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마왕성 랭킹 총력전 (2)
이후 아르칸과 참모진은 본격적인 작전 회의에 돌입했다.
“츠츳, 이번 총력전에 승리하려면 가장 중요한 건 랭킹 상급 순위를 차지하는 겁니다.”
아바로스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상급 랭킹은 10점, 중급 랭킹은 3점, 하급 랭킹은 1점에 불과했다.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상급 랭킹을 독식하는 데 성공하면 중하급 랭킹 점수를 하나도 얻지 않아도 우승하는 게 가능할 정도였다.
“문제는 현재 우리 파벌에 상급 랭킹 마왕이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이어진 오웬의 말에 모두 고개를 숙였다.
그걸 본 아르칸이 웃으며 말했다.
“기죽을 거 없어. 너희 잘못이 아니니까.”
제니칼 대마왕이 수인족 영역을 다스리던 시절에도 상급 랭킹에는 몇 없고, 주로 중 하급 랭킹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현재는 그보다 심각해 랭킹에 들어간 마왕이 거의 없는 상황.
이는 어디까지나 약해서가 아니라, 대마왕 제니칼과 아르칸이 싸우면서 죽어 나간 마왕이 한둘이 아니라서였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면 랭킹권 안에 충분히 들고도 남을 부하는 여럿 있었다.
그때 오웬이 말했다.
“이번 총력전은 오히려 기회다. 상위 랭커에 마왕성 대결을 걸어서 그 랭킹을 차지할 수 있으니까.”
희망적인 말에 다들 얼굴이 밝아졌다.
그러나 오웬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면 모든 걸 잃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마왕성 대결은 서로의 마왕성을 붙이면 상대 마정석을 뽑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크취익. 이길 자신 있다!”
“맞아. 이기면 되는 거 아니야?”
“모든 걸 걸고 싸운다라. 재밌겠는데?”
“다들 전의가 넘치니 좋군. 그럼 모두 돌아가서 전력을 정비하도록.”
아르칸의 지시에 모두 서둘러 돌아갔다.
하지만 아바로스와 오웬은 아르칸의 추가적인 지시를 기다리는 듯 남아 있었다.
“아바로스는 적의 전력을 분석해. 상대를 선택할 수 있는 도전자의 입장이니만큼, 승산이 있는 곳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지.”
“아주 현명하십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분석해 오겠습니다.”
“아니,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제피로스를 붙여 줄 테니 정보를 얻어서 완벽한 적의 전력을 파악하도록.”
“알겠습니다.”
아바로스의 대답을 들은 아르칸은 오웬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웬은 마왕이 될 준비를 하도록.”
“네? 마왕 말입니까? 하지만 전 이 대마왕성의 집사입니다.”
“이번에는 대마왕성이 나서지 않으니까 부탁하는 거야. 지금은 강한 마왕 한 명이 소중할 때니까.”
“그래도…….”
“원하면 이번 총력전이 끝나면 돌아와도 돼.”
오웬은 그 말을 듣고서야 받아들였다.
“꼭 돌아오겠습니다. 그러면 센시아도?”
“그래, 센시아는 물론이고 피용에게도 부탁할 거야. 그밖에 강력한 마왕이 될 만한 인재들이 있으면 추천해 줘. 모두 마왕으로 삼을 생각이니까. 이번에 본앰브로스 쪽 쳐들어가서 가져온 마정석도 많잖아.”
“그러나 마왕을 늘린다고 해도 마왕 혼자서는 마왕성 대결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마왕의 뒷받침할 부하들이 필요합니다.”
오웬의 지적은 정확했다.
“물론, 저는 지인들을 불러모으면 부족한 병력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만……. 다른 이들도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니까요.”
“알고 있다. 부족한 병력을 보충할 방법은 어느 정도 생각해 둔 게 있어.”
“그러시군요.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아니야. 오히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줘서 고맙군. 그래도 절대적인 숫자는 부족할 테니까 용병도 모집 좀 해 줘. 돈은 안 아껴도 되니까.”
“알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오웬에게 지시를 내린 아르칸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치며 다음에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그나저나 게티아에게 물어보면 정리해 줘서 편한데, 없으니 아쉽군.’
현재 게티아는 본앰브로스 대마왕 최심부에 있던 죽음의 물을 잔뜩 빨아들인 뒤, 얼마 안 지나 기절하듯 쓰러졌다.
놀라서 흔들어 깨웠더니 자면서 소화 좀 시킬 테니 가능한 한 깨우지 말아 달라고 하고 다시 잠들었다.
위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기다려야 할 판이었다.
“당장 해야 하는 것부터 하자.”
아르칸은 아공간 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피용을 불렀다.
피용은 해츨링 모습으로 아르칸 어깨 위에 앉아 물었다.
“피핏, 아빠? 무슨 일이야?”
“아빠처럼 마왕이 되고 싶어?”
“앗, 되고 싶어! 근데 나는 드래곤인데 가능해?”
“가능하지. 피용이에게는 드래곤 하트가 있으니까.”
“오예! 나 이제 마왕이 된다.”
신나서 아르칸의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피용을 보니 새삼 걱정이 됐다.
성장의 물로 블랙 드래곤이 되긴 했지만, 아직 알에서 깨어난 지 1년도 채 안 된 아기였기 때문이다.
특히나 마왕성 대결에 들어가면 아르칸이 도와줄 수도 없었다.
그래도 미리 생각해 둔 피용을 도와줄 믿을 만한 사람, 아니 드래곤이 있었다.
바로 블루 드래곤 나바리우스였다.
그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외톨이였던 나바리우스는 피용을 아주 아꼈기에 기꺼이 와서 도와줄 게 분명했다.
블랙 드래곤과 블루 드래곤이 버티고 있는 마왕성이라면 상급 랭킹을 노리고도 남았다.
그 안에 들어갈 부하들은 딱히 필요 없을 정도.
‘아니, 이미 피용과 나바리우스에게는 절대적으로 충성을 맹세한 부하들이 있지.’
바로 자신의 이빨을 뽑아 만든 용아병.
피용은 해츨링일 때 뽑아 만든 미니 용아병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0여 명에 달하는 용아병을 만들었다.
피용에게 용아병 생성 마법을 배운 나바리우스도 신나서 잔뜩 용아병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그것만 해도 반쯤 준비되었다고 봐야겠네.’
용아병을 떠올리니 아르칸이 데리고 있는 고룡 버네르가의 이빨로 만들어진 용아병들도 있었다.
‘이 녀석들도 나중에 따로 배치해 둬야겠지.’
마왕은 될 수 없지만, 용아병들끼리로도 하급 마왕성까지는 공략 가능한 무시 못 할 전력이었다.
그러는 사이, 급히 귀환한 센시아가 아르칸을 찾았다.
“오웬 님께 총력전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다행히 오웬에게 설명을 듣고 온 덕분에 처음부터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저도 마왕이 되라고 하셨다고요.”
“그래, 센시아가 마왕이 되어 주면 든든하지.”
“든든…….”
센시아는 그 말에 감동했는지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이내 단호히 말했다.
“하지만 저는 이 대마왕성의 경비대장입니다.”
“그게 걸린다면 임시라도 좋아. 오웬도 임시로 한다고 들었지?”
“……네, 알겠습니다. 마왕이 되겠습니다.”
“그래, 고마워. 네 마왕성에 있을 부하들이 필요할 텐데, 함께 움직였던 용병단만으로는 부족할 거야.”
말이 용병단이지 실제로는 빙의 전 아르칸의 마왕성에 있던 경비병들이었다. 아르칸이 망나니짓을 일삼고 임금까지 체불하는 바람에 센시아가 이끌고 뛰쳐나가 용병이 되어 버렸다.
“오웬에게 새 용병들을 최대한 고용하라고 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때 아르칸의 눈치를 보면서 우물쭈물하던 센시아가 망설임을 이겨 냈는지 입을 열었다.
“저기 아르칸님.”
“응?”
“용병으로 거인섬의 거인들을 불러와도 될까요?”
원래 센시아는 거인족의 혼혈로, 거인섬에서도 배척당해 마계에서 지냈다.
하지만 아르칸과 함께 거인섬으로 가서 거신의 인정을 받아 성인식까지 무사히 치렀다. 덕분에 각성해 초거대화까지 할 수 있게 되어, 다른 거인들의 인정을 받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자신과 앙숙인 거인 우르겐이 레비아탄에게 잡혀 있는 걸 구해 주기도 했다.
그 후로 화해한 둘은 드문드문 서신을 주고받았다.
주로 우르겐이 길게 서신을 보내면, 센시아가 짧게 답장하는 정도였다.
어쨌든, 센시아가 도움을 요청하면 만사를 제쳐 놓고 달려올 게 분명했다.
거인족은 하나하나가 마족처럼 강하니, 도와주기만 하면 금상첨화였다.
‘그나저나 거인족을 부르겠다는 소리가 바로 나오다니. 마왕이 되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봤었나 보네.’
“그, 그렇게 쳐다보지 마세요. 들으니까 자연스럽게 떠오른 거예요.”
센시아는 아르칸의 시선에서 속마음을 읽은 듯 변명했다.
“그래그래, 믿어 줄게.”
“정말이라니까요!”
아르칸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 센시아가 소리를 빽 질렀다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앗, 죄송합니다.”
“괜찮아. 어쨌거나 한동안 잘 부탁해, 마왕 센시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피용에 이어서 센시아의 병력 문제마저 해결하니 홀가분해졌다.
“당장 급한 일은 끝났고, 아직 이르지만 한번 확인해 볼까?”
그대로 공방 구역으로 간 아르칸은 마력 연구가인 길리암에게 찾아갔다.
얼마 전 아르칸은 마신의 심장이 활성화되면서 죽음의 물을 뿜어내는 걸 막으러, 본앰브로스의 대마왕성에 잠입했다.
거기 지하 최심부에 가득 차 있던 죽음의 물을 게티아가 빨아들이고, 용아병들이 통에 담아 왔다. 그 통에 담아 온 죽음의 물을 연구하라고 길리암에게 줬었다.
처음 죽음의 물을 알게 됐을 때도 가져와서 연구하라고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죽음의 물이 미치는 악영향과 성분에 대한 거였다.
그걸 가지고 보스급 몬스터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아르칸이 가진 군주 스킬 중 군주의 정복을 발동시켜 마력을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지.’
아르칸은 총력전을 한다는 소리에 길리암에게 다른 연구를 주문했다.
아르칸의 이야기를 들은 길리암은 신나서 연구에 나섰다.
그러고 얼마 안 됐지만, 혹시 자신이 주문한 게 가능성이라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온 거였다.
“길리암, 죽음의 물 연구는 어때?”
“아르칸님, 아직 하루도 안 지났는데요. 너무 급하신 거 아닙니까?”
“이미 한번 다뤄 본 물질이라 쉽다며?”
그 말에 길리암은 입꼬리를 올렸다.
“사실 결과물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그래? 벌써?”
“네, 사실 예전에 받은 거로도 이리저리 연구하고 있었거든요. 이거 한번 보세요.”
길리암은 자신의 책상을 가리켰다.
하지만 아르칸의 눈에는 수많은 책과 서류, 각종 실험 도구로 뒤덮인 난장판만 보일 뿐이었다.
“저기서 뭘 말하는 거야?”
“아차, 잠시만요. 이거예요. 그리고 이걸로 보시면 잘 보이실 거예요.”
길리암은 실험실에서 흔히 보이는 샬레, 얕고 둥근 유리그릇과 현미경을 내밀었다.
아르칸이 현미경을 통해 관찰하니, 안에 검은 결정이 있었다.
“이건 마석인가?”
“네, 죽음의 물을 정제했더니 마석이 나왔어요.”
“좋아, 잘했어. 나머지도 모조리 마석으로 만들어 줘.”
이걸로 대량의 마석을 얻어서 부하들의 마왕성을 강화할 작정이었다.
현재 챙겨 놓은 죽음의 물만 해도 열 통인데, 비활성화된 마신의 심장에서도 여전히 조금씩 죽음의 물이 나오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비활성화시킨 걸 후회하진 않았다. 계속 놔두기에는 죽음의 물이 너무 빨리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그걸 정제해 마석으로 만들려 하다가는, 만들기도 전에 온 대륙을 오염시킬 게 분명했다.
아르칸은 드워프 도린에게도 앞으로 장비가 많이 필요할 테니 한동안 무기 제작에 박차를 가해 달라고 이른 뒤 마왕실로 돌아왔다
이번 총력전에 현재 아르칸이 동원 가능한 가장 유용하고 강력한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그 전력이란 바로 정령들이었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