승해서 마신의 유산을 얻는 것만 해도 이득이다.”
“그러면 마왕성 대결은 정상적으로…….”
“정상은 무슨, 계획대로 마왕성 랭킹의 부하들에게 마왕성을 포기하라고 지시해라. 그래야 내가 바리스탄을 제치고 우승하기 쉬울 테니까.”
“…….”
“싫으면 힘으로 뺏어도 되지만.”
불만스러웠던 본앰브로스가 입을 다물자 키클로테스가 슬며시 기운을 일으켜 압박했다.
“아, 알았다. 그렇게 하지.”
“그럼 별다른 준비는 할 필요 없겠군.”
본앰브로스의 굴복에 만족한 키클로테스는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의 대마왕성으로 돌아갔다.
***
한편 아르칸은 회합이 끝나자마자 오웬을 불러 이번 마왕성 랭킹 총력전에 관해 설명하고 회의를 소집했다.
집사인 오웬과 참모인 뱀 수인족 아바로스를 비롯해, 마왕인 오크 로드 나크룸과 솔릭 등등 가능한 직속 부하들을 최대한 불러 모았다.
대마왕들의 회합에서 결정 난 걸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단, 경비대장인 센시아만은 자리에 없어서 따로 전달하기로 했다.
얼추 모인 걸 확인한 아르칸이 부하들에게 말했다.
일주일 뒤 마왕성 랭킹 총력전을 하게 됐다고 말이다.
어떤 건지 아는 이들은 심각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고, 처음 들어 보는 이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웅성거렸다.
“조용!”
아르칸의 말에 회의장이 일시에 조용해졌다.
“이번에 다소 바뀐 부분이 있으니 오웬이 설명해 주도록.”
“알겠습니다.”
이내 오웬의 설명을 들은 좌중은 조용해졌다.
요약하면 마왕성 랭킹에 올라 점수를 얻기 위한, 무제한 마왕성 대결.
총력전이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치열한 전투가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참모인 아바로스가 나섰다.
“아르칸님, 한 가지 건의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도 좋다.”
“이번 총력전에 저희 파벌은 참여하지 않고, 조용히 힘을 비축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안 그래도 연이은 전투로 인한 피로도 회복이 안 됐는데, 적의 장단에 놀아 날 필요는 없습니다.”
그 말에 좌중이 술렁였다.
옳은 의견이라며 찬성하는 이도, 싸움을 피하면 안 된다면서 반대하는 이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걸 잠시 보고 있던 아르칸이 입을 열었다.
“합리적인 의견이긴 하다. 다만, 이번에 피해서 웅크리며 힘을 키운다 쳐도, 상대는 이번 기회에 더욱 빠르게 힘을 기르겠지.”
“일리 있으신 말씀입니다.”
“나는 오히려 이번이 치고 올라갈 기회라고 생각한다. 내게 다 계획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도록.”
아르칸의 호언장담에 부하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역시 그래야죠! 이제야 재밌게 흘러가네요!”
“크췩. 용맹한 아르칸답다!”
“아르칸님 만세!”
아르칸이 아바로스를 쳐다보며 물었다.
“어떤가?”
“아르칸님의 의견이 그러시다면 반드시 승리하도록 이 아바로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그렇게 아르칸 대마왕성은 일치단결해 마왕성 랭킹 총력전 준비에 나섰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