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10
210화 마왕성 랭킹 총력전 (4)
아르칸이 두리번거리는 사이, 나바리우스와 시안드리아가 이야기를 나눴다.
“이 꼬맹이! 갑자기 나타나서 내 경비병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면 어떡해?”
“누이, 언제까지 꼬맹이라고 부를 거요.”
“적어도 나만큼 커질 때까지?”
“치.”
“어쨌든 연락하고 오면 좀 좋아? 내 알이 공격당하는 줄 알았잖아.”
“누이, 그거 누이 알 아니라니까. 물의 보주라고요. 정신 좀 차려요!”
“또, 또, 장난친다. 그만해. 자꾸 그러면 화낸다?”
“이번에야말로 누이를 정신 차리게 해 주겠소. 그 물의 보주만 깨트리면 현실을 받아들이겠지.”
“지, 지금 뭐라고 했어? 내 알을 깬다고 한 거 맞지? 네가 내 생명의 은인이라 살려 두었지만, 자꾸 그러면 나도 더는 못 참아!”
시안드리아는 단단히 화가 났는지 그 거대한 몸을 떨었다.
그것만으로 바닷속이 뒤흔들렸다.
블루 드래곤인 나바리우스도 거기에 휩쓸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
“크윽, 안 되겠다. 아르칸, 좀 도와줘!”
도저히 맞서 싸우기 힘들 거라고 여긴 나바리우스가 다급하게 불렀지만, 아르칸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혼자서 무슨 소리 하는 거냐, 누가 있다고? 나보고 만날 정신 차리라더니, 너야말로 머리가 이상해진 거 아니냐.”
“여기 있었다니까! 누이가 너무 커서 못 봤을 뿐이지!”
나바리우스는 억울했지만, 문제는 아르칸뿐만 아니라 피용까지 감쪽같이 사라져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거였다.
“이 꼬맹이가 끝까지 거짓말을. 오늘 내가 동생의 버릇을 고쳐 줘야겠군!”
시안드리아의 긴 거체가 움직이더니 나바리우스의 몸통을 옭아맸다.
“크윽.”
너무 가까이 있던 나바리우스는 피할 틈도 없이 붙잡혀 버렸다.
현재 시안드리아는 겉으로는 태연히 대화를 나누고 있더라도, 실제로는 부서져 버린 자신의 알 때문에 이성을 잃은 상황.
버릇을 고쳐 준다는 말과 달리, 힘 조절이 안 되는지 전력으로 나바리우스를 붙잡고 있었다.
그 때문에 엄청난 압박과 함께 극심한 고통이 밀려 들어왔다.
나바리우스가 저항하려고 해도 체급 차이가 너무 났다.
‘허, 이러다가는 죽을지도 모르겠군.’
나바리우스가 어처구니없어하고 있을 때였다.
“시안드리아 님! 나바리우스 님을 놔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알을 부수겠습니다.”
아르칸의 말에 나바리우스를 옭아매는 힘이 곧바로 풀렸다.
나바리우스를 풀어 준 시안드리아는 얼른 알을 놔둔 곳을 쳐다봤다.
부드러운 산호초로 감싸 안전하게 놔뒀거늘, 알은커녕 아무것도 없었다.
“누구냐? 누가 감히 내 알을 가지고 간 게야!”
한층 더 분노한 시안드리아가 커다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동시에 바닷속이 요동쳤다.
“여기 위에 있으니까 진정 좀 하시죠.”
그 목소리에 위를 쳐다보니, 곱상하게 생긴 마인족이 자신의 알을 품에 안고 있는 게 아닌가?
나바리우스와 시안드리아가 싸우는 사이, 아르칸은 물의 보주가 있는 걸 발견하고 피용과 함께 은밀히 접근했다.
할루시네이션은 쓰지 않았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거대한 시안드리아의 눈에는 아르칸과 해츨링으로 변한 피용은 보이지도 않는 듯했으니까.
다만, 아주 가까이 있다고 생각한 물의 보주는 생각보다 멀리 있었기에 가져오는 데 한참 걸렸다.
시안드리아가 아르칸을 노려봤다.
“젠장, 내 소중한 알이 저 쪼끄마한 녀석에게 뺏기다니.”
당장 달려들어서 알을 빼앗고, 저 작은 녀석은 그대로 잡아먹어 버리고 싶었지만, 품고 있는 마력이 심상치 않았다.
그래 봐야 고룡인 자신에게 상대가 안 되겠지만, 문제는 그 손에 자신의 목숨보다 귀중한 알이 들려 있다는 거였다.
저 녀석이 가진 마력이라면, 자신을 해치진 못해도 알은 부수고도 남았다.
“아르칸! 뭐 해? 부숴 버리라니까.”
“이 꼬맹이가! 네가 저 도둑을 데리고 왔구나. 나중에 두고 보자. 진짜 가만히 안 둘 거야!”
“누이, 제발 좀. 저거 가짜 알이라니까!”
“또 헛소리를. 너랑은 더 할 말 없다!”
시안드리아는 방해되지 않도록 나바리우스를 멀찍이 밀어 놓고 아르칸에게 다가왔다.
“뭘 원하냐? 뭘 주면 그 알을 내게 무사히 돌려줄 거야?”
뭔가 원하는 게 있다는 걸 느낀 시안드리아가 히스테리적으로 외쳤다.
그런데 돌아온 요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거였다.
“제가 바라는 건, 시안드리아 님께서 제게 축복을 받는 겁니다.”
“축복? 네가 뭔데? 성직자라도 돼?”
“신입니다.”
“신이라고?”
시안드리아가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눈앞의 마인족이 신이라니 이해가 안 됐다.
그러다 문득 아르칸의 의도를 지레짐작하고는 아르칸을 다그쳤다.
“감히 드래곤에게 네 신도가 되라는 소린가!”
“그럴 리가요. 드래곤이 축복 좀 받는다고 신도가 되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그저 드래곤도 축복해 줬다는 명성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원하시면 이 알에도 축복하겠습니다.”
“음, 그런 거였나? 알았다. 하지만 만약 알이 잘못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럼 먼저 알에 축복을 내리겠습니다.”
아르칸이 신력을 쓰자, 어두운 심해가 찬란한 빛나 밝아졌다.
덕분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르칸의 품에 있는 게 드래곤의 알이 아니라 물의 보주라는 걸 말이다.
“아이고, 예뻐라. 고맙네.”
그런데도 시안드리아는 눈빛을 반짝이면서 물의 보주를 바라봤다.
‘금방까지 협박했는데, 좋다고 기뻐하다니. 역시 제정신이 아니야.’
아르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시안드리아의 반응을 살폈다.
제일 중요한 건 시안드리아에게 축복을 내려 주는 거였다.
아르칸은 물의 보주를 원래 자리에 내려놓고 천천히 시안드리아에게 다가갔다.
“그럼 이제 시안드리아 님 차례입니다.”
“나? 나는 괜찮은데?”
알이 원래 자리에 놓인 걸 보고 안심한 시안드리아는 막상 아르칸이 다가오자 쑥스러워했다.
“어머니가 건강해야 자식도 건강하게 기르죠.”
“하긴 그렇긴 해. 그동안 알이 부화하기만을 기다리며 너무 이곳에만 있었으니까. 그럼 한번 받아 볼까?”
제정신이 아니긴 해도 거짓말을 간파하는 드래곤답게, 아르칸의 말이 진심이라는 걸 느끼고 무장해제를 한 거였다.
아르칸은 잠자코 시안드리아의 이마 위까지 올라갔다.
손을 뻗은 뒤 아르칸이 현재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축복을 내렸다.
파앗.
한층 더 강력한 빛이 어두운 심해를 순간적으로 밝혔다가 사그라들었다.
‘통했나?’
아르칸은 시안드리아의 반응을 유심히 살폈다.
정작 시안드리아는 축복을 내리기 전보다 눈빛이 흐린 게 멍해 보였다.
그때 갑자기 바다가 지진이 난 것처럼 거세게 뒤흔들리는 게 아닌가?
물의 상급 정령이 나이어드가 보호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휩쓸리고 말았을 정도였다.
‘뭐야, 갑자기?’
아르칸의 물음에 나이어드가 대답하려는 차에, 어느새 돌아온 나바리우스가 외쳤다.
“누이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누이?”
그 말에 시안드리아를 보니까 가슴 중앙의 푸른빛이 빠르게 점멸하고 있었다.
드래곤 하트로 전신의 마력이 모이면서 그 여파로 바다가 움직이는 중이었다.
드래곤 브레스를 쓰려고 하는 게 분명했다.
‘아, 이런. 괜히 축복했다가 더 미쳐 버린 거 아니야?’
축복으로 정신이상이 고쳐진 건 분명했다.
드래곤이 마음먹으면 축복도 저항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에, 일부러 몰래 축복을 내린 게 아니라 동의를 얻었으니까.
문제는 정신을 회복해 제정신이 되더라도 맞이할 현실이 시안드리아를 미치게 만들 정도라는 걸 간과한 거였다.
자신의 실제 알은 깨진 지 오래. 마신에게 다쳐서 심해에 숨어 지내다 엉뚱한 걸 알이라도 믿고 그걸 지킨다고 수백 년을 허비했다.
이 근처를 지나다니던 배도 습격하고, 몬스터도 잡아서 부하로 만들었다.
‘아니, 그건 원래 드래곤이면 다 하는 건가?’
어쨌거나 동생도 공격해서 죽일 뻔했으니,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다시 미쳐 버린다 한들 이상하지 않았다.
그때 시안드리아에게서 어마어마한 마력이 폭발했다.
드래곤 브레스를 쓴 거였다.
아르칸은 순간 당황했다.
‘입도 안 벌리고 드래곤 브레스를 쐈다고?’
그 때문인지 거대한 울림과 함께 사방에 마력이 송곳처럼 쏘아져 나왔다.
사방으로 퍼졌지만, 그 공격 하나하나는 피용의 드래곤 브레스보다 더욱 위력적이었다.
“크악!”
가까이 있던 나바리우스는 그 공격에 맞은 듯 비명을 질렀다.
아르칸으로 향해 오는 드래곤 브레스를 저지하려던 정령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크윽! 이건 저도 못 막겠어요!”
“아르칸님, 피하셔야 합니다!”
그때였다.
“피잇. 아빠 위험해!”
뒤에 숨어 있던 피용이 아르칸의 앞으로 나왔다.
“이 녀석, 숨어 있으라니까!”
시안드리아를 본 아르칸은 곧바로 피용더러 떨어져 있으라고 했다.
상대는 나바리우스도 감당하기 어려워 보일 정도의 드래곤.
드래곤이라고 해도 아직 어린 피용이 상대하긴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다.
반면에 아르칸에게는 여차하면 피용을 데리고 탈출할 방법이 있었다.
‘그런데 이러면 데리고 탈출하기 난감한데, 일단 최대한 막아 보는 수밖에.’
작정한 아르칸이 마력을 모으려고 할 때였다.
“아악!”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아르칸과 피용을 향해 날아오던 드래곤 브레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뭐지? 어떻게 된 거야?’
“누, 누이!”
아르칸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나바리우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뭘 하나 했더니, 드래곤 브레스에 맞아 피를 흘리면서 시안드리아에게 다가간 거였다.
정작 시안드리아도 전신이 피투성이였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아니야. 무리하게 공격을 멈추다가……. 어, 누이!”
나바리우스는 시안드리아의 눈이 꿈틀거리는 걸 보고 다가갔다.
아르칸은 그 말이 이해가 안 됐다.
‘공격을 멈춰?’
“확실히 저 드래곤이 공격을 멈추긴 했습니다.”
“그 반동으로 저렇게 다쳤는데 왜 그런 걸까요?”
나이어드와 제피로스도 이해가 안 가는 듯했다.
그때 나바리우스가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그, 그 아이는? 무사한가?”
“아이? 무슨 아이?”
“해츨링 말이다. 저 마인족 앞에 있던…….”
“아, 피용이? 무사해.”
“피용? 이름이 왜 그래? 어쨌든 무사해서 다행…….”
“누이? 누이?? 정신 차려!”
시안드리아가 그대로 눈을 감는 걸 보고 나바리우스가 몸을 흔들어 깨우려고 했지만, 그대로 의식을 잃은듯했다.
그사이 나바리우스 옆에 아르칸과 피용이 다가왔다.
‘정말 피용 때문에 살았었다니. 자기 자식은 잃었지만, 다른 자식은 잃게 만들 수 없었다는 건가.’
대화를 들어 보면 그렇게밖에 짐작되지 않았다.
“피, 아빠. 이 아줌마 죽어?”
슬픔이 묻어 나오는 피용의 말에 나바리우스가 움찔했다.
시안드리아가 억지로 마력을 쥐어짜 쓴 덕분에 전신이 엉망이었다. 자기가 생각해도 이대로는 가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아르칸이 물었다.
“이 아줌마가 죽는 게 싫어?”
“응, 싫어.”
“나바리 삼촌도 공격하고, 아빠도 맞을 뻔했는데? 특히 아빠는 네가 다칠 뻔해서 아주 화났거든.”
그러자 피용이 아르칸의 어깨 위로 올라와 목을 감았다.
“아빠, 이렇게 해 줄 테니까 화 풀어. 그냥 저 아줌마가 죽는다니까 너무 슬퍼서 그래. 아까도 아주 슬퍼하는 울음이었거든.”
‘그랬나…….’
드래곤만 느낄 수 있는 건지, 아르칸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그래도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피용을 공격하는 걸 막는다고 죽음을 무릅쓴 시안드리아를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특히 이번에 은혜를 입혀 놓으면, 시안드리아는 물론, 나바리우스도 더욱 부려 먹을 수 있겠지.’
그렇게 마음먹은 아르칸이 자신 있게 말했다.
“피용아, 걱정하지 마. 아빠가 구해 줄게.”
“정말? 와아, 아빠 최고!”
피용이 기뻐하는 건 물론, 옆에 있던 나바리우스도 안도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정작 아르칸은 거대한 시안드리아를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치료하기 전에 또 날뛰지 않도록 대비부터 해야겠지만.’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