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24
224화 치열한 공방전 (4)
대마왕 키클로테스가 아르칸 대마왕성에 잠입했다.
일반적인 마왕성과 달리, 대마왕성은 그 크기도 거대한 만큼 오가는 이도 많아서 도시의 기능을 수행한다.
바리스탄 대마왕성은 너무 몰려들어서 아예 지상에 도시를 만들어야 할 정도였다.
물론, 마계 외딴곳에 있는 키클로테스 대마왕성은 별개긴 했다.
어쨌든, 아르칸 대마왕성도 마찬가지로 오가는 이가 많기에, 예전처럼 자리를 비우고 있을 때도 입구를 폐쇄하진 않았다.
아니, 폐쇄하지 않아도 키클로테스는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급습할 줄은 몰랐을 테니까.’
대마왕 키클로테스와 그 부하들이 대마왕성 입구에 나타나자, 수문장인 마족과 경비병들이 긴장했다.
“키클로테스 대마왕님? 지금 마계 원정대와 싸우느라 아르칸님이 부재……. 큭!”
수문장이 설명하려고 하는데, 키클로테스의 부하가 검을 휘둘러 목을 벴다.
수문장은 깊은 상처가 난 목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이유를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키클로테스를 쳐다봤다.
“어, 갑자기 이게 무슨 짓…… 크억!”
“대체 왜……. 으아악!”
경비병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해하면서도 무기를 겨누려고 했지만, 수문장과 마찬가지로 무참히 살해당할 뿐이었다.
그러자 입구 근처에 있던 이들은 난리가 났다.
“저거 뭐야? 피잖아.”
“공격이다!”
“대마왕 키클로테스가 쳐들어왔다!”
“이 자식들이 시끄럽게.”
비명을 지르는 걸 보고, 부하가 쫓아가 해치우려는 걸 키클로테스가 막았다.
“지금 저런 거 상대할 때가 아니다. 그보다 최대한 빨리 통제실로 가야 한다.”
“아, 알겠습니다.”
자신이 대마왕성에 침입하면 소란이 벌어질 건 이미 예상한 상황.
곧 아르칸에게도 알려질 텐데, 그 전에 지하 10계층에 있는 통제실을 점거해야 했다.
그 후 여신이 준 마정석 분리기로 바로 마정석을 제거하면 아르칸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마왕의 권능도 마족의 특성으로 약화될 뿐만 아니라, 대마왕성으로 인해 강화된 마력도 모조리 빼앗길 테니까.
그렇게만 되면 단숨에 해치워 버리는 게 가능했다.
‘신이니 뭐니 하면서 거기에 의지해 봐야 아직 그렇게까지 강하진 않으니까.’
키클로테스와 그 부하들이 대마왕성에 진입해 아래 계층으로 내려가는 입구를 찾았다.
그사이 경비병들은 몰려왔지만, 소용없었다.
키클로테스들의 부하는 하나하나가 마왕급, 가장 약한 녀석도 상급 마족 정도로 강했다.
가로막아 봐야 죽음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덕분에 순식간에 지하 3계층까지 내려온 상황.
그 아래로 내려갈수록 경비가 삼엄하고 강자가 지키고 있겠지만, 자신과 부하들을 막을 만한 이는 키클로테스가 아는 한 없었다.
‘이대로라면 통제실까지 가는 건 문제없겠어.’
키클로테스는 승리를 자신하면서 발걸음을 더욱 빨리했다.
***
가장 강력한 여신상을 직접 무너트린 아르칸은 부하들을 지휘하면서 마계 원정대를 압박했다.
아르칸 영역 안쪽으로 쳐들어온 마계 원정대는 버티지 못하고 계속해서 후퇴했다.
“카즈그림 백작, 이거 어떡합니까?”
“글쎄요. 성녀님도 아무 말이 없으시니…….”
왕국군을 이끄는 테론 장군과 귀족 연합군의 총책임자인 카즈그림 백작은 답답했다.
적의 공세에 버티지 못해 일방적으로 당하는 와중에도 마계 원정대의 중심인 신전 측과 성녀가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고 있어서였다.
심지어 성녀는 여신의 신탁을 받아야 한다며, 이 전쟁터 한가운데서 계속해서 기도만 올리고 있다고 했다.
“이대로 저희라도 철수하는 게 어떻습니까? 저희 병력이라도 온존시켜야, 아르칸 대마왕군이 반격해 왔을 때 방어를 하지요.”
“저도 그러고 싶지만, 안 됩니다. 테론 장군님께서는 아무런 언질도 못 받으셨습니까? 발토르 공작께서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성녀의 지휘에, 정확히는 여신님의 지휘에 절대적으로 따라야 한다고요.”
“저도 국왕 폐하께 듣긴 했습니다만, ……정말 여신님께서 그러실까요?”
테론 장군이 목소리를 낮춰서 물었다.
이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건, 이번 성전에서 여신이 왕실과 귀족파 연합을 설득한 내용이었다.
여신은 이번 성전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국왕을 비롯한 왕실과 귀족들에게 목숨이 위험할 거라는 계시를 내렸다.
말이 계시지, 사실상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 때문에 국왕이나 귀족파들은 겁먹고 성전에 응한 거였다.
아르칸이 평야를 돌려주고 화평을 제의했을 때 우호적이었다가, 여신의 말에 태도를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테론 장군도 그걸 알았지만, 이미 여신의 말대로 성전에 참여도 했고, 싸울 만큼 싸웠으니 철수를 해도 되지 않냐는 생각에서 꺼낸 말이었다.
반면에 카즈그림으로서는 여신이 철수해도 된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이상, 멋대로 움직였다가 여신의 심기를 거스를까 봐 걱정된 거였다.
게다가 한 가지 믿는 구석이 있긴 했다.
“이대로 조금만 더 밀려서 평야로 들어가면, 그래도 수호룡 아우리오스 님이 도와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한숨 돌릴 수 있겠지요.”
“아, 그렇긴 한데, 적에게도 블랙 드래곤이 있지 않습니까? 아우리오스 님이 더 강하다고 할지라도 그리 유리해질 거 같지 않은데.”
각 부대의 지휘관들도 어찌할 줄 몰라 시간만 흐르던 와중에, 드디어 마계 원정대가 평야로까지 밀렸다.
그러자 쉼 없이 기도하던 아벨리아가 기도를 멈추고 눈을 번쩍 뜨더니, 아우리오스를 불렀다.
“수호룡님, 도와주세요.”
“흠.”
저 하늘 위로 사라졌던 아우리오스가 못마땅하다는 듯 대꾸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만에 하나를 대비해 이 근처에 대기하던 참이었다.
아우리오스는 아르칸 대마왕군 앞을 가로막으며 근엄하게 말했다.
“멈춰라. 이 이상 넘어오면 공격하겠다.”
그때 아르칸이 나와 너스레를 떨었다.
“이런, 아우리오스 님까지 나설 줄이야. 이러면 아우리오스 님의 얼굴을 봐서라도 싸우지는 못하겠는데요.”
“후훗. 언제나 말을 잘하는군.”
그 말에 아우리오스가 기분이 좀 풀린 듯 웃었다.
그 분위기에 마계 원정대는 내심 안도했다.
그러는 사이, 아르칸에게 전령이 도착했다.
전령에게서 보고를 받은 아바로스가 심각한 얼굴로 아르칸에게 전달했다.
“아르칸님,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아주 중대한 일이라…….”
“무슨 소리냐. 여기 이 아우리오스 님과 대화하는 것보다 더 중대한 일이 어딨다고.”
“괜찮다. 중요한 일이라니 보고받아도 돼.”
“이렇게 너그러우실 때가.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래, 무슨 일이냐?”
아르칸의 물음에 아바로스가 한층 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마왕 키클로테스가 대마왕성에 침입했다고 합니다.”
“뭐라고? 정말이냐?”
“네, 사실입니다. 대마왕성이 비어 있는 틈을 타서 마정석을 노리고 온 거 같습니다. 조속히 돌아가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그래, 정말 큰일이구나. 모두 철수한다! 아니, 내가 먼저 가겠다.”
당황한 아르칸을 보며 아우리오스가 물었다.
“네가 그런 모습을 보이다니, 대체 무슨 일이냐?”
“대마왕성에 아주 급한 일이 생겼답니다. 죄송하지만 먼저 돌아가야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하는 수 없지.”
아우리오스도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더 잡지 않고 물러섰다.
한편 아르칸 대마왕군의 진영이 갑자기 혼란스러워진 걸 보고, 성녀 아벨리아가 아우리오스에게 물었다.
“아우리오스 님, 적에게 무슨 일이 있나요?”
“음, 그건 알 거 없지만, 이대로 철수한다고 했다.”
“기회네요. 이 틈에 공격하면…….”
“공격하든가 말든가 너네끼리 알아서 해. 나는 간다.”
“네? 아우리오스 님? 아우리오스 님!”
아벨리아가 애타게 불렀지만, 그러든 말든 아우리오스는 다시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하는 수 없이 테론 장군과 카즈그림 백작에게 연락을 보내 공세에 나서자고 했지만, 둘 다 미적거렸다.
하는 수 없이 아벨리아는 다시 공세에 나서기 위해서는 여신의 신탁을 받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재차 기도를 올렸다.
“여신님, 제게 이 사악한 자들을 징벌할 힘을 주세요.”
정작 여신 셀레니아는 성녀의 기도를 듣고 있지 않았다. 아르칸이 당황한 모습을 보며 배를 잡고 웃기 바빴다.
“푸하하핫. 저 잘난 체하는 녀석이 저토록 당황해할 줄이야. 아주 꼴좋군. 그래 봐야 이미 늦었지.”
대마왕 키클로테스가 작정하고 대마왕성을 공략하겠다고 나섰다.
아르칸의 전력이 대부분 나와 있는 이상, 아르칸이 도착할 때쯤이면 키클로테스가 통제실을 점거하고도 남았을 터.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흘린 셀레니아는 겨우 진정하고 눈물을 닦았다.
“후후. 키클로테스가 잘하고 있는지, 어디 한번 볼까?”
평소라면 대마왕성 내부까지 볼 수는 없었지만, 현재 셀레니아는 키클로테스와 계약한 상황.
신력을 쓰면 계약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걸 이용해, 상황을 살짝 살펴볼 수는 있었다.
“신력이 아깝긴 하지만, 이런 재미를 놓칠 수는 없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신력을 사용한 셀레니아에게, 키클로테스의 상황이 보였다.
그는 예상보다 더 빠르게 10계층까지 내려가 통제실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흐흐, 다 끝났네, 끝났어. 엇? 저건?”
여유 있게 웃으며 말하던 셀레니아의 얼굴이 이내 딱딱하게 굳었다.
***
키클로테스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쓰며 앞을 바라봤다.
3계층에서 10계층까지는 큰 저항 없이 도달할 수 있었다.
그것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아르칸 녀석, 이토록 방심하고 있을 줄이야. 멍청한 놈.’
이렇게 비웃으며 통제실로 향하려는데, 통제실을 열며 생각지도 못한 존재가 나온 거였다.
“바리스탄? 네가 여기서 왜 나와?”
나타난 건 대마왕 바리스탄.
아르칸이 자신의 대마왕성을 노리는 여신 셀레니아와 키클로테스의 작전에 대비해 준비한 게 바로, 자신의 아버지인 대마왕 바리스탄이었다.
“왜 나오냐니? 아버지가 아들 마왕성에 있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
바리스탄이 별일 아니라는 듯 대꾸했지만, 키클로테스의 눈에는 바리스탄 뒤에 있는 부하들이 보였다.
우연히 들른 거라고 하기에는 부하들이 모두 완전히 무장한 채였다.
“이 나를 함정에 빠트리다니…….”
“함정? 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우습군. 네가 먼저 여신과 손을 잡고, 아르칸을 함정을 빠트리려고 하지 않았느냐? 이런 걸 두고 자업자득이라고 하지.”
“흥, 마침 잘됐군. 오늘 누가 강한지 결판을 내 보자.”
대꾸할 말이 없어진 키클로테스는 더 대화하는 대신, 마력을 끌어올리면서 덤벼들었다.
원래 키클로테스는 마왕성 랭킹 2위.
마신의 제외하고 마계의 이인자.
그렇기에 대마왕 중에서는 가장 강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무엇보다 마인족에 불과한 바리스탄에게 마신의 축복을 가장 많이 받은 악마족의 정점인 자신이 진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키클로테스의 확신처럼, 키클로테스는 아주 강하긴 했다.
바리스탄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
당연히 그걸 아는 아르칸은 바리스탄만 준비시킨 건 아니었다.
“이거 침입자가 생각보다 강하군.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겠는걸.”
그 말과 함께 바리스탄의 뒤에서 푸른 장발에 동양풍 복식에 사내가 걸어 나왔다.
바로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블루 드래곤 나바리우스였다.
피용이 삼촌이라고 부르며 따르는 나바리우스는 그만큼 피용을 아꼈기에, 통제실을 지켜 달라는 아르칸의 부탁에 흔쾌히 들어준 거였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