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14
214화 총력전 시작 (1)
총력전이 시작된 후, 가장 먼저 움직인 건 키클로테스 파벌이었다.
본앰브로스 파벌 소속 마왕성들을 공격한 거였다.
사전에 자신의 스승인 본앰브로스에게 이야기를 들은 본앰브로스 파벌 마왕들은 바로 항복했다.
본앰브로스 파벌 마왕이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 통제실에 있는 마정석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마정석을 뽑아 버리면, 마왕성 대결도 멈추면서 마왕성이 다른 마왕성을 흡수한다.
패배한 마왕 측은 흡수가 끝난 뒤, 철수하면 됐다.
그러나 키클로테스 파벌 마왕, 네페라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대꾸했다.
“뭐? 마정석을 회수해? 그걸 너희가 왜 회수하는데? 마정석까지 줘야지.”
“네? 마왕성 랭킹만 넘겨주는 거 아니었습니까?”
“헛소리. 마정석이랑 가진 거 다 내놓아라!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싫으면 한번 붙든가.”
네페라가 자신만만하게 대꾸했다.
네페라는 아르칸에게 한쪽 뿔이 잘리는 바람에 그대로 폐인이 될 뻔했다.
그러나 악마족 특유의 뛰어난 회복력과 마신의 사제가 치유의 기도를 해 줘서 어떻게든 버텼다.
거기다가 이번 총력전을 앞두고 마왕을 충원하는 데 지원했고, 마왕이 되면서 뿔을 완전히 회복한 거였다.
‘이 기회에 치고 나가야 해.’
그런 마음으로 본앰브로스 파벌 마왕에게 다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고 있었다.
물론 키클로테스가 다 뜯어내라고 지시하진 않았지만, 이 일이 귀에 들어간대도 오히려 기뻐하고도 남았다.
“큭, 알겠습니다.”
네페라의 기세에 눌린 본앰브로스 파벌 마왕이 마지못해 포기했다.
덕분에 갓 마왕이 된 네페라는 순식간에 마왕성 랭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런 강탈은 이곳에서만 벌어진 건 아니었다.
탐욕스럽고 흉포하기로 유명한 악마족 마왕들은 모든 걸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본앰브로스 파벌의 마왕들은 스승의 지시만 듣고 안심하고 있다가, 금화 하나 남김없이 모조리 털렸다.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다 내놓았는데도 심심하다고 공격해 본앰브로스 파벌 마왕 측을 몰살시킨 곳도 있었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본앰브로스는 격노했다.
“키클로테스, 이건 이야기가 다르지 않나?”
“이야기가 다르면? 어쩔 건데? 나랑 본격적으로 붙게? 그래 봐야 바리스탄만 좋은 일 시킬 텐데?”
“…….”
정작 키클로테스가 적반하장으로 나오자 본앰브로스도 자신의 제자들처럼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했다.
“……어차피 밀어주기로 한 거니 이번에는 넘어가겠다. 대신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
“당연한 소리를, 큭큭.”
마지못해 좋게 이야기하고 끝내려는데도, 키클로테스는 비웃었다.
‘끝까지 조롱하다니……. 두고 보자.’
분노한 본앰브로스는 돌아오자마자 아직 마왕성 랭킹에 올라가 있는 제자들에게 지시했다.
“마왕성 대결까지 기다릴 거 없다. 그냥 마정석을 분리하고 바로 마왕성을 포기해.”
그러면 자연스레 마왕성 랭킹에서 나오게 된다.
키클로테스 측에서 마왕성 랭킹을 넘겨주지 않는 소심한 반항을 한 거였다.
그 소식을 들은 키클로테스는 괘씸해했지만, 이미 한 차례 랭킹을 뺏은 데다가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고 일단 넘겼다.
당장은 슬슬 공격해 오기 시작한 바리스탄 파벌에 대응해야 했다.
바리스탄 파벌은 독립성이 강한 만큼 나름대로 세력을 일군 곳이 많았다.
거기다가 본앰브로스가 했듯, 아르칸이 몇 안 되는 마왕성 랭킹이라도 바리스탄에게 넘기는 듯했다.
‘하긴, 그래야 나한테 덤빌 수 있겠지.’
거기까진 키클로테스의 예상 내였다.
그러나 그렇게 강해진 바리스탄 파벌 마왕들의 전력은 키클로테스의 예상을 넘어섰다.
그 때문에 바리스탄 파벌의 파상 공세에 키클로테스 파벌의 마왕성 여러 곳이 함락됐다.
“에잇, 뭣들 하느냐! 죽기 싫으면 밀리지 마라. 밀리면 내 친히 죽여 주겠다!”
그에 격분한 키클로테스의 지시에, 악마족들이 기를 쓰고 반격에 나섰다.
그 강렬한 반격에, 바리스탄 파벌 마왕들은 수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대마왕 바리스탄은 상대의 전력을 파악한 뒤, 그 이상의 전력을 보내 다시 함락시켰다.
그렇게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양측은 팽팽한 듯 보였지만, 바리스탄 파벌이 조금씩 밀렸다.
원래도 키클로테스 파벌 측이 근소 우위였는데, 본앰브로스 파벌의 힘까지 흡수해 그 격차가 더 커진 거였다.
이대로 가면 총력전 우승은 키클로테스 파벌로 결정될 것처럼 보였다.
“훗, 역시 별거 아니군.”
키클로테스는 의기양양해했고, 그 부하들은 키클로테스를 찬양했다.
“역시 키클로테스 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번에 저희의 저력을 보여 줬으니 다들 설설 기겠지요.”
“대마왕들을 넘어서셨으니, 마황제라도 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흐흐, 그건 그렇지.”
기분이 좋아진 키클로테스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났는지 부하들에게 물었다.
“그래, 지금 본앰브로스와 아르칸 쪽은 뭘 하고 있지?”
“본앰브로스 측은 기존 마정석으로 랭킹 밖의 마왕성 확보에 주력하는 듯합니다. 아마 총력전이 끝나면 곧바로 랭킹 회복을 하려고 하는 듯합니다.”
“쓸데없는 짓을.”
본앰브로스는 생명 줄이나 다름없는 라이프베슬과, 대마왕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마신의 유산도 빼앗긴 상황.
‘아르칸에게 쩔쩔매는 녀석은 필요 없지.’
이번에야 특수한 상황이라 자신에게 도움이 됐지만, 앞으로는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할지도 몰랐다.
“아르칸 쪽은?”
“여전히 준비하느라 바쁘고 딱히 마왕성 대결을 신청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큭, 아직 위장 중인가? 다 눈치챘으니 그만 좀 하라고 전해 줘야겠어.”
키클로테스의 말에 부하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총력전 초반에 아르칸이 바리스탄 파벌에 마왕성 랭킹을 넘기는 듯했지만, 알아보니 처음뿐.
본앰브로스가 뒤늦게 지시를 내린 것처럼, 아르칸도 바리스탄에게 넘기지 않고 바로 마정석을 뽑아 랭킹에서 내려간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아깝겠지. 그렇게 바리스탄을 지원해 봐야 날 못 이길 게 뻔하니까.’
아르칸의 동향까지 확인한 키클로테스는 승리를 장담했다.
그렇게 총력전이 시작되고 7일째.
바리스탄 대마왕 측 파벌도 전투를 마무리했다. 우승은 무리였지만, 그래도 상급 랭킹을 조금 더 확보해 수확이 없진 않았다.
이제 3일이 남았지만, 모두가 키클로테스가 우승할 거라 여겼다.
마침 마왕성 랭킹 총력전을 주관하는 그레이드워커 데실론도 키클로테스 대마왕성에 머물고 있었다.
사실 총력전 중에는 마왕성 랭킹을 통보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바뀐다. 그래서 데실론이 딱히 할 일이 없는 걸 아는 키클로테스가 초대한 거였다.
키클로테스는 데실론에게 넌지시 물었다.
“이제 다 끝난 거나 마찬가진데, 총력전을 이제 종료하는 건 어떤가?”
“불가. 아직 3일이나 남았다.”
“쯧, 이 친구 융통성 없는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어차피 마왕성 대결을 아무도 안 하는데.”
투덜거리는 키클로테스에게 데실론이 정색하며 말했다.
“한 가지만 충고하지.”
“충고?”
“그래, 승부는 마지막까지 가 봐야 아는 거다.”
그 말에 키클로테스가 폭소를 터트렸다.
“하핫! 그거야 나도 잘 알지. 그런데 다들 마지막까지 안 가고 포기해 버렸지 않나? 더 싸울 의사가 있는 건 나 혼자뿐이라 하는 소리야.”
그때, 키클로테스의 부하가 다급히 달려왔다.
“키클로테스 님! 키클로테스 님!”
“왜 호들갑이냐?”
“저희 파벌 마왕성에 마왕성 대결을 걸어왔답니다.”
그 소리에 데실론이 말했다.
“아직 혼자 남은 게 아닌가 보군.”
“흥! 기껏해야 바리스탄이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뿐이야. 적당히 봐줘야 하는데, 이 기회에 씨를 말려야겠군.”
사실 그럴 만한 전력은 없었지만, 데실론 앞이라서 큰소리치는 거였다.
그때 부하가 말했다.
“……그게, 바리스탄 파벌 쪽에서 공격해 온 게 아닙니다.”
“그래? 그럼 어디? 본앰브로스가 쳐들어왔어? 이게 드디어 미쳤나? 아무리 내 점수가 여유롭다고 해도 총력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아르칸 파벌에서 대마왕 대결을 걸어왔습니다.”
“아르칸 파벌?”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키클로테스가 놀라서 반문했다. 다만, 지레짐작이 틀렸음에도 민망해하기는커녕 도리어 폭소를 터트렸다.
“푸하핫! 그래그래, 그 녀석이 남아 있었지. 총력전이 마무리되어 가니 우리가 방심할 거라 여기고 허를 찔러 보려는 속셈이겠군.”
키클로테스는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나는 방심하지 않는다. 마왕성 대결이 펼쳐지기 전까지 최대한 지원하도록.”
상대방이 마왕성 대결을 걸어왔다고 해서 바로 두 마왕성이 맞붙는 게 아니다.
상대에게 알림이 가고, 약 1시간 뒤에 마왕성 입구가 폐쇄되면서 대결 장소로 이동한다.
그사이에 병력이나 물자를 넣어 둘 수 있기에 일부 마왕성 사이에는 용병들이 대기하는 중.
전력이 부족할 게 예상되면 재빨리 마왕성에 진입시켜 전력을 보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아르칸 파벌의 마왕성은 현재 아예 마왕성 랭킹 밖에 있는 상황.
그 전력을 짐작하기 어렵지만, 얕보지 않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거였다.
“알겠습니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아니다, 잠시만.”
부하가 대답하고 나가려는데, 키클로테스가 붙잡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주변의 마왕성의 마왕들도 지원 가라고 해. 초장부터 기를 꺾어 놔야지.”
“아, 알겠습니다.”
부하가 고개 숙여 대답했다.
키클로테스가 데실론에게 거 보란 듯이 말했다.
“이러면 됐지?”
“그래, 철저하군.”
데실론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본 키클로테스가 뒤늦게 부하에게 물었다.
“참, 아르칸 녀석 파벌이 마왕성 랭킹 몇 위를 노린 거냐?”
“6위인 다르카니스 마왕성으로 쳐들어왔습니다.”
“6위?!”
6위는 대마왕성 바로 아래였다.
“이게 정말 미쳤나? 거길 이길 수 있을 거 같아서 덤비는 건가?”
“혹시 블랙 드래곤을 내세우려는 게 아닐까요?”
“음. 블랙 드래곤? 아무리 그래도 블랙 드래곤까지 동원할까?”
키클로테스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블랙 드래곤이 강하긴 해도, 어디까지나 대마왕인 아르칸의 힘.
그걸 부하들의 마왕성 랭킹을 올리는 데 쓴다는 게 키클로테스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되기라도 하면 본인만 손해였으니까.
“아니면 정령왕들을 동원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냥 전력을 한곳에 모았겠지. 허튼소리 그만하고 이럴 시간에 마왕성 대결에 지원 가는 녀석들더러 빨리 움직이라고 해. 최대한 멀리 있는 녀석들까지 마왕성에 집어넣어!”
“아, 알겠습니다.”
“아니, 직접 내가 지시를 내리겠다.”
답답했던 키클로테스는 외눈 박쥐를 움직여 그 근처 마왕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헛수고라는 걸 똑똑히 깨닫게 해 주마,’
그리고 얼마 안 지나 결과가 나타났다.
놀랍게도 마왕성 랭킹 6위, 다르카니스가 패배했다는 게 아닌가?
정말로 블랙 드래곤이 나타났는데, 아예 블랙 드래곤을 마왕으로 만들었단다.
거기다가 블루 드래곤에, 정령왕까지 있었다고 한다.
“쩝, 그런 거라면 하는 수 없지. 하지만 상관없다. 그거 하나만으로는 대세에 영향이 없으니까.”
무엇보다 블랙 드래곤 외에는 마왕으로 만들 만한 강력한 부하가 없었다.
게다가 정령왕은 마왕이 되진 못한다.
그렇게 안도하고 있을 때, 아르칸 파벌이 또 쳐들어왔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심지어 이번에는 7위를 노린다는 거였다.
“뭐, 뭐라고??”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