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28
228화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4)
아르칸이 여신 셀레니아를 쫓아가 있는 동안, 전장의 상황은 끔찍했다.
어느덧 1천여 마리에 이른 대천사가 아르칸 대마왕군을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르칸 대마왕군을 총지휘하는 아바로스는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애썼지만, 사상자가 계속 나왔다.
대천사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최소 마왕급 전력이 필요한데, 대마왕인 아르칸은 빼더라도 피용과 정령왕들이라는 강력한 전력이 빠진 게 치명적이었다.
나머지도 몸을 돌보지 않고 힘내서 싸웠지만, 중과부적이었다.
당장 남은 이들 중 가장 강력한 전력인 센시아부터 초거대화가 풀려서 전투력이 극감했다.
오웬도 무리한 전투에 지쳐서 나가떨어졌다.
그 와중에 분투하던 볼가가 사망했지만, 볼가의 권능인 초월 부활이 발동해 순간적으로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초월 부활로 강해지는 것도 잠시뿐이었다.
볼가는 그 효과가 끝나자마자 크게 다쳐 의식을 잃고, 부하들이 겨우 구해 목숨만 건질 수 있었다.
나머지 수인족 마왕 삼인방이나 마왕 솔릭 등 여러 마왕들도 분투했지만, 방어에 급급할 뿐이었다.
“아르칸님은 이럴 때 어디 가신 거야?”
“우리보다 더 처절한 싸움을 하고 계실 테니, 앓는 소리 하지 말고 정신 바짝 차려라.”
투덜거리는 나미라를 아바로스가 나무랐다.
“다들 조금만 더 힘내게. 아르칸님이 어떻게든 해결해 주실 걸세.”
오웬도 타일렀다.
여신에게 간 아르칸이 저 대천사들을 처리해 줄 거라고 굳게 믿은 거였다.
그래도 이그나르는 불안이 가시지 않는지 작게 투덜거렸다.
“그 전에 우리가 다 죽게 생겼는데?”
“츠츳. 성녀님이 조금이라도 더 버텨 주시길 바라는 수밖에.”
베리나가 뒤편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아르칸의 성녀, 엘리시아를 바라봤다.
엘리시아는 놀랍게도 어마어마한 신성력을 발휘해 대천사를 막아 내고 있었다.
근처뿐만 아니라, 대마왕성에서 기도를 올리는 신도들의 신성력까지 한데 모아 방어막을 만들었다.
그러나.
대천사들은 수많은 깃털을 날려 엘리시아가 신성력으로 만든 방어막을 두들겼고, 엘리시아는 강력한 타격에도 무리하게 방어막을 유지하다가 이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아악!”
방어막이 사라지자 대천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성큼 다가왔다.
그러나 이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여기를 제 최후의 전장으로 삼아도 되겠지요.”
“크취익. 나도 다시 싸울 수 있다.”
오웬의 결의에, 쓰러져 있던 오크 로드 나크룸도 벌떡 일어났다.
다른 이들도 따라 전투태세를 갖췄다.
사실 이들은 도망치려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부하들을 대피시키느라 앞장서서 지키고 있는 거였다.
모두 전열을 짜고 대천사들을 상대했지만, 대천사들의 맹공에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다.
하나둘 나가떨어지는 와중에, 오웬까지 갑자기 쓰러졌다.
전신에 경련이 온 걸 보아 상처가 심각하다기보다는, 이식한 마심장을 과하게 운용하다 무리가 온 것처럼 보였다.
그걸 본 대마왕군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졌다.
보다 못한 센시아가 물었다.
“아바로스 님, 이대로는 안 됩니다. 무슨 방법이 없습니까?”
“나로서도 더 손쓸 만한 게 없군. 아르칸님이 어서 돌아오시길 바라는 수밖에.”
“아…….”
절망스러운 대답에 센시아가 탄식했다.
이대로라면 아르칸이 오기 전에 대부분이 죽어 나갈 판이였다.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어떻게든 하는 수밖에 없어.’
센시아는 초거대화를 쓰기 위해 마력을 끌어모았다.
초거대화는 사용한 뒤 마력이 다할 때까지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그 반동이 어마어마하다.
한동안 일어나기도 힘들어 시체처럼 흐느적거리며 다닐 정도였다.
이 때문에 지금도 팔다리가 아주 무거웠다.
그래서 여태까지 연속으로 초거대화를 쓴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제가 조금이라도 막을 테니, 다들 후퇴하세요.”
센시아의 말에 아바로스를 비롯한 모두가 깜짝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설마 또 권능을 발휘하려고요? 무리입니다.”
아바로스가 말렸지만, 센시아의 발걸음은 대천사들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초거대화로 상대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대천사들 바로 앞에서 초거대화를 쓸 생각이었다.
그때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가 아르칸 대마왕군과 대천사 사이를 갈랐다.
그 기세가 어찌나 흉흉한지, 센시아는 순간적으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뜻밖에 대천사도 움직임을 멈췄다.
그런 와중에 오러 블레이드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대마왕군에서 그를 아는 몇몇이 다급하게 외쳤다.
“용사? 용사잖아!”
“이런, 용사가 나타났다!”
“이제 정말 끝장이구나.”
대천사도 상대하기 버거운 와중에 용사까지 나타나다니, 대마왕군으로서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작 용사는 이쪽을 힐끔 쳐다보더니, 대천사를 향해 검을 겨누는 게 아닌가?
“설마, 대천사랑 싸우는 건가?”
누군가의 말대로, 용사는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면서 대천사에게 덤볐다.
“어떻게 된 거지?”
난데없는 상황에 다들 당황해하고 있을 때, 아바로스가 외쳤다.
“다들 뭣들 하나? 어서 후퇴해! 이 기회에 최대한 빨리 멀어져야 한다!”
아르칸 대마왕군은 그 지시대로 의문을 접어 두고, 후퇴하기 시작했다.
한편 용사가 대천사들을 상대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여신이 이런 미친 짓을 벌이다니, 내가 막아야 해!’
말이 천사지, 용사가 봤을 때는 괴물이나 다름없었다.
여신은 수만에 달하는 인간을 저런 괴물로 만든 거였다. 아무리 자신이 여신 셀레니아의 용사라고 할지라도 도저히 용납이 안 됐다.
이래서야 마신이나 여신이나 별다를 게 없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
용사는 최대 출력의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러 대천사들을 공격했다.
처음에는 가만히 있던 대천사들은 곧 용사의 공격에 반격하기 시작했다.
대마왕군을 쫓기를 그만두고 말이다.
“그래, 나한테 덤벼라!”
용사는 하늘을 가득 메운 대천사들의 날개에도 압도되지 않고, 쉴 틈 없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그러다 보니 몇 마리를 쓰러트렸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바닥에 대천사의 시체가 쌓였다.
그런데도 대천사들은 끊임없이 용사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왜 끝이 없는 것 같지……. 엇!’
이상함을 느낀 용사는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눈을 부릅떴다.
용사는 처음에 자신이 반 토막 낸 대천사가 추락하는 걸 보고 쓰러트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오산이었다.
알고 보니 쓰러진 대천사들끼리 합쳐지더니, 다시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거였다.
다소 피해를 입긴 해도, 베는 것만으로는 소멸에 이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해서는 쓰러트리지 못할 것 같군.’
용사가 냉정히 상황을 파악했다.
최대 출력으로 사용한 오러 블레이드는 벌써 힘에 부치는지 조금씩 작아지고 있었다.
어떻게든 아르칸 녀석의 부하들이 도망치고 난 뒤에, 몸을 빼는 수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쓴웃음을 지으며 생각한 용사는 한편으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아르칸을 찾았다.
‘이런 상황에서 아르칸은 대체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거야?’
그때였다.
!!!!!!!!!!!!!!!!!!!!!!!!!!!!!!!!!!!!!!!!!!!!!!!!!!!
영원히 공격해 올 것 같던 대천사들이 움찔하더니,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는 게 아닌가?
“큭.”
해일과 같은 어마어마한 힘의 파동에 용사도 버티고 서 있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놀라운 건 그다음에 벌어졌다.
새하얀 깃털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대천사를 이루고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날개에서 깃털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대천사들의 날개도 하나하나 분리되어 떨어지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난데없는 상황에 당황해하던 용사는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몸에서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라진 여신의 힘.
예전에 한 번 겪었던 거라 확실했다.
그때는 여신이 용사를 교체한다고 말하며 힘을 빼앗아 간 거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대천사들이 소멸하는 와중에 자신도 힘을 잃었다?
한 가지 경우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여신이 죽은 건가?”
그리고 여신이 죽였다면, 그걸 저지를 만한 녀석은 딱 한 녀석밖에 없었다.
‘설마 아르칸이?’
왜 이 자리에 없나 했더니, 여신을 찾아가서 해치운 게 분명했다.
***
그 시각.
용사의 예상대로 아르칸은 여신 셀레니아를 쓰러트린 참이었다.
셀레니아는 아르칸이 쓴 차원의 조각으로 약화된 후, 아르칸과 피용, 정령왕들의 파상 공세에 못 버티고 나가떨어졌다.
그러고는 존재가 소멸하는지 손발 끝에서부터 가루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도 여신은 아르칸을 비웃었다.
“……후후, 아르칸. 너는 나를 쓰러트린 걸 후회하게 될 거다.”
“왜?”
“내가 짊어지고 있던 모든 책임을 네가 가져가야 할 테니까. 이 세계를 수호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일인지 아느냐.”
“몰라. 그래도 원래 삶일 때보다는 낫겠지.”
“아…….”
아르칸의 대꾸에 셀레니아가 그제야 아르칸이 빙의되었다는 걸 기억하고는 신음을 내뱉었다.
빙의 전 상황을 생각하면 아르칸의 말이 딱히 틀린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녀석이 왜 너를 선택했는지 알 거 같군.”
묘한 눈빛으로 아르칸을 바라보던 셀레니아는 그 말을 끝으로 완전히 재로 변해 흩어져 버렸다.
신치고는 허망한 최후였다.
“…….”
아르칸이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 게티아가 분위기를 깼다.
“이야! 역시 여신 잡으니까 레벨이 팍팍 오르네.”
“레벨이 올랐다고?”
“그래, 지금 네 권능 레벨이 7에서 바로 9가 됐어.”
그 말에 아르칸의 눈이 번쩍 뜨였다.
“정말이야?”
권능 레벨이 곧 오를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2단계나 오를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군주의 정복 스킬 덕분인가.’
“설명하자면 기니까, 한번 봐.”
게티아가 자신의 몸을 펼쳐서 권능 레벨이 올라가면서 생긴 스킬을 보여 줬다.
아르칸이 집중해서 읽고 있는데, 제피로스가 불렀다.
“아르칸님, 여기 계속 있으면 위험합니다. 일단 돌아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 그래. 자세히 알아보는 건 나중에 하고 일단 돌아가야 할 거 같네.”
주변을 돌아본 아르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공간은 여신의 신력으로 만들어진 곳.
여신이 소멸하자 유지가 안 되는 듯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아르칸은 아공간 주머니를 내밀었다.
“피용, 원래 세계로 돌아갈 테니까 어서 들어가.”
나머지 정령왕들은 스스로 원래 세계로 이동할 수 있어서 상관없었다.
아르칸은 피용이 아공간 주머니에 들어가자 원래 세계로 넘어왔다.
아직 낮이라 훤한데도 하늘이 어두운 게, 왠지 모르게 불길하게 느껴졌다.
여신 셀레니아가 소멸해서 저런 게 분명했다.
제피로스도 그걸 느꼈는지 중얼거렸다.
“대기가 아주 불안하네요.”
“땅도 떨고 있습니다.”
“불길도 사그라들고 있는데, 생명력이 조금씩 없어지는 모양입니다.”
“아르칸님, 이제 어쩌죠?”
땅과 불의 정령왕이 말하는 걸 보고, 물의 정령왕 나이어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이 세계를 지켜야지. 내게 다 방법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아르칸은 이번에 얻게 된 능력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