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19
219화 야합 (2)
마계를 뒤흔드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대마왕 키클로테스와 대마왕 본앰브로스가 모든 걸 걸고 일대일로 결투를 벌였고, 키클로테스가 승리했다는 거였다.
그 결과, 본앰브로스의 세력을 키클로테스가 완전히 집어삼켰다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아르칸이 생각에 잠겼다.
‘음, 키클로테스가 이기는 건 당연하겠지만…….’
이해가 안 가는 게 몇 가지 있었다.
사실 본앰브로스가 키클로테스에게 세력을 넘기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
아르칸이 본앰브로스의 라이프베슬을 들고 있는 한, 아르칸에게 대항 못 할 테니까.
그래도 시기가 생각보다 빨랐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해도 아르칸을 이기는 건 무리였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본앰브로스가 패배해서 쓰러졌다면 라이프베슬로 돌아와 부활해야 하는데,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완전히 소멸한 건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다른 것 이전에 죽기 싫어서 리치가 된 본앰브로스가 자신의 생명을 걸고 결투를 벌였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막을 알고 싶었던 아르칸은 제피로스를 불러 물었다.
“키클로테스와 본앰브로스 결투하는 거 혹시 봤어? 어떻게 된 건지 알아?”
“죄송합니다. 둘이 대마왕성에서 나오는 걸 확인은 했습니다만, 죽음의 연못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추적하지 못했습니다.”
“거기는 죽음의 마기가 넘쳐 나는 데다가, 물은 또 어찌나 더러운지. 물이라고 부르기 싫을 정도예요.”
“땅도 아주 오염되어서 생명력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옆에 있던 나이어드와 로카스톤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알았어. 너희 탓하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아르칸은 웃으며 말했지만, 아무래도 찜찜함은 가시지 않았다.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던 중에, 이그니스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키클로테스가 보낸 악마족들 때문에 본앰브로스의 제자들이 아주 고생한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하루아침에 스승이 사라지고, 악마족에 다 넘어갔다고 하니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대꾸하던 아르칸의 손이 멈췄다.
“혹시 모르니까, 그 당시의 일에 대해 아는 것 같은 제자가 있는지 찾아보도록.”
“알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습니다.”
“샅샅이 뒤질게요.”
아르칸의 지시에 정령왕들이 대답하고 흩어졌다.
‘아버지께도 한번 물어봐야겠어.’
대마왕 바리스탄을 찾아가려고 하는데, 세계수의 쌍잎이 반응했다.
용사의 연락이었다.
세계수의 쌍잎을 꺼내 내용을 확인한 아르칸의 두 눈이 커졌다.
인간계에서 또 마계로 침공을 계획하고 있다는 거였다.
아르칸은 얼른 용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침공? 왕국에 그럴 여력이 있나?
-이번에 주도하는 건 신전 쪽이다. 그것도 여신이 아주 의욕적인 거 같아.
-그래? 우리 쪽에서는 공격 안 할 거라고 이야기했어? 만약 다른 곳에서 공격해 온다면 미리 알려 준다고도 했잖아.
현재 인간계와 인접한 마계의 영역은 아르칸과 바리스탄의 영역.
키클로테스나 패배해 소식이 없는 본앰브로스 파벌이 인간계를 침공하려면, 아르칸이나 바리스탄의 영역을 지나야 했다.
마인족과 인간족이 충돌하지 않도록 완충재 역할을 충분히 해 준다고 하는데도 침공해 온다니,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평야를 뺏긴 게 문제인가 봐. 이번 원정의 목표도 마계를 완전히 점령하는 게 아니라, 평야를 탈환하는 거라고 해. 그 때문인지 왕국이나 다른 귀족들도 호의적이고.
‘평야라…….’
대륙 중앙 동부에는 거대한 평야가 있었다.
그걸 사이에 두고 각자 요새를 하나씩 차지해 수인족과 인간계가 대립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르칸이 평야까지 완전히 차지해서 마왕성까지 옮겨 둔 상황.
원래 대륙은 마계와 인간계가 정확히 양분하고 있었는데, 평야가 넘어간 뒤로는 마계 쪽 영역이 훨씬 커 보였다.
‘그게 못마땅했던 모양이었다.’
그때 용사의 메시지가 다시 도착했다.
-차라리 평야를 넘겨줄 생각은 없어? 앞으로 평화롭게 지낼 생각이라며?
평화롭게 지낸다고 해도 호구처럼 기껏 얻은 땅을 아무 대가 없이 넘겨줄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미 마왕성이 자리 잡기도 한 데다가, 정말 평화로운 시대가 오면 대륙의 중심부로서 아주 중요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 가지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던 아르칸은 용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좋아, 넘겨줄게.
-어, 정말?
-왜 놀라? 네가 넘기라고 해 놓고. 설마 떠본 거야?
-아니, 내가 말하면서도 네가 그렇게 쉽게 양보할지는 몰랐지. 어쨌든 잘 생각했어. 분명 이게 평화의 시작이 될 거야.
메시지 너머지만, 용사는 아주 기쁜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일이 성공하면 아르칸의 목표인 마계와 인간계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든다는 용사의 목표가 달성되면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도 있을 터였다.
-잠시만, 성녀에게 말해서 여신에게 전달하고 올게.
그렇게 메시지를 남긴 용사는 한참 뒤에나 다음 메시지를 보내왔다.
-미안하다.
-잘 안 됐나 보네.
-그래, 여신이 제안을 거부했다. 다시 한번 미안하다. 큰 결심을 해 줬는데.
-미안할 것까지야. 그냥 좀 아쉽네.
-흠, 이번에는 네 진심을 확인한 것만으로 만족해야지. 사죄의 뜻이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이번 원정에는 빠질 거야.
-그래, 너무 속상해하지 마.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 나중에는 꼭 이뤄질 테니까.
-그래, 고맙다.
용사는 아르칸의 위로에 답하고는, 더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대화를 마친 아르칸이 중얼거렸다.
‘확실히 이번에는 나를 노리는 게 목적인 것 같군.’
용사는 몰랐지만, 여신이라면 아르칸이 이번 총력전에서 우승하고 마계를 장악한 걸 파악했을 테니, 어떻게든 아르칸을 잡으려고 할 게 분명했다.
용사에게 순순히 평야를 넘겨준다고 말한 것도, 여신이 평야를 되찾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자신을 제거하는 게 목적이라는 걸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아르칸이 너무 넘겨짚은 거고, 여신의 목적이 단순히 평야를 되찾는 것만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렇다면 정말 평야를 넘겨주고 평화롭게 지내는 걸 모색하면 됐으니까.
한 가지 알 수 없는 건, 여러 일로 신력 소모가 극심한 여신이 무슨 힘으로 자신을 제거하려고 하느냐는 거였다.
다행히 그 의문은 얼마 안 가서 풀 수 있었다.
***
얼마 뒤.
본앰브로스의 수제자 중 하나인 퀴라니스가 찾아왔다.
퀴라니스는 아르칸의 형제들을 납치하는 데 앞장선 적이 있었다.
아르칸의 앞에 나오자마자 처형당할지도 모르는데, 과감하게도 수인족 영역으로 넘어와서 제피로스를 부른 거였다.
아르칸에게 도움이 될 아주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니, 그 정보를 팔고 싶다고 말이다.
‘정보값이 마정석이라니, 얼마나 대단한 내용이길래.’
흥미를 느낀 아르칸은 퀴라니스를 데려오라고 했다.
그리고 퀴라니스가 말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키클로테스가 본앰브로스가 대결한 게 아니라, 본앰브로스가 암살당한 거라고 했다.
아르칸은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다.
“아무리 키클로테스라도 본앰브로스를 암살하다니, 그게 가능한가?”
넷 중에 가장 약한 데다가 기습적으로 공격받았다고 쳐도, 본앰브로스도 대마왕. 그것도 죽음의 연못에서는 더욱 강해진다고 들었는데 믿기지 않았다.
아르칸의 중얼거리는 소리에 퀴라니스의 안광이 분노에 차서 커졌다.
“키클로테스가 아니라, 여신이 암살한 겁니다.”
“여신? 여신 셀레니아가?”
뜬금없이 여신이 나오다니, 퀴라니스는 이어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당시 퀴라니스는 수련하느라 죽음의 연못에 있었는데, 본앰브로스가 키클로테스와 은밀히 할 이야기가 있다며 대마왕성으로 돌아가라고 했다고 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했던 퀴라니스는, 스승님의 지시를 어기고 대마왕성으로 돌아가는 척하다가 다시 돌아와 근처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고.
그때 놀랍게도 키클로테스는 여신과 손을 잡았다면서, 여신이 꺼리는 본앰브로스를 제물로 바치기로 했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고 난 뒤, 성스러운 빛이 죽음의 연못에 쏟아져 본앰브로스를 소멸시켰단다.
즉, 키클로테스가 유인해서 여신이 암살한 거였다.
“여신이 직접 내린 신성력에 당한 거였다니…….”
왜 죽고 나서 라이프베슬로 돌아오지 않았는지 이해가 갔다.
단순히 육신만 해친 게 아니라 신성력으로 존재를 말살시킨 모양이었다.
그런 주제에 결투를 벌였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본앰브로스의 세력까지 먹은 거였다.
‘쩝, 그러면 라이프베슬은 쓸모없게 됐네.’
그래도 본앰브로스의 라이프베슬 내부에는 여전히 본앰브로스가 남긴 마력과 생명력이 있으니, 그 자체로 마정석에 흡수시킬 수는 있었다.
이른바 조금 특이한 마석이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대단한 정보지 않습니까?”
“그래, 아주 중요한 정보를 말해 줬어. 자.”
아르칸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마정석을 꺼내서 건넸다.
그런데 퀴라니스가 그걸 건네받지 않고 물끄러미 보는 거 아닌가?
“왜 받아?”
“정말 주시는 겁니까?”
“받기 싫어? 싫으면 말고.”
아르칸이 다시 집어넣으려니까, 퀴라니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갑자기 스승님이 생각나서요. 본앰브로스 님이라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안 줬을 거거든요.”
험담하는 거였지만, 그 속에 왠지 슬픈 느낌이 배어 있었다.
“그렇군. 그래도 그리운가 보지?”
“그래도 스승님이었으니까요. 어떤 의미로는 제 아버지나 마찬가지기도 했고요.”
그렇게 중얼거린 퀴라니스는 아르칸에게 물었다.
“아르칸 대마왕님. 말을 바꿔서 죄송합니다만, 마정석 대신 다른 부탁을 한 가지 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 일단 이야기나 들어 보지.”
“스승님의 복수를 해 주십시오. 키클로테스와 여신, 모두에게 말입니다.”
“어차피 가만 안 둘 거긴 하지만, 여신까지 해치우는 건 장담 못 한다.”
“앞으로 쉽게 나대지 못하도록 본때를 보여 주기만 하면 됩니다. 대신, 키클로테스만은 반드시 해치워 주십시오. 저를 죽이기도 했었거든요.”
“그래? 그럼 그러지.”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한 퀴라니스는 그대로 돌아갔다.
***
퀴라니스가 돌아간 뒤, 아르칸은 그에게서 얻은 충격적인 사실의 의미를 생각했다.
대마왕 키클로테스와 여신 셀레니아가 손을 잡았다.
아르칸을 제거하기 위해 야합한 거였다.
여신의 주도로 인간계 측에서 마계로 침공해 와서 한창 정신이 없을 때, 키클로테스가 기습 공격해 올 게 분명했다.
‘그걸 위해 비교적 내 영역과 인접해 있는 본앰브로스 영역도 접수한 거겠지.’
본래라면 키클로테스와 본앰브로스의 세력이 합쳐졌다고 해도, 바리스탄이 나서서 거들어 주면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작정하고 기습해 오면 바리스탄이 나서기도 전에 끝날지도 몰랐다.
다행히 아르칸은 이 작전을 미리 파악한 상황.
‘이걸 역으로 이용해 먹어야겠어.’
그렇게 생각한 아르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