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39
239화 악신들 (5)
머리를 잃은 악신 로카스는 이내 재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 재는 그대로 뒤에 있는 블랙홀처럼 생긴 검은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갔다.
동시에 로카스가 불러온 대형 메뚜기들도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검은 소용돌이는 재가 된 로카스의 육신을 다 빨아들인 후 사라지면서 차원의 조각을 떨어트렸다.
“나왔다.”
차원의 조각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던 아르칸은 즉시 낚아채서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이걸로 두 개째.”
그때, 잠자코 있던 마도서 게티아가 눈을 뜨며 말했다.
“권능 레벨이 올랐다. 이제 10이 됐군.”
“오, 정말?”
아르칸이 반색하자 게티아는 귀찮은지 대꾸하는 대신, 자신의 몸을 펼쳐 안의 메시지를 보여 줬다.
[권능 스킬, 군주의 정복이 발동되었습니다.] [로카스가 가진 마력을 일부 흡수합니다.] [권능 레벨이 10이 되었습니다.] [권능 스킬, 군주의 손길이 해금되었습니다.]“진짜 10레벨이 될 줄이야……. 근데 이번 권능 스킬도 전투랑은 관계없어 보이네.”
앞서 여신 셀레니아를 소멸시키고, 권능 레벨이 한꺼번에 2레벨이 올라서 9레벨이 되었다.
권능 스킬도 두 가지를 얻었는데, 그때 얻은 권능 스킬은 모두 여신을 대신해 이 세계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스킬이었다.
8레벨 스킬은 군주의 방패.
주변에 방어막을 생성해 모든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것도 원하면 시간제한 없이 유지할 수 있다.
9레벨 스킬은 군주의 영역.
군주 스킬의 범위를 이 세계 전체로 넓힐 수 있다고 했다.
즉, 군주의 방패와 군주의 영역 스킬을 함께 쓰면 악신들이 이 세계로 쉽게 침입해 오지 못하게 막을 수 있었다.
아르칸이 여신 셀레니아를 대신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참고로 이번에 얻은 군주의 손길의 효과를 알아보니, 말 그대로 아르칸이 손을 통해 사물이나 생명체에 힘을 주는 거라고 했다.
어떤 의미로는 여신이 내리는 축복과 비슷한 듯했다.
‘기분 탓이겠지?’
스킬보다 중요한 건, 아르칸이 한층 더 강해졌다는 거였다.
군주의 권능 스킬이 오르는 것과 동시에 마심장도 강화되어 10성급이 됐다.
이건 드래곤, 그것도 아주 오래 세월을 산 고룡급 마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의미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군주의 통솔 스킬 효과로 실제 능력은 11성급.
고룡을 상대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셈.
즉, 이 세계의 최강자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내가 이렇게 강해질 줄이야. 이제 혼자서도 악신들을 상대할 수 있겠어.’
아르칸이 체내에 흐르는 마력을 느끼며 기뻐하고 있는데, 가만히 서 있는 정령왕들이 눈에 들어왔다.
‘왜 저러고 있지? 아.’
아르칸은 정령왕들의 서 있는 방향을 보고 왜 저러는지 깨달았다.
정령왕들은 초토화된 평야를 바라보고 있었던 거였다.
방금까지만 해도 평야에서 수만 마리에 달하던 대형 메뚜기들이 모든 걸 먹어 치우려 날뛰었고, 불과 물, 바람과 땅의 정령왕들이 그걸 막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거기다가 악신 로카스를 해치우기 위해 블랙 드래곤인 피용이 드래곤 브레스를 썼다.
그 결과 평야의 절반은 엉망진창이 되어, 살아 있는 거라고 하나도 없었다.
“처참하군.”
“이곳이 이런 꼴이 되다니.”
“이 세계에서 제일 좋아하던 곳이었는데…….”
“이게 우리의 힘이 부족해서 그렇다.”
나름대로 이곳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싸운 건데, 이런 꼴이 됐으니 낙담한 듯했다.
반은 지켜 냈고 수풀 정도야 금방 또 자라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령들에게는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도 기운 내자. 이런 끔찍한 상황이 재현되지 않으려면 다른 악신들을 막아야지.”
“으응…….”
“그래야겠지.”
“…….”
제피로스가 위로했지만, 다른 정령왕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심지어 위로했던 제피로스마저도 의기소침했다.
‘이거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되겠는데?’
그렇게 생각한 아르칸은 정령왕들 쪽으로 걸어갔다.
아르칸을 발견한 제피로스가 말했다.
“앗, 아르칸님. 지금 바로 다른 곳 상황을 알아보고 보고해 드리겠습니다.”
“응, 부탁할게.”
그렇게 대꾸한 아르칸은 그대로 정령왕들을 지나쳐서 초토화된 평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음? 어디로 가시는 거지?”
“저기에 또 뭐가 있나?”
“나도 몰라. 제피로스 너는 알아?”
“모르겠군.”
“피이?”
정령왕들은 물론, 피용도 아르칸이 뭘 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며 바라봤다.
그러든 말든 아르칸은 초토화된 지점의 중간쯤에 가서야 걸음을 멈췄다.
‘이쯤이면 되려나.’
그리고 몸을 숙여 손을 지면에 댔다.
[권능 스킬, 군주의 손길.]이번에 얻은 권능 스킬을 사용하자 체내의 마력이 꿈틀하고 움직이며 손바닥을 통해 지면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우웃.’
아르칸은 마력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걸 느끼며 순간 당황했다.
자신의 예상보다 마력 소모가 빨랐기 때문이다. 마심장이 뿜어내는 마력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지 뿔에 깃든 마력마저 짜냈다.
다행히 금세 필요한 마력을 충족했는지 마력 방출이 멈췄다.
동시에 아르칸이 쓴 권능 스킬, 군주의 손길의 효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음, 이대로라면 이길 거 같은데 다행이야. 어서 이 소식을 아르칸님께 전해야…….”
바람의 정령들이 전해 준 소식을 듣느라 잠깐 주의를 돌렸던 제피로스는 다시 아르칸을 보다가 놀라서 말을 멈췄다.
아르칸의 주위로 싱그러운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금방까지 검은 재와 먼지밖에 안 남았던 평야였는데, 어느새 수풀이 길게 자라 있었다.
그것도 대형 메뚜기 떼가 나타나기 전보다 더 크게 자라 있었다. 심지어 갓 태어난 작은 풀벌레도 꼼지락거리는 게 느껴졌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아르칸님이 생명을 피워 냈어.”
“기적이나 마찬가지야. 죽음밖에 없는 이 땅을 이토록 생명 가득하게 만들다니.”
“맞아. 너무나도 아름다워.”
제피로스의 물음에 정령왕들은 넋이 나간 채로 중얼거렸다.
제피로스가 보기에도 놀라울 일이었다.
심지어 그 생명 속에 머물러 있는 정령들은 갓 태어난 것처럼 아주 순수했다. 마치 정령계에서나 볼 법한 것들이었다.
“제피로스, 다른 악신들은 지금 어때?”
아르칸이 묻고 나서야 제피로스가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아. 네. 악마족과 본앰브로스 영역은 여전히 악신을 퇴치하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만. 서쪽의 바리스탄 님의 영역에 나타난 악신은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갑자기 무슨 변화가 생겼길래 그래? 약점이라도 발견한 건가?”
“바리스탄 님이 직접 나섰습니다.”
“아.”
아르칸은 바로 납득했다. 바리스탄이 권능 염체화를 발휘한다면 사마귀 인간 악신, 벨자를 충분히 상대할 만했다.
‘하지만 쓰러트리긴 힘드실 테지.’
그때 제피로스가 다급하게 말했다.
“아, 아르칸님. 바리스탄 님께서 어서 오라고 합니다.”
“안 그래도 갈 생각이었어. 지금 바로 간다고 전해 줘.”
“네.”
그렇게 대꾸한 아르칸은 높이 뛰어 피용의 머리 위에 올라탔다.
“피용아, 들었지? 최대한 빨리 가자.”
“피핏. 알았어, 아빠!”
그대로 떠오른 피용이 서쪽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아르칸은 정령왕들에게 지시했다.
“다들 먼저 가서 아버지를 도와줘. 다만, 악신의 숨통을 끊는 건 나야. 알았지?”
“알겠습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금방 보여 준 생명력의 복권에 감격했던 정령왕들은 힘차게 대답하고 사라졌다.
이대로 정령계로 돌아갔다가, 바리스탄 근처에 다시 나타날 게 분명했다.
‘의욕이 생긴 거 같아 다행이야.’
아르칸은 사라지기 전 정령왕들의 모습을 보며 안도했다.
그리고 의욕이 넘쳐흘렀던 정령왕들은 기가 막힌 활약상을 보여 줬다.
***
사마귀 인간 모습의 악신 벨자는 강력한 뒷다리로 펄쩍펄쩍 뛰면서 중얼거렸다.
“치사해, 치사해, 치사해, 치사해.”
“치사하다니. 오히려 먹잇감이 많다고 좋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바리스탄이 물었다.
바리스탄은 자신의 권능 염체화를 사용해 불길 그 자체가 된 상황.
그러다 보니 벨자는 질색하면서 피할 수밖에 없었다.
피하는 와중에도 이미 바리스탄의 마력을 불태운 화염이 몇 번이나 몸에 옮겨붙었다.
만약 거센 날갯짓과 강력한 뒷발로 예측할 수 없게 뛰지 못했다면 진작에 새까맣게 타 버렸을지도 몰랐다.
사실 벨자가 치사하다고 중얼거리는 건, 정확히는 바리스탄 때문은 아니었다.
바리스탄이 나타나자마자 뭉쳐서 방어에만 집중하는 마족과 마왕 들에게 하는 소리였다.
잡아먹어서 회복하려고 해도 공격을 막거나 피하기만 할 뿐이니 도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포위망을 푸는 것도 아닌 데다가 뚫고 가려고 하면 바리스탄이 쫓아와서 도망칠 수도 없었다.
‘쯧, 가능하면 이런 더러운 녀석들에게 쓰긴 싫었는데, 이대로라면 당할 테니 하는 수 없지.’
벨자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 비장의 무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자마자 묘한 냄새가 벨자에게서 풍겨 나왔다.
그 냄새를 맡은 마족과 마왕들은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성적으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후욱. 후욱. 후욱.”
“아아, 아름다워라. 저렇게 사랑스러운 존재가 있다니.”
“저런 악신이라면 목숨을 바쳐도 좋아.”
벨자가 쓴 비장의 무기인 유혹의 페로몬이 효과를 발휘한 거였다.
마족과 마왕 들이 황홀한 표정으로 벨자를 바라보았지만, 벨자는 그 시선이 끔찍했다.
사마귀 인간인 벨자에게 살덩어리에 털이 숭숭한 마인족의 모습은 너무나도 괴상했기 때문이다.
심미안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 때문에 가능하면 유혹의 페로몬을 쓰기 싫었다.
그래도 불쾌감을 참고 쓴 보람이 있었다.
마족과 마왕 들이 유혹의 페로몬에 모조리 넘어와 자신의 편이 됐기 때문이다.
다만, 한 사람. 바리스탄에게만은 유혹의 페로몬이 통하지 않았다.
“무슨 허튼수작을 부린 거냐!”
“페로몬이 안 통하다니, 역시 대단하군. 하지만 오히려 잘됐어. 이참에 복수해야지.”
벨자는 호통치는 바리스탄을 거대한 앞발로 가리켰다.
“저걸 해치워라!”
“후욱, 후욱. 명령을 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명령에는 거부할 수 없지.”
“저분을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라.”
마족과 마왕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리스탄을 공격해 오기 시작했다.
“이것들이……. 다들 정신 차려!”
당황한 바리스탄이 피하면서 소리쳤지만, 정신을 차릴 기미가 안 보였다.
“후후. 죽어라, 죽어!”
그 와중에 벨자도 가세해서 공격해 왔다. 순식간에 상황이 역전된 거였다.
“정령들아, 아르칸에게 이 상황을 빨리 전해 다오.”
그렇게 중얼거린 바리스탄은 악신 벨자와 적으로 돌변한 부하들을 피해 달아날 기회를 노렸다.
그런데 바리스탄의 화염이 눈에 띄게 작아졌다.
마력이 바닥이 난 거였다. 이대로라면 금방 염체화도 끝날지 몰랐다.
그걸 눈치챈 벨자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덤벼들었다.
“후후, 힘이 빠졌나? 그럼 마지막이다.”
그 순간, 사그라질 것만 같았던 바리스탄의 화염이 전력을 다했을 때보다 훨씬 맹렬하게 타올랐다.
“우웃.”
덤벼들었던 벨자조차도 놀라서 주춤했을 정도.
바로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가 나타난 효과였다.
“저희가 도우러 왔습니다.”
“응, 고맙다. 안 그래도 위험할 뻔했어.”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정령왕까지 모습을 드러내서 힘을 보태자 바리스탄이 염체화를 넘어선 초염체화 상태가 됐다.
“이번에 끝장을 낸다!”
바리스탄은 아주 빠르게 날아가 벨자를 지나쳤다. 그러자 거대한 화염이 몰아치면서 벨자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화염이 사그라들었을 때, 너덜너덜해진 벨자가 쓰러졌다.
덕분에 페로몬도 끊겼는지 마족과 마왕들도 정신이 돌아왔다. 다만, 자신이 페로몬에 당해 한 짓이 기억에 남아 있는지 하나같이 창피해했다.
한편 염체화를 푼 바리스탄이 물었다.
“악신은 죽었나?”
“아직 살아 있습니다.”
“다행이군.”
아르칸이 최후의 일격을 가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바리스탄은 안도하고는 그대로 쓰러졌다.
쓰러진 바리스탄은 심복들이 조심스레 옮겼다.
잠시 후 도착한 아르칸은 벨자를 해치운 뒤, 또 하나의 차원의 조각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둘. 현재 상황은 어떻지?”
아르칸의 물음에 제피로스가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악신 둘의 사망을 감지했는지, 둘이 한곳으로 모이고 있다는 거였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