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37
237화 악신들 (3)
겁쟁이 수제자의 말에 옆에 있던 수제자가 나무랐다.
“쯧, 또 괜한 걱정을 하다니.”
그러나 다른 수제자들도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괜한 말이 아니긴 해. 내가 알기로도 쓰러트린 병정개미가 꽤 되는데, 지금 오히려 늘어난 거 같거든.”
“그렇다면 심각한 상황이야. 이것들은 언데드 몬스터의 소재로도 안 써져.”
네크로맨서가 강력한 건 수많은 언데드 몬스터를 부리는 것도 있지만, 쓰러트린 적마저 언데드 몬스터로 만들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상대인 병정개미는 아무리 사령술을 펼쳐도 좀비나 스켈레톤으로 만들 수 없었다. 오히려 몇몇을 쓰러트려도 새롭게 보충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이쪽의 병력은 계속 줄어들기만 하는데, 적의 병력은 전투를 시작했을 때보다 숫자가 늘어나 있었다.
한편, 적이 주춤하는 걸 감지한 엔토냐가 지시를 내렸다.
“후후, 이제 이상을 눈치챘나? 그래 봐야 늦었지만. 모두 반격하라!”
명령이 내려진 즉시, 방어 위주였던 병정개미들이 일제히 공세로 전환했다.
그러자 수제자 연합군은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언데드 몬스터들은 당황하지 않았지만, 그들을 지휘하던 수제자들은 당황했다.
위에서 정황을 내려다보던 안토냐는 승리를 자신했다.
“흐흐, 이대로 밀어붙이면 끝이다.”
해치운 언데드 몬스터들의 잔해를 차원문으로 꾸준히 보낸 덕분에 현재까지 확보한 병정개미는 1,924마리.
그중 이번 전투로 325마리가 파괴되었지만, 문제없었다.
반면에 수제자들은 점점 쓰러지는 언데드 몬스터들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젠장. 이대로라면 지겠어.”
“예상보다 강해. 이 정도라면 모리우스가 당한 것도 이해가 돼. 다른 녀석이긴 하지만.”
“우리한테도 마신의 눈이 있었다면…….”
한 수제자가 분하다며 말했지만, 정작 본앰브로스가 들고 있던 마신의 유산인 마신의 심장마저도 아르칸의 손에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불리한 상황에 낙담하긴 해도 도망치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아직 남은 수가 있어서였다.
한 수제자가 결심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하는 수 없군. 비장의 무기를 쓰는 수밖에.”
“스승의 유산이라 가능하면 쓰기 싫었지만, 하는 수 없지.”
“플레쉬 골렘이라면 저것들 따위는 쓸어버릴 거야.”
플레쉬 골렘.
머리가 없고 통나무 같은 두 팔과 두 다리가 달린 기괴한 모습이지만, 본앰브로스가 직접 만든 결전 병기.
원래라면 플레쉬 골렘을 이루는 핵 안에 본앰브로스에게 밉보인 영혼이 갇힌 영혼석이 있었지만.
본앰브로스가 소멸한 뒤, 모두 해방돼 껍데기만 남아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영혼을 탑재한 건 어디까지나 다른 언데드 몬스터들을 지휘하기 위한 것. 이 껍데기만으로도 마왕이나 상급 마족에 필적할 정도로 강했으니까.
만약을 위해 해방한 플레쉬 골렘 외에 본앰브로스의 창고나 연구실 등에 있던 껍데기까지 모조리 긁어 왔다.
그 숫자는 무려 1백여 개.
다만, 더 만들 수는 없기에 최대한 아껴 두던 참이었다.
“가라, 플레쉬 골렘!”
수제자의 지시에 따라 1백 개의 플레쉬 골렘이 후방에서 나타났다.
그 기괴한 외형과 거대한 체격이 주는 존재감은 상당했다.
어지간한 마왕은 플레쉬 골렘이 나타나자마자 항복할 정도.
그러나 안토냐에게는 가소로울 뿐이었다.
“뭐야. 저런 살덩어리로 우리에게 덤빈다고? 모두 해치워라!”
외골격인 거미로서는 스켈레톤도 아닌 저런 살덩어리 따위 가소로울 뿐이었다.
무엇보다 내부에서 별다른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덩치만 커다랄 뿐인 솜인형에 자신의 병정개미 군단이 질 리가 없다고 자신했던 거였다.
그러나 그 자신감은 이내 철저히 박살 났다.
병정개미들이 저 살덩어리들의 돌격에 버티지 못하고 산산이 조각났기 때문이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병정개미들이 이렇게 당하다니…….”
안토냐가 좌절하는 사이, 플레쉬 골렘은 점점 안토냐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저 녀석이 악신이다. 저 녀석만 해치우면 끝난다.”
“이대로 박살 내 버려!”
“그래, 충분히 해치울 수 있어.”
수제자들이 신나서 떠드는 와중에 안토냐가 중얼거렸다.
“내 너희의 최후가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
동시에 지면이 떨리기 시작했다.
정확히 떨리는 건, 사방에 깔린 이미 박살 나고 바스러진 병정개미들의 사체였다.
그 사체들은 그대로 다시 잘게 조각나기 시작하더니, 안토냐에게 들러붙었다.
그러면서 안토냐의 덩치가 점점 커졌다.
“어, 저거 뭐야? 거인만 해졌잖아.”
“큭, 덩치만 커졌을 뿐이야.”
“맞아. 저 정도쯤이야. 플래쉬 골렘으로 해치워 버릴 수 있어.”
“우리도 함께 공격한다!”
어차피 언데드 몬스터도 많이 박살 났겠다, 수제자들은 언데드 몬스터를 통제하는 데 쓰던 마력까지 모조리 거둬들여서 공격 마법을 준비했다.
마왕급 마력을 가진 수제자들이 전력을 다해 주문을 외우자, 허공에 수많은 본스피어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플레쉬 골렘이 악신 안토냐에게 도달했을 때, 본스피어도 일제히 날아가 동시에 타격했다.
지독한 굉음과 먼지가 일어나면서 순간 전장을 가렸지만, 수제자들은 승리를 확신했다.
거대해진 악신이 앞으로 쓰러지는 게 어렴풋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됐다! 이겼다!”
“훗. 멍청하게 덩치만 키우면 우리를 이길 수 있을 줄 알았나.”
“역시 별거 아니었어.”
그러나 이내 더욱 거대해진 안토냐가 몸을 일으켰다.
심지어 본스피어는 생채기도 못 낸 듯 아주 멀쩡했다. 플레쉬 골렘이 발아래에서 두들기고 있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악신 안토냐를 상대하는 데 있어 수제자들은 아주 중요한 걸 한 가지 간과하고 말았다.
그건 바로, 악신이 데려온 부하들은 여신 셀레니아의 방어막이 사라진 김에 겸사겸사 데려온 것에 불과하다는 거였다.
부하들은 어떻게 물리쳤다고 할지라도, 악신을 쓰러트리는 건 별개의 문제.
수제자들은 드래곤 정도로 커진 안토냐를 보며 굳어 버렸다.
안토냐는 플레쉬 골렘의 공격을 아예 무시하면서 서서히 수제자들에게 가느다란 앞발을 들어 올렸다.
개미가 발로 무언가를 짓밟는다는 건은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수제자들의 눈에서는 거대한 거목의 기둥이 자신들을 짓누르려고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끄, 끝장이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면서 수제자들은 그대로 짓밟혀 짜부라졌다.
그것을 시작으로 안토냐가 움직이자, 다른 네크로맨서와 리치는 물론이거니와 플래쉬 골렘과 언데드 몬스터들도 모조리 박살 났다.
뒤늦게 움직일 수 있었던 몇몇은 도망치려고 했지만, 병정개미들에 잡혀 갈가리 찢긴 뒤 차원문 너머로 보내졌다.
이번 일로 본앰브로스 영역의 주요 전력 중 대부분 소실된 거였다.
** *
악신에게 고전을 겪고 있는 건, 바리스탄 측도 마찬가지였다.
정확히는 바리스탄이 애먹는 게 아니라, 영역 내 다른 마왕들이 애먹는 거였지만.
대마왕 바리스탄 영역은 마왕들의 연합체에 가까웠다.
그 때문에 영역 내에 악신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전해 받은 바리스탄은 먼저 회의를 소집해 어떻게 대응할 건지 논의하려고 했다.
그런데 마왕성 랭킹에 순위권인 몇몇 마왕들이 바리스탄은 키클로테스 대마왕을 쓰러트리느라 고생했으니 쉬라고 권유했다.
당연히 바리스탄은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자신들도 능력을 보여 주고 이름을 떨칠 기회를 달라고 하니, 바리스탄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마왕과 강한 마족 위주로 결성된 마왕 연합군은, 서쪽에 나타난 악신을 퇴치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심지어 그 길목에 있는 마왕들까지 악신을 퇴치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며 합류했다.
한편 사마귀 모습의 악신, 벨자는 다른 악신들과 달리 혼자 나타났다.
안토냐는 병정개미를 이용해 주변을 초토화시켰지만, 벨자는 그런 자잘한 것보다 강력한 마력에 이끌렸다.
그 때문에 여기저기 재빨리 뛰어다니며 강한 몬스터나 마족과 마왕을 습격했다.
그중에서 벨자가 가장 선호하는 습격 대상은 바로 마왕성이었다.
마왕성에 침입해 각종 방어를 뚫고 통제실까지 내려가서는 마정석을 힘으로 분리해 집어 먹었다.
그 놀라운 소식에 인근 마왕들은 비상이 걸렸다.
그때 마침 마왕 연합군이 도착했다.
마왕과 마족들은 포위망을 펼쳐 벨자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벨자는 먹음직스러운 마족과 마왕이 잔뜩 나타난 걸 보고 오히려 기뻐했다.
포위망 속에서 펄쩍펄쩍 뛰어다니면서 순식간에 여러 마왕을 해치워 버린 거였다.
포위망은 순식간에 붕괴해 아수라장이 됐다. 그 속에서 벨자는 강한 녀석부터 하나하나 해치워 나갔다.
곤란을 겪고 있는 건, 키클로테스의 악마족 영역도 마찬가지.
북서쪽에 악신이 나타났다는 소리에 악마족들이 나섰다.
악신을 막기 위해 마신성이 움직일 거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악마족들은 마신성이 나서기 전에 자신들이 먼저 해치우길 바랐다.
마신성 측에서 키클로테스의 소유였던 마신의 탑에 장착해 둔 마신의 눈뿐만 아니라, 키클로테스 대마왕성까지 아무 말 없이 대마왕 아르칸에게 줘 버린 일 때문이었다.
“키클로테스 대마왕님이 죽은 뒤 마신성이 우릴 완전 무시하고 있어.”
“맞아. 여기서는 우리가 스스로 나서는 수밖에 없다.”
“어떤 악신이 나타났는지 모르지만, 이곳에서는 절대로 우리가 유리해.”
그도 그럴 것이, 이 악마족 영역은 마신의 영향으로 마기 범벅인 곳이었다. 그 때문에 빠르게 강해지는 건 좋았지만, 생존에 아주 부적합했다.
특히나 지면의 경우, 마기의 영향으로 질퍽질퍽한 늪과 같은 곳도 많았다.
하지만 악마족들은 대부분 박쥐 모습. 날개로 날아다니기에 상관없었다.
다만 그건 이번에 나타난 악신도 마찬가지였다.
악마족 영역에 나타난 건 파리 인간 형상의 악신, 녹스.
인간 크기의 파리가 빠른 날개로 초고속으로 움직이니,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악마족들은 마족급 마왕급 할 거 없이 녹스와 그 부하 파리 인간들에게 농락당해 도망치기 바빴다.
“역시 이번에는 다들 보통 상대가 아니군.”
다른 악신들과의 전투 상황을 보고받은 아르칸은 심각한 얼굴이 됐다.
여러모로 살펴봐도 이번 악신들은 넷이나 되지만, 하나같이 어제 상대했던 카메론보다 강해 보였다.
‘이러면 마신의 눈 최소 출력으로는 큰 타격을 못 줄 것 같은데. 역시 차분히 공략법을 구상해 쓰러트려야 할 거 같아.’
다행히 머릿속으로 상대할 방법이 떠오르긴 했다.
‘일단은 이쪽부터 잡아야겠지만.’
아르칸은 전투가 한창인 넓은 평야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곳에 나타난 악신은 메뚜기 인간 형태로, 그 이름은 로카스라고 했다.
로카스는 수많은 메뚜기를 소환해 평야의 모든 것을 먹어 치워서 파괴하고 있었다.
‘정령왕들이 싫어할 만하네.’
현재 로카스와 싸우는 건 정령왕들.
아르칸은 지켜보고 있다가 기회가 생기면 도와주기 위해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다.
전투는 일진일퇴를 거듭해서 아주 팽팽했다.
아르칸이 나서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비장의 무기를 가졌을 악신의 모습이 수많은 메뚜기에 가려져서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아르칸의 눈빛이 빛났다.
드디어 악신 로카스를 찾은 거였다.
‘저기 있었군.’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