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마왕성 랭킹 총력전 (6)
“와아아아아아! 엄마가 생겼다.”
피용이 기뻐하면서 하늘 위로 날아다녔다.
당황스럽긴 해도 피용이 저토록 좋아하는 걸 보니, 아르칸도 뭐라고 하기 어려웠다.
‘시안드리아가 허락했으니 망정이지…….’
아르칸이 슬쩍 시안드리아를 보니, 시안드리아는 따뜻한 눈빛으로 피용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렇게 신나게 날아다니는 해츨링을 보니 참 좋구나.”
“시안드리아 님 덕분입니다.”
“내 덕분이긴, 난 오히려 이 모든 게 아르칸 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대가 아니었으면 난 여전히 미몽에 시달리고 있었을 테니까. 저런 귀여운 아이도 못 만나고.”
“귀여워해 주시니 아빠로서 흐뭇하네요.”
“엄마로서도 행복하네. 앗.”
미소 지으며 말하던 시안드리아는 순간 얼굴을 붉히며 아르칸의 곁에서 한 발짝 떨어졌다.
“아, 오해하지는 말아. 내가 엄마라고 해서 우리가 부부 사이라는 건 아니니까.”
거기에 아르칸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나바리우스가 비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둘이 하나도 안 어울리니까.”
“이 꼬맹이가!”
“이크.”
시안드리아가 발끈하자, 겁먹은 나바리우스가 움찔했다.
그때 피용이 날아와서 아르칸과 시안드리아 사이에서 양쪽 손을 잡았다.
“내가 보기에는 엄마랑 아빠랑 너무 어울려.”
“그, 그래?”
당황하는 아르칸과 달리 시안드리아는 보란 듯이 나바리우스를 향해 말했다.
“이렇게 순진무구한 아이 말이 맞겠지. 나바리우스 안 그래?”
“네, 누이……. 음?”
쓴웃음을 지으며 대꾸하던 나바리우스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어, 누이. 방금…….”
“그래, 앞으로 꼬맹이라고 안 부를게.”
“야호!”
아주 기뻤는지 나바리우스가 체통도 지키지 않고 펄쩍 뛰며 소리쳤다.
“그동안 나를 위해 고생한 것도 다 기억하고 있단다. 고마워.”
“남매끼리 당연한 일이죠. 그나저나 정말 피용이의 삼촌이 되어 버렸네요.”
그 말에 다들 가볍게 웃었다.
한껏 분위기가 부드러워졌을 때, 나바리우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맞아, 아르칸. 너 물의 보주가 필요하다고 했잖아. 누이,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야.”
“그랬어? 물의 보주는 지금 어디 있는데?”
“그 위치에 그대로 뒀습니다.”
아르칸의 말에 시안드리아는 아르칸이 물의 보주에 축복을 내린 뒤, 원래 위치로 되돌려 놓은 걸 떠올렸다.
“내가 쓰러졌을 때 챙겨 가도 됐을 텐데.”
“그렇게 되면 훔치게 되는 셈이니까요.”
물론 나바리우스가 지켜보고 있는데 그러기도 힘들지만.
“훗. 그래, 어디에 쓰려는 건지는 모르지만, 가져가도 좋다. 아니, 내가 안 볼 때 가져가 다오. 괜히 봤다가는 슬퍼질 것 같으니.”
“알겠습니다.”
아르칸은 그렇게 말하고는 뒤에 있던 정령들을 쳐다봤다.
눈치껏 알아들은 정령들이 물의 보주를 회수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때 피용이 시안드리아의 소매를 잡아끌며 말했다.
“맞아, 엄마. 나 마왕이 되려는데, 도와줘.”
“마왕? 이런 어린애를?”
놀라며 자신을 쳐다보는 시안드리아에게 아르칸이 설명했다.
마왕성 랭킹 총력전에 대해 알려 주고, 전력을 강화해야 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이다.
안 그래도 피용만으로 불안해서 나바리우스가 도와주기로 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래도 엄마랑 있고 싶은데, 엄마도 도와주면 안 돼?”
그때 아르칸이 나서서 말했다.
“시안드리아 님은…… 엄마는 좀 더 쉬어야 해. 아직 아프거든.”
시안드리아도 피용을 달랬다.
“응, 아빠 말대로란다. 삼촌이 잘 도와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럼, 나만 믿으면 돼.”
나바리우스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응, 알았어.”
피용은 다행히도 순순히 대답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시안드리아의 속은 폭주한 마력의 여파로 엉망진창이었다.
아르칸이 치유의 기적을 쓰긴 했지만, 간신히 죽지 않도록 만드는 데 그쳤다.
시안드리아의 내상도 깊은 데다가 초대형 드래곤인 만큼, 완전히 회복시키려면 신력이 무지막지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당장 아르칸이 가진 신력으로는 부족했다.
‘나머지는 드래곤의 자연 치유 능력을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급하면 회복의 물약을 먹거나 나중에 다시 치유의 기적을 받는 것도 방법이긴 했지만, 당장 정신적으로 지쳐 있을 테니 쉬는 게 최적이었다.
무엇보다 이번에 얻은 물의 보주로 물의 정령왕을 하나 더 만들면, 시안드리아가 무리해서 도와주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고 활용하기 좋은 전력이 생기는 셈.
‘그럼 어디 한번 만들어 볼까?’
***
아르칸은 시안드리아와 나바리우스와 작별 인사를 한 뒤, 또 바다 가운데로 한참을 날아왔다.
피용도 새로 생긴 엄마랑 삼촌과 조금 더 논다고 남겨 둔 채였다.
아르칸이 대마왕성으로 안 돌아가고 바다 위에 있는 건, 바로 물의 상급 정령 나이어드를 위한 생명의 마석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드래곤들과 함께 있을 때 해도 상관없었지만, 시안드리아가 물의 보주를 보기 꺼려 하기에 배려 차원에서 자리를 옮긴 거였다.
“그럼 만들어 볼까?”
아르칸은 물의 보주와 마석을 꺼내 양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 둘을 바라보면서 생명의 마석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강렬하게 원했다.
그러자 신력이 뭉텅이로 사라지는 느낌과 함께, 어느새 양손에 생명의 마석이 있었다.
물의 속성이 진해서 그런지, 아르칸이 봤던 것과 달리 푸른빛이 맴돌았다.
아르칸은 자신의 바로 앞에서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는 나이어드에게 물었다.
“이거면 충분해?”
“네, 네. 네. 네. 네. 네.”
긴 머리가 출렁일 정도로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나이어드를 보며 아르칸은 웃으며 내밀었다.
“자, 네 거야.”
“감사합니다.”
냉큼 받은 나이어드는 그대로 생명의 마석을 흡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이어드를 중심으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정령왕이 됐다.
모습도 소녀의 모습에서 어느덧 성숙한 여인으로 변해 있었다.
‘굳이 모습까지 변할 필요가 있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나이어드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저, 어때요? ”
“확실히 강해졌군. 정령왕이 된 걸 축하해.”
“치, 재미없게.”
혀를 삐죽 내민 나이어드는 다시 원래대로 소녀의 모습으로 변했다.
“아니면, 이건 어때요?”
순식간에 사방에 수많은 물방울이 만들어졌다.
얼핏 보면 비눗방울처럼 보였지만, 안에 담긴 생명력은 막대했다.
그 하나하나가 강력한 마법에 버금갈 정도였다.
“오, 위력이 상당하겠는데?”
“아르칸 님께 성능을 한번 보여 드리고 싶은데, 상대가 없네요.”
“지금은 아껴 둬. 곧 마음껏 쓰게 될 테니까.”
“훗, 기대해 주세요.”
“지금은 이그니스를 위한 생명의 마석을 만들어야지. 이그니스도 많이 기다렸을 테니까.”
물의 보주처럼, 이그니스를 위한 생명의 마석을 만들기 위해서는 화염의 결정이 필요했다.
“그럼 바로 움직이자.”
어차피 대마왕성 내에서는 다들 한창 총력전 준비에 바쁠 상황.
이미 지시를 내려놓은 아르칸이 더 할 게 없었다.
움직이기 전에 제피로스가 물었다.
“피용을 부를까요?”
“아니, 괜찮아. 너희만으로도 충분해.”
“알겠습니다. 그럼 모시겠습니다.”
제피로스가 아르칸을 바람에 싣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대륙 북쪽 끝에 위치한 초거대 화산, 아쉬피어였다.
대마왕 본앰브로스의 영역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본앰브로스의 생명 줄이나 다름없는 라이프베슬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아쉬피어 화산은 수시로 화산이 폭발해서 사방에 재를 뿌리는 데다가, 강력한 몬스터들이 뿌리내리고 있어 본앰브로스가 손 놓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나마 살아 있는 몬스터라면 붙잡아서 언데드 몬스터로 만들 법도 했지만, 그것도 아니라 본앰브로스는 크게 관심을 안 가졌다.
또 아르칸이 나이어드부터 정령왕으로 만든 이유 중 하나기도 했다.
‘이번에는 나이어드가 힘을 써 줘야지.’
아르칸은 그를 위해서 바다에 나오기 전에 바닷물을 물통에 가득 담았다.
그 후 바다를 가로질러 바리스탄 영역인 육지에 도착한 뒤, 그대로 아쉬피어 화산으로 직진했다.
아주 빠른 속도로 이동했지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그사이 아르칸을 감지했는지 유령처럼 생긴 레이쓰가 멀리서 보고 갔지만, 예상대로 별다른 제지는 하지 않았다.
“저긴가 보네.”
화산이 폭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멀리서도 높게 치솟은 화산재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방이 화산재가 자욱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제피로스가 아르칸에게 화산재가 닿지 않도록 바람의 막을 형성해 차단하고 있었다.
“여기 생각보다 심각한데?”
괜히 본앰브로스가 두 손 들고 포기한 게 아닌 듯했다
“아르칸님, 화산 골렘입니다!”
제피로스의 외침과 함께, 앞에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나서 아르칸을 공격했다.
쾅!
바윗덩어리가 후려치는 굉음이 들렸다. 그러나 제피로스의 방어를 뚫지는 못했다.
“제가 해치우죠.”
거북 모양의 로카스톤이 그대로 돌격해서 화산 골렘에 부딪쳤다. 그러자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박살 났다.
그제야 아르칸은 화산 골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이름에 걸맞게 검붉은 바위로 이뤄진 화산 골렘은 머리 위에서 뜨거운 용암을 분출하는 듯했다.
중요한 건 그런 화산 골렘을 움직이게 하는 핵이었다.
“이것도 쓸모가 있겠는데?”
“그럼 가는 길에 화산 골렘들을 최대한 잡고 갈까요?”
“그러자.”
그때, 나이어드가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이번에는 제가 멋진 모습을 보여 드릴게요.”
“괜찮아. 물도 없어서 전력을 발휘하기 힘들잖아. 네가 활약할 무대는 따로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알겠습니다.”
나이어드는 아쉬워하면서 순순히 물러났다.
그렇게 화산재와 화산 골렘을 뚫고 화산 속으로 들어가고서야,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내부는 시커멓고 구멍이 뚫린 바위투성이거나 시뻘건 용암이 흐르고 있었다.
그로 인에 어마어마한 열기가 휘몰아치고 있었는데, 바람과 물의 정령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한시도 버티기 힘들 정도였다.
문제는 단순히 열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열기에 마력이 담겨 있다는 거였다.
“여기인가 보군. 뚫고 갈 수는 있지?”
“물론입니다.”
“좋아, 들어가자.”
아르칸은 그렇게 말하면서 한 발짝씩 걸어 나갔다.
내부는 안으로 들어갈수록 넓고 복잡했지만,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갈수록 방어가 두꺼워지는 곳으로 향하면 되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타는 화염 갈기를 가진 붉은 사자가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나는 화염의 정령왕 모그말로더. 침입자여, 돌아가라!”
화염의 정령왕이 존재한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었다.
생명의 마석으로 정령왕이 될 수 있다는 건, 정령왕이 몇이나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니까.
무엇보다 정령왕이라는 건 꼭 다른 정령들을 다스리는 게 아니라 일종의 계급 같은 거였다.
아르칸은 대답 대신 아공간에서 용아병을 소환했다. 수십의 용아병들은 모두 하나같이 커다란 통을 든 채로 나타났다.
“마인족, 내 말이 안 들리나?”
“아, 잠깐. 준비 좀 하느라고.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건 화염의 결정을 얻기 위해서거든.”
“뭐라고?”
모그말로더가 얼굴을 구겼다.
화염의 결정이라는 건 자신을 죽여서 나오는 것이다.
즉, 자신을 토벌하러 왔다는 말을 대놓고 한 거였다.
“오만하군. 내 힘이 극대화되는 이곳에서 그런 망언을 하다니. 그 대가로 네 목숨을 가져가겠다!”
모그말로더의 노성이 터지며 갈기의 화염이 더욱 커졌다. 동시에 주변의 용암도 들끓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지금이다. 가라! 나이어드!”
아르칸의 외침과 함께 나이어드가 앞으로 나섰다.
동시에 용아병들이 들고 있던 통의 뚜껑이 열리며 물이 치솟았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