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악신들 (2)
“이거 예상보다 빠른데?”
아르칸은 회의실 탁자 위에 놓인 커다란 지도를 바라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사막에 세계수를 심은 다음 날.
정령왕들은 악신들이 또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어제 카메론이라는 악신을 퇴치했는데 바로 이어서 쳐들어온 거였다.
이번에 나타난 악신은 무려 넷.
모두 종은 다르지만 곤충 인간 형태인 데다가 그 기세가 아주 강해, 본체가 직접 가서 살펴보지 않는 이상 접근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리고 아르칸은 지금 악신이 있다는 위치를 표시한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위치가 미묘하군요.”
함께 지도를 보고 있던 아바로스의 말에 오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렇게 서로 떨어져 외곽에 나타나다니, 무슨 일일까요?”
그 말대로 악신들은 마계의 외곽에 자리 잡았다.
둘은 마계와 인간계 사이의 각각 동쪽과 서쪽 끝에.
나머지 둘 중 하나는 바리스탄과 악마족 경계에서 서쪽 끝.
즉, 북서쪽.
마지막 하나는 아르칸과 본앰브로스 경계의 동쪽 끝인 북동쪽에 나타났다.
오웬이 지도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일단 가까운 동쪽 경계부터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니요. 아르칸님이 악신을 최대한 많이 쓰러트리시려면, 가장 먼 바리스탄과 악마족 경계로 가시는 게 나을 겁니다.”
오웬의 말에 아바로스가 곧바로 반박했다.
“그러다 마신성에서 나서면 허탕만 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악신이 얼마나 더 나올지 모르니 차근차근 잡아 나가면 됩니다.”
“오히려 이걸로 끝일 수도 있으니 최대한 잡을 생각을 해야죠.”
오웬과 아바로스의 의견이 팽팽했다.
그 때문에 함께 참석한 센시아나 그의 부관 트릴 등 다른 부하들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할 정도였다.
둘이 평소와 달리 예민한 건, 이제 아르칸이 얼마나 강해지는가에 따라서 이 세계의 존망이 걸려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아르칸이 강해지려면 권능 스킬, 군주의 정복이 발동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마지막에 아르칸이 악신을 쓰러트려야 했다.
하지만 아르칸은 둘 다 한 가지 간과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물었다.
“어느 쪽부터 해치울지 순서를 정하기 이전에 저 악신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지부터 파악하는 게 먼저 아닐까?”
“무슨 소립니까? 아르칸님이라면 충분히 이기실 겁니다.”
“악신들이 어제처럼 외곽에 출현한 걸 보니 어제 정도의 악신 아닐까요? 그러면 승산이 크다는 계산이 섭니다만.”
둘 다 나름의 이유로 아르칸이 이긴다고 여기는 듯했다.
“믿어 주는 건 고맙지만, 이번에는 급하게 움직이지 않고 좀 지켜볼 생각이야.”
“하지만 어제만 해도 먼저 공격하러 가셨지 않습니까?”
아바로스의 의문에 아르칸이 간단히 대답했다.
“그때는 마신의 눈을 쓸 수 있었을 때니까.”
마계로 오긴 했지만, 외곽에 나타난 걸 보고 상대해 볼 만하다고 여기긴 했다.
그래도 마신의 눈으로 먼저 공격해 볼 수 있어서 해치우러 직접 움직인 거였다.
만약 마신의 눈이 통하지 않았다면, 일단 뒤로 물러날 생각이었다.
현재 마신의 눈을 쓸려면 최소 출력으로라도 모레는 되어야 했다.
아르칸의 말에도 오웬이나 아바로스는 물론, 회의실에 있던 다른 이들도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
그걸 보고 아르칸이 지도를 가리켰다.
“무엇보다 악신들의 위치가 신경 쓰여. 외곽에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자기들끼리도 최대한 떨어져 있는 듯 보이거든.”
“확실히 뭔가 의도가 있을 법도 하군요.”
“모두 곤충 인간이라고 했는데, 서로 아는 사이라서 피하는 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그만큼 자신 있어서 서로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고 한 걸지도 모르지.”
아바로스의 물음에 오웬이 반박했다.
그때 아르칸이 나섰다.
“나도 서로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떨어져서 나타난 것 같아. 자신의 강함에 자신이 없었다면 악신을 해치우자마자 바로 침공해 오지 않았겠지.”
“음, 그 점은 저도 미처 생각을 못 했군요. 다만, 동쪽에 저희 영역과 인간계 사이에 나타난 악신은 저희가 맡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겠지.”
그때, 바람의 정령왕 제피로스가 말했다.
“아르칸님, 동쪽의 악신은 저희가 상대해도 되겠습니까?”
“저희?”
그 말에 제피로스 쪽을 쳐다보니, 제피로스의 뒤에 뒤에는 다른 정령왕들이 서 있었다.
확실히 정령왕이라면 만에 하나 자칫 잘못되더라도 정령계로 역소환될 뿐 소멸하진 않으니, 선발대로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왜?”
정령왕들이 아르칸의 명령에 충실하긴 해도, 기본적으로는 정령. 사는 세계가 다르기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낯설었다.
제피로스는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
“왠지 모르게 남동쪽에 있는 악신에게 적대감이 생깁니다. 한시라도 빨리 이 세계에서 쫓아내야 할 거 같습니다.”
“그 정도야?”
“네, 그렇습니다.”
‘대체 어떤 녀석이길래 정령왕들이 저러지?’
오히려 궁금증이 생길 정도였다.
“안 되겠습니까?”
“안 될 리가. 나서 주면 나야 고맙지.”
제피로스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아르칸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다른 정령왕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동쪽은 정령왕들이 상대하러 가기로 하고. 나머지는 악신이 나타났다고 통보해 주고 지켜보기로 하자.”
아르칸이 결론을 내리면서 회의가 끝났다.
***
곤충 인간 형태의 악신들.
바탕이 되는 곤충은 모두 달랐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세계에서 함께 빚어진 형제였다.
이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의사소통이 됐다.
“마신이 강하다고 해도, 우리 형제가 힘을 합치면 이길 수 있다.”
“물론이다. 그러나 좀 더 손쉽게 이기려면 마신의 부활전까지 여기서 최대한 강해져야 한다.”
“흐흐, 최대한 많은 마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 세계에 올 때 최대한 떨어져서 왔으니 모두 최선을 다하자고!”
“우리를 방해하는 존재는 모조리 해치워 버릴 테다!”
나름대로 다짐한 악신들은 곧바로 활동을 개시했다.
악신들은 대부분 그 부하들과 함께 주변 마력을 가진 존재라면 몬스터는 물론이거니와 식물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웠다.
아주 외곽에서부터 먹어 치우고 있기에 원래라면 최소 며칠은 지나서 발견되었을지도 몰랐다. 다행히 아르칸이 각 영역에 알려서 모두 급하게 퇴치하러 나섰다.
그중 가장 빠른 건, 북서쪽 본앰브로스의 수제자들이었다.
본앰브로스가 사망한 뒤, 남은 수제자들은 스승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였다.
그러나 이렇다 할 승자도 없이 지지부진했다.
그런 와중에 수제자 모리우스가 악신 카메론에게 당했다.
그 소식에 수제자들은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
모리우스는 수세자 중에서도 강한 편인 데다가, 그동안 모은 세력도 작지 않았다.
그런데 악신 카메론에게 허무하게 당한 거였다.
여신 셀레니아가 소멸했으니 또 언제 카메론 같은 무시무시한 악신이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
이대로 분열해서 싸워서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여긴 수제자들은 당장 싸움을 멈추고 힘을 모으기로 했다.
외부의 적에게 대항하기 위해 이른바 수제자 연합을 만든 거였다.
그리고 결성하자마자 대마왕 아르칸의 연락을 받았다.
또 악신이 쳐들어왔다는 거였다.
“이거 어쩌지? 이렇게 곧바로 싸우게 될 줄이야.”
“당황할 거 없다. 오히려 우리 연합의 힘을 마계에 보여 줄 기회다.”
“그래, 우리가 힘을 모으면 무시 못 할 정도라고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그때 유난히 걱정이 많던 수제가 하나가 반박했다.
“하지만 우리 힘으로 악신을 어떻게 이겨? 모리우스도 죽었는데.”
“모리우스 녀석은 방심해서 당한 거야.”
“맞아, 맞아. 전력을 다했으면 절대로 그렇게 쉽게 지진 않을 거야.”
“그래도 대마왕 아르칸이 직접 나서서 상대할 정도였는걸?”
“훗. 그건 아르칸 녀석이 치사하게 모리우스랑 싸우느라 약해진 악신을 쓰러트려서 자신의 업적으로 삼은 거 아니겠어?”
“그 겁쟁이가 지친 악신도 상대하기 무서워서 마신의 눈까지 썼잖아.”
“그래도…….”
“쯧, 걱정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하긴, 넌 옛날부터 걱정이 많았지.”
“걱정되면 이번에는 안 나서도 좋아.”
“만약 악신이 예상보다 강해도 우리에게 비장의 무기가 있으니까.”
“아, 그렇지.”
그제야 걱정하던 수제자의 얼굴에 안도감이 찾아왔다.
***
본앰브로스 영역에 나타난 악신의 이름은 안토냐.
그건 곤충 인간이라고 부르기 무색할 정도로 직립보행 할 뿐인 거대 개미 그 자체였다.
특히 단단한 검은색 갑주와 놀라운 근력, 아주 강력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개미답게 숫자도 많았는데, 이번에 함께 소환된 병정개미만 해도 수백 마리에 달했다.
“쯧, 네크로맨서의 땅인가? 하필이면 이런 더러운 땅을 배정받다니. 어서 빨리 이곳을 점령하고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야겠군.”
안토냐는 페로몬으로 자신의 의지를 부하들에게 전했다.
그러자 부하들은 한층 빠르고 격렬하게 주변을 초토화해 나갔다.
놀라운 건 이곳에 만연해 있는 죽음의 마기를 품고 자란 식물과 기괴한 곤충, 동물을 해치울 뿐만 아니라, 유령형 몬스터인 레이쓰까지 갈가리 찢어 놓고 있다는 거였다.
그렇게 잡아 놓은 것들을 모두 후방에 있는 차원의 문 안으로 던진다. 그러면 그 먹이의 대가로 차원 너머에 있던 여왕개미가 새로운 병정개미를 보내 줬다.
그런 방식으로 이 지역을 모두 장악하고 나면, 수백 마리가 아니라 수천, 수만 마리의 병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건 다른 악신들도 비슷했다.
빠르게 세력을 불리기 위해 인간계가 아니라, 마력이 넘치는 마계로 넘어온 거였다.
과거 이 세계의 존재를 제물로 바쳐, 여신 셀레니아의 방어막을 약화한 후 겨우 침입했을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후후, 또 병력을 보내 줬군.”
안토냐는 새로운 병정개미의 출현을 감지하고는 기뻐했다.
그때, 부하들이 강력한 적이 나타났다고 경고했다.
그 말에 감각을 집중해 보니 정말 사방에 까마득한 언데드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그 숫자는 어림잡아도 수천.
병정개미의 숫자를 훨씬 압도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중간중간에 아주 강한 개체가 있는 것도 느껴졌다.
그러나 안토냐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마저도 탐스러운 먹잇감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이 기회에 숫자를 잔뜩 불려야지.’
다만, 저 많은 적을 상대로 무리하게 돌진할 생각은 없었다.
“모두 뭉쳐라. 방어를 굳히고 쳐들어오는 적을 차근차근 잡는다.”
그렇게 해서 차근차근 병정개미의 숫자를 늘릴 작정이었다.
한편 그런 엔토냐의 작전을 모르는 수제자 연합은 움츠러드는 악신의 개미 부대를 보며 승기를 잡았다고 기뻐했다.
“이번 악신은 별거 아니군. 숫자만 많을 뿐이야.”
“개미들이 많아 봐야 우리한테 숫자로 못 이기지.”
“그러게, 내가 괜한 걱정을 했네.”
걱정하던 수제자마저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자, 잡담 그만하고 몰아붙이자. 허튼수작을 부리기 전에 단숨에 끝내자고!”
그렇게 수제자 연합은 기세등등하게 공세를 이어 나갔다.
그러나 개미 군단의 방어가 굳건한 탓에, 한참을 공격해서 병정개미를 쓰러트려도 좀처럼 방어진이 무너질 기미가 안 보였다.
그때 걱정 많던 수제자가 중얼거렸다.
“저거…… 아무래도 개미들 숫자가 안 줄어드는 거 같은데?”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