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2
22화 두 마왕과 한 용사 (2)
마족 클투스가 5백의 공격대를 이끌고 아르칸 마왕성 근처에 도착했다.
놀라운 건 대마왕 바리스탄 파벌의 영역에 들어왔음에도 별다른 충돌이 없었다는 거였다.
드리켈라처럼 다른 마왕에게 협조를 구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클투스는 몰랐지만, 평소 아르칸을 못마땅해하던 다른 마왕들이 못 본 척해 준 거였다.
한편 작은 동굴 같은 마왕성 입구를 본 클투스가 코웃음을 쳤다.
“이히힉. 여기가 아르칸 마왕성인가? 피그밀 말대로 초라하기 그지없군. 그대로 공격해서 가노트 님께 승리를 안겨 드리자!”
“이히히히히히힉!”
수인족 병사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마왕성의 문은 순식간에 박살 났다.
“이히히, 약해 빠졌군. 나를 따르라! 앞을 가로막는 건 모조리 부숴라!”
클투스가 소리치며 안으로 뛰어 들어가자, 병사들도 괴성을 내지르며 따라 들어왔다.
그런데 내부에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닌가?
“히익? 이것들이 겁먹고 숨었나?”
순간 당황한 클투스는 이내 어금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망나니일 뿐만 아니라 겁쟁이였나. 이히힉. 곧바로 통제실로 가자!”
“이히히힉!”
적이 겁먹었다는 말에 사기충천한 부하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문제는 이놈의 마왕성이 초라한 만큼 통로도 좁다는 거였다.
둘이 나란히 겨우 서는 만큼 폭이 좁고 높이도 낮아 한 명씩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히이, 여기는 난쟁이가 사는 건가.”
“이래서는 제대로 싸우기도 힘들겠는데.”
“길도 구불구불한 게 개미굴 같군.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는 거지?”
뒤따라오는 부하들이 구시렁거리는 소리에 클투스가 호통쳤다.
“히힉! 시끄럽다! 이러다 함정이 나올 수도 있으니 닥치고 집중해!”
“이힉!”
그러고 나서 한참을 걸어갔는데도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았다.
‘멍청한 피그밀 녀석, 마왕성 내부가 이따위면 미리 말을 해 줬어야지! 돌아가면 잔뜩 물어뜯어 주마.’
씩씩거리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바로 앞에 부하들이 보이는 게 아닌가?
“뭐야? 너희 왜 거기 있냐?”
“클투스 님??”
놀란 건 부하들도 마찬가지.
심지어 이어지는 부하들의 말에 클투스는 기절초풍하는 줄 알았다.
“여기는 마왕성 입구입니다만.”
“뭐라고?”
* * *
오웬이 마정석을 보며 탄성을 내뱉었다.
“마왕성 내부를 미로로 만드시다니,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 말대로, 마정석에 비친 미니 맵 같은 마왕성의 모습은 구불구불한 통로로 빼곡하게 들어찬 미로 같았다.
구조가 어찌나 복잡한지 그냥 보는 것만으로 어지러울 정도로.
이렇게 만들기 위해서 아르칸은 통로까지 최소화했다.
덕분에 안 그래도 용사의 공격 때문에 바닥난 마정석의 마력을 채우자마자 거의 다 써 버렸다.
‘그래도 이거면 시간을 꽤 벌 수 있지.’
아르칸이 점으로 표현된 침입자들을 바라봤다.
미로는 어느 방향으로 가더라도 출입구 쪽으로 되돌아가게 설계되어 있다.
침입자들의 움직임을 봐서는 지금까지는 의도대로 되어 가고 있었다.
‘뱅뱅 돈다고 쉽게 벽을 부수고 다닐 수도 없지.’
그만큼 마왕성 내부는 단단했는데, 용사나 대마왕급 정도의 강자나 벽을 부수는 게 가능했다.
원래 마왕성 내 모든 방은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입구에서 통제실까지 연결을 끊는 건 불가능했다.
‘대신 통로가 없는 것처럼 위장할 수는 있지.’
지금은 미로 속에 갇힌 느낌이 들게 문에 마룡의 환영 마법, 할루시네이션을 걸어 벽처럼 보이게 해 둔 참이었다.
오웬이 물었다.
“이제 어떻게 나올까요?”
“어딘가에 문이 있는 건 알 테니까, 어떻게든 찾으려고 하겠지.”
아르칸의 대답대로, 침입자들이 이내 마왕성 곳곳을 두드리기 시작했는지 미세하게 진동이 전해져 왔다.
그러자 트릴은 불안한지 중얼거렸다.
“저러다가 문을 찾진 않을까요?”
“어지간해서는 쉽게 못 찾을 거다. 아르칸 님이 문을 만들어 두신 곳은 나였다면 못 찾았을 테니까.”
오웬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대체 어디에 문을 만들어 뒀길래 저렇게 자신하는 거지?’
“지금쯤 드리켈라 마왕이 가노트 마왕성에 쳐들어갔겠군요.”
오웬의 말에 트릴은 문 위치보다 더욱 궁금한 게 떠올랐다.
“드리켈라 마왕과 가노트 마왕, 어느 쪽이 이길 거 같습니까?”
“글쎄? 잘 모르겠는데.”
소설에서 드라켈라는 인간족과의 내통죄로 척살당하고, 가노트는 아예 언급도 없었다.
‘마왕성 랭킹에도 없을 정도니 최근 주목받는 마왕이라고 해도 그리 강하진 않겠지.’
한마디로 고만고만한 소리.
무엇보다 어느 쪽이 이기든 관계없었다.
‘이미 용사에게도 거기로 가라고 해 뒀으니까.’
마왕 둘이서 협력해도 용사를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아마 둘 다 박살 날 게 분명했다.
‘어떻게 되든 가노트 마왕성이 박살 났다는 소식이 들리면 침입자들은 회군할 수밖에 없겠지.’
* * *
와그작. 와그작.
주변에 나뒹구는 뼈다귀를 씹어 대고 있던 가노트의 앞에 부하가 무릎을 꿇었다.
“마왕님! 드리켈라 마왕군이 움직일 채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드디어 포기하고 돌아가는 건가? 감히 우리 영역에 발을 들이려고 하다니. 안 될 말이지.”
“푸힉. 참으로 잘하셨습니다.”
포그밀도 고소해하며 맞장구를 쳤다.
포그밀은 드리켈라가 남긴 병사들이 몬스터 유도석으로 부른 고블린들을 막아 냈다고 오해해 드리켈라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다른 부하가 부리나케 달려왔다.
“마왕님! 가노트 마왕님!”
“웬 소란이냐?”
“드리켈라 마왕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푸힉? 회군하는 게 아니라, 이곳을 공격하러 오다니.”
예상 밖의 상황에 놀란 포그밀의 귀에 섬찟한 소리가 들렸다.
까뜩.
화가 난 가노트가 잘근잘근 씹고 있던 뼈를 깨부순 소리였다.
“내 오늘 드리켈라 놈의 뿔을 이것처럼 깨부숴 버리겠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파악한 바로는 적은 150이나 됩니다.”
현재 가노트의 마왕성에 남은 병력은 대략 50.
세 배에 달하는 적이 공격해 오는 셈이었다.
콰직!
“푸힉? 어째서……!”
포그밀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가노트를 쳐다봤다.
가노트가 방금 우려하던 부하의 머리통을 그대로 깨물어 버린 거였다.
병력이 하나라도 아쉬운 상황에서 부하를 해치다니?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놀라기는, 나약한 녀석은 나한테 필요 없어서 제거했을 뿐이다. 이히히힉.”
가노트가 피 칠갑을 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입에서는 깨문 머리통의 내용물이 지저분하게 흘러내렸다.
“푸힉. 그,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는 게 좋…….”
그 모습에 공포에 질린 포그밀은 뒷걸음질 치다가 멈칫했다.
어느새 가노트의 부하들이 주위를 포위하고 있어서였다.
뒤늦게 포그밀의 부하들이 나서려고 했지만, 주위에 있는 이는 겨우 둘뿐이었다.
가노트가 흉악한 어금니를 드러내며 물었다.
“어딜 도망치려고?”
“……상단을 공격하면 어떤 상인도 이곳에 드나들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잠깐 생각해 보니까. 이거 네가 꾸민 계략일 수도 있겠더라고. 아르칸 마왕성을 공격하게 만들고, 이곳을 치려는 거 아니야?”
“그, 그럴 리가요. 애당초 병력을 그렇게 많이 보낸 건 가노트 님이지 않습니까?”
“적게 보냈으면 그 병력을 잡아먹고 이쪽을 칠 계획이었겠지. 나를 멍청이로 아나.”
“푸힉? 말도 안 되는 억측입니다.”
포그밀은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가노트는 막무가내였다.
“두고 보면 알겠지. 그 전까지는 여기 있어 줘야겠다.”
“가, 가노트 님, 적어도 마왕성 밖에 있으면 안 됩니까?”
포그밀이 애원했다.
‘여기에 남는다니 위험해.’
겨우 50의 전력으로 어떻게 150이나 되는 병력을 막아 낼 수 있겠는가.
가노트의 마왕성이 넘어가는 거야 포그밀에게 상관은 없지만.
점령당하는데 괜히 옆에 있다가는, 재산을 모조리 몰수당하는 건 물론이고 목까지 달아날지도 몰랐다.
그런 포그밀의 걱정을 눈치챈 가노트가 자신만만하게 대꾸했다.
“그딴 걱정은 그 뚱뚱한 배 속에 넣어 둬. 몰래 쳐들어오는 쥐새끼 같은 것들 죄다 이 꼴로 만들어 줄 테니까.”
그러고는 사방에 가득한 뼈다귀 중 하나를 집어 와그작 씹어 먹었다.
* * *
드리켈라는 대마왕 바리스탄의 심복이 되리라는 야망을 품고, 인간의 성을 함락시키겠다고 나설 정도의 마왕.
일신의 마력과 무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나름대로 장기가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용병술.
부대를 어찌나 교묘하게 움직이는지, 아군 두 배는 되는 숫자의 몬스터 무리를 이긴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 승리 후 마왕성 주변에 몬스터들을 보기 힘들었고, 한계를 느껴 원정에 나선 거였다.
용사의 습격에 황망히 도망치긴 했으나 그건 일종의 천재지변.
드리켈라는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럴 일 없을 거야. 반드시 이긴다. 아니, 무조건 이길 수밖에 없어!’
조스타가 서신을 전달하러 가노트의 마왕성 안에 다녀온 적이 있어서 내부 구조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었다.
가노트의 마왕성은 놀랍게도 방이 단 두 개였다.
마정석이 있는 통제실이 필수인 걸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단 한 개라는 소리였다.
반지하 꼴이었던 아르칸 마왕성도 마왕실이 따로 있는데, 방이 한 개인 건 일부러 최대한 크게 만든 거였다.
덕분에 통제실의 제외한 유일한 방은 아주 넓어서 너른 평야나 다름없었다.
‘그러면 무조건 병력이 많은 쪽이 유리하지.’
상대가 할 수 있는 작전이라고는 내부로 들어오기 전에 입구에서 사수하는 것뿐이었다.
마왕성 입구를 뚫기만 하면 끝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마왕성 입구에서 수인족 하나가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이힉, 가노트 님이 기다리신다. 어서 들어와라!”
그 말만 남기고는 안으로 뛰어 들어가 버렸다.
“아무래도 초대하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만.”
“안에서 한판 붙자는 거 같네요.”
조스타와 메섹의 말에 드리켈라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불리한 곳에서 싸움을 자처하다니. 가노트, 오만한 마왕이라고 들었지만. 이토록 멍청할 줄이야.”
“마왕님, 어떡합니까?”
“어떡하기는. 들어간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조스타가 앞장서서 마왕성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함정은커녕 거의 곧바로 커다란 공동이 나왔다.
어찌나 넓은지 드리켈라 마왕군이 다 들어가고도 한참 남았다.
그 공동의 외곽에는 동물과 사람의 뼈 할 거 없이 온갖 뼈가 잔뜩 쌓여 있어서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반대편에는 가노트의 병력 50이 마정석이 있는 통제실을 등진 채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수적 열세임에도 조금도 주눅 든 것 같지 않았다.
드리켈라는 의아했다.
‘정말 한번 붙어 볼 작정인가.’
“겁도 없이 내 마왕성에 쳐들어오다니, 반드시 죽여 주마!”
가노트가 호기롭게 외치자, 드리켈라가 점잖게 타일렀다.
“이 차이를 보고도 싸울 생각인가.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부하로 받아들여 주겠다.”
아무리 가노트가 강하다고 해도 1백이나 되는 차이를 이겨 내긴 힘들다.
심지어 물러설 곳도 없는 상황.
그래도 전면전을 펼치면 이쪽 피해도 만만찮기에 권한 거였다.
“이히히히. 반드시 죽여 준다고 했다.”
가노트는 항복할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는 듯 대꾸했다. 동시에 이마의 뿔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왕의 권능을 쓰는 거였다.
‘역시 권능을 믿고 있던 건가. 대체 어떤 권능이지?’
마왕과의 전투에서 쉽게 승패를 예단하지 못하는 건 바로 권능 때문.
권능으로 불리한 전황을 뒤집을 수도 있는데, 그 때문에 상대 마왕의 권능을 파악하는 건 마왕전에서 필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대부분 수인족 파벌의 마왕은 자신을 강화하는 권능을 쓰기 때문.
어떤 방향으로 강화하는지는 각기 다르지만, 아무리 강화해도 병력 1백의 격차를 이겨 낼 정도는 되지 못한다.
‘그게 가능했으면 진작에 마왕성 랭킹에 올랐겠지.’
무엇보다 자신도 마왕.
특출난 무력이 아니라곤 해도 부하들과 협력하면 충분히 견제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변했다.
점점 진해지던 가노트의 검은 마력이 체내로 흡수되는 게 아니라, 사방으로 퍼져 나간 거였다.
그 마력은 공동 외곽에 있는 뼈다귀들에 닿았는데, 그러자 뼈다귀들이 부르르 떨더니 하나둘 뭉치며 몸을 일으켰다.
어떤 것은 작은 짐승의 모습을 한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수인족처럼 짐승 머리에 사람처럼 두 발로 섰다.
또 어떤 것은 사람의 두개골을 한 것도 있었다.
각양각색의 그 뼈다귀들의 숫자는 족히 1백은 되어 보였다.
드리켈라는 기가 막혔다.
‘본앰브로스 대마왕도 아니고 사령술을 쓰다니…….’
그래도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가노트의 마력이라고 해 봐야 빤하다. 그 마력을 나눠 만든 뼈다귀들도 부족한 숫자만 보충할 뿐 그리 강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우리 쪽이 더 강하다.’
자신감이 생긴 드리켈라가 명령을 내렸다.
“공격, 공격하라!”
“이히히힛! 저것들을 모조리 물어뜯어라!”
가노트도 광소를 터트리며 호령했다.
그렇게 두 마왕군이 격돌하면서 전투가 개시됐다.
한편 그 시각.
가노트의 마왕성으로 향하는 한 인간족이 있었다.
“분명 마왕 둘을 해치울 수 있을 거랬지? 없기만 해 봐.”
용사는 들리지도 않는 상대에게 엄포를 놓으며 발걸음을 빨리했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