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34
234화 마신의 눈 (6)
한편 악신이 쳐들어왔다는 소식에 아르칸과 데실론을 비롯한 마신의 부하들은 당황했다.
아르칸이 재차 제피로스에게 물었다.
“나타난 위치는? 마계 어디쯤이야?”
“본앰브로스 영역 동쪽 끝에 나타났습니다.”
“그래? 조금 애매한데?”
아르칸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니, 궁금했던지 검은 뚱보가 물었다.
“푸푸. 뭐가 애매하단 소린가?”
“악신 말이야. 마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계로 바로 쳐들어왔다기에는 너무 외곽이 아닌가 싶어서.”
“어? 꿀꺽. 확실히 그러네. 꿀꺽.”
“나도 동의한다. 자신 있다면 악마족 영역, 적어도 대륙 한가운데로 왔겠지. 그렇다는 건 그렇게까지 걱정 안 해도 되는 녀석인가 보군.”
다들 드물게 마계로 쳐들어온 악신에 긴장했다가, 아르칸의 말에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데실론만은 그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생각인가? 저대로 내버려 둘 건가?”
데실론은 악신이 나타난 곳이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며, 아르칸이 가만히 있을까 봐 한 소리였다.
그러나 데실론의 우려와 달리, 아르칸은 아주 적극적으로 잡으러 나설 계획이었다.
“걱정하지 마. 바로 잡으러 갈 테니까.”
아르칸이 이렇게 이야기한 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었다.
데실론과 마신의 부하들 앞이라 말은 안 했지만, 악신을 퇴치해서 마신과 싸울 때 필요한 차원의 조각을 얻어야 했다.
원래 가지고 있던 건 여신 셀레니아를 상대할 때 모두 써 버린 상황.
마신 외에 강한 악신이 나타날 때를 대비해서라도 차원의 조각은 하나라도 더 모으고 싶었다.
그 외에도 악신을 잡을 이유는 있었다.
바로 악신을 직접 잡으면 권능 스킬, 군주의 정복을 발동시켜서 강해질 수 있으니까.
여신 셀레니아를 잡고 2레벨이나 올린 것처럼, 악신을 잡으면 꽤 많은 마력을 얻을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이런 의도를 모르는 마신의 부하들은 아무래도 믿기지 않는 듯했다.
“푸푸. 정말이냐?”
“굳이 아르칸이 안 나서도 될 거 같기도 한데. 꿀꺽. 그 정도면 본앰브로스의 수제자들이 처리하겠지. 꿀꺽.”
“나도 동의한다. 아르칸의 영역도 아니지 않나?”
‘어라, 이게 아닌데…….’
아르칸은 순간 당황했다.
어느새 이야기 흐름이 아르칸이 안 나서도 되는 거로 흘러가고 있었다.
다행히 데실론이 딴죽을 걸어 줬다.
“악신이 마계에까지 쳐들어오는 건 아르칸이 여신 셀레니아를 소멸시켜서니까. 아르칸에게 책임이 있다.”
“맞아. 내 책임을 통감한다. 모든 악신을 다 잡는 건 무리더라도 최대한 열심히 막을게.”
아르칸의 말에 데실론이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아르칸이 슬며시 세계수를 툭툭 두드리면서 말했다.
“이참에 이것도 한번 써 보려고.”
그러자 마신의 눈 속 눈동자가 슬그머니 아르칸을 쳐다봤다.
이 마신의 눈을 사용하면, 멀리 있는 적에게 레이저 공격을 가할 수 있다.
과거 키클로테스가 아르칸을 해치우기 위해 썼었는데, 그 위력이 드래곤 브레스보다 강했다.
‘그걸 내가 쓰게 될 줄이야.’
아르칸은 세계수에 장착된 마신의 눈을 보며 감회에 사로잡혔다.
다만 바로 쓰기 전에 확인할 게 있었다.
아르칸은 조용히 있는 게티아를 두드리며 말했다.
“게티아, 이거 감정 좀 해 줘.”
“뭐가 궁금해서 그래? 밑도 끝도 없이 감정하라고 하면, 나오는 게 한두 개가 아니라서 그래.”
하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음, 어디 보자. 마신의 눈을 쓴 다음 재사용하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알고 싶은데.”
예전에 아르칸이 공격받았을 때, 아버지가 마신의 눈은 연속 공격을 못 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알려 줬었다.
이번에 쓰긴 쓰더라도, 다음 공격까지 회복에 얼마나 걸리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야 언제 재사용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
“잠시만.”
게티아는 그대로 가름끈으로 세계수를 한번 훑은 뒤 대답했다.
“오, 이거 대단한데?”
“대단해? 뜸 들이지 말고 말해 봐.”
“세계수와 결합해서인지 공격력도 상승하고, 무엇보다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아주 짧아졌어. 하루에 1할 정도 회복한다. 얼마나 걸리는지는 출력을 얼마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다르고.”
“어, 공격할 때 출력을 정할 수 있어?”
“그래, 단 최소와 최대치는 정해져 있다. 최소 출력은 보유 마력의 4할, 최대 출력은 8할이다.”
“그렇다면 최대 출력으로 공격한 뒤, 최소 이틀 뒤에 다시 쓸 수 있는 거네. 원래는 얼마나 걸렸는지 알아?”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알려면 마신의 눈을 장착하기 전에 감정해야 했었다.”
게티아의 대답에 아르칸이 데실론을 돌아봤다.
“혹시 원래 어느 정도 걸렸는지 알아?”
“내가 알기로는 열흘은 넘었다.”
대략 계산해도 회복 속도가 다섯 배는 빨라진 듯했다.
“좋아, 그러면 부담 없이 발사해야겠군.”
그렇게 말한 아르칸은 데실론과 마신의 부하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다녀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푸푸. 어디 가는 거냐?”
“여기서 마신의 눈으로 공격하는 거 아니었나? 꿀꺽.”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해가 안 간다.”
그걸 듣던 데실론이 대신 설명해 줬다.
“악신 정도 되면 마신의 눈으로 타격은 줄 수 있어도 소멸까지는 못 시킬 테니까. 마무리를 지으러 가는 건가?”
“맞아.”
“그 정도면 정령왕을 시켜도 될 텐데?”
데실론의 말이 맞지만, 아르칸은 그대로 할 수 없었다.
군주의 정복 스킬이 발동해 악신의 힘을 얻으려면 직접 끝장내야 하니까.
“어쨌든 내가 도착할 때쯤, 제피로스가 마신의 눈을 사용해서 공격해.”
“네! 알겠습니다.”
제피로스의 대답을 들은 아르칸은, 다른 이들이 뭐라고 하기 전에 재빨리 본앰브로스 영역을 향해 날아갔다.
그렇게 한창 날아가고 있는데, 제피로스가 말했다.
“침입자를 감지했는지, 네크로맨서와 언데드 몬스터 들이 악신을 포위해서 공격하려고 합니다.”
“이거 괜히 마신의 눈 공격에 휘말리는 건 아니겠지?”
솔직히 저들이 죽는 게 걱정된다기보다는, 마신의 눈의 파괴력이 줄어드는 게 걱정이었다.
‘어차피 네크로맨서들은 죽어도 리치로 부활할 테니까.’
“염려는 안 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이미 부하들이 모조리 당했습니다. 그것도 악신의 부하들에게요.”
“그렇군…….”
하긴, 악신에게 네크로맨서 따위가 덤벼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최소한 상급 마왕급은 되어야지.’
그렇게 절반쯤 왔을 때, 다시 제피로스가 말했다.
“부하들이 당한 걸 보고 본앰브로스의 수제자, 리치 마왕 모리우스가 직접 나섰습니다.”
“이렇게 빨리?”
얼른 악신을 해치우고 귀환할 생각이었는데 예상 밖의 장애물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제피로스가 다시 말했다.
“……모리우스가 악신에게 잡아먹혔습니다.”
“그래? 빠르군.”
악신이 생각보다 강한 모양이었다.
‘그래 봐야 소용없지만.’
그때 제피로스가 말했다.
“아르칸님, 지금 마신의 눈으로 공격하면 될 거 같습니다.”
“그래? 그럼 공격해. 최대 출력으로.”
“알겠습니다.”
제피로스가 대답한 뒤, 이내 아르칸의 머리 위로 거대한 레이저가 지나갔다.
잠시 후.
제피로스가 공격 결과를 보고했다.
“적중했습니다. 적의 피해는…… 악신만 남았고, 함께 나타난 부하 셋은 그대로 소멸해 흔적도 없습니다.”
“악신의 상태는?”
“치명상을 입은 듯, 꼼짝 못 하고 쓰러져 있습니다.”
마신의 눈 공격이 아주 강력하긴 한 모양이었다.
‘죽기 전에 어서 막타 치러 가야겠네.’
아르칸은 제피로스를 채근했다.
“좋아, 최대한 빨리 가자.”
“알겠습니다.”
대답한 제피로스가 속도를 높였다.
***
다행히 악신은 아르칸이 도착할 때까지 살아 있었다.
카멜레온 수인인 악신은 마신의 눈 공격을 맞은 뒤, 팔다리가 모두 타 버린 채로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상태였다.
하급 마족이라도 해치우는 게 가능한 상황.
실제로 이 지역 인근의 레이쓰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마신의 눈이라는 어마어마한 공격이 휩쓸고 간 뒤라 아무도 접근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아르칸이 악신과 말도 섞지 않고 마탄을 날리려 하자, 악신은 말했다.
“나, 난 카메론이라고 한다. 누, 누군지 모르겠지만 도와다오. 내 이 세계의 절반을 주마.”
그 제안에 아르칸은 피식 웃었다.
아르칸은 이미 마신을 제외하고 실질적인 마계 서열 1위나 다름없었다. 즉, 이 세계의 절반은 이미 손아귀에 쥔 거나 마찬가지.
그런 자신에게 세계의 절반을 주겠다고 제안한 거였다.
“쓸모없는 제안이네. 제안할 사람도 잘못 봤어. 방금 공격도 내가 한 거거든.”
“뭐, 뭐라고?”
카메론은 눈을 굴리며 아르칸을 노려봤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지 않고 있어서 곧바로 눈치 못 챘는데, 자신만큼은 아니라도 확실히 강력하긴 했다.
그 말에 카메론은 도리어 차분한 얼굴이 됐다.
“츳, 그런가. 아쉽게 됐군. 이 작은 세계를 손아귀에 넣어, 지구로 향하는 교두보로 삼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여유롭게 말하는 건, 지금 카메론의 육신은 어디까지나 임시.
그 실질적인 존재는 다른 곳에 있어서였다.
다만, 그 말 속에 걸리는 게 있었다.
“지구로 향하는 교두보라고?”
“그래, 아무리 나라도 곧바로 지구로 향하진 못하거든. 지구에 관심이 없더라도 이곳은 변화가 잦은 만큼, 신력을 모으기도 좋지만.”
말하자면 이 세계가 지구로 향하는 침공을 막는 관문 역할을 하는 모양.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지구에서 사람을 데려와 용사를 시키는 것도 이 악신이 말하는 것과 연관 있어 보였다.
“덕분에 좋은 정보를 얻었다.”
“그럼 살려 주는 건가?”
“아니, 어차피 그 몸으로는 뭘 더 하지도 못하잖아. 대신 편하게 숨통을 끊어 주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퍽.
아르칸은 따지려 드는 카메론에게 곧바로 마탄을 날려, 끝장냈다.
그러자 권능 스킬이 발동했다.
[권능 스킬, 군주의 정복이 발동되었습니다.] [카메론이 가진 마력을 일부 흡수합니다.]다만, 여신 셀레니아를 쓰러트렸을 때처럼 권능 레벨이 오르진 않았다.
‘어차피 바로 오를 거라고는 기대 안 했으니까. 이제 남은 건…….’
아르칸은 어느새 악신 위에 나타난 검은 소용돌이를 바라봤다.
그 소용돌이는 악신의 육신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내 완전히 다 빨아들이자, 검은 소용돌이는 사라지면서 무언가를 떨어트렸다.
바로 차원의 조각이었다.
“됐어. 얻을 건 다 얻었으니 돌아가야지.”
아르칸은 다시 대마왕성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레이쓰를 비롯해 뒤늦게 나타난 리치나 네크로맨서 들이 멀리서 지켜봤는데, 지켜보기만 할 뿐 감히 나서서 말을 걸지도 못했다.
한편 데실론을 비롯한 마신의 부하들은 아르칸이 직접 악신의 숨통을 끊어 놓고 온 걸 보고 아주 만족했다.
“아주 잘 사용하는군. 믿고 돌아가도 되겠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푸푸. 그래, 맞다. 그러고 보니 통성명도 안 했군. 내 이름은 헤켓, 이쪽은 칼라마르, 저 친구는 네르갈이다.”
검은 뚱보 헤켓의 소개에 하얀 미라 칼라마르가 손을 들고, 푸른 사신 네르갈이 고개를 까닥거렸다.
소개를 마친 이들은 다음에 보자며, 나머지 약속도 잊지 말라고 한 후 돌아갔다.
약속이란 바로 바리스탄이 마신의 시신을 없애려고 하는 걸 중단시키는 걸 말하는 거였다.
그 말대로 바리스탄에게 가려는데, 대마왕성에서 희소식이 들려왔다.
세계수의 열매가 맺혔다는 거였다.
오랜 세월이 걸린다고 했는데, 벌써 두 번째였다.
‘이번 씨앗은 어디 심을지 엘프들에게 맡기기로 했지.’
사실 정령왕 넷과 계약한 아르칸에게는 이제 세계수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디에 심어도 크게 상관없이 세계수가 하나라도 더 생기는 것만으로 이득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막상 엘프들에게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더니 뜻밖에도 기특한 말을 했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