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3
23화 두 마왕과 한 용사 (3)
가노트 마왕성 안.
“이히히힉, 모조리 물어뜯어 죽여라!”
“다들 침착해라! 별거 아닌 뼈다귀들이니, 차근차근 해치우면 된다!”
마왕 가노트와 드리켈라의 군대가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가노트 군대는 수인족 50에, 자신의 권능으로 만든 스켈레톤이 1백.
흥분한 수인족은 물론, 이지가 없는 스켈레톤들은 적을 향해 맹목적으로 돌격했다.
반면에 드리켈라 마왕군은 넓은 지형을 활용해 반원형 병력을 펼쳤다.
덕분에 앞뒤 없이 마구잡이로 덤벼드는 적을 싸 먹으며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 나갔다.
그렇다고 해서 압도적으로 우세하진 않았다.
전술은 드리켈라 마왕군이 뛰어났지만, 가노트 마왕군의 뛰어난 전투력과 호전성이 그를 상쇄했다.
“저기 뚫리잖아! 저기부터 막아! 다들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마라!”
“이히힉! 조금만 더 하면 무너트릴 수 있다! 전부 다 찢어발겨!”
아이러니하게도 공방이 서로 바뀐 듯 보였다. 중요한 건 그 와중에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거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수성 중인 가노트 마왕은 패배하면 목숨은 물론, 목숨과도 같은 마정석을 잃는 상황.
공성 중인 드리켈라 마왕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인간족과 내통한 게 들통날까 봐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인 데다, 더는 동원할 전력이 없었다.
이번에 반드시 가노트를 꺾고 마왕성과 마정석을 차지해야 했다.
제각기 절박한 사정이 두 마왕을 일선에 나와 직접 싸우게 만들었다.
부하들과 마찬가지로 마왕 개인의 전투력은 가노트 쪽이 높았다.
그러나 드리켈라도 마족 조스타와 메섹과 합세해서 싸우니 밀리지 않았다.
“이힉! 치사하게 여럿이서 덤비다니. 정정당당하게 일대일로 붙자!”
“전쟁 중에 치사한 게 어디 있느냐! 얌전히 목이나 내놓거라!”
답답해진 가노트가 소리쳤지만, 드리켈라는 어림도 없다는 듯 대꾸하면서 싸워 나갔다.
한편 이 막상막하의 전투를 초조하게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통제실에 억류 중인 포그밀이었다.
포그밀의 운명도 두 마왕과 마찬가지로 이 전투의 향방에 따라 갈렸다.
아니, 어느 쪽이라도 최악이었다.
자신을 배신하고 함정에 빠트렸다고 의심 중인 가노트는 전투가 끝나면 자신을 처형할 테고.
드리켈라가 이길 경우에도 가노트의 편에 섰다며 목숨이 달아날 판이였다.
‘푸히힉. 아르칸 마왕성을 공격하라고 부추기고 바로 떠날걸.’
괜히 아르칸이 끝장났다는 소식을 듣고 싶어 기다렸던 게 화근이었다.
‘아냐, 어느 쪽이든 승리하고 기분 좋을 때, 잘 구슬리면 살아날 방법이 있을 거야…….’
포그밀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전투를 지켜봤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니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게 아닌가?
‘어? 이러면 이야기가 다른데?’
서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다 보니 사상자가 다수 나오는 건 필연.
심지어 부상을 입어도 후퇴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싸웠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양측의 병력은 줄어 갔고, 지금은 반 토막이 나 있었다.
그런데도 어느 쪽도 물러설 기미가 없었다.
이른바 전멸전이 펼쳐지는 중이었다.
‘푸히힉, 그래 서로 죽이는 거다!’
신난 포그밀은 속으로 두 마왕군을 모두 응원했다.
이대로 양측이 공멸하게 되면 자신의 생존 확률이 높아질뿐더러, 어쩌면 어부지리로 마왕성을 차지할 기회가 생길지도 몰랐다.
지금 자신을 억류하는 가노트의 부하들은 겨우 둘. 자신의 부하들은 묶여 있긴 해도 다섯이다.
방심하고 있을 때 덮치면 어떻게든 제압 가능했다.
지금 얌전히 잡혀 있는 건 밖이 저래서는 풀려나도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어서 빨리 서로 죽여!’
속으로 응원하는 와중에 밖에서 당황한 소리가 들렸다.
“어? 웬 놈이냐. 또 누가 쳐들어왔나?”
“저건 인간족?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 거지?”
“뭐야? 설마 혼자 온 건가?”
위치상 보이지 않지만, 입구 쪽에서 웬 인간족이 나타난 모양.
가끔 있었다.
소수로 마왕성을 공략한다며 쳐들어오는 인간족이.
아무리 그래도 혼자서 쳐들어오다니.
‘푸힉! 멍청한 인간. 불운하게도 안 좋은 시기에 와서 개죽음당하겠구나.’
포그밀이 비웃을 때,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다.
“크으아아아아아아악!”
“가, 강하다. 저 인간족부터 해치워!”
혼자 온 만큼 제법 강한 모양.
놀라운 건 그 뒤에 들린 소리였다.
“저 인간족이 여긴 어떻게……. 이럴 때가 아니지.”
“이힛? 드리켈라! 지금 꼬리 말고 도망치는 거냐?”
‘지금 인간족을 보고 마왕이 도망친 거야?’
포그밀은 가노트처럼 황당해하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직접 보고 싶지만 마침 보이는 위치가 아니었다.
“이힛. 이렇게 된 이상, 네 머리통부터 씹어 먹어 버리……. 크헉!”
“가, 가노트 마왕님이 당했다!”
‘이럴 수가!’
드리켈라 마왕이 도망친 데 이어서 가노트 마왕이 당했다고?
심지어 말하는 도중에 단칼에 당한 듯했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나타난 거야!!’
포그밀을 감시하던 가노트의 부하들도 그걸 듣고는 당황했다.
“드, 들었어? 마왕님이 당하신 거 같은데?”
“어쩌지?”
“푸힉! 지금 이러고 있을 때야? 나가서 확인해 봐야지!”
답답한 포그밀이 소리쳤지만.
“하지만 우리 임무가…….”
“마정석도 지켜야 하고.”
“마왕까지 죽은 마당에 마정석을 어떻게 지키려고. 어차피 우리 힘으로는 마정석을 빼 가지도 못해!”
그 말대로 마정석을 탈취하는 데도 마력이 필요했다.
그것도 마정석이 품고 있는 마력을 억누를 정도의 강한 마력이.
마력이 바닥이라 반지하 상태였던 아르칸 마왕성이 아니고서야, 통제실의 누구도 마정석을 빼는 건 무리였다.
도구를 쓰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것도 아주 고가에다가 포그밀에겐 없었다.
“젠장! 그래, 나가자.”
“근데 나가서 어쩌지?”
“어쩌기는, 마왕이 죽었으면 원정 나간 클투스를 찾아가서 돌아오라고 해야지!”
고민하는 수인족에게 포그밀은 친절하게 할 일을 가르쳐 줬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 그래. 어서 나가 보자!”
“이것들은?”
“그냥 내버려 둬.”
가노트의 부하들은 그대로 통제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포그밀 님, 저희는 어쩌죠?”
“어쩌기는, 우리도 도망쳐야지.”
“짐은 어쩝니까?”
“푸힉! 멍청한 소리 좀 그만해. 이 난리 통에 우리 짐을 어떻게 챙겨?”
“그, 그렇죠. 일단 밧줄부터 풀겠습니다.”
걱정하는 부하와 달리 포그밀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아르칸에게 받은 드리켈라 마왕의 골드 보증서였다.
참고로 마왕의 재산만 남아 있다면, 사망해도 받을 수 있었다.
‘골드로 받았으면 날릴 뻔했는데 아르칸 녀석이 주는 게 전화위복이 됐군.’
“다 풀었습니다.”
“푸힉. 잘했다. 어서 도망치자.”
통제실 밖으로 나오니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안 그래도 각종 뼈다귀로 가득했던 곳에 온갖 시체와 피비린내가 추가됐고, 사방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그 중앙에는 인간족 하나가 푸른 기운을 내뿜는 검을 쥐고 뛰어다니며 마왕 드리켈라를 쫓고 있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는다!”
‘이 틈에 도망쳐야 해!’
포그밀은 그 뚱뚱한 몸으로 최대한 은폐 엄폐 하면서 도망쳤다.
* * *
클투스가 아르칸 마왕성 안에서 헤맨 지도 사흘째.
통제실로 향하는 문을 발견하기 위해 미로 내에 벽이란 벽은 다 두들겼지만,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안 되겠다 싶었던 클투스는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벽 너머에 들리라고 욕과 함성을 고래고래 지른 거였다.
그러나 아르칸 마왕성 측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고, 좁은 통로에서 소리치니 안 그래도 예민한 수인족들만 고통스러웠다.
이렇게 지지부진하다 보니 기세 좋던 부하들의 사기도 바닥을 쳤다.
‘이러다가는 싸우지도 않고 질 판이다.’
아르칸이 이런 괴상한 짓까지 벌이면서 버티는 이유도 짐작됐다.
‘아마 원군이라도 요청한 거겠지.’
그 대비도 해 뒀다.
이동 경로에 경비를 세워 두고 상황에 따라 곧바로 후퇴할 계획까지 짜 둔 거였다.
하지만 후퇴는 어디까지나 최후에 부득이한 경우.
마왕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마정석을 가지고 귀환하고 싶었다.
‘그러면 어쩌면 내게 마정석을 하사하실지도 모르지.’
이미 마왕성을 가진 마왕이 새로운 마정석을 얻을 경우, 주로 기존 마왕성의 마정석과 합친다.
아니면, 신뢰하는 부하에게 하사해 세력권을 넓히기도 했다.
아르칸 마왕성의 마정석은 마력이 적을 테니 합치는 것보다 하사하는 게 합리적.
클투스는 내심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부하들이 달려오며 클투스의 달콤한 망상을 깼다.
“클투스 님! 클투스 님!”
다급한 모습에 클쿠스가 긴장했다.
“이힉? 드디어 아르칸 녀석이 기다리던 원군이 온 거냐?”
“아, 아닙니다. 가노트 마왕성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가노트 마왕성에서? 설마 점령이 늦어진다고 질책하시려는 거려나.”
“그게 아니라, 가노트 마왕님께서 서거하셨답니다…….”
“뭐라고?”
상상도 못 한 소식에 클투스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세한 건 이 상황을 전하기 위해 밤낮으로 달려온 부하에게 들을 수 있었다.
시작은 인근에 대기하면서 지나가게 해 달라던 마왕 드리켈라가 대뜸 마왕성을 공격해 온 거라고 했다.
치사한 기습이었지만, 가노트 마왕님은 당연히 그들에게 당당히 맞서 싸웠다고 했다.
문제는 싸우는 와중에 난입한 인간족이었다.
한 인간족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가노트 마왕님뿐만 아니라 드리켈라까지 해치웠다는 거였다.
그 소식을 들으니 여기까지 오면서 들었던 한 가지 이야기가 떠올랐다.
웬 인간족이 혼자서 마왕을 살해하고 다닌다는 이야기였다.
‘혼자 마왕성에 쳐들어가서 박살 내 버릴 정도로 아주 강하다고 했지.’
그토록 강한 가노트 님을 해치운 인간족이라면 그 녀석이 분명했다.
다만, 그 녀석은 여느 인간족과 마찬가지로 마정석에 대해 잘 모르는지 마왕을 해치울 뿐, 마정석은 그대로 내버려 뒀다.
“클투스 님, 어떡합니까?”
“돌아가야지. 어서 돌아가서 마왕성을 수습해야 한다.”
클투스는 그렇게 대꾸하면서 남몰래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먼저 돌아가기만 하면 내가 그 마정석을 가지고 마왕이 될 수 있어!’
문제는 미로에서 빠져나가는 게 쉽지 않다는 거였다.
게다가 후퇴를 시작하자마자 아르칸 마왕군이 공격해 오는 거 아닌가?
그제야 막혀 있던 통로의 위치를 파악한 클투스는 기가 막혔다.
그 위치가 벽의 위쪽, 거의 천장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 있으니 어떻게 찾아.’
아마 평생을 뒤져도 못 찾았을 가능성이 컸다.
“클투스 님, 어떡합니까? 반격합니까?”
부하가 다급하게 물었지만, 더욱 다급한 건 클투스였다.
“에잇,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 무시하고 회군한다!”
* * *
마정석을 보고 있던 아르칸이 지시를 내렸다.
“적이 도망친다. 공격해!”
“네! 맡겨 주십시오.”
트릴이 대답하고는 병사를 이끌고 뛰쳐나가 적의 뒤를 쳤다.
통로를 줄인다고 덩치가 큰 센시아는 밖에 있던 상황. 추적하는 건 트릴의 몫이었다.
수인들은 안 그래도 미로를 헤맨다고 지쳐 있는 와중, 난데없는 철수 명령에 당황한 상태.
거기다가 공격까지 받자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응전을 포기하다 보니 철수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안 그래도 재빠른 수인족이다 보니 추적하는 쪽에서 쫓아가기 힘들 정도였다.
“쩝, 이러다가는 다 놓치겠는데요.”
“그러면 안 되지. 기다려 봐.”
트릴이 난감해하자 통제실에서 상황을 보고 있던 아르칸이 나섰다.
“마법스크롤 작성, 홀드.”
홀드 마법으로 도망치는 수인족을 잡은 거였다.
“우와!”
“이러면 도망 못 치죠.”
“역시 마왕님이셔.”
부하들이 감탄하며 수인족을 공격했다. 당연하게도 고블린보다 훨씬 끈질겼다.
그걸 보며 아르칸이 지시를 내렸다.
“지금 그거 하나하나 잡고 있을 때가 아니야. 트릴은 병사를 이끌고 수인족을 쫓아가고, 오웬은 하인들과 함께 이것들을 죄다 묶어!”
홀드 마법으로 잡은 걸 다시 묶어 둔다니 아이러니했지만, 미로를 만드는 데 쓴 마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숫자를 잡아야 했다.
아르칸은 트릴과 함께 미로를 역주행하며 침입자들을 포획했다.
다행히 미리 게티아에게 마력초를 잔뜩 먹여서 홀드마법을 난사하는 게 가능했다.
한창 마법을 펼치며 활약하던 아르칸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마정석 얻음.
아르칸이 알려 준 대로 용사가 마정석을 챙긴 거였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