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33
233화 마신의 눈 (5)
아르칸 대마왕성의 세계수는 1계층 천장 꼭대기에 닿아 있다.
이건 성장 한계까지 끌어낼 수 있는, 성장의 물약의 효과 덕분.
‘하지만 저거로 끝이 아닐 거란 말이지.’
엘프들이 말하기를 전성기의 세계수는 산처럼 보일 정도로 크다고 했다.
거대한 세계수를 중심으로 엘프들이 도시를 이룰 정도로 번창했을 정도.
그것을 기억하는 오래된 엘프들은 아르칸 대마왕성에 세계수가 남아 있어 다행이라고 여기면서도, 그때를 떠올리며 아쉬워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르칸은 확신했다.
‘1계층의 윗부분을 개방하면, 세계수는 더욱 높고 크게 자랄 게 분명해.’
아르칸이 마신의 부하들에게 자신 있게 내기할 수 있었던 것도, 원래 계획이 세계수를 대마왕성 바깥까지 성장시켜 마신의 눈을 장착하는 거였기 때문이다.
다만, 무작정 개방하면 난리가 나니 조심해야 했다.
대마왕성 위쪽이야 별다른 게 없지만, 내부 중심에 있는 세계수가 다시 성장하면서 움직이면, 거기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
그 때문에 아르칸의 계획을 들은 오웬과 아바로스는 세계수의 주변의 물건과 건물을 치우고, 접근을 금지했다.
그런 후 대마왕성 위쪽으로 입구를 만들어 개방하느라 시간이 좀 걸린 거였다.
한편 세계수는 자신을 가로막는 대마왕성의 천장이 개방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성장을 재개했다.
하늘 위로 치솟기 시작하면서 푸른 이파리가 달린 가지를 사방으로 쭉 뻗었다.
거치적거리는 게 없어서인지 대마왕성 내부에 있을 때보다 훨씬 컸다.
세계수는 순식간에 대마왕성 전체의 높이를 뛰어넘고서도 계속해서 성장해 나갔다.
아르칸은 세계수 끝을 따라서 날아올랐다.
잠시 후.
세계수의 성장이 멈췄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르칸이 다스리는 수인족 영역이 한눈에 들어왔다.
다만, 저 멀리 악마족 영역은 거의 안 보이고, 인간계 영역도 일부만 보였다.
‘그래도 이 정도면 마신의 탑만큼은 높은 거 같은데. 그보다 걔들은 아직인가?’
아르칸은 뒤따라오고 있을 데실론과 마신의 부하들을 찾았다.
마침 그들도 아르칸을 발견했는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들은 아르칸이 세계수로 마신의 탑을 대체할 거라고는 꿈에서도 생각 못 해서였다.
눈앞에서 보는 지금도 믿기 어려웠다.
“대마왕 아르칸, 이 세계수에 마신의 눈을 장착할 생각이었군.”
“그래, 그러려고 이만큼 성장시켰으니까. 설마 탑이 아니라 인정 못 하겠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푸푸. 우리는 그렇게 치사하지 않다. 마신의 눈만 장착되면 상관없다.”
“맞아. 꿀꺽. 오히려 이 놀라운 발상에 솔직히 감탄했다. 꿀꺽.”
“동의한다. 이건 더 따질 거 없이 우리의 패배다.”
“그럼 내기는 내가 이긴 거지?”
아르칸의 말에 검은 뚱보가 웃으며 딴죽을 걸었다.
“푸풋. 그래도 승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신의 눈을 장착하지 않았으니까. 엘프들이 반발은 하지 않나?”
“어, 그러네. 꿀꺽. 아무래도 상극일 텐데. 꿀꺽.”
“무엇보다 마지막 남은, 유일한 세계수라면서? 아무리 엘프들을 부하로 삼고 있다고 해도 납득 못 할 텐데.”
아르칸은 마신의 부하들이 말에 웃으며 대꾸했다.
“괜찮아 세계수에 머무는 정령들은 마신의 눈을 장착하기를 기대하고 있거든. 그러면 엘프들도 좋아할 거야.”
아무리 대마왕성 안이 안전하다고 할지라도, 세계수가 하늘이 막힌 곳에 있다 보니 답답해했다.
거기다가 세계수로부터 생명력을 받으려고 해도, 세계수가 생성하는 생명력 외에 다른 생명력을 외부에서 끌어올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하늘 높은 곳에서는 마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생명력을 모을 수 있었다.
이것만 해도 정령들은 아주 기뻐했다.
그 와중에 마신의 눈을 장착하기를 기대하는 건, 세계수가 가진 한계 때문이었다.
세계수는 아주 강렬한 생명력의 총합이지만, 공격해 오는 적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기껏해야 숲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막을 펼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마신의 눈을 장착하면, 그런 해코지하려는 적을 응징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바람의 정령왕 제피로스에게 건네 들은 아르칸은 쓴웃음이 나왔지만.
한편 검은 뚱보는 아르칸의 말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푸푸. 정령들이 좋아하면 엘프들도 좋아한다라……. 확실히 그렇겠네.”
그러자 다른 마신의 부하들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마신의 눈을 장착할게.”
아르칸은 손에 든 마신의 눈을, 세계수에 갖다 댔다.
그러자 마신의 눈이 세계수의 줄기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완전히 흡수되어 버렸다 싶더니, 세계수의 줄기 중앙이 갈라지더니 커다란 눈이 번쩍 떴다.
마신의 눈이 자리 잡은 거였다.
“됐다.”
정상 작동하는 듯 이글거리는 마신의 눈을 보며 기뻐한 아르칸이 데실론을 돌아봤다.
“그럼 내가 이겼지? 약속대로 키클로테스 대마왕성을 옮겨 줘.”
“그래, 약속은 지킨다.”
“푸푸. 그보다 마신의 눈이 저렇게 자리 잡은 걸 보니 멋지군.”
“맞아. 상상했던 것 이상이야. 꿀꺽.”
“저 정도면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해야지.”
마신의 부하들은 내기에 졌음에도 만족하는 기색이었다.
‘마신의 유산이 어떻게든 제대로 쓰이는 걸 바라는 건가?’
어떤 의미로는 충성심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아무리 마신의 진짜 실체가 이 세계 밖에 존재한다고 해도, 수백 년 동안 마신이 부활하거나 돌아올 거라고 믿고 지키고 있었다.
충성심이 없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이야기.
그때, 바람의 정령왕 제피로스가 다가왔다.
“아르칸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아르칸의 물음에 제피로스는 곧바로 대답하는 대신, 데실론과 마신의 부하들을 쳐다봤다.
중요한 이야기인데 이 자리에서 말해도 되는지 묻는 거였다.
그걸 보며 데실론이 입을 열었다.
“엿듣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도록.”
“들었지? 나한테만 조용히 말해.”
아르칸이 그렇게 말하자 제피로스가 귓가에 소곤거렸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르칸의 눈이 커졌다.
“정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진지한 제피로스의 대답에 아르칸은 데실론과 마신의 부하들을 보며 말했다.
“이건 너희도 알아야겠네. 마계에 악신이 나타났단다.”
“뭐라고? 마계에?”
그 말을 들은 데실론과 마신의 부하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
마계에 악신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다들 놀란 건, 앞서 바리스탄이 아르칸에게 경고한 내용을 다들 알아서였다.
그 내용이란 바로 지금까지 악신들이 인간계에 주로 나타난 건 마신의 존재를 경계해서이기 때문.
그런데 만약 마계에 나타난다? 그건 마신을 우습게 볼 정도로 강할지도 모른다는 의미나 다름없다고 말이다.
그리고 모두의 우려대로 이 세계로 건너온 악신 카메론은 자신의 강함에 자신 있었다.
오거 크기의 카메론은 도마뱀 피부에 돌출된 눈이 특징인 카멜레온 수인. 그는 360도로 따로 돌아가는 두 안구로 사방을 확인한 뒤 투덜거렸다.
“이곳이 내가 지배할 땅인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초라해 보이는군.”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카메론이 나타난 곳은 리치킹 본앰브로스의 영역.
본앰브로스가 소멸한 뒤, 그 제자들이 스승의 자리에 서기 위해 다투느라 바빴다.
아르칸은 당장 개입하기보다는 그 다툼을 지켜보며 내부에서 정리되는 걸 기다리는 중.
그 때문에 여전히 음산한 죽음의 마기로 가득했다.
그쪽과 관련이 없는 카메론으로는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 뒤로 비슷한 외형에 체격은 오크만 한 부하 셋이 나타나서 카메론을 달랬다.
“고정하시지요. 곧 카메론님의 색으로 물들이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방어막이 사라진 덕분에 저희도 함께 왔으니, 저희에게 맡기시면 됩니다.”
“이런 곳쯤이야 금방 접수해 버리면 되죠.”
카메론의 부하들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럴 만도 한 게, 이들의 내뿜는 기세가 어찌나 대단한지 기세만으로 죽음의 마기가 물러나고 있었다.
당장 이들이 서 있는 자리만 해도, 마르고 갈라진 데다가 시커멓게 죽어 있던 지면에서 이끼가 잔뜩 낀 축축한 습지로 바뀌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나타나 호통을 쳤다.
“너희는 뭔데 감히 모리우스 님의 영역에 멋대로 침범했느냐!”
모리우스는 본앰브로스의 수제자 중 하나로, 영역 제일 동쪽을 관리하고 있었다.
악마족과 수인족 영역을 접한 다른 수제자들과 달리, 이곳에 자리 잡은 뒤 별다른 방해 없이 오랫동안 힘을 길러 왔다.
공석이 된 대마왕의 자리를 모리우스가 차지할 거라는 전망도 있을 정도였다.
그 때문에 그의 부하들은 모두 모리우스가 벌써 대마왕이 된 것처럼 굴었다.
그런데 통보도 없이 영역 내에 침입자가 나타난 거였다.
모리우스에게 잘 보일 기회라고 여긴 부하들은, 곧바로 침입자를 퇴치하러 달려왔다.
그러나 이들은 아주 운이 나빴다.
“쯧, 날파리 같은 게 왱왱거리는군.”
“죄송합니다. 바로 조용히 시키겠습니다.”
카메론의 말에 부하들이 고개를 숙이더니, 그대로 모리우스의 부하들을 박살 냈다.
다섯의 네크로맨서와 언데드 몬스터 2백여 마리가 세 명에게 순식간에 파괴당한 거였다.
첫 번째 부하인 레피더는 초고속으로 움직이면서 적을 쓰러트렸다.
두 번째 부하인 펙트럼은 반대로 적의 시야에 사라졌다가 그 뒤를 노렸다.
세 번째 부하인 미라지는 환각으로 자신의 모습을 거대화시켜 그걸 본 상대가 당황하는 사이 손쉽게 해치웠다.
셋이 다 나설 필요 없이 부하 혼자서도 적 부대를 전멸시키고도 남았지만, 주군인 카메론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단 시간에 적을 쓸어버리기 위해 모두 나선 거였다.
한편 레이쓰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모리우스에게 알렸다.
“뭐라고? 전멸했다고? 하는 수 없이 내가 나서야겠군.”
침입자는 단 넷뿐이었지만, 셋이서 하급 마왕급 전력을 박살 낸 거였다.
적어도 상급 마왕급인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정리가 어려울 듯 보였다.
‘그러면 그동안 모은 힘을 한번 시험해 볼까?’
모리우스는 자신 있게 침입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나섰다.
그러나.
모리우스가 마왕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자마자 카메론의 기다란 혀가 쏜살같이 날아오더니 모리우스를 붙잡았다.
“어?”
모리우스는 그 얼빠진 목소리를 끝으로 그대로 카메론의 입 안으로 딸려 들어가서는, 와그작와그작 씹혔다.
‘이렇게 강하다니 앞으로는 조심해야겠군. ……그런데 왜 영혼이 안 되지? 어, 안 돼, 안 돼!’
리치는 육신이 사라지면 마법에 의해 영혼으로 변해 라이프베슬로 옮겨서 그 힘으로 새로운 육신으로 부활할 수 있다.
그러나 모리우스는 카메론의 입 속에서 나갈 수가 없었다. 카메론이 모리우스의 영혼까지 씹어 먹은 거였다.
그렇게 한참 동안 모리우스를 씹던 카메론은 퉤 하고 뼈다귀 조각을 뱉었다.
“마왕이라고 하더니 별거 없군. 이 세계는 쉽게 접수하겠어.”
그렇게 말했을 때, 거대한 마력이 카메론과 그 부하들을 삼켰다.
마신의 눈에서 뿜어져 나온 레이저 공격이 작렬한 거였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