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09
209화 마왕성 랭킹 총력전 (3)
현재 아르칸이 계약한 정령은.
바람의 정령왕 제피로스.
땅의 정령왕 로카스톤.
불의 상급 정령 이그니스.
물의 상급 정령 나이어드.
모두 넷이나 됐다.
상급 정령만 해도 중급 마왕에 견줄 만한데, 정령왕쯤 되면 상급 마왕도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정령왕을 마왕성에 하나씩 보낸다?
적으로서는 상급 마왕 둘을 상대하는 셈이었다.
아니면, 다소 약한 마왕에게 붙여서 얕보고 덤빈 상대를 쳐부수는 식의 작전도 가능했다.
‘만약 그게 되면 정말 대박인데. 나중에 알아봐야 하는 게 아쉽군.’
아르칸이 이번 총력전에 대해 듣고 구상한 작전 중에 필승 전략이라고 할 만한 게 하나 있었다.
거기에는 정령왕이 많을수록 좋았는데, 그 작전이 아니더라도 정령왕이 하나라도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다만 상급 정령을 정령왕으로 만드는 데는 생명의 마석이 필요한데, 그걸 더 구할 만한 곳을 모른다는 거였다.
특히 그걸 필요로 하는 상급 정령 나이어드와 아그니스가 여태껏 찾고 있지만, 못 찾은 거로 봐서는 더 없을지도 몰랐다.
‘없으면 만들어 써야지, 뭐.’
아르칸이 정령들에게 정령왕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 건 다 방법이 있어서였다.
그건 바로 신이 되고 나서 얻은 능력, 기적.
기적을 발휘하면 없는 물건도 만들 수 있다.
다만, 신력이 아주 많이 필요로 했다.
그나마 생명의 마석은 아르칸이 직접 보고 만진 적이 있는 물질이라서 필요 신력이 조금 줄었다.
그래도 현재 모은 신력으로는 두 개는커녕 한 개도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생명의 마석과 관련 있는 소재를 가져다가 기적으로 변환시키면, 신력이 훨씬 적게 소모됐다.
관련 있는 소재 중 가장 기본적인 건 마석.
이건 이미 여러 개 있으니 문제없었다.
다음으로 필요한 건 생명력이 최대한 풍부하게 담긴 소재라고 했다.
당연히 구하기 아주 까다로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특정 속성의 생명력만 담겨 있으면 충분하다는 거였다.
여러 정령에게 먹히는 생명의 마석을 만들려면 다양한 생명력이 담겨 있어야 한다.
다행히 아르칸이 생명의 마석을 필요로 하는 건, 불과 물의 상급 정령을 정령왕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불과 물의 생명력이 많이 담긴 것만 구해 오면 됐다.
뭘 구해야 하는지도 정령들이 미리 조사해 줬다.
“그럼 바로 출발해 볼까?”
아르칸은 그사이 아공간 주머니 속 저택에 들어간 피용을 찾았다.
피용은 책상 앞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신나서 날아다닐 때는 언제고. 막상 마왕이 된다니 골치가 아픈가 보네.’
동그란 해츨링 모습으로 심각하게 고민하는 걸 보니 더욱 귀여웠다.
“피용아.”
“피이, 아빠, 왜?”
돌아본 피용은 아주 기운이 없었다.
“잠깐 나랑 어디 좀 가자.”
“피피, 나 지금 바빠. 마왕이 되려고 생각하니까 생각할 게 많더라고.”
“막상 뭘 할지 몰라서 막막하지? 있다가 아바로스한테 쓸 만한 집사 붙여 주라고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게다가 네 마왕이 되는 데도 중요한 거야.”
“응! 알았어. 그런데 어디 가?”
“나바리우스를 만나러. 이것저것 부탁할 게 있거든. 네 마왕성도 도와달라고 하고, 찾는 것도 있고.”
“맞다, 나바리 삼촌!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피용은 나바리우스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은 듯 금세 밝은 얼굴이 됐다.
사실 나바리우스도 따로 마왕성을 하나 맡아 주는 게 좋았지만, 그건 아르칸의 부하가 되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거절할 게 빤해서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다.
“아빠 뭐 해? 어서 나바리 삼촌 만나러 가자.”
“그래, 가자.”
아르칸은 곧바로 피용과 함께 나바리우스가 있는 서해 방면으로 날아갔다.
피용은 아직 정신이 없는지 해츨링 모습 그대로였지만, 아르칸은 별소리하지 않았다.
피용을 타고 나는 것보다는 느리지만, 제피로스도 바람의 정령왕. 그 힘을 이용하면 아주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얼마 안 되어서 대마왕 바리스탄 영역을 지나 넓고 푸른 바다가 나왔다.
그곳을 얼마간 날아갔을까, 바닷속에서 커다란 물결이 일면서 나바리우스가 나타났다.
뜻밖에도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모습이었다.
피용이 아주 반가워하면서 나바리우스에게 다가갔다.
“피이! 나바리 삼촌!”
“그래그래, 여기까지 무슨 일이냐?”
나바리우스는 웃으면서 피용을 쓰다듬었다.
‘마침 해츨링 상태인 피용을 쓰다듬으려고 인간 모습으로 나타났나 보네.’
그때 피용이 눈빛을 반짝이며 자랑스레 말했다.
“삼촌, 저 마왕이 되기로 했어요.”
“마왕?”
나바리우스는 그제야 아르칸을 쳐다봤다.
“마왕성을 맡기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지 않나?”
“민망하지만, 곧 피용의 힘이 필요해서요.”
“핏. 괜찮아! 나 아주 강해. 드래곤이니까.”
“그래, 드래곤은 강하지.”
나바리우스는 피용을 쓰다듬으면서도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진심으로 피용을 걱정해서 나온 반응이기에 아르칸은 불쾌하다기보다는 고마웠다.
“피용을 도와 마왕성의 잡무를 해 줄 부하는 붙여 줄 테지만, 아무래도 피용 혼자서는 조금 불안하더군요. 그래서 나바리우스 님께서 조금만 돌봐 주셨으면 하고 부탁하러 왔습니다.”
“어, 내가? 그래도 돼?”
나바리우스가 놀란 듯 되물었다.
그것도 싫은 게 아니라 내심 기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마침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덕분에 표정도 알기 쉬웠다.
“네, 일종의 후견인처럼요.”
“맞아. 안 그래도 막상 하려니까 어렵게 느껴졌어. 나바리 삼촌이 도와줘.”
“그래, 피용이 네가 부탁하면 도와줘야지.”
나바리우스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예상대로 무난히 승낙했다.
아르칸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여기까지 온 건 한 가지 부탁이 더 있어서인데요.”
“뭐냐? 마침 기분 좋으니 골치 아픈 거 아니면 들어주지.”
“혹시 물의 보주를 가지고 계십니까? 그 행방이라도 아시면 알려 주십시오.”
나바리우스의 표정이 갑자기 굳었다.
“그걸 왜 찾나?”
“아, 그걸로 물의 상급 정령을 정령왕으로 만들어 줄 생명의 마석을 만들려고요.”
“흠, 그래?”
아르칸이 솔직하게 말하자, 나바리우스의 표정이 살짝 풀렸지만, 여전히 심각했다.
“혹시 그거 나바리 삼촌이 가지고 있어?”
“아니.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어디 있는지는 안단다.”
그렇게 말한 나바리우스는 슬픈 눈으로 바닷속을 내려다봤다.
‘역시 바다 깊숙한 곳에 있나 보네.’
“이것도 운명인가. 따라와라.”
나바리우스는 피용을 놓고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 뒤 바닷속으로 향했다.
아르칸과 피용은 물의 상급 정령 나이어드의 도움을 받아 그 뒤를 따라갔다.
나바리우스가 시선을 저 아래로 향했다.
그곳은 끝이 보이지도 않는 어두운 심해였다.
“저 아래에 물의 보주가 있다. 다만 드래곤 하나가 그 보주를 지키고 있다.”
“드래곤이요?”
처음 들어 보는 이야기였다.
이해가 안 가는 건 다른 몬스터도 아니고, 드래곤이 지키고 있다는 거였다.
이곳은 블루 드래곤 나바리우스의 영역.
나바리우스가 다른 드래곤과 친해지고 싶다고 해도, 자신의 영역에 다른 드래곤이 자리 잡는 걸 용납할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다른 드래곤과 교류를 못 했다고 했잖아. 어떻게 된 일이지? 아까 말한 운명이라고 한 것과 관련 있는 건가?’
아르칸은 의문을 품고 나바리우스는 쳐다봤다. 나바리우스도 무언가 더 말하려고 하는 듯했지만, 차마 입이 안 떨어지는 듯 주저하고 있었다.
그걸 본 피용이 중얼거렸다.
“나바리 삼촌, 왠지 슬퍼하는 거 같아.”
“크흠, 미안하다. 아무래도 잊고 지냈던 일이라 그렇구나.”
“불편하시면 더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알려 주신 것만으로 충분하니,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죠.”
아르칸의 말에 나바리우스가 눈에 이채를 띠었다.
아르칸이 자신을 이렇게 배려해 줄 줄 몰랐기 때문이다.
아르칸 입장에서야 앞으로 피용이 도움받아야 하는데 불편한 관계가 될 필요가 없어서였지만.
“말은 고맙지만, 그대가 물의 보주를 반드시 얻을 생각이면 끝까지 이야기해야겠네. 왜냐하면, 물의 보주를 지키고 있는 드래곤이 내 누이 시안드리아니까.”
‘시안드리아?’
역시나 기억에 없는 드래곤이었다.
나바리우스는 어떤 사연인지 착잡한 눈빛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블루 드래곤 시안드리아.
수백 년 전, 마신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존재하던 고룡.
당시 대륙의 모두가 마신으로부터 대륙을 지키기 위해 싸웠지만, 시안드리아는 개인적인 원한이 있었다.
그 원한이란 바로 자신이 낳은 알을 마신이 깨어 버린 일 때문이었다.
운이 나쁘게도 마신이 처음 대륙에 모습을 드러낸 곳이 바로 시안드리아의 둥지였다.
갑작스러운 거대한 존재의 등장에 시안드리아가 당황하는 사이, 주위의 모든 것이 초토화됐다.
시안드리아의 알도 마찬가지.
멀쩡한 건 시안드리아 하나뿐이었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않았다.
알을 잃고 이성을 상실한 시안드리아가 마신에게 막무가내로 덤빈 거였다.
그러나 복수는커녕 크게 다쳐 목숨까지 위험했다. 뒤늦게 나타난 나바리우스가 구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죽었을지도 몰랐다.
그 후로 바다로 돌아와 치료했지만, 이성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세상과 접촉을 거부하듯 심해 속을 하염없이 떠돌아다녔다는 거였다.
그러다 시안드리아가 발견한 게 바로 물의 보주였다.
푸른 알처럼 생긴 물의 보주를 본 시안드리아는 깨진 자신의 알이라고 여기고 수백 년 동안 애지중지하며 지키고 있다고 했다.
“피잇, 너무 슬픈 이야기야.”
그 이야기를 들은 피용이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가벼운 마음으로 물의 보주를 얻으러 왔던 아르칸도 뜻밖의 무거운 이야기에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자칫하면 심해에서 시안드리아 외에 나바리우스까지, 블루 드래곤을 두 마리나 상대해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몰랐다.
‘갑자기 난이도가 급상승하는데? 차라리 대체할 만한 걸 찾아볼까?’
어차피 소재는 신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 택한 것뿐, 반드시 물의 보주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특히 총력전 때 나바리우스의 도움을 포기할 정도는 더더욱 아니었다.
“흠. 저도 이야기를 들어 보니 굳이 물의 보주 때문에 시안드리아 님을 자극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작 나바리우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정반대의 말이었다.
“아니, 부탁이니 누이로부터 물의 보주를 뺏어 주게.”
“네? 그래도 괜찮습니까?”
“오랫동안 지켜봐 온 바로는 계속 물의 보주에 집착하고 있으니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 거 같다. 마음 같아서는 진작 뺏어 버리고 싶었지만, 나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지. 너희가 도와다오.”
“피피. 그럼 나바리 삼촌, 도와줄게!”
“고맙다. 그래도 무리하진 말아. 힘을 쓰는 건 이 친구여야지. 어때, 도와줄 텐가?”
나바리우스의 말에 아르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도와드리겠습니다.”
나비리우스 때문에 물의 보주를 포기하려 했는데, 나바리우스가 물의 보주를 뺏어 달라고 오히려 부탁해 온 거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지만, 그때는 내가 어떻게 잘 대처하는 수밖에.’
“그럼 바로 가지.”
나바리우스가 앞장서서 심해 속으로 들어갔다. 아르칸은 안심하며 그 뒤를 따라갔다.
‘이러면 방해하는 녀석들이 없겠지? 누가 바닷속에서 블루 드래곤의 앞을 막겠어?’
그러나 막상 심해에 들어가자 몬스터들이 마구잡이로 덤벼 댔다.
그것들은 생긴 것도 기괴했지만, 드래곤을 보고 덤비는 걸 봐서는 겁도 없는 듯했다.
그래 봐야 아르칸이나 피용이 나설 것도 없이 나바리우스가 힘을 발휘하자 몬스터들이 차례차례 쓰러졌지만.
“흥, 하찮은 것들이 나를 방해하다니.”
“우와, 나바리 삼촌 멋져!”
피용의 감탄에 나바리우스가 의기양양해했다.
그때였다. 나바리우스의 위로 그림자가 드리우는 거 아닌가? 머리 그림자만 해도 나바리우스를 완전히 가렸다. 어림잡아도 나바리우스보다 서너 배는 큰 듯했다.
그 그림자의 정체를 확인한 나바리우스가 착잡한 눈빛으로 말했다.
“누이, 오랜만이오.”
“피잇? 저분이?”
“아니, 저 거대한 드래곤이 누이라고?”
피용과 아르칸이 화들짝 놀랐다.
말이 누이지, 저 크기 차이라면 나이 차가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은 더 나 보였다.
‘젠장, 이거 괜히 혼자 힘으로 물의 보주를 뺏는 게 불가능하다고 한 게 아니었네.’
아르칸이 걱정했던 대로, 시안드리아는 나바리우스보다 훨씬 강력해 보였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아르칸은 자신이 생각한 작전을 실행하기로 했다.
‘물의 보주는 어디 있지?’
아르칸은 저 아래의 심해를 살폈다. 시안드리아에게서 물의 보주를 몰래 훔치기 위해서였다.
‘아, 저건가?’
저 아래 칠흑 같은 심해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보였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