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16
216화 총력전 시작 (3)
“센시아가, 아니, 마왕 센시아 님이 헬리온을 쓰러트렸다!”
센시아의 소꿉친구, 거인족 우르겐이 소리쳤다.
센시아가 마왕이 될 거라며 도움을 요청했을 때, 우르겐은 가장 먼저 나서서 그녀를 도왔다.
그리고 주저하는 다른 거인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많은 거인이 이곳까지 오게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과거 센시아를 괴롭혔던 일에 대해 속죄하기 위해서였다.
우르겐의 외침에 좌우에서 한참 격전을 벌이던 거인족과 악마족이 멈칫했다.
정말로 헬리온이 너덜너덜해진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어서였다.
헬리온은 갓 등장한 센시아의 주먹을 맞고 쓰러졌지만, 금방 일어나서 맞서 싸웠었다.
그러나.
정령왕들도 조금 버거운데, 센시아까지 가세하자 일방적으로 밀렸다.
마지막에는 센시아가 내찌른 거대 신성검에 당해 숨이 끊어진 거였다.
“헬리온 님이 쓰러지시다니, 이제 어쩌지?”
“어쩌기는, 우리도 저 거인을 쓰러트리면 될 거 아니야?”
“헬리온 님도 패배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네가 쓰러트릴 수 있어?”
“…….”
오만한 악마족답게 센시아를 쓰러트리자고 주장하는 녀석도 나왔지만, 냉정한 반문에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내 한 가지 잊고 있던 걸 떠올리고는 외쳤다.
“안 싸우면 어쩔 건데? 가만히 앉아서 죽을 거야?”
그 말에 다른 악마족들의 붉은 얼굴이 거무죽죽해졌다.
실제로 자신들은 마왕성 대결에서 패배한 적들을 가능한 한 하나도 살려 두지 않았다.
죽여서 마왕성의 양분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예외는 사전에 이야기된 본앰브로스 파벌의 마왕과 그 부하들이 전부였다.
“모, 모르지. 저 녀석들은 우리처럼 전멸시키진 않잖아.”
한 악마족이 대꾸할 때, 마침 센시아가 입을 열었다.
“항복하면 목숨은 살려 준다!”
“거봐, 들었어? 그냥 항복하자.”
“그래, 항복하자. 어때? 너 혼자 싸울 거야?”
“다들 그렇게 말하자면 따르는 수밖에…….”
계속 싸우자고 고집했던 악마족까지 의지를 꺾었을 때, 센시아의 말이 이어졌다.
“단, 조건이 있다.”
그러자 항복하려고 했던 악마족들이 바로 소란스러워졌다.
“그럴 줄 알았어!”
“설마 우리 날개나 꼬리를 자르라는 거 아닐까? 마인족들은 항상 그걸 부러워했잖아.”
“이 녀석들은 거인족이잖아.”
“아니면 뿔을 잘라 가려고 할지도. 아르칸 대마왕이 그렇게 응징한다며.”
“그럴 바에는 끝까지 싸우는 게 낫지.”
“……일단, 무슨 조건인지 들어는 봐야지.”
때마침 센시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항복 조건은 아르칸님의 신도가 되는 거다!”
“신도? 그러고 보니, 대마왕 아르칸이 신을 자처한다 했지.”
“그런데 우리는 마신을 믿잖아. 딱히 기도드리는 건 아니지만.”
“맞아. 그래도 마신님을 믿는데, 다른 신을 믿어도 되나?”
거기에는 우르겐이 대답했다.
“된다. 우리도 이미 그러고 있으니까.”
우르겐은 센시아가 거신 외에 아르칸을 신으로 모신다는 말에, 그대로 신도가 된 참이었다.
“그런 거라면야…….”
“그래,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알겠습니다. 아르칸님의 신도가 되겠습니다.”
“그래그래, 잘 생각했어.”
생각보다 순순히 넘어오는 악마족들을 보며 우르겐이 기뻐하면서 뒤를 돌아봤다.
센시아도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센시아가 마왕성 랭킹 7위를 차지하게 됐다.
그 후로 아르칸은 정령왕들을 동원해 같은 방식으로 키클로테스 파벌의 마왕성을 공격했다.
특히 6, 7위를 시작으로 상급 랭킹은 바리스탄 파벌이 차지하고 있는 여섯 개를 제외하고, 모조리 차지했다.
그 때문에 순식간에 아르칸 파벌이 이번 총력전의 1위가 됐다.
그야말로 하루 이틀 사이에 천지개벽이 일어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
당연히 그 소식을 들은 키클로테스 대마왕은 난리가 났다.
“아니, 어찌 그렇게 일방적으로 당해? 그것도 바리스탄 녀석도 아니고, 아르칸 파벌에? 이게 말이 돼??”
“……”
키클로테스의 호통에 부하들은 아무 말 하지 못하고 고개만 숙였다.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도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말이 안 된다기보다는 억울했다.
“왜 아무 말 없어? 뭐라고 변명이라도 해 봐.”
“……그게, 정령왕 넷이 한 번에 덤비니 버텨 낼 재간이 없었습니다.”
부하 중 하나가 간신히 입을 열어 대꾸하자, 다들 맞는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안 했지만, 저들이 한꺼번에 덤빈다면 키클로테스 대마왕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단, 마신의 유산인 마신의 눈이 없다면 말이다.
“끙. 그럼 이대로 총력전에서 우승하지 못한단 말이냐? 그런 꼴은 못 본다.”
그때 부하 마왕 중 하나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키클로테스 님,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바로 마왕 네페라였다.
네페라는 본앰브로스 파벌 마왕을 꺾고 마왕성 랭킹 87위에 오른 후에도, 몇 번의 마왕성 대결을 거쳐 어느새 순위가 21위까지 올라 있었다.
바로 상급 랭킹 직전까지 치고 올라온 거였다.
마왕성 랭킹 총력전에서만 가능한 랭킹 상승이었다.
그 기대주가 꺼낸 말에 키클로테스가 잔뜩 기대하며 물었다.
“오호라, 네페라. 무슨 묘책이라도 있느냐?”
“묘책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아르칸 녀석이 승승장구했던 건 어디까지나 공격하는 측이라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옳거니!”
곧바로 알아들은 키클로테스가 무릎을 쳤다. 그러고는 네페라가 말하기 전에 얼른 어떤 건지 설명했다.
“정령왕은 모두 넷. 공격해 올 때는 한꺼번에 공격해서 감당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여러 곳을 공격하면 나뉘거나 다른 곳을 포기할 수밖에 없겠지.”
“아하, 그렇군요.”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바로 알아들으시다니, 키클로테스 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키클로테스는 부하들의 칭찬에 입꼬리가 올라간 게 말을 이어 갔다.
“어쨌거나 아르칸 마왕성에 마왕성 대결을 동시에 걸 준비를 하도록. 구체적인 건 네페라, 네게 맡기겠다.”
“감사합니다! 반드시 승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네페라의 대답에 만족한 키클로테스가 웃으며 자리를 뜨자마자, 다른 악마족들이 우르르 네페라에게 몰렸다.
“요즘 잘나가더니 한 건 했네.”
“정말 부럽군. 키클로테스 님의 신임을 다 받다니. 나도 그 작전에 참여할 수 없을까? 자신 있어.”
“어허, 누군 자신 없는 줄 아나? 나를 끼워 주게.”
가만히 보니 이번 작전은 성공이 보장된 작전이나 마찬가지.
네페라가 그 작전의 전권을 받은 만큼, 어떻게든 작전에 참여하고 싶은 거였다.
한편 네페라는 굽실거리는 악마족들을 보며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가는 듯했다.
이 기회를 이용하면 나름대로 파벌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흥, 아부 떠는 꼬락서니 좀 보라지.”
“한심한 녀석들!”
비난하고 나선 두 마왕은 28위 그리모리우스, 31위 모르테온이었다.
둘 다 네페라처럼 이번 마왕성 랭킹 총력전을 통해 순위가 급상승해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상태.
안 그래도 둘을 견제하고 있던 네페라가 비아냥거렸다.
“괜찮겠어? 나한테 밉보이면 손가락이나 빨아야 할 텐데.”
“후후, 키클로테스 님이 네게 이번 작전의 전권을 주긴 하셨지만, 마왕성 대결을 그만두라는 말씀은 안 하셨지.”
“그냥 우리가 하는 걸 잘 지켜보기나 해. 거창한 작전도 필요 없으니까.”
그때 다른 악마족 마왕이 물었다.
“설마, 둘이서 공격할 생각인가?”
“훗, 그렇다.”
“분명 양쪽에서 동시에 공격해 오면 정령왕이 둘로 분산되겠지.”
“정령왕 둘까지는,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해치울 수 있다.”
일반적인 정령과 달리 정령왕은 마계에서 힘이 반감되지는 않지만, 주변의 생명력을 끌어다 쓰지 못하기 때문에 전력까지는 발휘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이긴다고 자신하는 거였다.
“만약 한쪽 마왕성 방어에 정령왕이 셋 이상 모여 있으면?”
그러자 그리모리우스와 모르테온이 서로 마주 보며 씩 웃었다.
“그렇게 마주친 녀석이 재수 없는 거지.”
이번에는 서로 의견이 맞아 함께하지만, 어차피 그리모리우스와 모르테온도 서로 라이벌 관계.
이 기회에 한쪽이 나가떨어지면, 바랄 게 없는 상황이었다.
“자, 그럼 우린 바빠서 이만.”
“저런 녀석에게 아부하면서 떠들 때가 아니야,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이라고.”
둘은 그렇게 회의장 안을 헤집어 놓고 나가 버렸다.
그러자 다른 악마족 마왕들도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래, 생각해 보니까 굳이 네페라 말을 들을 필요 없네.”
“어떻게든 공략하면 되는 거 아닌가?”
“적어도 저 둘과 싸울 때면 정령왕이 없을 거 아니야.”
“맞아, 맞아. 하여튼 저 네페라 녀석 금방 거들먹거리는 거 재수 없었어.”
그 소리에 모욕감을 느낀 네페라의 붉은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참다못한 네페라가 쏘아붙였다.
“어이, 다들 멋대로 굴었다가 실패하면 키클로테스 님이 화내실 텐데?”
“화내도 너한테 화내겠지.”
“큭큭.”
그렇게 비웃은 악마족 마왕들은 그대로 흩어졌다.
“제기랄.”
네페라는 분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나도 그냥 동시 공격에 가담하는 수밖에 없겠군. 그래도 아르칸 녀석,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의기양양해하다가 당황하겠지? 꼴 좋다.’
좌절한 아르칸의 표정을 눈에 그린 네페라는 실실 웃으며 사라졌다.
그렇게 키클로테스 파벌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되면서 아르칸 대마왕성은 소란스러워졌다.
***
“아르칸님! 마왕 솔릭 님 쪽에 마왕성 대결을 걸어왔습니다. 상대는 그리모리우스 마왕입니다!”
“오웬 마왕성에서 연락 왔습니다. 잠시 후, 모르테온 마왕과 마왕성 대결을 할 거랍니다.”
아르칸이 보고를 받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아바로스가 말했다.
“역시 거의 동시에 마왕성 대결을 걸어왔군요.”
“그래, 드디어 깨달았나 봐.”
“지원군은 준비해 뒀습니다. 정령왕은 어떻게 배치하시겠습니까?”
“모두, 솔릭의 마왕성으로 보내.”
“알겠습니다.”
키클로테스 파벌 마왕들이 이 대화를 들었다면 그럼 오웬의 마왕성은 버리는 거냐고, 의문을 품을 법도 했지만.
아바로스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
잠시 후.
솔릭 마왕성으로 쳐들어간 그리모리우스 마왕은 정령왕들의 파상 공세에 일방적으로 밀렸다.
‘크윽. 재수가 없으려니, 나한테 정령왕을 다 보냈을 줄이야.’
그리모리우스는 끝까지 버티지 않고 항복했다.
“항복한다! 항복! 듣기로는 신도가 되면 살려 준다지?”
그리모리우스가 어느 정도 운을 걸고 한 것도 최소한 목숨은 부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서서였다.
아직 총력전이 조금 남았으니 자신의 몸만 건재하다면 다시 순위를 회복할 자신도 있었다.
“아르칸님의 신도가 된다면 항복을 받아 주겠다.”
“물론 알고 있다. 세례를 받겠다.”
“좋아, 그러면 살려 주지. 마정석을 가져와라.”
“아, 알았다.”
간신히 대답한 그리모리우스가 너덜너덜해진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 나서 이상함을 느껴 주위를 보니, 어느새 정령왕들이 하나도 안 보였다.
“정령왕들은?”
“왜? 더 싸우고 싶나? 불러 줄까?”
“아, 아니다. 조금만 기다려 다오, 마정석을 가지고 올 테니.”
그리모리우스는 그대로 마정석을 뽑아 바치고, 겨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부하들을 이끌고 대마왕성으로 향했다.
거기에 따로 빼 둔 마정석을 숨겨 뒀는데, 그거로 다시 마왕성이 되어서 총력전에 참여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마침 모르테온이 보이는 게 아닌가.
“흥, 여긴 왜 있어? 자랑하러 왔나?”
“자랑은 무슨 자랑. 너야말로 승리를 축하한다.”
“승리? 무슨 소리야. 정령왕이 넷이나 오는 바람에 엉망진창으로 당했는데.”
“뭐야, 너도? 나한테도 정령왕이 넷이 나타났는데?”
그 말에 그리모리우와 모르테온이 서로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