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1)
블루 드래곤 나바리우스가 등장했지만, 정작 나바리우스의 정체를 모르는 키클로테스의 악마족 부하들은 눈앞의 사내를 보며 비웃었다.
“저건 누구지? 못 보던 얼굴인데? ”
“글쎄, 적어도 잘난 척할 실력은 안 되는 것 같아 보이는군.”
“크큭, 뿔도 없는 주제에 허세 떨기는.”
부하들과 달리 키클로테스는 나바리우스를 보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본 적 없는 건 키클로테스도 마찬가지였지만, 저 인간족 모습 속에 숨기고 있는 힘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아르칸 녀석, 어디서 이런 강자를 데려온 거지? 헛!’
속으로 투덜거리던 키클로테스는 순간, 한 가지 짚이는 걸 떠올렸다.
저번 인간계 침공 때, 분명 아르칸이 데리고 다니던 블랙 드래곤과 함께 있던…….
키클로테스는 아니길 바라며 물었다.
“설마, 블루 드래곤인가?”
“맞다. 나바리우스라고 한다.”
‘제기랄!’
키클로테스는 속으로 혀를 찼다.
바리스탄만 해도 자신이 지진 않겠지만 쉬운 상대가 아닌데, 드래곤까지 나타나다니.
아무리 따져 봐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 여기서 도망친다? 여신과 손잡았다는 게 들통난 이상, 악마족을 제외한 모든 마계가 적으로 등 돌릴 게 분명했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
“제기랄, 셀레니아! 보고 있으면 무슨 수라도 내 봐.”
키클로테스가 주변에 들리지 않도록 아주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번 일에는 키클로테스도 모든 걸 걸었지만, 여신도 비장의 무기를 죄다 꺼냈다고 알고 있었다.
이대로 실패하는 걸 원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때 귓가에 여신 셀레니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쯧. 망했네, 망했어. 뭘 해도 무리니까 포기해. 곧 정령왕들도 거기 나타날 테니까.
“포기하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키클로테스가 외쳤지만, 셀레니아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여신에게 하는 말인 줄 알아듣지 못한 바리스탄이 근엄하게 말했다.
“포기?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된 이상 용서받을 생각은 하지 마라. 이 기회에 화근의 씨앗을 도려내겠다.”
“큭! 네 마음대로 될 줄 알고?”
키클로테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마력을 끌어모았다.
그런데 가슴팍에서 평소와 다른, 따스한 기운이 넘쳐흐르는 게 아닌가?
‘이건 신성력?’
의아해하고 있는데 다시 셀레니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끝까지 싸우려는 근성이 마음에 들었어. 도와줄 테니 최대한 날뛰어 봐.
어떻게 힘을 전달하나 했더니, 들고 있던 하얀 초대장에서 신성력이 나오고 있었다.
“뭐야? 힘을 줘도 하필이면 신성력을 주냐.”
-괜찮으니까 힘내서 싸워.
키클로테스가 투덜거렸지만, 셀레니아는 그 응원을 마지막으로 연결이 끊은 듯 더 말이 없었다.
그러나 괜찮을 거라는 말 자체는 사실인 듯 체내의 마력과 신성력이 서로 반발을 일으키기는커녕 서로 합쳐졌다.
키클로테스의 상식을 벗어난 반응이었다.
‘크음, 이럴 수가. 하긴, 이러니까 아르칸이 신을 자처하고 신력을 모으는 거겠지.’
키클로테스가 납득하고 있을 때, 화염이 날아왔다.
바리스탄이 쏜 화염이었다.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냐!”
키클로테스가 셀레니아와 이야기하는 동안, 바리스탄은 키클로테스의 마력이 갑자기 강해지는 걸 포착했다.
그걸 보고 위기감을 느껴 선제공격을 펼친 거였다.
“크윽.”
놀란 키클로테스가 손을 내밀었다.
바리스탄의 화염이 어찌나 강력한지 순간적으로 피부가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러나.
체내의 신성력이 자연스레 발휘되어 피부를 재생시킬 뿐만 아니라, 화염까지 완전히 밀어냈다.
그걸 본 바리스탄이 당황했다.
“아니, 어떻게.”
“후후, 이제 너 따위는 내 상대가 안 된다.”
자신만만하게 말한 키클로테스는 권능을 발휘했다.
그건 바로 마신 강화의 권능.
순간적으로 마력을 두 배로 늘려 주는 권능이었다.
원래 이 권능으로 바리스탄을 꺾을 생각이었는데, 블루 드래곤 나바리우스가 나타났다.
하지만 마신 강화로 늘어난 마력에 여신 셀레니아로부터 얻은 힘이라면, 나바리우스까지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흐흐, 모두 빠르게 해치우고 마정석을 빼앗겠다.”
그 기세가 얼마나 살벌한지, 나바리우스가 움찔했다.
“어, 이거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났는데?”
“이미 늦었다. 내게 대항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키클로테스는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 박쥐 날개를 쫙 하고 펼쳤다.
그에 고무된 악마족 부하들도 마력을 끌어올리고 특성을 쓰며 바리스탄의 부하들에게 덤볐다.
강렬한 기세로 몰아치자 바리스탄과 나바리우스도 밀려났다. 바리스탄 부하들은 여기저기 다치기까지 했다.
이대로라면 키클로테스가 모두 해치우고 승리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기세등등했던 것도 잠시뿐.
전장에서 이곳까지 순식간에 귀환한 정령왕들이 나타나자 움찔했다.
“아니, 이렇게 빨리? 크윽, 그렇군.”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출입이 불가능한 마왕성 대결 중에도 나타났다 사라졌다 했으니까.
독특한 이동 방식이 있는 게 확실했다.
키클로테스의 짐작처럼, 정령왕들은 정령계로 들어갔다가 다시 대마왕성으로 나온 거였다.
사실 이것만 깨달았다면 처음부터 여신 셀레니아의 작전은 통하지 않으리라는 걸 눈치챘을지도 몰랐다.
게다가 더 중요한 걸 간과한 키클로테스는, 정령왕들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이것들이 와 봐야, 나한테는 안 된다.”
“두고 보면 알겠지. 적어도 내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다 쓰러트려 놔야 할 거야.”
아직 이쪽으로 향하고 있던 아르칸이 제피로스의 힘을 빌려, 키클로테스에게 말했다.
그 말이 키클로테스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뭣들 해? 다들 하나라도 더 해치워. 나는 바리스탄을 잡겠다.”
부하들을 독려한 키클로테스는 자신도 박쥐 날개와 화살촉 꼬리로, 덤벼드는 정령왕들을 떨쳐 내고 바리스탄에게 덤볐다.
바리스탄만 쓰러트려서 사로잡을 수만 있다면, 바리스탄의 목숨을 빌미로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어 보였다.
하지만 아르칸이 두고 보면 알 거라고 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누가 누굴 잡는다고? 이번에야말로 깡그리 태워 주겠다.”
터무니없이 강해진 키클로테스 앞이었지만, 바리스탄도 일체의 물러섬 없이 패기 있게 나섰다.
이번에는 단순히 화염을 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불이 되어 적에게 돌격하는 필살의 권능, 염체화를 쓸 작정이었다.
“간다!”
바리스탄이 외치면서 권능을 사용하자 이마의 뿔이 달아오르더니, 전신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화르르.
“어? 뭐지?”
염체화를 진행 중이던 바리스탄은 순간 당황했다.
평소보다 불길이 더욱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바리스탄은 순간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
“저 불의 정령왕 때문이겠군.”
같은 화염 속성이다 보니, 바리스탄의 화염을 강화해 준 거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불의 정령왕 제피로스도 대마왕성에 심어진 세계수 덕분에 한층 강화된 상황.
그렇게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낸 덕분에, 지금 바리스탄은 평소보다 몇 배는 강해진 상태였다.
이른바 초염체화!
“우와, 이거 옆에 있다가 나도 같이 타 버리겠는데.”
블루 드래곤 나바리우스마저도 놀랄 정도의 열기였다.
그걸 본 키클로테스는 자신의 최후를 직감했다.
“아, 바리스탄,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하자!”
“필요 없다. 대마왕이 되어서 추한 모습 보이지 말도록.”
냉정하게 말한 바리스탄이 키클로테스를 향해 돌격했다.
키클로테스는 그런 바리스탄을 막기 위해 양손을 교차하고 박쥐 날개로 몸을 감쌌지만.
바리스탄은 그마저도 뚫고 키클로테스를 불태웠다.
화륵.
바리스탄이 염체화를 풀고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키클로테스는 순식간에 타 버려 재로 변해 있었다.
결국 대마왕 바리스탄이 대마왕 키클로테스를 쓰러트렸다.
바리스탄은 흩어지는 재를 보며 말했다.
“내 아내의 복수다.”
예전에 아네스를 모욕한 걸 잊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흩어지는 재 사이로, 하얀 초대장이 떨어졌다.
이 와중에도 그 초대장만은 멀쩡했다.
“저건…… 크음.”
바리스탄도 그걸 보고 집으려고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휘청거렸다.
안 그래도 염체화를 쓰면 몸에 무리가 오는데, 키클로테스를 쓰러트리기 위해 초염체화를 쓴 반동이었다.
바리스탄의 부하들이 달려들어서 부축했다.
“바리스탄 님, 괜찮으십니까?”
“그래, 괜찮다. 일단 먼저 돌아가서 쉬어야겠군.”
상황을 전달받은 아르칸이 말했다.
“여기서 쉬시지요. 세계수도 있고 성직자도 있으니, 빠르게 회복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아니다. 자식한테 이런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지. 그리고 키클로테스에게서 나온 걸 챙겨라.”
바리스탄은 그 말을 끝으로 이곳에 왔을 때 썼던 이동문을 통해 돌아가 버렸다.
아르칸은 바리스탄의 말에 감동하면서도 이번에 녹초가 될 정도로 싸우게 만든 게 죄송스러웠다.
‘아버지는 복수했다며 기뻐하신 거 같지만.’
어쨌거나 덕분에 키클로테스 대마왕을 해치울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성과였다.
이제 앞으로 마신을 제외하고, 마계에서는 아르칸을 막을 존재가 없어진 셈이었다.
‘아버지가 챙기라고 한 건 아무래도 성녀와 관계된 거겠지.’
하얀 초대장은 처음 봤지만, 거기서 풍기는 신성력 기운만으로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아르칸은 제피로스에게 지시를 내렸다.
“하얀 초대장을 내게 가져와.”
“알겠습니다.”
‘키클로테스가 가진 마신의 눈도 확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미뤄 두는 수밖에.’
마신의 눈은 키클로테스가 가진 마신의 유산.
현재 마신의 눈은 키클로테스가 대마왕성 위에 세운 높은 탑에 설치해 놓고, 멀리서 적을 저격하는 데 사용했다.
직접 들고 다니지 않더라도 대마왕성이 악마족 영역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만큼, 도둑맞을 염려가 없어서 가능한 거였다.
나중에 가면 다른 녀석이 챙겼을지도 모르지만, 그것까지 아르칸이 어쩌긴 힘들었다.
“그럼 성전은 이대로 끝나려나?”
아르칸이 마계 원정대 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르칸은 대마왕성에 키클로테스가 쳐들어왔다는 소식에 당황한 척 연기하면서 빠져나왔다.
여신이 키클로테스에게 일이 틀어졌다는 걸 알리지 못하게 막는 것과 동시에, 마계 원정대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다.
아르칸 대마왕군이 혼란에 빠진 걸 보며, 성녀는 전투를 속개하고 싶어 했다.
다행히 왕국군과 귀족 연합군은 추격하길 꺼렸다.
여신 셀레니아도 별말이 없는 거로 봐서는 그 역할을 다했다고 봐도 무방해 보였다.
여신 셀레니아가 키클로테스와 협잡해서 함정을 파기 위해 전쟁까지 일으킨 건 못마땅했지만, 그래도 이 세계를 지키는 여신.
이번에 천사에 대천사, 여신상까지 총동원해 다른 수작을 부릴 여력이 없는 만큼, 일단은 내버려 둘 생각이었다.
‘적어도 용사를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기 전까지는 하는 수 없지.’
아르칸이 대마왕군더러 이제 완전히 철수해도 된다고 말하려 할 때였다.
전장의 상황을 보고 있던 제피로스가 알렸다.
“아르칸님, 마계 원정대가 철수를 멈추고 밀집하고 있답니다. 아무래도 다시 싸울 기세입니다.”
그 말에 아르칸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시 싸운다고? 설마 여기서 끝장을 볼 생각은 아니겠지?”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