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13
213화 마왕성 랭킹 총력전 (7)
“저한테 맡겨 두세요!”
나이어드가 통 속의 물로 물방울을 잔뜩 만들어서 쏘았다.
“크윽, 이 힘은? 물의 정령왕??”
예상치 못한 공격에 모그말로더가 당황했다.
그러나 놀란 건 잠시, 금방 대응했다.
“그래 봐야 이곳에서는 내가 더 유리하다.”
갈기에서 화염이 뻗어 나오자 물방울들이 눈에 띄게 작아졌다.
위력도 그만큼 낮아졌는지 물방울이 모그말로더의 주위에서 터졌지만,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다.
“후후, 이제는 내 차례……!”
모그말로더가 자신 있게 외쳤지만, 그보다 먼저 움직인 게 있었다.
바로 땅의 정령왕 로카스톤이었다.
“이거나 먹거라!”
어느새 모그말로더 위에 나타난 로카스톤이 그대로 떨어져 부딪쳤다.
“크억! 땅의 정령왕? 둘이서 협공한다고 달라질 거 같나!”
“나도 있다.”
바람의 정령왕, 제피로스가 불러일으킨 날카로운 바람이 모그말로더가 자랑하는 갈기를 찢어 버렸다.
“크아아악!”
모그말로더가 비명을 질렀다.
그때 뿜어진 용암이 모그말로더를 덮쳤다.
그러자 로카스톤에게 깔려 여기저기 상처 났던 몸통은 물론, 찢어진 갈기마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걸 본 로카스톤과 제피로스가 당황했다.
“이럴 수가.”
“순식간에 회복할 줄이야.”
“여럿이서 덤비다니, 그래 봐야 여기서는 나를 못 해친다!”
모그말로더의 외침과 함께 화염 갈기가 확 커지면서 사방에 뻗어 나왔다.
“저 녀석, 겉으로는 저래 보여도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이그니스가 그렇게 외치면서 힘을 발휘했다.
불도마뱀의 꼬리에 붙은 불이 평소보다 더욱 활활 타오르면서 모그말로더의 화염에 맞섰다.
불의 정령왕 모그말로더가 이곳에서 강력해지는 만큼, 같은 불의 정령인 이그니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이그니스의 말대로 모그말로더는 아직 완전히 회복을 못 한 듯, 둘이 팽팽했다.
상급 정령과 정령왕의 격차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었다.
“잘했어. 나도 한 번 더 간다!”
나이어드가 신나서 외쳤다.
그사이에 용아병들이 또 물통을 잔뜩 꺼내 뒀는데, 나이어드는 그 물을 몽땅 써서 물방울 폭탄을 만들었다.
협공에 정신없던 모그말로더는 물방울 폭탄을 저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얻어맞았다.
펑! 퍼퍼펑! 퍼펑!
“크아아아아아악!”
퍼펑! 퍼퍼펑!
모그말로더가 비명을 질렀지만, 연달아 발생한 폭발음에 묻혔다.
이내 연달아 발생하는 것과 동시에 검은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그게 가라앉았을 때는 모그말로더가 쓰러져 있었다.
제대로 적중한 물방울 폭탄의 위력에 당한 거였다.
그제야 생명력이 다했는지 모그말로더의 몸이 천천히 분해되고 있었다. 이대로 소멸한다고 해도 존재가 완전히 지워지는 건 아니다.
그대로 정령계로 돌아간다.
그런 와중에 모그말로더가 분한 듯 소리쳤다.
“비겁하고 치사한 자식들!”
“비겁하고 치사하면 따라 해 보든가.”
“…….”
아르칸의 대꾸에 할 말이 없어진 모그말로더가 입을 다물었다.
정령 여럿에게 협공당한 게 억울하긴 했지만, 정령왕 셋과 상급 정령 하나를 한꺼번에 동원한 경우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제야 모그말로더는 눈앞의 마인족이 뿔로 짐작할 수 있는 마력보다 정령 친화력이 훨씬 어마어마하게 강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오만한 건 나였군…….”
모그말로더는 그 말을 끝으로 완전히 소멸했다.
그 자리에는 붉은 마석같이 생긴 것만 남았다.
화염의 결정이었다.
아르칸은 곧장 챙겨서 아공간 주머니 안에 넣으며 말했다.
“어서 돌아가자. 영혼의 마석을 만드는 건 나가서 하자고.”
정령들이 전력을 다해 공격하느라 잠깐 힘을 거둔 것만으로, 전신이 땀범벅이었다.
그나마 아르칸이 대마왕이라서 이 정도지, 보통 마인족이라면 그사이 혼절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화산 밖으로 나온 아르칸은 왠지 아까와 분위기가 다른 걸 느꼈다.
“화산이 멈췄나?”
“네, 아무래도 지금까지 분화는 모그말로더의 영향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렇군. 불의 기운이 더 사라지기 전에 생명의 마석을 만들어야겠네.”
“네.”
이그니스가 기대에 차서 대답했다.
화염의 결정은 아무래도 불의 기운이 있는 곳에서 더욱 힘을 발휘한다. 그러면 아르칸의 신력이 조금이나마 덜 소모되기 때문이다.
아르칸은 마찬가지로 화염의 결정과 마석을 꺼내 쥐고, 생명의 마석을 간절히 원했다.
그러자 신력이 사라지고, 붉은빛이 도는 생명의 마석이 만들어졌다.
“자, 이거 받아.”
“감사합니다.”
아르칸은 이그니스에게 생명의 마석을 건넨 뒤, 입맛을 다셨다.
이것으로 신력이 거의 바닥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제 총력전은 필승이나 마찬가지니까 가치가 없진 않지.’
아르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금방 정령왕으로 변한 이그니스를 바라봤다.
이그니스는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도마뱀 꼬리 끝의 불꽃이 한층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
“정령왕이 된 걸 축하해.”
“감사합니다. 이게 다 아르칸님 덕분입니다. 이렇게 이런 시기에 정령왕이 될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그니스는 정말로 감격한 듯했다.
“이번에는 모두 다 고생했잖아. 그보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물론입니다! 아르칸님의 적은 모조리 불태워 버리겠습니다.”
이그니스가 기운을 끌어올리며 다짐했다.
“그럼 대마왕성으로 돌아가자. 어떻게 다들 준비 잘하고 있는지 봐야지.”
***
여느 때보다 바쁘고 번잡할 줄 알았던 아르칸 대마왕성은 뜻밖에도 평소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마침 트릴이 보이길래 아르칸이 물었다.
“왜 조용해? 장사꾼들이랑 용병들이 잔뜩 몰려왔을 줄 알았는데…….”
“아, 그게, 저희 대마왕성에 관한 이상한 소문이 도는 듯합니다.”
“소문?”
“……그게, 이번 마왕성 랭킹 총력전에 저희 파벌은 참여를 안 한다지 뭡니까?”
“음? 그게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그때 오웬이 다가왔다.
“아르칸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어, 그래. 방금 들었는데, 우리가 총력전에 참여 안 한다는 소문이 돈다며?”
“네, 그렇습니다. 그것 때문에 용병들을 소집해도 별로 안 모이는군요.”
용병들은 고용할 때도 돈을 받지만, 전투가 벌어져야 추가 수당을 받는다. 총력전은 말 그대로 한동안 치열한 전투가 예상되는 이른바 성수기.
그런데 참여 안 하는 아르칸 파벌 쪽에 고용된다? 한몫 잡을 기회를 날리는 거나 다름없었다.
해결 방법은 간단했다.
“전투 안 해도 수당을 세 번 전투한 것으로 쳐준다고 그래.”
“알겠습니다. 그러면 충분히 해결되겠군요.”
오히려 전투 한 번 하지 않고 한몫 챙길 수 있다고 용병들이 더 모일지도 몰랐다.
“그보다 그 소문은 대체 어디서 퍼졌대?”
“자세한 건 모르지만, 키클로테스 측과 본앰브로스 측에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 너희가 가서 좀 알아봐야겠다.”
“맡겨 주십시오.”
자신 있게 대답하고 흩어진 정령왕들은 얼마 안 되어 답을 가져왔다.
오웬의 말대로 두 대마왕 측으로부터 아르칸 파벌이 이런 총력전에 빠진다는 이야기가 나온 게 맞았다.
놀라운 건, 그 이야기의 출처가 두 대마왕으로부터 나온 거라는 말이었다.
즉, 키클로테스와 본앰브로스는 아르칸이 이번 총력전에서 빠진다고 아는 듯했다.
‘대체 뭘 보고 그런 거지?’
그것까지는 알 수 없지만, 아르칸은 이 상황도 이용하기로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오웬과 아바로스가 물었다.
“아르칸님, 그럼 용병 고용을 멈출까요?”
“전투준비도 최대한 은밀히 하는 게 좋겠습니까?”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정말로 대놓고 이번 총력전에 빠진다고 하면 얕잡아 볼 테니, 하는 구색만 할 거라고 여길 테니까. 대신, 새로운 마왕성을 만드는 것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 줘.”
그렇게 총력전을 앞두고 다시 한번 바쁜 나날이 이어졌다.
오웬과 센시아, 피용 등.
이번에 새롭게 마왕 역할을 하기로 한 이들에게 마정석을 주고, 빈 마왕성을 활성화한 거였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그동안 방치되어 먼지 쌓인 마왕성을 청소부터 해야 했다.
거기다가 죽음의 물을 정제한 마석을 흡수시켜 계층을 차례차례 늘려 나갔다.
그런 다음, 부하들을 배치하는 것과 동시에 장비를 지급했다.
총력전이 결정되기 전부터 총력전을 한다는 말에, 드워프들이 연일 철야를 하면서 만든 장비들이었다.
심지어 일부 드워프들은 마왕성에 배치되어 전투에 참여하고 싶어 했다.
엘프들도 마찬가지. 아르칸은 특별히 지정하지 않고, 드워프와 엘프 들이 원하는 마왕성을 지원하도록 했다.
이렇게 아르칸 대마왕성이 분주하게 마왕성 랭킹 총력전을 준비한다는 소식은, 대마왕 키클로테스와 본앰브로스 측에도 전해졌다.
***
곳곳에 붉고 흉악한 기운이 감도는 키클로테스 대마왕성.
대마왕성 자체는 크고 웅장했지만, 악마족의 개체 수가 워낙 적은 탓에 늘 휑했다.
그러나 지금은 1, 2계층뿐이지만 드나드는 상인들과 용병들도 가득했다.
악마족 중에는 몬스터와 마찬가지로 의사소통도 잘 안 되는 녀석들도 많기에, 기본적으로 대마왕성을 통해 물자가 들어와서 분배되는 식이었다.
전신에 붕대를 감고 이마의 뿔에 가죽을 씌운 악마족, 네페라가 대마왕실로 들어왔다.
“키클로테스 대마왕님, 여기 보급품과 오늘 들어온 용병대 관련 보고서입니다.”
그 말에 외눈 박쥐가 날아와서 보고서를 집어 들고 갔다.
그걸 읽으며 키클로테스가 말했다.
“준비는 순조롭군.”
“그렇습니다. 남은 건 마석 정도입니다만. 어떻게 분배하면 좋겠습니까?”
악마족 외에는 비밀이었지만, 이곳은 마신의 축복이 서린 땅. 하급 마석은 땅에 굴러다닐 정도로 많았다.
그동안 모아 온 마석도 산더미처럼 있었다.
그걸 대마왕성에 다 흡수시키면 아르칸에게 뺏긴 마왕성 랭킹 2위도 되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실제로 키클로테스는 회합에서 돌아오자마자 흡수시키려고 했지만, 부하들이 간신히 말렸다.
총력전 시작 전에 마왕성에 분배하는 게 낫다고 말이다.
이후 총력전 준비가 마무리되어 가는 동안에도 아무 말이 없어서 물어본 거였다.
키클로테스가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마석은 무슨, 본앰브로스도 우리 쪽에 서는 데다가, 아르칸은 총력전에 참가하지도 않는다. 마석을 나눠 주지 않더라도 우리 파벌이 우승하는 데는 문제없다.”
‘쯧, 마석이 아까워서 그러는 거면서.’
네페라는 그 말을 들으면서 혀를 찼다.
안 그래도 키클로테스가 아르칸에게 사신으로 보내며 마음껏 조롱해도 좋다길래 했다가 이 꼴이 된 만큼, 내심 고깝게 여기고 있던 참이기에 전과 같은 충성심은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이 말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아르칸 측도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니, 저희도 주의할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훗, 그건 나도 들었다. 걱정할 필요 없어. 위장일 뿐이니까. 제대로 할 생각이었으면 바리스탄과 긴밀히 이야기를 주고받느라 바빴을 텐데,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다는군. 무엇보다 자리 비우고 여기저기 쏘다니기 바쁘다니까 이 틈에 휴양이라도 하려는 거겠지.”
“그렇습니까…….”
“그러니 쓸데없는 데 신경 쓰지 말고 총력전 준비나 마무리하도록.”
“알겠습니다. ”
사실 네페라도 반쯤은 위장이라고 여기긴 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아르칸이 다른 마음을 먹고 공격했을 때, 제대로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주장한 거였다.
무엇보다 가죽으로 덮어 가린 잘린 뿔 쪽이 계속 쑤시는 게 불길하기도 했다.
그래도 키클로테스가 저렇게 장담할 정도니 아르칸은 이번에는 정말 나서지 않는 듯했다.
‘치, 초대장 안 받으려 할 때부터 알아봐야 했는데. 언젠가는 복수할 테다.’
네페라는 이를 갈면서 대마왕실을 나섰다.
그러고 얼마 안 지나 마왕성 랭킹 총력전이 시작됐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