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15
215화 총력전 시작 (2)
“피이! 피이! 이겼다! 아빠, 이겼어!”
해츨링으로 폴리모프한 블랙 드래곤 피용이 신나서 외치며 아르칸에게 날아와 안겼다.
마왕성 대결에서 승리한 거였다.
그것도 무려 대마왕성 랭킹 바로 아래인 6위를 차지했으니 그 성과가 대단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아르칸은 딱히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이번 공략에는 블루 드래곤 나바리우스와 정령왕까지 모두 동원했다. 대마왕성까지 노릴 만한 전력이니 실패할 리 없었다.
걱정되는 건 딱 한 가지뿐.
“피용아, 어디 다친 데 없어?”
“응.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다들 도와줘서 문제없었어.”
“훗. 내가 같이 있는데, 피용이 티클 하나라도 다칠 리 없지.”
블루 드래곤 나바리우스가 뒤에서 나타나며 말했다.
그러자 피용이 몸을 틀며 날개를 들어 올려 보였다.
“나 여기 날개 쪽이랑 꼬리에 상처 났는데?”
“어디 보자. 어, 정말 다쳤네.”
아르칸이 확인하자 나바리우스는 언제 자신만만해했었냐는 듯, 손가락을 물어뜯으며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크, 큰일이다. 큰일이야.”
“왜 그러세요? 이 정도면 크게 다친 것도 아닌데?”
“누, 누이가 피용이 티끌 하나라도 다치면 날 가만 안 둔다고 했단 말이야.”
다른 블루 드래곤이자 피용의 양어머니가 되기로 한 시안드리아가 단단히 주의하라고 한 모양이었다.
시안드리아는 지금은 회복하러 서해 깊숙한 곳에 은거에 들어갔다.
아르칸은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별거 아니라고 말씀드릴게요.”
“그래? 정말 고맙다. 내 생명의 은인이야.”
그 정도로 생명의 은인이라니, 정말 시안드리아에게 겁을 먹은 듯했다.
그때 아바로스가 물었다.
“다음 목표는 역시 7위입니까?”
“그래, 예정대로 센시아를 내보낸다.”
“맡겨 주십시오.”
현 마왕성 랭킹 7위는 키클로테스 파벌의 악마족 마왕 헬리온.
사실 이 순위는 키클로테스가 정한 거나 마찬가지로, 상급 랭킹의 경우 그 격차가 사실상 크지 않았다.
그만큼 강한 상대라는 의미였다.
그때 나바리우스가 대뜸 물었다.
“내가 가서 도와줄까?”
피용의 일이 아니면 나서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그만큼 아르칸이 고마웠던 모양이었다.
“괜찮습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나바리우스 님께서는 혹시 모르니까 피용과 함께 마왕성을 지켜 주십시오.”
“그래, 맡겨 둬.”
다른 곳도 아니라 마왕성 랭킹 6위의 자리를 뺏었다. 다시 공격해 오려고 할 게 분명했다.
오늘이 지나면 이틀밖에 안 남은 만큼, 지키는 것도 중요했다.
그때 아바로스가 다시 나타났다.
“아르칸 님, 방금 센시아가 마왕성 대결을 신청했습니다.”
그 말에 아르칸이 뒤에 있던 정령왕들을 가리켰다.
“들었지? 너희도 어서 가 봐. 활약을 기대할게.”
“네, 다녀오겠습니다.”
제피로스가 대표로 대답한 뒤, 정령왕들은 센시아 마왕성이 있는 곳으로 향해 사라졌다.
***
마왕성 랭킹 7위, 헬리온.
헬리온은 자신의 마왕성에 아르칸 파벌 마왕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도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6위인 다르카니스와 싸울 때, 아르칸 대마왕의 최대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블랙 드래곤을 마왕으로 내세웠다.
거기다가 어디선가 데려온 블루 드래곤과 정령왕들까지 동원한 상황.
그러니 그 외 나머지 전력은 자신이 충분히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혼자서는 힘들겠지만, 여러 마왕이 지원하러 와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중급 랭킹에 있는 마왕이 넷이나 됐다.
‘흐흐, 이 정도면 이번에 쳐들어오는 녀석은 순식간에 해치워 버릴 수 있겠지. 잘하면 키클로테스 님께 추가로 지원받아서 6위에 도전해 봐도 될지도 몰라. 그런 다음에는 어쩌면 현재 마왕성 랭킹 5위인 본앰브로스까지 노려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헬리온이 망상에 빠져 있을 때, 마왕성이 진동했다.
마왕성 대결이 시작된 거였다.
외부로 통하는 문이 닫히고, 1계층끼리 붙었다.
마왕성끼리 연결되자마자 1계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력끼리 전투를 벌였다.
헬리온 쪽에서 제일 먼저 내보낸 건 바로 용병들. 용병들은 상대를 확인하고는 경악했다.
“뭐야? 거인족이잖아.”
“젠장, 갑자기 거인족을 상대하라니. 너무한 거 아니야?”
“저걸 어떻게 이기라고.”
볼멘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거인족의 신체 능력이 기본적으로 월등한 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최소 마족은 되어야 상대할 만한데, 용병단의 대장 정도는 되어야 마족급으로 강했다.
“에잇, 끝까지 버텨라. 우리는 적의 힘을 빼기만 하면 된다.”
“헛소리하지 마쇼! 상대가 안 되는데.”
“저쪽은 준비도 철저히 해 왔구먼.”
용병단 대장의 독려에도 용병들은 투덜거리며 후퇴하기 바빴다.
보통 거인족은 자신의 신체만 믿고, 갑옷도 잘 입지 않고 주먹질로 싸웠다.
그러나 상대로 등장한 거인족들은 달랐다.
전열에는 거대한 방패를 든 거대한 인간족의 성벽 같았는데, 그 사이로 창으로 찔러 온 거였다.
한편 아르칸은 마왕성 밖에서 바람의 정령왕 제피로스를 통해 전투를 중계받고 있었다.
“잘 싸우고 있어?”
“네, 아르칸님의 작전대로 잘 싸우고 있습니다. 용병들은 손도 못 쓰고 물러나는 중입니다.”
제피로스의 보고에 아르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인족이 갑옷도 입지 않고 주먹질로만 싸우는 건, 어디까지나 그에 맞는 갑옷과 무기가 없기 때문.
아르칸은 드워프들에게 의뢰해 거인족 전용 무기를 만들게 했다.
센시아의 요청에 따라 육지로 건너온 거인족들은 자신들을 위해 장비까지 준비해 둔 걸 보고는 아주 감격했다.
모두 최선을 다해 싸우리라 다짐까지 했을 정도였다.
한편 거인족이 쳐들어왔다는 소리에 헬리온은 깜짝 놀랐다.
“뭘 믿고 쳐들어왔나 했더니, 거인족을 데려온 거였군.”
“아르칸 대마왕성의 경비대장이 거인족과 혼혈이라던데, 그쪽을 통해서 데려온 듯합니다.”
“젠장, 어떻게 데려왔는지가 뭐가 중요해. 거인족들이 장비까지 갖추고 있다며? 어떻게 쓰러트릴지 궁리해야지.”
그때 옆에서 자신만만한 목소리가 들렸다.
“훗. 헬리온 님,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저희가 이럴 때 도와드리려고 온 거 아니겠습니까?”
이번에 지원 온 중급 마왕들.
특히 방금 대답한 모르펜은 중급 랭커 중에서 최상위라고 할 수 있는 16위였다.
나머지도 셋도 상당한 강자인 데다가, 그들이 끌고 온 마족들까지 있으니 거인족쯤은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았다.
물론, 헬리온이 데리고 있는 부하들을 보내면 해치워 버릴 수 있긴 했다.
그러나 적도 거인족 이상의 전력이 대기 중일 게 분명한 상황. 바로 전력을 노출시킬 생각은 없었다.
“그래, 부탁하네. 나중에 내 두둑이 사례하겠네.”
“훗,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끝내 버릴 테니까요.”
모르펜은 다른 중급 랭킹 마왕들을 이끌고 자신만만하게 떠났다.
‘그럼 어디 한번 볼까?’
헬리온은 다른 마왕들의 싸우는 걸 살펴보기 위해 마정석을 들여다봤다.
구체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마정석의 불빛이 이동하고 사라지는 것만으로 대략의 전황을 짐작하는 게 가능했다.
‘좋아, 부하들까지 모두 이끌고 갔나 보군. 이제 적의 불빛이 꺼지는 것만 기다리면 되겠어.’
실제로 모르펜을 뜻하는 푸른빛들이 새롭게 전장에 합류하자 적인 붉은빛이 뒤로 밀렸다.
이대로 가면 아예 적 마왕성 쪽으로 진격할 것 같았다.
‘3계층 밑으로 내려가면, 나도 슬슬 움직여야겠네.’
뒤로 갈수록 적의 정예와 맞붙게 될 테니, 모르펜과 그 부하들의 힘만으로는 모자를 게 분명했다.
모자라지 않더라도 조금은 거들어야 할 말이 생기니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기도 했고.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마정석에 주목하는데, 푸른빛이 하나둘 꺼지는 게 아닌가?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벌써 적의 정예가 출동했나? 아니면 마왕이 직접 나섰을지도…….’
있을 법한 일이었다. 적으로서도 모르펜을 포함한 중급 랭커 마왕들이 있는 걸 보고 놀랐을 테니까.
‘이럴 게 아니라, 지금 나서야겠군.’
헬리온은 부하들을 이끌고 위 계층으로 향했다.
그런데 어느새 적이 3계층까지 내려와 있는 거 아닌가?
그걸 본 헬리온이 노성을 토했다.
“이것들이 뭣들 하고 있냐! 적이 여기까지 쳐들어오게 내버려 두다니!”
“앗! 헬리온 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제발 좀 도와주십시오!”
그러나 부하는 오히려 화를 내는 헬리온을 반겼다.
그만큼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헬리온은 그제야 사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당장 저 멀리서 밀려오는 기운부터 보통이 아니었다.
그 기운의 정체를 알아본 헬리온이 경악했다.
“젠장, 6위 마왕성을 지키지 않고 여기로 정령왕들을 보냈다고?”
그것도 한둘이 아니었다.
불과 물, 땅과 바람. 네 개의 정령왕이 서로 힘을 합쳐 공격을 퍼부으니, 부하들은 그대로 쓸려 나가고 있었다.
마족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큭,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아니다. 여기서는 내가 나서지.”
헬리온의 심복들이 나서려고 하는데, 헬리온이 막아섰다.
중급 마왕 넷을 쓸어버릴 정도니, 자신이 아니면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거였다.
“강해 봤자 정령일 뿐이다. 단숨에 해치워 주지.”
헬리온이 자신의 권능을 발휘했다.
그러자 뿔이 빛을 발하더니 이마의 뿔이 순간적으로 커졌다.
동시에 육신까지 커지면서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손발톱이 길어지면서 박쥐 날개도 거대해지고, 화살촉 꼬리에도 불이 붙었다.
그걸 본 부하들이 감탄했다.
“오옷, 바로 마신 강화의 권능을 쓰시다니!”
“정말 멋집니다!”
악마족 마왕의 경우, 마신에게 자신의 권능과 제물을 바치면 새로운 권능을 받게 된다.
바로 마력을 두 배로 늘려 주는, 마신 강화의 권능.
권능을 숨기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발휘해서 뒤집을 수는 없지만, 압도적인 힘으로 적을 찍어 누르는 걸 선택한 거였다.
“흐하하하핫! 힘이 넘쳐흐른다.”
“큭, 내가 먼저 간다!”
파안대소하는 헬리온에게 땅의 정령왕 로카스톤이 공격했다. 적과의 거리가 제법 되었기에, 몸통 돌격 대신 주변의 돌을 날린 로카스톤.
물의 정령 나이어드의 물방울처럼 폭발하진 않지만, 어떤 의미로는 더욱 까다로웠다. 날아가면서 미세한 모래가 흩어져 적에게 무수한 상처를 날리는 거니까.
하지만 그 공격은 아쉽게도 닿지 못했다.
헬리온이 박쥐 날개를 펄럭이자, 공격이 흩어져 버렸다.
“으이구, 나처럼 해야지.”
나이어드가 핀잔을 주며 힘을 끌어올렸다.
최후방에 있던 일반 마인족 병사들이 들고 온 물통에서 무수한 물방울이 생성되더니, 헬리온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나이어드의 장기, 물방울 폭탄이었다.
“나한테 안 통한다니까.”
헬리온이 화살촉 꼬리를 휘두르자 화염이 일어나더니 물방울들이 앞쪽에서 폭발했다.
수증기가 물씬 피어오를 때, 거대한 화염과 날카로운 바람이 그 틈을 노려 공격해 왔다.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와 바람의 정령왕 제피로스가 동시에 펼친 일격이었다.
“크윽, 이 자식들이.”
그것만은 없애지 못한 헬리온이 몸으로 받아 냈다.
그래도 타격이 심하진 않았다.
“안 되겠다. 저희도 돕겠습니다.”
“그, 그래.”
헬리온이 금세 앞서 했던 말을 뒤집고 부하들의 도움을 받아 정령왕들과 대치했다.
그 주변으로는 악마족 부하들과 거인족들 간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전투는 팽팽했지만, 헬리온은 아무래도 찜찜함을 거둘 수가 없었다. 뭔가 빠트린 느낌이 계속 들었다.
‘아, 이 녀석들의 마왕이 아직 안 나왔지!’
뒤늦게 떠올린 헬리온은 등골이 서늘했다. 겨우 호각인데,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적의 전력이 남아 있다니.
만약 그 마왕이 등장한다면 처참하게 패배할 게 분명했다.
‘어떻게 하지? 차라리 항복할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고개를 들어 보니 다른 거인보다 두 배는 더 커 보이는 거인이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바로 초거대화를 쓴 센시아였다.
‘끄, 끝장이다.’
헬리온이 속으로 되뇌는 순간, 센시아의 주먹이 헬리온을 강타했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